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위기①

디플레이션 적색경보 발령

대한민국이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 인플레이션을 넘어 디플레이션 폭격이 예고되고 있는 탓이다. 실제 경제전문가들 사이에는 미국발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대공황의 공포가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회자되고 있다. 이미 경제 성장률이 ‘반토막’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이 나왔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금융시장 안정 대책·건설 부양 정책 등을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은 요지부동 형국이다. 약발이 안먹히고 있다는 얘기다. 여기에다 고용불안까지 더해지고 있어 미국발 금융위기 핵탄두가 벌써 한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국 사회 전반으로까지 번져 있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수면 위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12월 위기설 ‘헉~’ 2009년 위기설 ‘악~’

디플레이션은 경기 둔화 속에 물가가 장기적으로 광범위하게 떨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즉 수요 감소로 인한 가격 하락이 기업 매출을 줄이고 이로 인해 실업자가 증가, 다시 수요가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 이어져 경제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
주가 하락과 부동산 거품 붕괴로 10년 넘게 ‘제로 성장률’을 기록했던 1990년대 일본의 모습과, 실업률로 고통받던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이 대표적 사례다.
이 가운데 최근 들어 미국 금융 위기론이 대두되면서 디플레이션이란 용어가 또 다시 튀어나왔다. 내년 경제 전반에 걸쳐 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두되면서부터다.게다가 내년 미국 경제는 가격변동이 심한 에너지, 식량을 제외한 나머지 물가가 하락해 금융위기와 더불어 경기 부진도 계속될 것이라는 보도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른바 디플레이션에 접어들 환경이 마련됐다는 얘기인 셈이다.  
문제는 한국 경제가 미국 경제 불황으로 고스란히 타격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같은 현상은 이미 발생되고 있다. 금융시장 ‘널뛰기’ 현상이 바로 그것이다.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발 금융 위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도 디플레이션에 얼마든지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다시 말해 한국 경제도 디플레이션 적색경보가 발령됐다는 얘기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는 국내 금융시장 안정 대책을 내놓았지만 ‘속수무책’이다. 한국은행이 본격적으로 돈을 풀기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오히려 금융 시장은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 환율이 치솟았고 주가가 폭락, 연중 최저 포인트로 밀려났던 것.
지난 22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61.51%로 급락한 1천1백34.59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1천1백22.65를 기록한 2005년 9월6일 이후 3년 1개월만의 최저 포인트일 뿐 아니라 1년 전에 비해 1천 포인트 가까이 빠졌다.
특히 외국인들이 연말을 앞두고 ‘한국 팔기’에 나섰다. 주식시장에서만 외국인들이 6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여 코스피지수가 세 자릿수로 갈 수 있다는 말도 회자되고 있다.
여기에다 대형저축은행 A사가 유동성 위기에 처해 정부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았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국내 부실 금융기관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경제 전문가들도 “국제 금융시장이 안정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고만 밝히고 있다.
건설시장 안정대책도 ‘도루묵’이다. 자금난에 빠진 건설사들을 지원, 미분양 주택이나 보유 토지를 공공기관에서 매입하는 등의 방식으로 건설사들에 9조원 안팎의 유동 자원을 직접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일 뿐 아니라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한 단발성 조치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또 정부는 주택경기를 살리기 위해 주택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해제라는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시장 상황은 좀처럼 변화하지 않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제한 해제도 미분양 아파트를 전혀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
실제로 아파트 값의 1백%를 대출한다고 해도 10% 가까운 금리가 부담이 된다. 이 때문에 분양가보다 가격이 떨어져 계약 해지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고, 분양을 받아도 손해를 볼 것이라는 심리가 이미 팽배해져 건설시장 안정 대책도 큰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증권가 등에서는 D·W·P그룹 등에 대한 ‘부도설’이 연이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일각에서는 내년 중반에는 S·H 그룹을 제외한 대기업들이 줄줄이 부도설에 시달릴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한국도 디플레이션 ‘전초전’을 치르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가 신용도도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의식하듯 정부와 한나라당은 지난 19일 국내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해 한시적 지급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국내 시중은행들의 신용등급 하락을 막기 위한 방책이다.

