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레드모델바 김동이 대표의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 30>

한국에서 호스트빠 돌입“나 김동이야!”

전국 20여개 지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최고의 여성전용바인 ‘레드모델바’를 모르는 여성은 아마 별로 없을 것이다. 현재 레드모델바는 기존의 어두운 밤 문화의 하나였던 ‘호스트바’를 건전하게 바꿔 국내에 정착시킨 유일한 업소로 평가받고 있다. 이곳에 근무하는 ‘꽃미남’들만 전국적으로 무려 2000명에 이르고, 여성들의 건전한 도우미로 정착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일 밤 수많은 여성손님들에게 생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성공의 배경에는 한때 ‘전설의 호빠 선수’로 불리던 김동이 대표의 고군분투가 녹아있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삶과 유흥업소의 창업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 <여자의 밤을 디자인하는 남자>를 펴낸다. <일요시사>는 김 대표의 책 발행에 앞서 책 내용을 단독 연재한다.

“혹시 호스트빠 선수 해본 적 있어요?”
“야 임마,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할 것 아냐!”

■ ‘대박’ 그리고 한국행
가와사키에서 번 돈과 지인의 도움으로 나는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호빠가 지긋지긋해 강원도로 내려가 농부의 삶을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된 강원도에서의 삶은 무려 6개월이나 계속됐다. 감자에서 싹이 나고, 잎이 나고, 그리고 그 잎이 다시 시들었다. 뜨거운 감자를 먹는 맛은 예나 지금이나 일품이었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친구 병국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그 역시 일본 오사카쪽의 호빠에서 선수로 뛰었다고 한다. 멋진 자동차를 몰고 온 것을 보니 ‘공사’에 성공한 듯 싶었다. 역시나, 병국이는 일본에서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는 병국이에게 가게를 차려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행복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렇게 병국이는 그 여자와 헤어지고 다시 한국으로 나온 것이다.
“동이야, 우리 다시 일본가자. 넌 이렇게 농사나 지으면서 살 놈이 아니라고!”
“미안하다. 병국아, 하지만 난 이제 다시 그 생활에 안돌아가려고.”
병국이에게는 보름간의 시간을 달라고 했다. 녀석이 떠나면서 했던 말이 귓가를 떠나지 않았다.
“야 임마, 한번 시작했으면 끝을 봐야 할 것 아냐!”
그래, 사실 나도 끝을 내보고 싶었다. 한번 뛰어든 호빠 세계에서 멋지게 성공하고 싶었다. 도시의 생활 속에서 나를 확인하고 싶었고 녹슬지 않은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다시 한 번 화려한 성공을 꿈꾸겠다는 생각이 마음 깊은 곳에서 조금씩 스며올라오고 있었다. 결국 나는 다시 일본으로 입국을 하게 됐다. 화류계란 정말 이런 곳이었을까. 한번 맛보면 결코 끊을 수 없는 곳.
후쿠오카의 호빠에는 10명 정도의 선수들이 있었다. 사쪼도, 마마도 모두들 나를 반겨했다. 아마도 병국이 녀석이 뻥튀기를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완전히 거짓말을 한 것도 아니니 그리 기분 나쁜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완전히 몸을 담을 생각은 없었다. 어차피 여행비자로 들어갔으니 15일간의 체류만이 허용될 뿐이었다. 그 기간 동안만 일을 해본 뒤 다시 판단을 내려볼 생각이었다.
첫날은 그럭저럭 손님들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손님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무료하게 손님을 기다리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사실은 예전에 가와사키에서 했던 ‘신화’를 다시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은 생각도 있었다. 거기다가 지금의 이 상황을 반전시킬 아이디어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입을 꾹 다물었다. 이제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심정도 아니었을 뿐만 아니라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엮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병국이에게 한국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하자 녀석은 이번에는 오사카로 가보는 게 어떻겠냐고 했다. 하지만 이제 나는 더 이상 돈의 노예가 되어서 살아가는 것이 싫어졌다. 돈이 많아서가 아니라 진짜 내가 하고 싶은 것, 정말로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행복이라는 것을 위해 한번 살아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이제 일본은 영원히 접자. 다시는 오지 말자.’

■ 한국에서의 호스트
한국 공항에 도착한 나는 다시 막막한 인생의 골목길에 마주선 듯한 느낌이었다. 가슴은 터질 것 같았지만 세상은 너무도 고요했다. 그 순간 뭔가 이상한 것에라도 끌린 듯 춤을 추고 싶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이태원으로 향했다. 알함브라라는 나이트 클럽. 그곳에 가기로 했다. 미친 듯이 춤을 한번 춰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굉음이 귓가를 때렸다. 웨이터는 ‘부킹’이라며 수없이 많은 여자들은 반강제로 끌고 와 내 옆에 앉혔다. 하지만 썩 내키지 않았다. 여자와 부킹을 하러 온 것이 아니라 그저 내 마음을 달래러 왔기 때문이다. 그냥 오늘 만큼은 타인이 아닌 나 스스로와 친구가 돼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갑자기 웨이터가 다시 나에게 왔다.
