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부리 여행 ⑤경남 통영시 일대

통영은 미항(美港)이다. 시인 백석이 〈통영 2〉에서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라 했을 만큼 낭만이 넘치고, ‘한국의 나폴리’라는 별칭이 있을 만큼 바다가 멋진 곳이다. 이런 통영이 최근 미항(味港)으로 거듭나 화제다. 사시사철 해산물이 풍성하고 그 맛이 뛰어난 데다 통영에 가야 제맛을 볼 수 있는 주전부리까지 더해져 전주에 버금가는 ‘맛의 고장’으로 우뚝 선 것.


통영의 대표적인 주전부리는 충무김밥과 꿀빵, 빼떼기죽이다. 모두 ‘통영이라서 나온 주전부리’고, ‘한 끼가 되는 주전부리’다. 마침 봄이라 바다와 도시에 은빛 햇살이 반짝거리니 더 입에 감긴다. 주민들 말마따나 “마카 묵을 끼라서 토영 갱치도 뒷전”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하루 종일 입에 물고 다니는 일이 다반사다.

낭만이 넘치는 미항 ‘통영’

통영 주전부리의 상징은 충무김밥이다. 하얀 쌀밥을 넣어 엄지손가락만 하게 싼 김밥에, 아삭아삭한 무김치와 먹음직스러운 오징어무침을 곁들이는 음식이다. 밥을 각종 재료와 함께 김으로 둘둘 말아 싸는 김밥과는 확연히 다른 생김새다. 알려진 바로는, 1930~1940년대부터 배를 타고 멀리 나가는 사람들이 더운 날씨에 쉽게 상하지 않도록 만들어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항구 주변 행상들이 멸치 어장에서 잡힌 주꾸미와 꼴뚜기, 홍합을 대나무 꼬챙이에 줄줄이 꿰어 김밥, 무김치와 함께 팔았다는데, 지금은 대부분 오징어무침과 무김치에 시래깃국이나 조갯국을 낸다. 집집마다 양념이 조금씩 달라도 멸치 액젓으로 맛을 낸 무김치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고, 어묵을 섞어 무친 오징어무침은 매콤한 맛이 좋다.

충무김밥이 전국에 알려진 건 1980년대다. 가요제와 전통 예술제 등으로 꾸며진 ‘국풍 81’에 어두이 할머니가 충무김밥을 출품한 것이, 지금처럼 통영문화마당과 통영여객선터미널 앞에 김밥집 수십 개가 바다를 향해 늘어서는 기반이 됐다.


그래서 딱히 원조라 할 만한 곳은 없지만, 아무래도 여행객 사이에서는 어두이 할머니가 운영하던 ‘뚱보할매김밥집’이 인기다. 할머니가 1995년에 작고한 뒤 며느리가 손맛을 잇는데, 여전히 손님으로 문전성시다. 주민들은 뚱보할매김밥집과 함께 한일김밥, 동진김밥, 제일김밥 등에 자주 간다.

꿀빵은 요즘 통영에서 가장 ‘핫한’ 별미다.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넣고 튀긴 다음 물엿과 깨를 먹음직스럽게 바른 것으로, 통영문화마당 일대에서 만나는 꿀빵집 간판만 해도 10여개에 이른다. 꿀빵에 넣는 소도 고구마, 완두콩, 유자, 치즈 등으로 다양해졌다.

얼핏 보면 무척 달 것 같지만, 막상 먹어보면 지나치지 않은 단맛에 고소한 맛이 깃들어 자꾸 손이 간다. 그래서일까, 줄을 이은 시식 코너에 꿀빵을 사기 위해 늘어선 인파까지 더해져 통영문화마당 일대는 꿀빵 열풍에 휩싸인 듯 보인다.

