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그만큼 삶은 퍽퍽해진 탓이다. 대부분 국민은 취업, 출산, 군대, 노후, 주거, 교육 등으로 마음 편할 날이 없다. 그동안 정부 정책은 매번 실패했다. 새 대통령에게 마음 편히 믿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바란다.
‘믿을 사람이 없다’(OECD 35개국 중 23위), ‘사법시스템도 못 믿겠다’(34위), ‘의지할 사람 없다’(34위), ‘사회규범이 잘 작동하지 않는다’(17위), 한국의 신뢰, 규범, 네트워크 등 3대 사회적 자본의 현주소가 국제사회서 바닥수준이다.
특히 신뢰도의 경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35개 회원국의 사회신뢰도 조사 결과, 한국의 불신 장벽은 하위권이다. 사법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역시 한국은 신뢰도 27%로 34개국중 33위를 차지해 최하위권이었다.
의심·불신 팽배
‘다른 사람들을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한국은 26.6%만이 그렇다고 응답해 전체서 23위를 차지했다. 덴마크가 74.9%로 사회신뢰도 순위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은 노르웨이 72.9% (2위), 네덜란드 67.4%(3위) 순이었다. 일본은 38.8%(13위), 미국은 35.1%(17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불신이 만연한 사회서 국민들은 새 대통령에게 ‘믿음 가는 나라’를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 청년들은 취업 문제로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치열하고 좁은 취업 시장 속에서 청년들은 희망을 잃고 있다. 대학을 졸업한 고학력 실업자가 사상 처음으로 50만명을 넘어섰다. 구직 활동을 하지 않거나 아예 취업을 포기한 대졸 이상 비경제활동인구도 최초로 35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달 24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 1/4분기 국내 전체 실업자 116만7000명 가운데 46.5%인 54만3000명이 대졸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학력별 실업자는 대졸에 이어 고졸 45만1000명, 초졸 이하 9만9000명, 중졸 7만5000명 순이었다. 분기 기준 대졸 이상 실업자가 50만명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전문가들은 임금, 근로조건 등 일자리 질에 차이가 크게 나면서 차선의 일자리보다는 스펙 쌓기, 취업 학원 수강 등 시간이 걸려도 좋은 일자리를 찾는 구직자가 늘고 있다고 풀이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등 임금 격차 확대가 이같은 고학력 백수를 늘리는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최근에는 중장년 재취업도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연금연구원의 ‘은퇴 예정자를 위한 노후준비 교육프로그램 개발’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전국의 40∼59세 직장인 529명(남자 396명, 여자 133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 노후준비 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가 74.9%에 달했다. 100세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중장년층이 은퇴 후 재취업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음 놓고 아이도 낳지 못하는 세상이 됐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 2월 출생아 수는 3만600명으로 2015년 12월 이후 15개월 연속 감소했다. 올 연간 출생아 수가 36만명대로 주저앉을 거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2002년 이후 15년 만에 40만명 선마저 붕괴되는 ‘출산절벽’에 내몰리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의 심각성은 오래전부터 대두됐지만 지난 이명박-박근혜 보수정부 9년 동안 근본적인 해법 정책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나마 만 3~5세 어린이들의 무상보육인 누리과정이 이명박-박근혜 정부를 상징하는 보육정책이다.
이명박정부가 임기 말인 지난 2012년 3월 5세 아동을 대상으로 첫 시행했고, 박근혜정부는 정부가 들어선 첫해인 2013년 3월부터 만3세부터 확대 실시했다.
자녀 군대 보내고 못자는 부모들
돈 걱정에…애 낳기 무서운 세상
이번 19대 대선주자들은 하나같이 진일보한 보육정책들을 내놨다. 저출산이 단순히 먹고 살기 힘든 차원의 문제가 아닌 가부장적 문화, 여성의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등이 원인으로 지목한 것이다. 향후 부모 ‘공동육아’를 위해 육아휴직 연장, 국공립 유치원 확대, 아동 수당 지급 등이 다수 후보들의 공통된 공약이다.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 때문에 늘 이사를 다닌 사람들도 많다. 서울서 내 집 마련을 하려면 4차례 집을 옮겨 다니며 8년간 돈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토연구원의 ‘2016년도 주거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생애 첫 집을 사는 데 걸린 기간은 평균 8년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 평균 6.7년보다 1년 이상 길다. 서울서 내집을 사기까지 평균 이사 횟수는 4차례였다.
특히 서울 집값은 연소득 대비 8배 이상 높았다.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이 중위수 기준 8.3배다. 전국 PIR은 5.6배이고 전북(3.3배)과 전남(3.4배)은 서울의 절반을 밑돌았다. 서울에 사는 세입자 10명 중 4명은 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과다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서울서 월 소득의 30% 이상을 주거비로 지출하는 세입자는 전체 40%에 달했다. 월 소득 대비 임대료 비율(RIR)이 30%가 넘으면 과다한 수준으로 본다. 특히 서울 노인 1인가구의 RIR은 중위수 기준 50.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는 군대가 자식 걱정에 잠 못 이룬 밤을 보낸다. 지난 5년간 군복무 중 사망한 군인은 약 500명으로 이 중 절반 이상은 자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박주민(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군사법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군대 내 사건·사고로 사망한 사람은 476명이었다.
‘군 내 사망사고’는 영내 활동과 휴가·외출·외박, 퇴근 후 영외에서 발생한 사고를 포함한다. 2012년 111명, 2013년 117명, 2014년 101명, 2015년 93명으로 매년 약 100명이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자살이 311명(65.3%)으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교통사고(53명), 추락사(23명), 익사(16명), 폭발(5명), 총기 사건(5명·이른바 ‘임 병장 사건’건), 폭행으로 인한 사망(1명·‘윤 일병 사건’) 등이 뒤를 이었다. 이 때문에 군에서 사망한 군인들의 유가족으로 이루어진 ‘의무복무중 사망 군인의 명예회복을 위한 전국 유가족협의회(이하 군 유가족협의회)’는 특정 대선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은 ‘사교육 공화국’이란 표현이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학생들이 사교육을 많이 받는다. 만 15세 한국 학생들이 받는 사교육은 일주일당 평균 3.6시간(201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사교육 시간이 가장 길다. 회원국 평균(0.6시간)의 6배에 이른다. 지난 3월 4일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 중 67.8%가 사교육을 받았다.
신뢰도 최하위권
또 같은달 교육부와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사교육비는 월평균 25만6000원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가장 높고, 증가폭 역시 가장 컸다. 더욱 우려스러운 대목은 월평균 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가 사교육에 쓴 돈이 한 달 44만3000원꼴로, 소득 100만원 미만 가구(5만원)의 8.8배에 달해 2015년 6.4배보다 격차가 커졌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결국 사교육 번성의 주범은 부실한 공교육”이라며 “사교육 공화국을 벗어나기 위해선 초·중·고 공교육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