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유명 피서지들이 사람들의 무질서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중 더위를 피하기 위해 챙겨온 그늘 막 안에서의 애정행각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다. 성숙한 시민의식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다.
서울시민들의 대표 쉼터인 한강공원에 불법 야영이 성행하고 있다. 한강공원서 그늘막은 4인용 이내로 오후 9시까지만 허용된다. 그러나 이 규칙을 아는 사람도, 지키는 사람도 거의 없다. 텐트 안에서는 지나친 애정 표현 등의 일탈행위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아이와 갔다가…
서울시는 안이 보이도록 2개 면을 개방한 가로 세로 각각 3m 이내인 소형 텐트만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둔치 곳곳에는 대형 그늘막이나 나무에 줄로 팽팽하게 연결한 대형 텐트가 곳곳에 설치돼있었다.
한강시민공원에선 야영을 금지하고 있다. 공원 안내소는 오후 9시를 전후로 “과태료 100만원이 부과되니 방송을 듣는 즉시 텐트를 철거해달라”는 방송을 여러 번 내보내지만 사람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심지어 그늘막 안에서의 애정 행각은 밤이 오면 더욱 심해진다.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서로의 입에 간식을 넣어주거나 포옹을 하며 심지어 그늘 막 안이 안방인 양 누워 뒹굴며 과도한 애정행각도 서슴지 않는다. 흡사 성행위를 연상시킬 수 있는 행동도 사람들의 시선 따윈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이뤄진다. 연인들의 과한 애정행각은 여의도 한강공원 어디서도 어렵지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연인이라고 밝힌 30대 남녀는 과도한 애정행각에 대해 “(우리도 사귀는 사이지만) 공공장소서 (과도한 애정행각을 하는 등) 그러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며 “사회가 많이 개방돼 예전만큼 남들 시선을 의식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친구들과 한강공원을 찾은 20대 남녀 대학생들은 “세상이 변한만큼 연인 간에 다정함과 친밀감을 표시하는 수준의 애정 표시는 우리 사회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는 과도한 신체접촉이나 애무 행위는 단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섯 살배기 딸과 함께 공원을 찾은 김모(40)씨는 “밤이 되면 과도한 애정표현을 서슴지 않는 사람들로 이제는 해가 지면 곧장 공원을 떠난다”며 “다수의 사람이 이용하는 곳이니만큼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포옹 정도야 예쁘게 봐줄 수 있지만 가끔은 ‘심하다’ 생각이 들 정도로 과도한 접촉이 보이는 경우가 있어 아이들 보기 낯 뜨거울 때가 종종 있다”고 염려했다.
여의도 한강공원서 치안 봉사활동 하고 있는 이모(54)씨는 “쓰다버린 휴지뭉치와 콘돔을 치우는 일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겉보기엔 멀쩡한 사람들이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과태료 부과 경고도 개의치 않는 커플
공원마다 골칫거리…아예 설치 금지도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안내판 설치나 안내방송 등 계도 위주의 현장관리에는 한계가 있다”며 “서로를 배려하는 시민들의 의식이 자리잡을 때 한강공원은 진정한 시민들의 공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쉼터인 서울숲은 아예 그늘막 사용 자체를 금지시켰다. 지난 4월 서울숲 측은 홈페이지를 이용해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즐겁고 쾌적한 공원을 만들기 위해 그늘막 설치를 부득이하게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를 접한 서울숲 이용자들은 “몇몇 사람들 때문에 성의껏 규칙 지키는 사람들까지 피해본다”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들은 아쉽겠지만 무개념들 생각하면 차라리 잘 됐다 싶다” “물론 잘 지키는 사람들도 많지만 하도 진상을 많이 본 저는 대찬성” “처음 허용할 때부터 무리수더라니 캠핑촌도 아니고 공원인데 돗자리로 충분” 이라는 반응들을 보였다.
을왕리 해수욕장의 백사장에는 형형색색의 텐트와 파라솔이 가득 들어차 있다. 가족 단위 피서객들도 있었지만 대부분 10대 청소년들이 삼삼오오 모여 해수욕을 즐기거나 텐트 안에서 애정행각을 벌인다.
이런 광경은 해수욕장 곳곳서 쉽게 볼 수 있다. 일상서 벗어난 남녀학생들은 주위의 시선쯤은 아랑곳하지 않고 애정행각을 벌인다.
이곳은 수도권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이면 올 수 있는 데다 방값도 싸 청소년들의 단골 휴가지가 된 지 오래다.
여름 한철 이곳 안전을 담당하는 중부경찰서 을왕리 여름치안센터 관계자는 “밤에는 더 가관이다. 어린아이들이 담배와 술은 물론 텐트서 성관계까지 맺는데 경찰이라고 일일이 청소년들을 조사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속칭 ‘꽃뱀’ 여학생들도 등장했다. 성인들을 자신의 텐트로 유인해 잠자리를 같이 하고 다음날 경찰에 신고해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받아내는 청소년들도 있다는 것이 이곳 치안센터 관계자들의 얘기다.
목격자만 고역
원치 않게 남들의 애정행각을 목격하는 사람들은 고역일 수밖에 없다. 과거엔 인적이 드문 곳을 찾거나 적어도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서 애정행각을 벌였지만 최근엔 이러한 최소한의 에티켓마저도 지키지 않는 연인들이 늘고 있다. 더욱이 스릴을 느끼기 위해 공공장소서도 버젓이 성행위까지 갖는 연인들 때문에 경찰들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무더위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이들의 활동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