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 숲길 체험 ④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

힐링과 모험이 공존하는 마법의 숲

산과 들이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고, 바람에 실려 오는 향기마저 싱그러운 6월. 삼림욕하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이맘때는 숲 여행이 제격이다. 자연 속 힐링과 짜릿한 모험을 두루 즐기고 싶다면 전남 보성 제암산자연휴양림으로 가자. 온 가족이 만족스러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제암산자연휴양림은 1996년에 정식 개장했다. 제암산은 해발 807m 정상에 임금 제(帝) 자를 닮은 바위가 우뚝 솟아서 붙은 이름이다. 산세가 수려하고 주변 경치가 아름답다. 휴양림 안에 숲속의집과 휴양관 등 숙박 시설 47실과 계곡 물놀이장, 야영장, 등산로와 산책로, 모험 시설 등 다양한 휴양 시설을 갖췄다. 
 

대표 힐링 주자 ‘더늠길’

이곳을 대표하는 힐링 주자는 더늠길이다. 능선을 넘나들며 울창한 숲길을 걷는 무장애 산악 트레킹 코스로, 5.8km 전 구간이 평평한 데크로 만들어졌다. 경사가 완만하고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이 가능해, 노인과 아이는 물론 장애인도 편하게 숲길 트레킹을 즐길 수 있다. 
 

이른 아침, 나뭇가지 사이로 내리쬐는 초여름 햇살을 받으며 느긋하게 숲길 산책에 나서본다. 온통 초록빛 세상인 데크를 따라 걸으면 발걸음이 가볍고 편안하다. 하늘로 쭉쭉 뻗은 나무와 어깨를 나란히 하면 숲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편백 군락지를 지나 해발 500m인 HAPPY 500 지점에 닿으면 시야가 탁 트이면서 제암산 정상이 보인다. 
 

임금바위, 병풍바위, 매바위, 요강바위 등 기암괴석이 장관이다. 더늠길을 벗어나 등산로를 이용하면 정상까지 다녀올 수 있다. 


이곳을 기점으로 다시 완만한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다람쥐 한 마리가 풀숲으로 사라진다. 바람 소리가 쏴아 하며 파도처럼 밀려오고, 지저귀는 새소리에 마음이 평온해지는 힐링 로드다. 더늠길은 한 바퀴 돌아오는 데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이외에 수변 관찰 데크로드와 다양한 등산로가 있으며, 화·목·일요일에 무료 숲 해설(예약 필수)도 제공한다.

짚라인·에코어드벤처 숲속 체험 시설
자연 속 힐링·짜릿한 모험 온 가족 만족

제암산자연휴양림에 힐링 코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릴 넘치는 짚라인과 모험심을 길러주는 에코어드벤처는 어른, 아이에게 모두 인기 있는 숲속 체험 시설이다. 친환경적 공법으로 조성한 에코어드벤처는 연령에 따라 난도가 달라지며, 펭귄(어린이) 코스와 팬더(청소년) 코스, 버팔로(성인) 코스로 운영된다. 

세계적인 안전 기준에 맞춰 설계한 시설이고, 안전 장비를 착용하기 때문에 걱정 없이 즐길 수 있다. 

공중에 설치된 흔들다리를 건너고 네트에 매달리며 전진하다 보면 숲속 탐험가가 된 기분이다. 때로 아찔하지만 단계를 하나씩 완수할 때마다 뿌듯한 성취감이 밀려온다. 

마지막 단계는 담안저수지 위에 놓인 에코짚라인이다. 바람을 가르며 날아가는 기분이 그만이다. 성인 전용 짚라인은 훨씬 높고 긴 거리를 가로지르는데, 끝난 뒤에도 흥분이 가시지 않는다. 에코어드벤처와 전용 짚라인은 유료 시설이며, 예약해야 한다. 
 

숲을 나선 뒤에는 보성의 새로운 랜드마크인 봇재서 차 한잔 마시며 여유를 즐겨보자. 봇재는 보성읍과 회천면 사이에 있는 고개를 가리키는 지명인데, 옛적 등짐장수들이 이곳을 오갈 때 무거운 봇짐을 내려놓고 쉬었다고 한다. 


고갯길 언덕에 1층 보성역사문화관, 2층 카페 그린다향과 특산품 판매점 그린마켓, 3층 보성에코파빌리언 비움으로 구성된 봇재가 들어섰다. 
 

