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유흥가를 중심으로 카지노 술집이 늘어나고 있다. 술과 함께 다양한 카드 게임 등을 즐길 수 있어 손님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곳의 운영 방식이 실제 카지노와 유사해 도박 중독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카지노 술집은 블랙잭·룰렛·바카라 등 카지노 게임 기구를 설치해 영업을 하고 있다. 입장료 1만원을 지불하면 칩 10∼15개를 지급받아 업소에 비치된 블랙잭·바카라·룰렛 등 게임에 참여할 수 있고 추가로 술과 안주를 주문할 때도 그 가격에 상응한 칩을 제공받아 카지노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이 칩은 최소 단위인 1000원(10개)으로 바꿀 수 있다. 칩을 추가로 얻기 위해서는 음료나 안주를 시켜야 한다.
허가는?
하지만 손님이 도박으로 칩을 따도 돈으로 바꿔주지 않고 술이나 안주, 다른 경품으로 교환해준다. 이 부분에서 제도의 맹점을 이용한 편법 도박이라는 경찰과 환전이 없어 불법이 아니라는 업소 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한 카지노 술집 관계자는 “도박장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이색 술집일 뿐”이라며 “술 등을 시켜야 칩을 주는 건 가게 운영을 위한 방식이고 환전을 해주지 않아 법적인 문제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은 칩을 직접 구입하거나 환전하는 행위가 없더라도 영업으로 재물성이 인정되는 칩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그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은 일시적 오락을 넘어서는 도박행위에 해당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카드게임에 몰입하다 보면 추가 주문 때마다 따라 나오는 칩을 받고자 맥주를 추가로 시키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고 결국 도박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카지노 술집을 자주 찾는다는 직장인 A씨는 “스트레스 해소 차원서 가끔 이곳에 온다”며 “돈으로 칩을 살 수 없다고 했는데 안주나 술을 사야 칩을 준다면 사실상 돈으로 칩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지 않느냐”라고 반문했다.
이어 “강원랜드에 갈 필요 없이 가까운 곳에서 도박을 즐기려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며 “이들은 술 한 잔에 가볍게 카드 게임을 즐기러 오는 사람과 달리 칩을 잃을 경우 흥분하고 난리를 피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카지노 술집 이용자 B씨는 “환전은 불가능하지만 포인트를 적립해 이벤트 등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도박의 구조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양주 몇 병 시켜 하룻밤에 수백만원을 쓴 사람도 있는데 일반적인 보드게임장과 다르다”고 말했다.
특히 칩을 통해 재산상 이득을 취하면 칩의 ‘재물성’이 인정돼 게임 참여자와 업주는 각각 도박과 도박개장죄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다.
이처럼 도박을 접목한 변종 영업이 호황을 누리다 보니 강남, 홍대 유흥가 일대에는 카지노 술집이 우후죽순 들어서고 있는 상태다. 이들 술집은 ‘블랙잭’ ‘갬블’ 등 한 눈에 봐도 카지노 술집임을 알 수 있는 간판을 버젓이 내걸고 성업 중이다.
경찰은 지난 2월 카지노 술집에 대한 특별 단속을 벌여 16개 업소를 적발하고 업주 등 17명을 형사 입건했다.
하룻밤 수백만원 사행성 조장 우려
스트레스 풀기 위한 이색적인 술집?
업주들은 손님이 딴 칩을 양주·향수 등의 상품으로 교환해 줘 도박개장죄 혐의를 받았다. 이들은 업소 내에서 도박 등 사행성 행위를 금지하는 식품위생법상 영업자 준수사항(업소에서 도박이나 그 밖의 사행행위 방지)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강원랜드와 같은 전문 카지노에 가기 전 카지노 술집을 찾아 연습한다는 말이 돌 정도다”며 “기존 사례가 없어 이들 업소에 대한 혐의 입증에 신중을 기하고 있지만 도박을 매개로 해서 재물(술)을 거래한다는 점에서 도박행위 등 사행심을 부추기는 불법영업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최근 이렇듯 유행처럼 번지는 카지노술집에 대한 경찰 단속이 시작됐지만 사법·행정 처리까지 과정서 난항이 예상된다. 경찰은 한동안 기존 카지노 술집을 도박행위로 볼 수 있느냐를 놓고 명확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카지노 술집이 성행하고 도박성이 짙어지자 유권해석을 통해 술집 내 도박행위로 획득한 칩을 현금으로 환전하거나 주류 등으로 교환하는 행위를 불법으로 명시한 상태다.
그러나 카지노술집을 단속하기 위해서는 영업 중인 업소 내에서 게임기 혹은 딜러를 통해 도박이 진행되는 상황과 이를 통해 칩과 금전이 오가는 장면을 정확히 포착해야 해 경찰은 여전히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형태의 술집이 늘어나면 잠재적 도박중독자를 양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윤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실제 도박과 거의 유사한 형태로 운영되는 것 같다”며 “처음에는 놀이처럼 할 수 있겠지만 돈거래를 하게 되면 도박중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단속은?
경찰 관계자는 “현재 카지노 술집의 경우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사행성 조장만을 문제 삼아왔지만 금전으로 칩을 바로 구매하는 등 본격적인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형사처벌도 가능하다”며 “위법성이 있는 카지노술집이 확인되는 대로 대대적인 단속을 통해 불법업소를 근절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