“저, 어떤 남자분이 잠깐 이야기 좀 해보고 싶으시다는데요?”
부킹천국인 나이트클럽에서 웬 남자가 나에게?
그때 잘생긴 남자 한명이 나에게 다가와 깍듯한 예의를 차리며 인사를 했다. 호스트빠 마담이었다. 일행이 세명이 있는데 함께 놀자고 했다. 나로서는 어떻게 되든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호빠 마담들은 익숙할 대로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게 새벽 5시까지 함께 술을 먹고 부킹을 하며 정신없이 놀았다. 낮에 비행기에서 내렸을 때의 막막함은 여자들의 웃음소리, 취기와 함께 사라져 버렸다.
다음 날 아침, 마담이 물었다.
“혹시 호스트빠 선수 해본 적 있어요?”
순간 망설였지만 나는 거짓말을 했다.
“아뇨, 없는데요.”
그가 근처에서 차나 한잔하자고 했다. 그는 즉석에서 나에게 매우 유리한 조건의 제안을 했다. 하루에 두 테이블 이상은 무조건 책임지겠다는 것이었다. 거기에다 숙소에서 함께 생활하자고 했다. 나는 좀 더 생각해보겠다고 했지만 이미 마음은 정해졌다.
다음 날 나는 마담에게 전화를 했고 그는 반갑게 나를 맞이해주었다. 드디어 다시 한국 호스트빠에서의 첫 방. 거만한지 모르겠지만, 이미 나를 따라올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내가 잘한다기보다 일본에서 겪었던 그 혹독한 시간들이 이미 나를 최고의 에이스로 만들어 놓았던 것이다. 입심이면 입심, 음담패설이면 음담패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감동으로 쓰러질 정도로 배려를 해주었다. 하루에 버는 돈은 30만원. 이미 마담들에게는 소문이 쫙 났다. ‘김동이가 들어가면 된다’는 것이다. 차라리 일본에 안 가고 한국에서였다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 지옥 같던 일본도 결국 이렇게 내 인생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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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확 바뀐’ 이재명 이유 있는 대변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코로나19 종식과 비상계엄, 대통령 파면으로 인한 조기 대선을 치르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대 대선과 21대 대선 모두 운명의 길목서 치러진 셈이다.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는 정치권도 큰 영향을 받았다. 코로나19 정국과 내란 정국서 대선을 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에게는 지난 3년간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3년 전, 20대 대선이 치러지던 2022년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코로나19 시기였던 점을 감안해 소상공인 정책과 경제 재건에 초점을 맞췄다. 민주당의 1호 공약 역시 ‘코로나19 팬데믹 완전 극복’과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완전한 지원’이었다. 경제 대통령 앞세웠지만… 이 외에도 ▲오미크론 등 변이종 확산 대응 강화 ▲백신 및 치료제 확보 ▲의료보건체제 구축에 대한 충분한 재정 투입 ▲필수예방접종의약품 자급화 실현을 위한 국가지원체제 구축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이하 선대위)는 ‘유능한 경제 대통령’에 초점을 맞춰 5대 비전으로 ▲신경제 ▲공정 성장 ▲민생 안정 ▲민주사회 ▲평화·안보 등을 제시했다. 10대 공약으로는 수출 1조달러를 비롯한 311만호 주택 공급, 문화 강국 실현 같은 경제 중심의 공약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의 큰 틀이 되는 10대 공약을 살펴보면 사회 전반에 걸친 문제가 두루 담겼지만, 가장 주목을 받는 건 이 후보의 상징과도 같은 ‘기본 시리즈’ 정책이었다. 기본소득부터 기본주택, 기본금융을 합친 것으로 이 후보의 숨은 1호 공약이란 평도 나왔다. 기본 시리즈는 전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는 동시에 주거와 금융 면에서 보편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 공약이다. 가장 대표적인 공약으로는 ‘청년 125만원’ ‘전 국민 25만원’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을 꼽을 수 있었다. 기본소득은 이 후보가 경기도지사이던 때부터 추진하던 정책이다. 2021년 7월 경선 후보 2차 정책 발표 기자회견서 이 후보는 “대전환의 위기 시대에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대대적 정부 역할도 중요한 성장 수단이지만, 세계 최저 수준인 국가의 가계소득 지원과 가계소비를 늘리는 것도 경제 성장의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차기 정부 임기 내에 청년에게는 연 200만원, 그 외 전 국민에게 100만원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아울러 “지역 골목경제 활성화와 매출 양극화 해소를 위해 소멸성 지역화폐로 지급되는 기본소득은 현금과 달리 경제 활성화 효과가 극대화된다”며 “기본소득은 어렵지 않다. 작년 1차 재난지원금이 가구별 아닌 개인별로 균등하게 지급되고 연 1회든 월 1회든 정기 지급된다면 그게 바로 기본소득”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비상계엄 정신없이 도는 정치판 “전 국민 25만원 지원” 3년 사이 변화는? 당시 정치권에서는 이 후보의 기본소득 공약이 과거 보수 정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주장하던 ‘경제 민주화’와 닮았다고 봤다. 