대형 저축은행 A사, 건설사 D·W·P그룹 부도설 나돌기도
금융·건설 시장 활성화 대책 속수무책 “꽁꽁 얼어붙었다"

실제로 정부는 내년 6월말까지 은행의 신규 대외 채무에 대해 3년간 지급보증하기로 했다. 은행이 빚을 갚지 못하면 정부가 대신 빚을 갚아주겠다는 게 지급보증의 주된 골자다. 이에 따라 외국 은행들의 한국 자산 매각, 자금 상환 요청이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단서조항이 붙는다. 경제 위기가 장기화될 경우 적극적으로 자금을 풀지 않을 태세다.
문제는 은행이 채무를 갚지 못해 정부가 대신 갚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국가 신용도가 하락해 또 다른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칫 국가 재정 위기론이 급부상할 수도 있다. 
대기업 부도설 등도 국내에서 난무하고 있다. 발 빠르게 퍼져 나간 이 루머를 외국에서는 루머로만 치부하지 않는다. 여전히 국내 투자를 꺼리고 있을 뿐 아니라 자금을 회수해가기 바쁜 것이 이를 입증한다. 따라서 이같은 악재들은 국가 신용도에 큰 오점을 남길 뿐 아니라 금융위기론 등과 맞물려 디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또한 이 ‘악재’는 실물 경제에 빠르게 영향을 주고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 이같은 징조가 발생하고 있다.
우선 국외에서는 세계 실물경제가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 실제로 지난 2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물이 70.89달러로 마감됐던 것. 지난 7월 1백47.2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지 불과 3개월여 만에 반토막이 나버린 수치다. 이 외에도 구리가격은 올 들어 지금까지 34% 하락해, 1989년의 31% 낙폭을 이미 뛰어넘은 상황이다.
CNN머니는 “지금 당장 디플레이션이 닥칠 것으로 보진 않지만 최근의 가격 하락은 디플레이션의 전조로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여파로 국내 실물경제도 별반 차이가 없다. 고용부진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투자와 소비감소가 나타나고 서비스, 건설업 등 경기에 민감한 산업 등이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전문직 취업자가 늘어나는 반면 단순 노동자의 일자리는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게다가 저학력자 실업이 증가해 저소득층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경제전반의 활력을 떨어뜨려 경기를 더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 15일 발표한 9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증폭은 11만2천명으로 3년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정부의 목표치 20만명을 한참 밑돌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도소매·음식숙박업은 5만4천명이 줄었고, 건설업도 4만87천명이 감소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 하강국면에 경제활동인구가 줄면서 실업률 지표는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취업자 증가폭이 10만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겠지만 정부 목표인 20만명은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9월 지표라서 아직 금융위기가 반영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수출이 줄어들면서 제조업의 고용감소폭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현상이 이미 한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점차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부의 상징인 서울 강남에서도 디플레이션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대치동에 있는 한 아파트의 경우 지난 2006년 13억원이었다. 그러나 최근 10억원대로 가격이 떨어졌고, 금리가 지난해(3천2백50만원)에 비해 7백만원이 늘어나면서 대출이자 부담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손해를 보더라도 매물을 처분하는 사례가 급증했다. 결국 집값 하락 공포가 확산되면서 자산 디플레이션이 올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자칫 IMF 외환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이처럼 미국발 금융위기로 인해 디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말들이 난무하고 있는 가운데 이명박 정부는 디플레이션 현상까지는 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경제에 쉽게 흔들리는 대한민국이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전문가들은 드물다.
오히려 대한민국도 얼마든지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감의 목소리만 점점 거세지고 있다. 과연 이명박 정부가 미국 금융 위기로 인해 발생된 ‘12월 위기설’, ‘2009년 위기설’ 등을 극복할 수 있을지에 온 국민의 이목이 쏠려 있다.

내년 경제 성장률 추락 <전모>
“올 것이 오고 말았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한국 경제 성장률에도 큰 타격을 줄 태세다. 지난 17일 신용평가 기관인 무디스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2.2%로 전망한 탓이다. 세계 각국의 경제가 전체적으로 나빠지고 상황에서 한국도 예외는 아니라는 것을 짐작하기는 했지만 2%대의 성장률은 충격적이라는 게 일각의 반응이다.
비록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현실로 받아들였을 때의 충격은 그 이상이라는 것.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에 4%의 성장률을 달성하기는 힘들다”고 밝혀, 내년 예산 편성을 위해 제시했던 4.8∼5.2%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8일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3.5%로 제시한 바 있다. 이는 카드 대란으로 한국 위기론이 급부상할 때인 지난 2003년의 3.1%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한 셈이다.


스타벅스 금융위기 지표된 <사연>
뿌리내렸다하면 다 위기네!