봇재서 멀지 않은 득량역 추억의 거리는 여행자에게 인기다. 자그마한 시골 간이역과 1970년대 분위기가 고스란히 남은 주변 거리가 정겨우면서 재미있다. 옛 포스터와 벽보, 이발소, 다방 등을 구경하다 보면 과거로 소환된 느낌이다. 

특히 추억이 가득한 플랫폼과 정원처럼 예쁘게 가꿔진 철로 주변은 단골 사진 촬영지다. 옛날 교복을 대여해주는 곳이 있어 검정 치마와 얼룩덜룩한 교련복을 입고 사진 찍는 이도 많다. 

득량역에서 차로 5분이면 닿는 강골마을은 광주 이씨 집성촌으로, 옛 모습이 그대로 보존됐다. 황토 돌담으로 이어진 마을을 천천히 걷다 보면 일제강점기에 마을 앞바다를 메워 간척지로 만든 일이며, 마을 빨래터서 오간 소소한 잡담, 사대부 남자들의 사랑방인 열화정에서 벌어진 논의 등 시간 속에 켜켜이 쌓인 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이야기가 멈추면 마을은 평화로운 정적을 되찾는다.
 

보성 바닷가에는 먼 옛날 공룡이 산 흔적도 있다. 1998년 비봉리 선소마을 해안에서 공룡 알이 발견됐으며, 인근 해안가에 공룡 알과 둥지 화석 모형을 야외 전시했다. 최근에 비봉공룡공원이 문을 열어 보성 비봉리 공룡알화석 산지(천연기념물 418호)와 함께 둘러보면 더욱 좋다. 비봉공룡공원에 있는 다이노빌리지는 아이들이 공룡 위탁모가 되어 여러 가지 체험을 즐기며 공룡에 대해 배우는 공간이다. 
 

비봉공룡공원 눈길

거대한 공룡 사이로 공룡라이더를 타고 돌아다니는 쥬라기파크도 흥미롭다. 공룡이 움직이며 쇼를 펼치는 워킹 공룡 쇼와 4D 영상도 관람객을 사로잡는다. 비봉공룡공원은 향후 체험 시설을 확충하고, 공룡알화석 산지 순회 버스를 운행할 계획이다. 
 

지난해 11월에 개관한 홍암나철기념관도 한번쯤 들러보면 좋다. 대종교 창시자이자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홍암 나철 선생의 대일 외교 항쟁과 을사오적 처단 의거 등을 비롯해 독립운동에 관한 자료가 전시된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제암산자연휴양림→득량역 추억의 거리→강골마을→비봉공룡공원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득량역 추억의 거리→강골마을→비봉공룡공원→율포해수욕장·해수탕  
[둘째 날] 제암산자연휴양림→봇재→홍암나철기념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보성문화관광 http://tour.boseong.go.kr
- 제암산자연휴양림 http://www.jeamsan.go.kr
- 봇재 http://botjae.boseong.go.kr


문의 전화
- 보성군청 문화관광과 061)850-5213
- 제암산자연휴양림 061)852-4434
- 봇재 061)850-5953
- 득량역 추억의 거리 061)853-7136
- 강골마을 061)853-2885
- 홍암나철기념관 061)858-7028 
- 비봉공룡공원 1833-8777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보성,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2회(08:10, 15:10) 운행, 약 4시간40분 소요. 광주-보성, 광주종합버스터미널서 하루 25회(06:30 ~21:40) 운행, 약 1시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1688-4700 이지티켓 http://www.hticket.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버스타고 http://www.bustago.or.kr 보성시외버스터미널 070-7431-2879

[기차] 용산역-보성역, 무궁화호 하루 1회(08:52) 운행, 약 5시간40분 소요. 순천역-보성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4~5회(05:55 ~17:35) 운행, 약 1시간 소요. 광주송정역-보성역, 무궁화호 하루 3회(06:15~19:18) 운행, 약 1시간2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보성역 061)852-7788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산월 IC서 제2순환도로 출구→송암톨게이트→제2순환도로→지원교차로서 화순·장흥 방향→남문로→너릿재로→화보로→초당교차로서 목포·장흥 방향→녹색로→조리교차로서 웅치 방향 우측 진출 후 좌회전→일림로→대산길→제암산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춘운서옥 : 보성읍 송재로, 010-8786-1114, http://www.cwhanok.com (한옥스테이)
- 보성여관 : 벌교읍 태백산맥길, 061)858-7528, 
http://www.boseonginn.org (한옥스테이)
- 청심당펜션 : 문덕면 가내길, 061)853-3484, 
http://www.ysorganic.co.kr (한옥스테이)
- 보성골망태펜션 : 보성읍 노산길, 061)852-1966, http://kbs1.kr/h/golmangtae
- 다향리조텔 : 회천면 녹차로, 061)852-5087 