‘충무김밥’ ‘꿀빵’ ‘빼떼기죽’ ­­대표 주전부리
통영 바다 끼고 자전거 하이킹 즐길거리

이런 꿀빵 열풍의 중심에 ‘오미사꿀빵’이 있다. 이곳을 꿀빵의 원조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정확히 말하면 통영에서 가장 오래된 꿀빵집이다. 작고한 창업주 정원석씨의 큰딸 정숙남 대표에 따르면 “1960년대에는 팥을 넣지 않은 빵에 엿을 묻혀서 파는 행상이 있었고, 꿀빵을 파는 분식점도 여러 군데 있었다”고 한다. 그중 가장 오래 가게를 지킨 분이 아버지 정씨라는 설명이다. 다만 지금처럼 팥소를 넣은 꿀빵은 정씨가 처음 만들었다고 한다.
 

오미사라는 이름에도 특별한 사연이 있다. 원래 이름 없는 가게였는데, 꿀빵이 맛있다는 입소문이 나며 오미사세탁소 옆에 있는 빵집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세탁소가 문을 닫으면서 자연스럽게 오미사꿀빵 간판을 달았다. 거의 모든 과정에 수작업을 고집하다 보니 만드는 양에 한계가 있어, 오전에 다 팔리기 일쑤다.

현재 오미사꿀빵은 두 곳에 있다. 항남동 본점은 큰딸이, 봉평동 분점은 작은아들이 운영한다. 본점의 정 대표는 “아버지 때랑 맛이 똑같다는 말이 가장 기분 좋다”며 전통의 맛을 이어가겠다는 소신을 밝힌다.


궁핍하던 시절에 단맛을 보충해준 주전부리가 꿀빵이라면, 빼떼기죽은 춥고 가난하던 시절에 허기를 달래준 음식이다. 모르고 보면 팥죽 같기도 하고 호박죽 같기도 한데, 말린 고구마에 팥이나 콩, 조, 찹쌀 등을 넣어 2시간 이상 걸쭉하게 끓인 죽이다. ‘통영빼떼기죽’ 박정숙 사장은 “얇게 썬 고구마를 바짝 말린 것을 통영 사투리로 빼떼기라고 하는데, 마른 고구마에 있는 하얀 녹말이 뼈다귀 같다고 해서 빼떼기라고도 하고, 빼딱하게 썰어서 빼떼기라고도 한다”고 설명한다.
 

오래전부터 통영을 비롯한 경남 일원에서 해 먹은 음식으로, 고구마의 단맛에 잡곡의 고소함이 더해져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한다. 맛볼 수 있는 곳은 중앙시장과 동피랑 부근에 여러 곳이 있는데, 주민들이 주로 찾는 곳은 통영문화마당에 있는 통영빼떼기죽이다. 욕지도 고구마와 직접 재배한 고구마를 반반 섞어 끓이는데, 그 맛이 전국에 입소문 나서 택배 주문이 제법 들어온다. 6개 이상 주문하면 택배로 보내준다.
 

통영은 산이나 바다 경치가 두루 좋은 곳이다. 아무리 맛있는 게 많아도 경치는 즐겨야 한다. 올봄에는 통영의 바다를 다양한 방법으로 즐겨보자. 미륵산에 올라 수많은 섬이 징검다리처럼 박힌 한려수도를 내려다봐도 좋고, 옆구리에 미륵도의 바다를 끼고 출렁출렁 자전거 하이킹을 즐겨도 좋다. 경사진 골목을 따라 걸으며 바다와 눈 맞춰도 흐뭇하다.
 

먼저 산에 오른다. 미륵산은 통영 시내에서 바다 조망이 가장 좋은 곳이다. 등산로를 따라 오르는 방법과 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등산로는 용화사에서 관음암과 도솔암을 거쳐 정상으로 이어지는데, 원점 회귀 코스로 2시간 정도 걸린다.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면 미륵산 정상에 좀 더 수월하게 오를 수 있다. 하부정류장에서 상부정류장까지 10여분이 걸리고, 그곳에서 15분 정도 나무 계단을 오르면 정상에 닿는다. 산이 선물하는 전망이 별다른 수고 없이 오르기 미안할 만큼 화려하다. 3월 말이면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눈이 더욱 호사를 누린다.
 