그러나 이 후보의 기본소득은 재원 확충 방안 등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민주당은 재원 마련 방안으로 재정개혁을 추진하는 동시에 국토보유세와 탄소세 도입 등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당시 보수 진영에서는 “코로나19 지원금으로 나라 곳간이 텅 비었다”며 ‘포퓰리즘’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전 국민에게 25만원을 지원하는 방안은 20대 대선 이후에도 이 후보가 꾸준히 밀던 정책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차등 지원, 분배 방식 등에 변화가 생겼지만 이 후보는 지난해 윤 전 대통령과의 영수회담서 “민생회복 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며 거듭 당부하기도 했다. 포퓰리즘이라는 보수 진영의 비판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아이러니하게도 2012년 대선서 보수 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65세 이상 노인 모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서 박 후보 승리 요인 중 하나였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3년이 지난 지금 이 후보는 대선 정국이 시작됨과 동시에 1호 공약으로 “AI 인공지능 3강 도약”을 외쳤다. 경제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AI 대전환 시대를 위한 산업 육성을 약속했다.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를 5만개 이상 확보하고 한국형 챗GPT를 국민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모두의 AI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국가 비전으로는 K-이니셔티브를 제시했다. 국내 AI 기술 등에 방점을 찍어 미래 먹거리를 선점하고 경제 성장 국가로 발돋움하겠다는 취지다. 이 후보는 K-이니셔티브를 지역별로 쪼개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기도 했다. 경기 동탄서는 K-반도체를, 대전서는 K-과학기술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냈고 전북 전주서는 K-컬처를 겨냥해 국악인과 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이 후보의 21대 대선 공약은 ‘K’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지난 대선서 기본소득 같은 ‘이재명표 공약’을 앞세웠다면 이번에는 12·3 내란 사태로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방점을 찍은 것이다. 지원금 어디로? 공약 발굴 과정 역시 K-이니셔티브를 앞세웠다. 후보 직속인 K-문화강국위원회는 문화 강국 실현을 위한 공약을, K-경제성장위원회는 맞춤형 의제를 설정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선대위 산하에는 K-민주주의·평화위원회를 설치해 ‘빛의 혁명’에 참여한 이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조직을 꾸렸다. 서울·인천·경기를 겨냥한 K-수도권 비전을 발표하며 “서울을 뉴욕에 버금가는 글로벌 경제 수도로, 인천을 물류와 바이오산업 등 K-경제의 글로벌 관문으로, 반도체와 첨단기술, 평화·경제의 경기로 수도권 K-이니셔티브를 만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기본 시리즈의 존재감은 희미하다. 지난 대선서 기본 시리즈를 앞세운 것과 달리 이번 대선에서는 ‘기본 사회’라는 단어로 묶어 포괄적인 복지 정책으로 탈바꿈했다. 이 후보는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국가 공동체가 책임지는 사회, 기본 사회로 나아가겠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전담기구인 ‘기본사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양극화로 인한 분열과 갈등이 만연한 사회에 우려를 표하며 “기본 사회는 단편적 복지나 소득 분배에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주거·의료·돌봄·교육·공공서비스 전반에 대한 실질적 보장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사회위원회는 기본 사회 실현을 위한 비전과 정책 목표, 핵심 과제 수립 및 관련 정책 이행을 총괄·조정·평가하게 된다. 아동수당 확대나 청년미래적금, 고용보험 사각지대 해소 등 생애주기별 소득 보장 체계를 구축하고 농어촌 기본소득과 햇빛·바람 연금 같은 지역 맞춤형 소득 지원도 점차 확대해갈 예정이다. 개헌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나 싶더니 선거 막판서 대통령 4년 연임제와 등을 골자로 한 구상을 밝혔다. 개헌 시기에 대해서는 “논의가 빠르게 진행된다면 2026년 지방선거서, 늦어져도 2028년 총선서 국민의 뜻을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민투표법을 개정해 개헌의 발판을 마련하고 국회 개헌특위를 만들어 하나씩 합의하며 순차적으로 개헌을 완성하자”고 말했다. 이후 최종 공약집서 “위기의 민주주의를 개헌으로 지키겠다”고 밝히면서 다시 한번 못을 박았다. 우클릭? 융통성! 가장 큰 차이점을 보인 건 경제, 그중에서도 부동산 정책이다. ‘민주당 우클릭’이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민주당은 중도우파까지 껴안는 방법을 마련했다. 우선 민주당은 주택 공급은 늘리되 부동산시장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왔다. 문재인정부 당시 과도한 세금 규제로 집값이 오르는 등 발생할 각종 부작용과 혼란을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 후보는 ‘경제 유튜브 연합 토크쇼’에 출연해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생각을 많이 바꾼 편이다. 