식당 정보
- 헤븐뜰(녹차소고기전골): 보성읍 녹차로, 061)853-4900
- 김미자연애찬(연밥정식·연잎쌈밥): 보성읍 봉화로, 061)853-8595
- 보성녹차떡갈비(한우떡갈비·녹돈떡갈비): 보성읍 녹차로, 061)853-0300, http://보성녹차떡갈비.fuv.kr
- 다향보성녹돈촌(녹돈생삼겹): 회천면 남부관광로, 061)852-9233
- 수목회관(꼬막정식·생선구이정식): 벌교읍 회정새길, 061)857-3456 


주변 볼거리
한국차박물관, 태백산맥문학관, 율포해수욕장, 일림산, 용추계곡, 주암호, 서재필기념공원·서재필기념관, 대원사·대원사 티벳박물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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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윤석열 공천 개입 검찰 추가 기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검찰의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연루된 사건들을 파고드는 속도가 달라졌다. 정권 말기 검찰의 생존 본능이라는 평가다. ‘명태균 게이트’의 한 갈래인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공천 개입 의혹 수사도 갑작스레 빨라졌다. 검찰은 이 사건의 핵심 내용을 알고 있었음에도 꽁꽁 싸매왔다. 봐주기 논란 해소를 위해 김씨를 시작으로 윤 전 대통령까지 소환 조사할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지도 열흘이 지났다. 12·3 내란 사태를 수사하는 검찰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도 9부 능선을 넘었다. 체제를 유지하면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 조사를 준비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게이트’ 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다. 출금 연장 추가 영장 검찰 내부에서는 서울중앙지검이 정치권의 특검 명분을 약화하기 위해서라도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최후의 수단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윤 전 대통령은 이제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지 못한다. 김건희씨도 영부인 지위를 상실해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을 전망이다. 두 사람 모두 자연인이 되면서 회피 수단을 잃어버린 것이다. 우선 윤 전 대통령은 파면 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된 상태다. 현직 대통령의 경우 내란·외환죄를 제외하고는 형사상 소추가 되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적용받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위헌이자 위법하다고 인정한 만큼 직권남용 혐의가 추가로 적용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앞서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1월 불소추특권을 고려해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만 기소하고 직권남용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다. 검찰이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연장한 만큼 이달 안에 소환 조사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자세히 얘기할 순 없다”면서도 “사저로 돌아갔으니 일정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의 외환 혐의 관련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경찰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을 확보하면서 “NLL(북방한계선) 인근서 북의 공격을 유도” 등과 같이 북풍 공작을 구상한 정황을 확인했다. 고발 3건을 접수한 경찰은 지난달 4일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했다. 경찰은 또 대통령경호처의 체포영장 집행 방해와 보안폰(비화폰) 서버 삭제 등 증거인멸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경찰은 김성훈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를 수사하면서 윤 전 대통령을 윗선으로 지목했다.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공수처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관계자들과 국방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공수처 수사는 윤 전 대통령의 격노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피의자로 이첩하는 해병대 수사단의 결과가 왜곡된 것을 입증하는 것이 핵심이다. 불소추특권 상실로 부담감↓…직권남용 적용 가능 경찰·공수처 수사 한창…대면 조사 가능성 거론 공수처는 지금까지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등 윤 전 대통령의 격노를 간접적으로 들은 것으로 알려진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수사에 인력을 집중하며 채 상병 수사는 일시적으로 중단된 상태다. 