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천국’ 대한민국 현주소 ④

연예계, 끊임없는 법정공방

(왼쪽부터) 송일국,안재욱,강호동,배용준,김건모

전속계약 문제·수익금 배분 계약 분쟁…연예인과 소속사 간 소송 단골 메뉴
초상권 분쟁…한류 스타들의 해외 초상권 피해 급증·다양한 대처방법 필요


최근 들어 연예인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법적 분쟁이다. 한솥밥을 먹던 매니지먼트사와 연예인의 전속계약 분쟁에서부터 초상권이나 저작권 침해, 계약 불이행, 사생활 침해 등 ‘연예인 소송’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제기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불어 닥친 ‘한류’ 바람으로 스타 연예인의 수익규모가 ‘움직이는 중소기업’급으로 커지면서 이를 둘러싼 각종 분쟁의 양상도 다양해지고 있다.

 “소송 없는 곳, 어디 없나요”

요즘은 연예인과 전·현소속사 간의 전속계약 문제와 수익금 배분 계약 분쟁이 소송의 단골 메뉴이다. 연예인과 기획사 간의 전속계약은 근로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다.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최저 임금조차 받지 못하는 연예인들도 많다.
배우 이준기는 현재 소속사와 치열한 법적 분쟁중이다. 양측은 전속계약과 관련해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약속 불이행에 따른 계약 해지통보로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안재욱 전 소속사 M사 상대로
노동부에 진정서 제출한 상태

소속사 측은 이준기와 그의 매니저를 상대로 전속계약 위반 및 수익금을 빼돌림 혐의(사기 및 횡령) 등으로 형사고소까지 했다. 이준기도 그동안 출연 수익금을 전 소속사가 빼돌리고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맞고소했다.
가수 김건모도 전속계약 위반으로 7억원대 소송을 당했다. 김건모의 소속사 라이브플러스는 김건모를 상대로 7억5천만원을 요구하는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차분한 연기로 사랑 받는 배우 정애리도 현재 소속사와 분쟁중이다. 정애리는 현 소속사를 상대로 지난해 11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걸어 현재 서로 맞고소하는 상황으로 악화됐다.

가수 박효신은 전속계약 위반으로 피소돼 1심에서 패소했다. 박효신의 전 소속사는 ‘전속 계약에 따른 활동에 협조하지 않은 채 전속계약금과 선급금 등 총 22억원의 이익을 취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9월5일 박효신에게 ‘전 소속사에 15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안재욱은 전 소속사 M사를 상대로 자신이 받아야 할 수익금 3억1천여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안재욱 측은 ‘2008년 3월 M사로부터 일부 직원들이 정리해고 됐지만 퇴직금·경비·급여 등 6개월이 지나도록 지급되지 않았다’며 노동부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다.
이정재, 김아중, 현영, 한혜진 등도 전 소속사와 전속계약 관련 법적 분쟁에 휘말린 바 있다.
스타의 초상권과 관련된 법적분쟁도 잦다.

지난해 강호동, 이나영, 송일국 등 유명 연예인 65명은 연예인 모의주식시장 사이트 엔스닥이 자신들을 사적인 거래 대상으로 삼고 상업적으로 이용해 인격권과 퍼블리시티권, 초상·성명권을 침해하고 사이트에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과 정제를 불가능하게 해 자기정보통제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초상권 침해는 심각한 국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짝퉁 천국’으로 불리고 있는 중국은 한류 스타들의 사진을 이곳저곳 무분별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것도 스타의 이미지와는 상관없는 상품이나 업종에까지 이용되어 초상권은 물론 한류 스타로서의 이미지까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영애, 채시라, 김현주, 이완, 전지현, 송혜교, 김남주, 문근영 등이 식당, 산부인과, 이발소, 다이어트, 노래방 광고 모델로 중국인과 만나고 있다.

중국은 초상권에 대한 개념 전무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사진 사용

전지현, 정우성, 조인성 등 한류스타 7명은 자신들의 인터뷰 및 화보 사진을 일본에서 유료 서비스한 잡지사를 상대로 3억5천만원의 소송을 제기했다. 배용준, 장동건 등은 초상권 침해 소송에서 승소했다.

중국 출장을 자주 다니는 한 연예 관계자는 “중국에서는 초상권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여 보이는 대로 닥치는 대로 사진을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최근 한류 때문인지 한국 연예인들의 사진이 특히 빈번하게 도용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05년 배용준, 이병헌 등 대표적인 한류스타들이 일본 기업 등을 상대로 초상권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한류 스타들의 해외 초상권 피해에 대한 대응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초상권에 대한 인식이 일본과 중국이 엄연히 다른 만큼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계약 불이행으로 법정에 서는 스타도 늘고 있다. 배우 최민수는 2003년 대하드라마 ‘한강’의 출연료로 1억8천만원을 미리 받았으나 출연이 무산됐다. 이에 휴우엔터테인먼트는 이를 반환하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이후 양측은 원만한 합의로 소를 취하했다. 대신 최민수가 순차적으로 1억8천만원을 돌려주기로 했다.