일출은 ‘서피랑’ 일몰은 ‘동피랑’

통영 특유의 시선으로 바다를 즐기고 싶다면 동피랑이나 서피랑으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강구안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두 마을은 가파른 언덕에 자리해, 걷다가 문득문득 뒤돌아보는 바다 전망이 좋다. 모두 벽화가 예쁜 마을로 서피랑에서는 일출을, 동피랑에서는 일몰을 볼 수 있다. 특히 동피랑에서 보는 일몰과 야경은 통영에서 달아공원 다음으로 손꼽히는 절경이다.
 

세 번째로 통영 바다를 즐기는 방법은 자전거 하이킹이다. 추천 코스는 삼칭이길이다. 수륙자전거해안도로, 수륙해안산책로라고도 불리는 이 길은 통영마리나리조트에서 일운초등학교까지 이어지는 약 4km 전체가 평지다. 자전거로는 왕복 1시간, 천천히 걸으면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린다. 자전거는 통영공설해수욕장 쪽에서 대여할 수 있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오미사꿀빵→서피랑→미륵산(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뚱보할매김밥집→동피랑→통영빼떼기죽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미사꿀빵→서피랑→충렬사→삼도수군통제영→중앙시장→동피랑(일몰·야경 감상)→통영빼떼기죽 [둘째 날] 이순신공원(일출)→미륵산(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뚱보할매김밥집→삼칭이길(자전거 하이킹)→미래사(편백림)

2박3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오미사꿀빵→서피랑→충렬사→삼도수군통제영→중앙시장→동피랑(일몰·야경 감상)→통영빼떼기죽 [둘째 날] 이순신공원(일출)→미륵산(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뚱보할매김밥집→삼칭이길(자전거 하이킹)→미래사(편백림)→산양일주로(드라이브)→달아공원(일몰) [셋째 날] 청마문학관→전혁림미술관→윤이상기념관→박경리기념관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통영관광포털 www.utour.go.kr
-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cablecar.ttdc.kr
- 오미사꿀빵 분점 www.omisa.co.kr

문의 전화
- 통영시청 해양관광과 055)650-0513
-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 1544-3303
- 오미사꿀빵 본점 055)645-3230, 분점 055)646-3230
- 뚱보할매김밥집 055)645-2619
- 통영빼떼기죽 055)646-3443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통영,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하루 17회(06:20~다음 날 00:30) 운행, 약 4시간 10분 소요.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29회(06:40~23:30) 운행, 약 4시간 3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www.kobus.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txbus.t-money.co.kr

자가운전 중부고속도로 북통영 IC→통영 시내

숙박 정보
- 통영마리나리조트: 통영시 큰발개1길, 055)643-8000, www.kumhoresort.co.kr
- 통영한산마리나호텔리조트 : 산양읍 삼칭이해안길, 055)648-3332, www.hansanmarina.co.kr
- 나폴리모텔: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6-0202, www.tynapoli.co.kr
- 동경호텔: 광도면 죽림5로, 055)641-1020, www.donggyeonghotel.com
- 소오게스트하우스: 통영시 중앙시장4길, 055)642-3757, www.cafesoh.co.krwww.cafesoh.co.kr

식당 정보
- 뚱보할매김밥집(충무김밥):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5-2619
- 오미사꿀빵 본점(꿀빵): 통영시 충렬로, 055)645-3230
- 통영빼떼기죽(빼떼기죽):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6-3443
- 향토집(굴 요리): 통영시 무전5길, 055)645-4808
- 분소식당 (도다리쑥국):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4-0495, www.foodsidae.com/boonso
- 원조시락국(시래깃국): 통영시 새터길, 055)646-5973
- 서울식당(낙지볶음): 통영시 통영해안로, 055)642-6893
- 원조밀물식당(생선구이): 통영시 중앙시장1길, 055)643-2777
- 통영맛집(멍게비빔밥): 통영시 항남1길, 055)641-0109

­­주변 볼거리 청마문학관, 이순신공원, 삼도수군통제영, 충렬사, 통영해저터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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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