비상계엄 정국이 마무리된 만큼 공수처는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 격노를 직접 듣고 해병대 수사단 조사를 무마하려 한 혐의, 임 전 비서관은 당시 대통령실과 국방부 사이서 조율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봐주기 논란에 휩싸였던 명태균 게이트의 정점에도 윤 전 대통령이 있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김씨가 지난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공천에 개입했단 의혹을 수사 중이다.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의 청탁을 받고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은 명씨가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았다는 의혹도 받는다. 이미 윤 전 대통령의 음성을 통해 공천 개입 정황이 확인된 상황서 검찰은 명씨의 이른바 ‘황금폰’ 포렌식은 물론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를 진행해 왔다. 김씨는 지난 2022년 5월9일 명씨에게 전화를 걸어 “당선인(윤 전 대통령)이 (당에) 전화했는데 ‘(김영선을) 그냥 밀라’고 했다”며 “잘될 거니까 지켜보자”고 말했다. 검찰은 김씨가 2021년 7월 명씨로부터 대선 지지율 등 여론조사 결과를 미리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도 확보한 상태다. 명씨는 김씨가 지난해 총선서도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김씨가 김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김상민 검사가 (경남 창원 의창서) 당선되도록 지원해라. 그러면 선거 끝나고 장관 또는 공기업 사장 자리를 주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 무렵 김씨가 김 전 의원과 11차례 통화한 내역도 확보한 상태다. 다만 김 전 검사는 국민의힘 공천을 받지 못했다. 특검을 막아라 중앙지검 수사팀은 김씨에게 지난 2월부터 최근까지 두 차례 “공천 개입 의혹 관련해 대면 조사 필요성이 있으니 출석해달라”며 소환을 통보했다. 명씨 사건이 중앙지검으로 이송되기 전 수사를 담당했던 곳은 창원지검이다. 창원지검은 김씨가 국민의힘 공천에 깊숙하게 개입한 정황을 지난해 수사를 마무리하기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뉴스타파>가 공개했던 창원지검 수사보고서에 따르면, 창원지검은 명씨와 윤 대통령 부부의 통화 녹음 파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모두 김 전 의원 공천과 관련된 통화였다. 창원지검은 김 전 의원과 명씨가 나눈 카카오톡 대화 메시지도 확보해 ‘공천 개입’ 의혹을 적극적으로 들여다봤다. 먼저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명씨에게 “창원 의창구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이 아닌, 경선이 될 것 같다”고 메시지를 보냈다. 명씨는 김씨가 “윤상현 의원(공천관리위원장)에게 두 번이나 전화를 했다”면서 김 전 의원은 단수공천이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에게 “사모님과 당선인에게 물어보세요” “사모님이 대표님께 전화할 겁니다”라면서 김씨가 김 전 의원 단수공천을 확정했다는 취지로 반복해서 말했다. 이들의 대화 말미서 명씨는 이 의원에게 “의문이 있으면 사모님께 전화하면 됩니다”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의 마지막 카톡 대화 1시간 뒤인 5월9일 오전 10시1분이다. 검찰은 명씨가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녹음한 사실을 확인했다. 녹음 파일의 제목은 ‘통화녹음 윤석열대통령_220509_100104’. 2분30초짜리 파일이다. 검찰은 명씨가 이 녹음 파일을 저장한 USB를 자신의 PC에 꽂아서 지난 2023년 4월과 7월경에 수차례에 걸쳐서 재생한 사실을 PC 포렌식을 통해 파악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공개한 20초 분량의 윤 대통령 육성이 이날 녹음된 통화 중 일부다. 같은 날 명씨는 이 의원에게 “윤 대통령께서 저한테 전화오셨습니다. 윤한홍·권성동 의원에게 그런 말 들은 적 없다고 하시면서 윤상현 의원에게 전화해서 김 전 의원으로 전략공천 주라고 전화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이 공천에 개입한 정황이 확인됐음에도 김씨는 명씨 사건과 관련해 단 한 번도 소환 조사를 받지 않았다. 검찰 내부서도 봐주기 논란을 피하기 힘들다는 비판이 역력하다. 검찰의 봐주기 논란에 불을 지펴온 민주당 등 야 6당은 수차례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해 왔다. 수사 대상에는 명씨와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범여권 ‘잠룡’부터 윤 전 대통령과 김씨까지 포함됐다. 못 미더운 수사기관 당초, 명태균 특검법 초안에는 윤 전 대통령과 김씨의 2022년 대우조선 파업 등 의혹과 관련해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하려 했다. 하지만 ‘불법적 정황 증거’를 파악하기 힘들 수 있다는 판단 하에 인지 수사 범위를 확대하는 것으로 보완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정책 결정과 사업에 개입했다는 것으로 수사 대상을 한정 짓지 않고 추가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명태균 특검법 제2조 제6항에는 ‘제1호부터 5호까지 관련된 의혹 사건에 대한 증거인멸 및 범인 도피, 조사·수사를 고의적으로 지연·해태·봐주기를 하는 등 공무원의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를 했다는 의혹 사건’이라고 적시돼있다. 