‘룰라’의 이상민은 음반계약을 체결한 Y사로부터 ‘계약 불이행에 따른 선급금을 반환하라’며 1억7천8백만원 상당의 선급금 반환 청구 소송을 당했다.
Y사 측에 따르면 Y사는 2006년 이상민이 기획, 제작하고 배우 최민수가 부르기로 한 음반에 대해 독점계약을 체결하고, 룰라 6집의 인세에서 제하는 조건으로 선급금 6천만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발매 예정일로부터 2년이 지나도록 음반이 나오지 않자 Y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가수 비와 비의 전 소속사인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미국 법정에 설 것으로 보인다. 비는 지난해 불발된 하와이 공연을 주관한 현지법인 클릭엔터테인먼트로부터 피소를 당했다. 클릭 측은 콘서트 관련 비용과 손해배상금을 포함해 4천만달러(한화 약 4백3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배심재판은 오는 11월4일 하와이 현지 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다.

계약 불이행…드라마 출연·음반 발매·콘서트 개최 등 막판 뒤엎기
사생활 침해…열애설이 터졌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이 ‘법적 대응’

연예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사생활 침해에 관한 소송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늘 대중 앞에 서야하는 연예인들은 항상 사생활 침해의 위험 앞에 노출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디까지가 사생활 침해이고 어디까지가 아니라는 기준도 애매한 상태다.

연예인들이 열애설이 터졌을 때 가장 많이 하는 것은 무엇일까. 다름 아닌 ‘법적 대응’이다. 하지만 열애설이 사실일 경우에는 모든 내용이 법적 대응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연예인들은 유명인이고 공인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사생활 공개에 대해서는 감수해야 된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배적 의견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보통 일반인들의 경우는 사생활이 굉장히 엄격하게 보호가 되지만 유명인의 경우 국민들이 그들의 삶에 대해서 알고 싶어하는 알 권리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사생활 보호가 축소된다.

연예인들은 자신과 관련된 이야기가 보도되면 ‘사생활 침해’라며 반발한다. “마음대로 데이트는 물론 사귀지도 못하냐”며 불만을 터트리고 소송을 운운한다.

게시판에 사진 오를 정도로
사생활 침해 늘고 있는 실정

하지만 이 경우 소송으로 가면 ‘사생활이 사실이냐 아니냐’, ‘어느 정도 사귀었냐 아니냐’는 문제로 증폭이 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연예인들이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소송을 하는 사례가 거의 없다.
엔터테인먼트 전문인 한 변호사는 “‘어느 유명 연예인이 누구와 사귄다. 누구와 만난다’ 정도의 정보는 연예인에게 사생활에 해당하는 정보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유진,이나영,최민수그는 이어 “누구와 누가 열애를 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기자가 그것을 취재하는 것은 하나의 취재이고 보도에 해당하는 것이지 사생활 침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최근 가장 크게 연예인들의 사생활을 침해한 사건은 2005년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 놨던 ‘연예계 X파일’ 사건. 모 조사기관에서 작성한 이 문서에는 1백여명에 이르는 국내 연예인들의 확인되지 않는 소문이 실려 많은 연예인들에게 심적고통을 안겨줬다.

2003년에는 유진, 서인영 등 일부 연예인들의 친선모임 사진이 e메일 해킹을 통해 유포돼 경찰조사까지 이뤄지는 일이 있었다. 스타들이 친목을 위해 비밀리에 결성한 사이버카페 ‘산채비빔밥’도 누군가의 해킹으로 인해 정보가 누출돼 해체되는 운명을 맞기도 했다.

이같은 관심은 이제 연예인들의 가족, 친지들에게까지 넓어져 어느 연예인의 동생, 어느 연예인의 언니가 수만명의 팬카페 회원을 거느리는 일도 비일비재해졌다. 또 연예인들의 초등학교 사진, 친구와 찍은 사진 정도는 별다른 죄의식 없이 각종 게시판에 오를 정도로 사생활 침해의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까지 나온 연예인 사생활 침해 판례는 연예인이 과거 앓았던 병, 밝히고 싶지 않은 가족 관계, 그리고 수영복 사진을 은밀하게 찍어서 공개한 경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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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