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수 기자 = 검찰 고위 간부의 스폰 의혹이 불거졌다. 제공자는 조폭 출신의 사업가. 그가 관리(?)하던 ‘영감’들이 한두 명이 아닌 것으로 알려져 큰 파장이 예상된다. 법조계에선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의 1호 수사가 되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수처는 검찰 개혁 방안의 하나로, 전직 대통령·국회의원·판검사·지방자치단체장·법관 등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의 비리를 수사, 기소할 수 있는 독립기관을 말한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 기소권, 공소유지권을 이양해 검찰의 정치 권력화를 막고 독립성을 제고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판도라 열리나
1996년 당시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의한 부패방지법서 처음 언급된 이후, 김대중정부 시절 공수처의 신설이 국회서 논의됐으나 무산됐다. 이어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수처법을 발의하며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신설을 시도했지만, 이 역시 2005년 당시 한나라당의 반발로 도입되지 못했다.
이번 정부에선 분위기가 다르다.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공약 중 하나가 바로 권력기관 개혁. 그중에서도 검찰이 도마에 오르면서 그 내부가 요동치고 있다. 특히 가장 굵직한 구조 개혁인 공수처 신설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고 있어 그야말로 폭풍전야다.
만약 공수처가 신설된다면 첫 수사 대상 역시 검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청와대는 전 정권, 전전 정권서 벌어진 검찰 비리 파일을 수집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엔 이른바 ‘스폰서 검사’ 명단도 포함돼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 고위간부 지원 의혹
수입차 대주고 해외여행도
검찰 소식통에 따르면 이명박·박근혜정부서 승승장구해 검찰 고위직을 꿰찬 A씨는 수억원대 스폰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A씨는 일선 검사 시절 크게 눈에 띄지 않다가 MB정권 들어 권력 입맛에 맞게 사건을 맡아 처리하면서 출세가도를 달렸다.
핵심 실세가 주문하는 대로 충실히 따랐다는 이유로 대표적인 정치검찰로 분류됐다.
앞만 보고 달린 A씨의 뒤엔 사업가 B씨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B씨가 A씨에게 최고급 수입 승용차를 제공했다는 게 스폰의 주요 내역. B씨 회사의 법인 명의로 등록돼 공직자 재산신고서 제외된 이 차량은 평소 A씨의 부인이 타고 다녔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B씨는 A씨에게 해외여행 경비를 대준 적이 있고, 고가 자전거까지 선물했다는 후문이다.
A씨는 묵묵부답이다. 입장이나 반론, 해명 등을 요청했으나 어떠한 답변도 들을 수 없었다. B씨도 연락이 되지 않았다. 여러 차례 메모를 남겨도 소용없었다. 담당 직원은 “(둘의 관계를) 전혀 알지 못한다. 물어봐야 하는데 답해줄 사람이 없다. 알아보고 연락을 주겠다”며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꺼낼까 말까
지방 조폭 출신인 B씨는 건설, 전자 등 회사 10여개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큰 손으로 유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B씨는) 조직생활을 하다 상경해 주식에 손을 댔고 대박이 났다”며 “짧은 시간에 막대한 수익을 내 큰손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B씨는) 주가조작 등으로 여러 번 조사를 받았지만 모두 무혐의나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며 “그의 뒤를 누가 봐주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들었지만 확인되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사실 B씨는 과거 사정기관의 강도 높은 내사를 받은 적이 있다. 당시 그 방향이 권력으로 틀어지면서 대형사건으로 확대되는 듯했지만 시간만 질질 끌다 결국 흐지부지됐다.
경찰은 B씨 회사의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서 검찰 고위 인사들에게 금품이 전달된 정황을 포착했다. B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해 확보한 장부가 단서가 됐다. 이 장부엔 B씨가 만난 사람, 장소, 시간, 금품 내역 등이 기록돼 있는데, 정·관계 인사가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 쪽에 금품을 건넨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과거 수사서 뇌물장부 발견
시간만 끌다 결국 흐지부지
B씨가 평소 마당발 인맥을 자랑했다는 점에서 ‘스폰 리스트’에 거물급 인사가 포함돼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찰 관계자도 “장부에 등장하는 인사들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며 “금품수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일단 돈이 오간 표시는 돼있다”고 귀띔했다.
B씨는 조폭 시절부터 지역 유지들과 친분을 쌓기 시작했다. 서울로 진출하면서 대외 행보를 본격화했고, 정·관계로 발을 넓혔다는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전언이다.
한 지인은 “(B씨는) 이명박정권 인사들과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은 박근혜정권 인사들로 확대됐다”며 “자신이 유명인들과 친하다는 말을 주변에 자랑스럽게 하고 다녔다”고 전했다.
경찰은 당초 뇌물수수, 배임, 정치자금법 위반 등의 혐의를 검토했지만 슬그머니 접었다. 내사 종결한 것. 대가성 입증이 어렵거나 직무 내지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단순히 개인적인 친분관계에 의한 금품제공으로 결론지었다.
이렇게 그때 그 의혹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리고 정권이 바뀌었다. A씨와 B씨 스폰 수사가 시작되면 정·관계 게이트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큰 파문이 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