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 숲길 체험 ①양평 산음자연휴양림

사계절 보약같은 ‘치유의 숲’

숲은 듣는다. 밤사이 피운 꽃망울의 열림, 바람 따라 여행을 시작하는 씨앗의 떨림, 서걱서걱 풀잎을 꿰는 애벌레의 움츠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한 걸음 비켜서서 물길을 틔운다.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싹을 틔우고, 때가 되면 스스로 거름이 된다.
 

숲은 인내하고 생명을 보듬고 마지막에 길을 낸다. 숲을 찾는 사람에게 내미는 손길과 발길이다. 양평에 자리한 산음자연휴양림의 숲길이 그렇다. 화려하지 않아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공간이다. 휴양림은 사계절 내내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숲을 품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면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산그늘 우거진 숲길

산음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휴양림 인근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 산그늘에 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휴양림에 도착하면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았고, 국수나무와 병꽃나무, 쪽동백, 노린재나무가 어른 키와 맞닿는다. 

숲길은 매표소와 야영장을 지나 산림문화휴양관서 시작한다. 건강증진센터 기준으로 왼쪽 치유의 숲과 2야영장 오른편에 난 치유의 숲을 따라 전체 2km 정도 산책로가 이어진다. 건강증진센터 입구의 데크 로드는 약 260m로 잣나무 숲에 조성됐다. 센터 뒷길서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천천히 걸으며 고개를 숙여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계절은 낮은 곳부터 천천히 오는 모양이다. 초록 잎을 이불 삼아 덮은 홍자색 족도리풀도 그렇다. 땅의 온기에 기대어 새색시 족두리처럼 오므린 입을 둥지의 아기 새처럼 봄 햇살을 향해 벌린다. 


족도리풀은 커다란 잎 아래 숨어 땅벌레가 꽃가루받이 해준단다. 그 뿌리인 세신이 진통에 효과가 있고, 구취가 심할 때 좋아 은단의 원료로 활용되는 풀이다.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의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 
 

벌이 와서 수정되면 꽃 색이 변한다는 병꽃나무, 쪽동백과 당단풍이 하나가 된 연리목도 만날 수 있다. 연리목은 시간이 흐르면 유전자를 공유하며 살아간단다. 

산음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은 양 갈래 큰 숲길 사이로 오솔길이 다리처럼 나서 오르다가 힘들 때 옆으로 내려오면 된다. 걷다 보면 거미줄이 가로막기도 한다. 멈춰 세웠다고 탓하지 말자. 자연을 걸으며 뿌리내린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니까. 

숲길 따라 아홉 갈래 계곡물 소리가 발길에 장단을 맞춘다. 여름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산책하듯 걷다가 편평한 돌에 걸터앉아 계곡물에 발 담그면 피로가 사라진다. 일급수에 산다는 도롱뇽도 만날 수 있다. 돌덩이를 들추면 도롱뇽 알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청량한 공기·새소리가 만병통치약
한 번 온 사람은 꼭 다시 찾는 안식처

산음자연휴양림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다.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LOVE 포토 존과 생태연못, 산음약수터가 나온다. 야영데크서 시원한 밤을 보내는 이들, 멀리 지방서 물맛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등산객까지 모든 이의 목을 적셔줄 소중한 수원이다. 

산림청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산림치유지도사가 건강증진센터에 상주하며 이용객을 대상으로 명상, 숲 속 체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하지 않아도 당일 5인 이상이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처음 참여할 때는 어색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숲길을 걷고 나면 어느새 마음을 열고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치유가 시작되죠”라며 한 번 온 사람들이 다시 찾는다고 했다. 혼자 숲길을 걸을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되는 숲 해설은 산림문화휴양관 인근 정자서 시작한다. 이곳 뚝딱이 공방에서도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목공예 체험이 가능하니,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로 찾아도 좋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온다는 야영객은 221·222번 야영데크를 추천한다. 이른 아침 곤줄박이와 동고비, 다람쥐가 주로 찾는 곳이란다. 청량한 공기, 새소리와 함께 맞는 아침은 만병통치약이다. 
 

청정 도시로 알려진 양평은 찾아갈수록 마음이 물드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자연정화 공원 세미원, 용문산 용문사로 향하는 산책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의 수숫단 오솔길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모든 길이 양평으로 난 셈이다. 두물머리는 서울서 1시간 거리로, 그 고즈넉함을 맛본 이들은 이른 새벽에 찾는다. 