스타벅스 매장수가 금융위기의 지표라는 이색적인 주장이 나와 화제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와 인터넷 웹진 슬레이트의 칼럼니스트 대니얼 그로스는 “금융위기가 심각하게 나타나는 지역에는 스타벅스 점포가 많다”고 주장했던 것.
그는 “미국 캘리포니아·라스베이거스·플로리다·뉴욕 등지에서 건설 붐이 일어나 교외 쪽으로 부동산 거품을 일으키는 동안 스타벅스도 같은 방향으로 체인망을 확장해 나갔다”며 “스타벅스는 보고서로 밤을 새는 금융업 종사자, 잔뜩 쌓인 대출 서류에 시달리는 모기지 브로커들과 함께 벼락 경기를 맞았다. 거품경제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스타벅스는 영국 2백56개, 한국 2백53개, 스페인 48개 등으로 금융위기가 심각한 나라에서 많은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반면, 금융위기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곳은 스타벅스 매장이 적었다. 덴마크 2개, 네델란드 3개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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뜬금없는 ‘동해 석유’ 막전막후

뜬금없는 ‘동해 석유’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20%대 지지율로 고전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동해 석유 매장’ 가능성을 직접 발표했다. 여권에선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석유가 발견됐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으나,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에선 ‘국면 전환용’이라고 꼬집었다. 개발 성공률 20%에 5000억원이 넘는 시추 비용을 베팅한 윤 대통령의 속내는 무엇일까?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서 140억배럴에 달하는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배석한 가운데 취임 후 첫 국정브리핑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이 사실을 보고드리고자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정희 시즌2 사업성 논란 동해 인근 석유·가스 도출 지역을 표기한 대형 스크린까지 동원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자칭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이 발표한 석유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 극명한 평가가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1990년대 후반에 발견된 동해 가스전의 300배가 넘는 규모고, 우리나라 전체가 천연가스는 최대 29년, 석유는 최대 4년을 넘게 쓸 수 있는 양”이라고 확언했다. 그러면서 내년 상반기쯤 윤곽이 나올 산업통상자원부의 탐사 시추 계획을 승인했다.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현안을 설명한 것은 취임 2년여 만에 처음이다. 이날 브리핑에 동석했던 안 장관은 “최대 매장 가능성 140억배럴은 현재 가치로 따져보면 삼성전자 시총의 5배 정도”라고 설명했다. 현재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약 453조원으로, 영일만 앞바다에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의 가치가 약 2260조원이 넘는다는 얘기다. 해당 소식에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 직후 윤 대통령의 발표 내용에 대해 “확률이나 가능성에 관해선 아직 정확히 얘기하기 어렵지만, 상당히 기대를 갖고 볼 수 있는 좋은 소식”이라고 첫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 기관이 앞으로 순차적으로 여러 과정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야권은 ‘지지율 전환용’이라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이해식 수석대변인은 지난 3일 브리핑을 통해 “석유·가스 매장량이나 사업성을 확인하기도 전에 대통령이 매장 추정치를 발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이 수석대변인은 “물리탐사만으로는 정확한 매장량을 추정할 수 없고, 상업성을 확보한 ‘확인 매장량’ 규모가 실제 얼마나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첫 탐사부터 생산까지 약 7년서 10년이 소요된다”고 꼬집었다. 조국혁신당의 김보협 수석대변인도 논평서 “윤 대통령은 보고를 듣자마자 바닥 수준인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로 보였느냐”고 지격했다. ‘1호 영업사원’ 대통령 그림은? 2260조원 잭팟? 관심 끌기용? 앞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4·10 총선 이후 지금까지 ‘20~30% 초반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지난달 10일 발표한 ‘취임 2주년’ 지지율서도 24%를 기록해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당시 국민의힘의 윤상현 의원 등도 지난달 7일 진행된 ‘정부 2주년 평가’ 세미나를 통해 “‘선수는 전광판을 보지 않는다’는 기조를 대통령이 어떻게 바꾸느냐에 따라 남은 3년이 달렸다”고 일침을 날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 발표된 대통령 지지율 성적은 더 비참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취임 후 최저치인 21%를 기록했다. 