무더위 이기는 여행 ②인제 미산계곡

아름다운 산 아래 맑은 계곡을 즐기다

내린천은 홍천군 내면의 ‘내’, 인제군 기린면의 ‘린’을 딴 이름이다. 계방천과 자운천이 만나 시작되는 내린천은 깊고 높은 산자락을 따라 곡류 하다가 상남면서 상남천, 현리서 방태천을 더해 흐른다. 홍천서 인제로 접어드는 내린천을 미산계곡이라 한다.
 

미산계곡은 대개인동과 소개인동을 품은 미산마을을 지나 10km에 이르며, 인제서 가장 먼저 만나는 내린천 상류로 물이 맑고 깨끗해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견지낚시 체험

미산마을은 아름다운 산으로 둘러싸여서 붙은 이름이다. 마을 주변을 둘러보면 금세 고개가 끄덕여진다. 개인산, 방태산, 맹현봉 등 1200m가 훌쩍 넘는 산자락이 마을을 겹겹이 감싼다. 미산마을에선 리버 버깅(river bugging)을 즐겨보자. 

리버 버깅은 뉴질랜드서 개발된 수상 레포츠로, 급류를 이루는 계곡서 가능하다. 도입 당시 뉴질랜드 컨설턴트와 함께 전국의 유명 계곡과 강을 답사했는데 미산계곡이 가장 적합한 장소로 판단됐다고 한다. 미산마을이 우리나라 리버 버깅의 시발점인 셈이다. 
 

리버 버깅은 이름의 유래가 재밌다. 리버 버깅을 하는 사람을 멀리서 보면 물 위에 뒤집혀 버둥거리는 벌레의 날갯짓 같아 붙은 이름이다. 리버 버깅에 가장 중요한 장비를 리버 버그라 부른다. 


리버 버그는 1인승 공기 주입식 급류 보트로, 앞이 툭 터진 ‘U자형’이다. 리버 버깅에는 몸을 의지해 급류를 타고 내려가는 리버 버그와 두께 5mm 슈트, 구명동의, 헬멧, 발을 보호하는 슈즈와 추진력을 제공하는 오리발, 방향 전환용 장갑 등이 필요하다. 
 

장비를 착용한 뒤 약 5.5km 떨어진 승선장으로 이동한다. 물에 들어가면 리버 버그 타는 법, 물속에서 적응하는 법, 리버 버그가 전복될 경우 탈출하고 다시 타는 법 등을 반복적으로 배운다. 

특히 리버 버그 탈출 방법은 반드시 숙지해야 한다. 급류서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당황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리버 버그가 뒤집히면 밸크로 테이프를 떼어 탈출함과 동시에, 리버 버그 손잡이를 잡아 떠내려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리버 버깅은 30분 정도 강습을 거치면 초보자도 쉽게 탈 수 있다. 급류가 무섭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도 강사가 곳곳에 배치되어 급류에 빠지더라도 신속하게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강습을 마치면 본격적인 급류 타기가 시작된다. 

초급 코스는 승선장서 소개인동까지 2.7km, 고급 코스는 소개인동을 지나 용바위까지 약 4km다. 미산계곡은 소개인동을 지나면 한 바퀴 크게 휘감아 감입곡류 하는데, 이곳에 용바위가 있다. 리버 버깅 코스 가운데 가장 아름답고 험난한 곳이다. 
 

리버 버그는 출발 지점서 비교적 평온하게 움직인다. 어느 정도 가다가 하얀 포말이 계곡 전체로 퍼지면서 급류 구간이 시작된다.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리버 버그가 하나둘 급류를 향해 돌진한다. 

하얀 물보라를 일으키며 급류를 타고 넘기도 하고, 리버 버그가 뒤집혀 떠내려가기도 한다. 뒤집힌 리버 버그서 탈출한 것도 잠시, 다시 리버 버그에 올라 두 번째와 세 번째 급류를 향해 출발한다. 리버 버깅은 초급 코스가 2시간 정도 걸린다.


수상 레포츠 ‘리버 버깅’ 즐길 수 있는 곳
계곡·숲이 함께 있는 ‘방태산자연휴양림’

미산마을에선 견지낚시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미산계곡은 쉬리, 열목어 등이 서식하는 일급수다. 마을서 견지낚싯대와 바지장화, 수장대, 살림망 등 장비를 대여해주고 물고기가 잘 잡히는 곳으로 안내하고 낚시 요령까지 알려준다. 

피라미와 갈겨니, 참마자, 꺽지, 버들치, 열목어 등이 잡히며,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 나오는 플라이낚시는 아니어도 짜릿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잡은 물고기로 튀김이나 매운탕, 조림까지 맛보니 일석이조다.
 

여름 수상 레포츠 하면 래프팅을 빼놓을 수 없다. 내린천은 급류가 많고 코스도 길어 우리나라 최고의 래프팅 명소로 꼽힌다. 기린면 현리의 기린솔섬유원지서 고사리쉼터까지 다양한 코스가 있다. 내린천수변공원서 고사리쉼터나 밤섬까지 약 7.5km가 래프팅을 가장 짜릿하게 즐기는 코스다. 
 

상남면 소재지서 남면 소재지로 이어지는 446번 지방도를 타고 가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교각 아래로 내려가, 오솔길과 데크를 300m 정도 지나면 용소폭포가 나온다. 폭포 아래 용이 머무른 소가 있어 붙은 이름으로, 상남폭포라고도 불린다. 