이는 창원지검이 현재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에도 수사 진척 사항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만큼,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지연시키거나 미진하게 수사를 진행한 부분이 있다면 이 부분을 직무유기 또는 직권남용으로 특검 수사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러나 이 특검법은 지난달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에게 가로막혔다. 민주당은 이번 주 명태균 특검법에 대한 재표결에 나선다. 이는 조기 대선 레이스에 맞춰 명태균 게이트 의혹을 수면 위로 꺼내 윤 전 대통령과 김씨, 국민의힘 차기 대선주자들을 동시에 흔들겠다는 계획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명태균 특검법이 국민의힘 차기 주자로 꼽히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을 향한 견제구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명씨와 연관된 의혹 당사자로 거론되는 상황서 명태균 특검법 움직임 자체가 압박이 될 수 있다. 오 시장 측은 “명씨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받아본 적도 없다”며 비용 대납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전면 부인해 왔다. 또 명씨 주장에 “새빨간 거짓말” “전혀 사실이 아니다” 등의 표현으로 강하게 반박했다. ‘명태균 게이트’ 봐주기 의혹 해소 급선무 “성과 뺏기면 안 돼” 강도 높은 수사 예고 “여러 차례 만났다”는 주장에 관해서도 오 시장 측은 ‘2021년 1월께 김 전 의원 소개로 명씨를 두 번 만났고, 당시 캠프 실무를 총괄한 강철원 전 정무부시장이 추가 연락한 것은 맞지만, 부정 여론조사 수법을 확인한 뒤 상대할 가치가 없는 인물이라 생각해 2월께 완전히 끊어냈다’고 입장을 밝혔다. 강 전 부시장은 앞서 검찰 참고인 조사에 출석하면서 “5%의 사실에 95%의 허위를 엮고 있는 명태균 진술의 실체를 명확히 밝히는 자리”라고 하기도 했다. 다만 실제 특검이 가동될지는 미지수다. 거부권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어서려면 200명의 찬성이 필요한데 국민의힘에서 최소 8명의 이탈표가 넘어와야 한다. 민주당은 차기 주자들 간의 역학관계에 따라 국민의힘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명씨와 김 전 의원이 보석으로 풀려난 것도 변수다.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9일 구속 기소된 명씨와 김 전 의원이 신청한 보석을 허가했다. 검찰이 지난해 11월15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이들을 구속한 지 145일 만이다. 재판부는 보석 조건으로 ▲각각 주거지 제한 ▲보증금 5000만원 납입 ▲거주지 변경 시 허가 의무 ▲법원 소환 시 출석 의무 ▲증거인멸 금지 의무 등을 걸었다. 재판부는 “재판 진행 경과 등에 비춰볼 때 구속 기간 만료 내에 공판 종결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 측면 등을 고려해 조건을 부과해 보석을 허가했다”고 사유에 대해 설명했다. 앞서 명씨 변호인은 명씨가 사형이나 무기 또는 장기 10년이 넘는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지 않았고 증거인멸 및 도주 염려가 없는 점, 무릎 건강이 좋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지난해 12월 법원에 보석 허가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씨가 다시 폭로전에 나설 경우 6월 대선 전까지 수사 결론을 내야 한다는 여론이 생길 수 있다. 다만 이미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과도한 여론전에 나서면 역효과를 낼 수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석방되면서 수사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미 출장 조사 등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고, 황금폰을 명씨로부터 제출받아 포렌식을 마치는 등 필요한 증거자료가 상당 부분 확보돼 공소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 중이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한 검찰 간부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이 크냐”는 질문에 “이제는 부담감 없이 마음껏 수사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앙지검 관계자는 “특검에 성과를 뺏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고 수사팀도 의지가 강하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간부 회의를 통해 ‘타협하자’는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요리조리 눈치 보기 검찰은 명씨 사건뿐만 아니라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재수사도 검토 중인 모양새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10월 이 사안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를 들어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고발인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이 검찰 무혐의 처분에 항고해 서울고검은 재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됐던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이 파면 선고 전날인 지난 3일 대법원서 유죄를 확정받으면서 재수사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