대통령실은 물론 여당 내부의 위기감이 상승한 분위기다.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지지율을 1%라도 올릴 수 있는 것이라면 다 해야 한다는 위기감과 함께,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상황서 ‘동해 석유’ 카드는 국민 여론을 반전시킬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오는 6~7일 공휴일 관계로 한국갤럽과 NBS(전국지표조사) 등 주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서 용산에선 지지율을 만회할 기회를 마련했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여권의 다른 핵심 관계자는 “유승민 전 의원의 말대로 용산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면 당까지 같이 타격을 입게 된다. 당정 모두 한숨을 돌린 셈”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포항 영일만’ 일대는 박정희정부 때에도 시추를 착수했던 곳이다. 그러나 1975년 당시 시추공서 흘러나온 시커먼 액체가 ‘원유’라는 명확한 결과는 나오지 않았고, ‘석유 발견 해프닝’으로 끝났다. 일각에선 ‘석유 매장’ 기대감이 단순 헤프닝에 그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운 역풍을 맞이할 것으로 예측했다. 통상 석유의 실제 매장량을 알기 위해선 최소 5개(1개당 1000억원 소요)의 시추공을 뚫어봐야 한다. 이처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해놓고 결과물이 없다면 국민적 반감은 지금보다 더욱 심각해지는 셈이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도 1976년 1월 기자회견서 “포항서 석유가 난다”고 발표했으나 결국 원유가 아닌 정제된 경유로 드러났다. 장밋빛 미래? 국면 전환용?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지난 3일 <시사인> 유튜브 ‘김은지의 뉴스인’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이 포항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해서 발칵 뒤집혔었는데 사실이 아니었다”며 “윤 대통령이 말한 대로 유전과 가스가 매장된 게 사실로 나오면 얼마나 좋겠나. ‘박정희 시즌2’가 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박 의원은 “역대 어떤 대통령도 집권 2년 만에 이렇게 바닥을 친 적은 없다”며 “오죽 급했으면 포항에 유전 가능성을 (윤 대통령이) 얘기했겠나”라고 말했다. 조갑제 전 <월간조선> 대표 역시 이날 <조갑제닷컴>에 “윤석열의 포항 앞바다 유전 가능성 발표와 박정희의 포항 석유 대소동이 겹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조 전 대표는 당시 <국제신문> 기자로 근무하며 ‘포항 석유 경제성 없다’ 등의 기사를 통해 포항에 원유가 매장돼있더라도 극소수이거나 경제성이 없다고 특종 보도한 바 있다. 조 전 대표는 글에서 “박정희는 정유를 원유로 오인, 포항서 양질의 석유가 나왔다고 발표했다”며 “윤 대통령이 포항 앞바다에 대유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표를 하는 걸 보고 1976년의 일이 떠올랐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전 발견은 물리탐사가 아니라 시추로 확인되는 것인데 물리탐사에만 의존해 꿈 같은 발표를 하는 윤 대통령은 박정희의 실패 사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 전 대표는 이튿날인 4일에도 글을 올려 “140억배럴 초대형 유전 발견이라는 목표에 맞추기 위해 앞으로 엄청난 무리가 행해질 것이고 윤 대통령의 지도력은 희화화될 가능성이 대유전 발견 가능성보다 훨씬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포항 영일만 일대는 약 반세기 전 경제성이 낮다고 포기한 지역인데, 원유 매장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 것은 탐사기술 개발의 진전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현재로선 추정만 있을 뿐, 시추로 확인된 것은 아닌 만큼 차분하게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발표서 물리탐사 자료의 심층분석을 수행한 ‘액트지오’(Act-Geo) 사에 대해서도 누리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홈페이지에 따르면 액트지오 텍사스에 위치한 에너지 컨설턴트 회사로 엑손모빌, 토탈 등 주요 석유기업과도 협업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명시돼있다. 액트지오가 자사 홈페이지에 올린 지도를 보면 이들이 의뢰를 수행한 지역 중 한국의 동해 부분이 표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액트지오는 빅터 아브레우(Victor Abreu) 박사가 설립한 ‘아브레우 컨설팅’이 그 모체다. ‘액트지오’ 무슨 회사? 액트지오의 설립자 빅터 아브레우 박사는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엑슨모빌서 탐사팀의 리더로 근무하며 남미 가이아나 지역의 리자-1 유정 외에도 카스피해, 가나 지역서 석유탐사를 주도했다. 또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라이스대학교의 겸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국제퇴적학회의(IAS) 의장과 퇴적지질학회(SEPM) 회장 등 지질학 관련 학술 단체의 수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방한한 아브레우 박사는 윤 대통령이 포항 영일만 일대에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있다는 발표가 나온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동해안 심해 탐사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브레우 박사가 당시 대표로 있던 분석업체 액트지오에 석유 매장 가능성 검증을 맡겼다. 