가뭄이 들면 이곳서 독특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용에게 간절히 비는 게 아니라 용을 노하게 하는 방법이다. 폭포에 개의 피를 흘리면 용이 부정한 피를 씻어내려고 뇌성벽력을 치며 큰비가 내리게 한다는 것이다. 

폭포 입구서 안쪽으로 깊이 팬 용소폭포의 전경이 보이고, 전망대에 오르면 물줄기가 휘감아 돌며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상남면 북쪽에 자리 잡은 기린면에도 시원한 여름을 즐길 만한 곳이 많다. 기린면 현리서 조침령을 넘어 양양으로 418번 지방도가 이어진다. 418번 지방도는 방태산과 곰배령 사이에 난 길로, 그 주변에 진동계곡과 아침가리, 연가리가 있다.

여름철 가장 인기 있는 아침가리는 연가리와 함께 ‘삼둔사가리’라 불릴 정도로 오지 중 오지다. 방동교서 방동약수를 거쳐 조경교(6km)까지 걸어간 뒤 조경교 아래로 진동계곡 합수 지점(6km)까지 아침가리가 이어진다. 
 

계곡을 따라가기도 하고 물을 건너기도 하는데 시원한 계곡에 몸을 담그고 시간을 보내기 좋다. 아침가리 트레킹을 하려면 갈아입을 옷과 등산화가 필수다. 총 12km로 6~7시간이 걸린다. 

아침가리 트레킹이 부담스럽다면 도착 지점인 진동1리에 쉴 곳을 마련하고 진동계곡이나 아침가리 초입서 물놀이를 해도 좋다. 10분 정도 올라가면 아이들이 놀기 좋은 계곡이 있다.

아침가리와 가까운 곳에 연가리가 있다. 진동1리 마을회관서 조침령 쪽으로 약 3.6km 가면 연가리 표지판이 있고, 마을 안쪽으로 내려가면 진동계곡과 합류하는 연가리를 만난다. 아침가리보다 규모가 작지만 상대적으로 한적하다.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서 쉴 만한 물가를 찾아보자. 


총 12km의 트래킹코스

방태산자연휴양림은 계곡과 숲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매표소를 지나면 산림문화휴양관, 야영장, 산책로가 이어진다. 휴양림 시설이 계곡과 나란히 자리해 여름에는 이단폭포와 산책로만 다녀와도 좋다. 

산책로는 구룡덕봉과 주억봉 등 방태산 등산로 초입에 있어 더위를 피하기 좋다. 휴양림으로 들어가기 전에 철분과 탄산, 망간 등이 함유되어 톡 쏘는 방동약수 한잔 마시는 것도 잊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미산계곡(리버 버깅)→용소폭포→아침가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용소폭포→미산계곡(리버 버깅)→미산계곡 즐기기(견지낚시, 물놀이)→숙박 
[둘째 날] 방동약수→방태산자연휴양림→아침가리→연가리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인제문화관광 http://tour.inje.go.kr
- 내린천리버버깅 http://www.misanriverbug.co.kr
- 미산마을 http://misan.invil.org
- 내린천래프팅협동조합 http://www.nrcoop.com
- 방태산자연휴양림 http://www.huyang.go.kr

문의 전화
-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2
- 내린천리버버깅 010-7165-8055
- 미산마을 033)463-9036
- 내린천래프팅협동조합 033)462-5887
- 방태산자연휴양림 033)463-8590 
- 화천목재문화체험장 033)441-9929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인제,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4회(06:30~19:50) 운행, 1시간30분~2시간 소요. 인제서 현리행 버스 하루 15회(06:45~19:40) 운행, 약 1시간15분 소요. 현리서 홍천행 버스 하루 3회(06:30, 12:30, 17:50) 운행, 미산1리 정류장 하차, 약 1시간 소요.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인제시외버스터미널 033)463-2847  

자가운전
서울양양고속도로 인제 IC→인제IC교차로서 상남 방면 31번 국도로 우회전→오미재 넘어 상남삼거리서 직진, 상남우체국 끼고 446번 지방도 내린천로로 좌회전, 10.8km 직진→미산계곡

숙박 정보
- 부린촌 : 상남면 내린천로, 033)463-8055
- 미산마을 녹색센터 : 상남면 개인약수길, 033)463-9036, 
http://misan.invil.org 
- 아침뜨락황토마을 : 기린면 두루미길, 033)462-2955, 
http://www.mgarden.co.kr
- 방태산자연휴양림 : 기린면 방태산길, 033)463-8590, http://www.huyang.go.kr
- 마의태자권역 다목적센터 : 상남면  김부대왕로, 033)461-0228, http://www.마의태자.net 

식당 정보
- 부린촌(능이백숙): 상남면 내린천로, 033)463-8055 
- 미산막국수(막국수): 상남면 내린천로, 033)463-0539
- 운게정(송어회): 상남면 개인약수길, 033)463-2544
- 용추골순대(명태조림) : 기린면 조침령로, 033)462-1384
- 고향집(두부전골): 기린면 조침령로, 033)461-7391
- 오류동순메밀막국수(막국수): 기린면 조침령로, 033)461-1948

주변 볼거리
곰배령, 원대리 자작나무 숲, 인제나르샤파크, 짚트랙, 인제아이언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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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