조선시대에 이곳은 강원도 산골서 뗏목 타고 물길 따라 한양으로 향하는 떼몰이꾼들이 하루 쉬었다 가는 지점이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얼싸안으며 흐르는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세 그루가 한 그루처럼 생긴 느티나무가 이곳의 상징이다. 

동심과 마주하다

두물머리서 배다리를 따라 강을 건너면 세미원이다. 자연정화 공원으로 조성된 이곳은 7월이면 연꽃이 피어 더욱 아름답다. 세미원은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서 유래한 이름이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인데, 정원에 가득한 수목과 풍경에 마음이 놓인다. 
 

용문사로 향하는 길 또한 힐링이 된다. 1km 남짓한 길에 흐르는 도랑물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현재 우리나라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다. 

수령 1100년으로 추정되며, 가까이서 보면 장엄한 자태와 영적인 기운까지 느껴진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테라로사 서종점도 인기다. 시간대에 따라 갓 구운 빵이 나와 식사 후 카페 나들이하기 좋다. 붉은 벽돌 건물 내부는 1·2층 중간이 트여 커피 공장 같다. 테라로사 바로 옆에는 다양한 영업점이 있어 볼거리도 많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단편소설 〈소나기〉에 묘사된 장면을 재현한 공간이다.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 배경이 바로 양평. 황순원문학관은 지상 3층 규모로 황순원 선생의 유품과 작품을 전시한다. 학의 숲, 송아지 들판, 수숫단 오솔길을 걸으며 동심과 마주할 시간도 놓치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두물머리→세미원→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테라로사 서종점→산음자연휴양림 
1박2일 코스 [첫째 날] 두물머리→세미원→들꽃수목원→양평군립미술관→용문산관광단지→용문사 [둘째 날] 산음자연휴양림→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잔아문학박물관→테라로사 서종점→남양주종합촬영소→수종사

관련 사이트
- 양평문화관광 http://tour.yp21.net
- 세미원 http://www.semiwon.or.kr
- 산음자연휴양림 http://www.huyang.go.kr
- 산음 치유의 숲 프로그램 예약 http://cafe.naver.com/saneumhealing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http://www.sonagi.go.kr

문의 전화
- 양평군청 관광기획팀 031)770-2068
- 산음자연휴양림 031)774-8133
- 세미원 031)775-1834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031)773-2299 
- 테라로사 서종점 031)773-696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양평,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2회(06:15~21:30) 운행, 약 50분 소요. 상봉시외버스터미널서 하루 4회(07:00~18:30) 운행, 약 1시간 소요. 양평시외버스터미널서 2-2·2-5·2-11번 시외버스, 고복 정류장 하차, 약 2시간30분 소요. 산음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1km.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상봉시외버스터미널 02)323-5885 버스타고 http://www.bustago.or.kr 양평시외버스터미널 031)772-2341

[기차/전철] 청량리역-용문역, 무궁화호 하루 9회(07:00~23:25) 운행, 약 40분 소요. 경의중앙선 용문역 하차. 용문버스터미널서 2-2·2-5·2-11번 시외버스, 고복 정류장 하차, 약 1시간20분 소요. 산음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1km.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서울도시철도공사 1577-5678, http://www.smrt.co.kr


자가운전
설악IC교차로→신천중앙로 따라 18.5km→양평·단월·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석산로 6.5km→고복·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산음보건진료소 지나 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고복길 따라 약 3km→아띠울펜션 지나자마자 우회전→산음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산음자연휴양림 : 단월면 윗고북길, 031)774-8133, http://www.huyang.go.kr
- 용문산리조트펜션 : 용문면 연수로590번길, 031)772-3340, http://www.ypguide.co.kr
- 수다락펜션 : 단월면 윗고북길, 010-3753-2501

식당 정보
- 문리버(한방약오리백숙): 강하면 전의1길, 031)774-2714
- 식사는바우네집으로(백반): 서종면 중미산로, 031)775-2169 
- 포마이도터(수제버거): 종면 꽃대울2길, 031)775-7030

행사 정보
2017세미원봄빛정원문화제: 6월18일까지, 세미원(오후 9시까지)

주변 볼거리
두물머리, 세미원, 용문사, 구둔역, 양평레일바이크,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양평군립미술관, 민물고기생태학습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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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