액트지오는 자체분석을 거쳐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있을 수 있다는 결론을 석유공사에 전달했다. 비토르 아브레우 액트지오 대표는 지난 4일 국내 매체와 인터뷰서 “(액트지오는)이 분야의 세계 최고 회사 중 하나”라고 밝혔다. 아브레우 대표는 한국행 비행기에 탑승한 상태서 <연합뉴스>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신저를 통해 진행한 인터뷰서 “한국의 SNS 등에서 액트지오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아브레우 대표는 “우리는 이 업계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다”며 “고객사로 엑손모빌, 토탈과 같은 거대 기업과 아파치, 헤스, CNOOC(중국해양석유), 포스코, YPF(아르헨티나 국영 에너지 기업), 플러스페트롤, 툴로우 등 성공적인 기업들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액트지오에 대해 “전 세계 심해 저류층 탐사에 특화된 ‘니치’(niche·틈새 시장) 회사”라며 “전통적인 컨설팅 회사와 비교하면 규모는 작다”고 소개했다. 이어 “우리의 사업전략은 작고 민첩하게 움직이는 것”이라며 “건물을 소유하거나 여러명의 부사장을 두는 방식이 아니라 수평적 구조서 일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액트지오가 주로 심해의 석유 구조 존재를 확인하고 품질을 평가하는 일을 수행한다. 핵심 분야서 인정받는 세계적인 전문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사업 방식에 대해 “능력을 갖춘 석유 관련 지구 과학자와 엔지니어가 많이 있는데, 여러 국가를 원격으로 연결해 같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에 이런 이점을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희도 침 흘린 영일만 또 천공 그림자가 보인다 윤 대통령이 ‘포항 석유 매장 가능성’을 깜짝 발표한 것을 두고 야권에선 “천공의 그림자가 보인다”는 비판도 나왔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지난 4일 당 원내대책회의서 “(어제)예정에도 없는 일정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갑자기 브리핑을 했다”며 “천공의 그림자가 보인다고 여기저기서 말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우연의 일치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전날 발표 뒤 누리꾼들 사이에선 윤 대통령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역술인 천공이 “우리도 산유국이 된다”고 주장한 유튜브 영상이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실제로 천공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정법시대’에 올라온 영상 ‘금을 대체할 수 있는 물질을 개발할 수 있는지’라는 제목의 영상 강연서 “우리는 산유국이 안 될 것 같냐. 앞으로 (산유국이)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나라 밑에 가스고 석유고 많다”며 “예전에는 손댈 수 있는 기술이 없었지만, 지금은 그런 게 다 있다”고도 주장했다. 천공은 “(과거에는)거기 손댈 수 있는 만큼의 기술도 없었고 척도도 안 됐고, 지금은 그런 척도가 다 일어나”라며 “대한민국 밑에는 아주 보물 덩어리로 대한민국은 이 한반도는, 인류서 최고 보물이 여기 다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석유 개발 발표에 지난 4일 오전 석유·가스개발과 관련된 종목들은 일제히 상한가를 기록하며 급등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가스공사는 25% 급등하며 4만8000원대에 진입했다. 최대 140억배럴의 석유·가스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1㎞ 심해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지만, 어디까지나 ‘추정’에 불과하다. 실제 매장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부와 석유공사는 올해 말 첫 시추를 추진하며 2026년까지는 지속적으로 시추공을 뚫게 된다. 시추선은 이미 확보된 상태며, 첫 시추 결과는 내년 3~4월에 나올 전망이다. 이정환 전남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비유하자면 현재는 병원서 초음파 검사만 한 상황이다. 의사가 혹을 발견했는데 암인지 물혹인지는 조직검사(시추)를 해봐야 안다”며 “시추 성공률은 10%를 밑돌기도 한다. 탐사 결과가 좋게 나와도 시추는 실패할 수 있기에 성공 확률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장은 “(성공 확률이)20%가 맞다면 상당히 높은 수치”라면서도 “지난해 영국서 시추 계획을 승인한 게 100건이 넘는데 그 가운데 상업화까지 갈 유전은 10%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엇갈리는 각계 반응 기사에 인용된 한국갤럽 조사들은 모두 무작위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지난달 10일 발표 조사(지난달 7∼9일 전국 유권자 1000명 대상)의 응답률은 11.2%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였다. 그후 31일 발표 조사(같은 달 28~30일 전국 유권자 1001명 대상)의 응답률은 11.1%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