집은 주거용이지 투자·투기용은 아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그게 불가능하더라”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시장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화하는 만큼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을 택해야지, 억눌러서는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 민주당 관계자 역시 “우클릭, 태세 전환,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시장과 경제 상황에 따라 융통성 있게 정책을 수정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면 거래세를 줄이고 보유세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 저항을 줄이기 위해 국토보유세는 전 국민에게 고루 지급하는 기본소득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는 시대는 지났다”며 선을 그었다.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의 핵심 세제 역시 큰 틀에서 손대지 않고 현행 체계를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이 후보뿐만 아니라 모든 대선후보들이 이렇다 할 부동산 공약을 내놓지 않고 있어 비교 대상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표가 떨어질 것을 우려해 후보 모두 부동산 정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공약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 됐다. 지난 3년간 일부 노선이 수정된 반면, 이 후보가 뚝심 있게 밀고 나간 공약도 있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대선서 “여성가족부를 평등가족부나 성평등가족부로 바꾸고 일부 기능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안한다”고 밝혔는데 이번 역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개편하겠다”고 밝혔다. ‘기본 소득’ 내리고 ‘K-시리즈’ 올리고 갈라치기 대신 ‘중도 실용주의’ 노선으로 이 후보는 사전투표가 진행되기 하루 전날인 지난달 28일6 자신의 SNS에 ‘성평등가족부 확대 공약 메시지’를 내고 “여성들이 여전히 우리의 사회 많은 영역서 구조적 차별을 겪고 있음에도 윤석열정부는 성평등 정책을 후순위로 미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향후 내각 구성 시 성별과 연령별 균형을 고려해 인재를 고르게 기용하고 성평등 거버넌스 추진 체계도 강화하겠다. 중앙 부처와 지자체의 양성평등정책담당관제도를 확대해 성평등 정책 조정과 협력 기능을 강화하겠다”며 “지자체 내 전담부서를 늘려 성평등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고도 약속했다. 대법관 구성과 다양성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대법관 증원’도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현재 대법관 한 명이 맡는 사건의 수가 많아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게 민주당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이번 공약집에도 민주당은 상고심에 대한 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대법관 증원과 전원합의체 변론 공개 확대를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다만 공약집에는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적시하지 않았다. 앞서 민주당은 대법원이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자 사법개혁을 예고했다. 이때 민주당이 대법관의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을 발의했는데, 선대위가 해당 법안의 철회를 지시하면서 한때 논란이 되기도 했다.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흑묘백묘론’ 역시 20대 대선서도 주장했다. 앞서 이 후보는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필요한 정책을 취하고, 김대중·박정희 정책을 따지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번에도 이 후보는 국민 통합을 제시하며 좌우를 가리지 않고 오직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하겠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인 만큼 급진적인 변화와 이념 갈라치기보다는 대한민국을 안정 궤도에 되돌리는 ‘중도 실용주의’ 노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리미리 착착척척 선대위 소속인 한 민주당 의원은 “조기 대선인 만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선거가 치러졌다. 그동안 어떻게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를 만큼 바빴지만 국민 의견을 적극 수용해 좋은 공약이 나올 수 있었다”며 “대부분 이 후보 머릿속에 원래 있던 공약들이다. 여기에 지난 3년 동안 각종 위원회서 활동한 의원들의 시너지가 합쳐져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재명 공보물, 분위기도 바뀌었다? 대선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책자형 선거 공보물도 눈에 띈다. 지난 공보물은 ‘경제’ ‘일하는 대통령’ 등 유능함을 내세웠다면 이번에는 ‘내란 극복’ ‘빛의 혁명’을 반복적으로 강조해 희망에 초점을 맞추었다. 책자 한 면 전체를 응원봉 시위대 사진으로 채워 이번 조기 대선을 내란 세력 심판 성격임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대선 출마 영상도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는 평이다.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 후보는 검은 배경의 스튜디오서 파란 넥타이와 정장을 갖춰 입은 채 출마를 선언했다. 반면 21대 대선 출마 영상서 이 후보는 밝은 분위기의 실내서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등장해 부드러운 면모를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