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한옥마을 ②강릉 오죽헌·선교장

바다 향 머무는 고택에서의 하루

 

강릉은 힐링을 위한 한옥 여행으로 좋다. 날 선 겨울 바다와 한옥의 온기가 대비되는 반전의 묘미가 있다. 고택은 거친 파도와 찬 바람에 쓸린 몸과 마음을 따사롭게 보듬어준다.

강릉의 고택을 만나려면 경포로 향해야 한다. 바다 향 머무는 길목에 수백 년 된 옛집과 한옥 숙소가 어우러져 있다. 예부터 ‘동대문 밖 강릉’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서울 동쪽에 가장 번성한 고장이 강릉이다. 그 윤택함에 기댄 오죽헌, 선교장 등이 문화적 향취를 머금고 외지인을 반긴다. 한옥에서 머무는 하루는 시린 겨울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경포 바다로 접어드는 초입에 신사임당과 그의 아들 율곡 이이가 태어난 강릉 오죽헌(보물 165호)이 있다. 오죽헌 구경은 사임당과 율곡의 자취를 되새기는 것으로 시작한다. 사임당은 홀로 남은 친정어머니를 모시기 위해 고향 강릉에 기거하다가 율곡을 낳았다. 오죽헌은 조선 초기에 지어진 별당 건물로, 이곳 몽룡실 에서 율곡이 태어났다. 집 주변에 그 이름의 유래가 된 검은 대나무(烏竹)가 있다. 선현의 흔적이 서린 담벼락에서 온기가 전해지고, 서까래에서 은은한 나무 향이 풍긴다.

신사임당, 율곡 이이의 자취

사임당 신씨는 시와 그림, 자수에 뛰어난 예술가였으며, 율곡 이이는 이황과 쌍벽을 이루는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일본, 중국의 침략에 대비해 ‘십만 양병설’을 주장했다. 모자의 모습은 우리에게 역사적 유래만큼 익숙하다. 5만원권에 신사임당의 초상화와 ‘묵포도도’가 있으며, 5000원권에는 이이의 초상화와 오죽헌(몽룡실), 오죽이 도안되었다.

오죽헌 옆에는 수령 600년이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율곡매가 있는데, 사임당의 매화 그림과 율곡이 쓰던 벼루 장식의 소재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사랑채, 율곡의 영정을 모신 문성사, 정조대왕이 율곡을 칭송한 사연이 담긴 어제각 등도 함께 둘러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오죽헌이 바라보이는 너른 터에 강릉오죽한옥마을이 개관했다. 선현의 온기 서린 땅에서 머무는 하룻밤이 설레게 한다. 강릉오죽한옥마을은 전통 공법으로 지어 한옥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했으며, 내부에는 현대식 편의 시설을 갖췄다. 일반형부터 고급형까지 30여 객실은 화부가 직접 데워주는 전통 온돌방이다.

오죽헌과 강릉오죽한옥마을 주변에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 옹기종기 모였다. 유교 문화를 체험하는 율곡인성교육관과 시립미술관이 오죽헌 경내에 있으며, 지역 공예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자수와 목공예 등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강릉예술창작인촌도 인근에 자리한다.

오죽헌에서 경포생태저류지를 넘어서면 수려한 옛집이 모습을 드러낸다. 영동 지방 최고의 고택으로 여겨지는 강릉 선교장(중요민속문화재 5호)이다. 300여년 동안 원형이 잘 보존된 사대부 가옥으로 세종대왕의 형 효령대군의 11대손인 이내번이 지었으며, 10대에 걸쳐 증축됐다.

시린 겨울 바다와 한옥의 따뜻함이 주는 조화
현대식 편의 시설 갖춘 전통 온돌방에서의 하루

선교장 연못 옆에 있는 활래정은 경포호를 바라보며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의 안식처다. 가장 오래된 안채, 사랑채인 열화당, 서재로 활용하던 서별당의 건축양식이 각각 다르다. 마루가 높고 마당이 널찍한 열화당은 개화기에 서양 문물의 영향을 받은 차양이 고스란히 남았다.

선교장의 고택에서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데, 주변 풍광이 더해져 한옥 숙박의 묘미를 전해준다. 선교장 가옥과 마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뒤뜰 언덕의 노송 숲 산책도 품격을 더한다.

고택을 나서면 경포호와 바다로 연결된다. 경포호를 거닐면 관동팔경 중 으뜸으로 꼽는 경포대, 에디슨의 발명품과 축음기 등 4500여점이 전시된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이 소소한 볼거리로 다가선다.


강릉 한옥 여행을 부추기는 절대 동력은 경포해변이다. 담장 높은 한옥과 차갑게 열린 경포해변이 아득한 대비를 이룬다. 경포해변은 나무 데크로 단장된 솔숲 산책로가 모래사장을 따라 이어져 겨울 사색을 돕는다. 강릉은 최근 커피의 메카로도 명성이 높다. 경포 인근 안목해변에 강릉커피거리가 조성되었으며, 왕산면의 커피커퍼커피박물관에서는 커피나무, 커피콩, 옛 커피 기구 등을 볼 수 있다.

따끈한 순두부 한 그릇은 겨울 추위를 녹이기에 안성맞춤이다. 강릉 곳곳에 초당순두부 간판이 내걸렸지만, 제맛을 즐기려면 초당두부마을로 가야 한다. 입에 넣자마자 부드럽게 녹아야 진품 초당순두부다.

다양한 볼거리와 먹거리

강릉 나들이는 국도7호선을 따라 주문진으로 거슬러 오르며 무르익는다. 주문진해변은 최근 드라마 〈도깨비〉의 배경이 되어 연인들의 발걸음을 재촉한다. 소돌아들바위공원이 자리한 소돌해변 일대 바다가 좀 더 한갓지고 운치 있다. 오징어잡이 배가 빼곡한 주문진항이나 해산물이 진열된 주문진수산시장을 거니는 것으로 강릉 여행의 마무리는 넉넉해진다.

<여행정보>

당일 코스

오죽헌→강릉오죽한옥마을→경포호→선교장→경포해변

1박1박2일 코스

- 첫째 날: 오죽헌→강릉오죽한옥마을→경포호→선교장→경 포해변
- 둘째 날: 초당두부마을→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
관→소돌해변→주문진항

관련 웹사이트

- 강릉 관광 http://gntour.go.kr
- 선교장 www.knsgj.netr
- 오죽헌 https://ojukheon.gangneung.go.kr
- 강릉오죽한옥마을 http://ojuk.or.kr

문의

-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125
- 선교장 033-648-5303
- 오죽헌 033-660-3301
- 강릉오죽한옥마을 033-655-1117
-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033-655-1130


대중교통

버스 서울-강릉,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10~30분 간격
(06:32~23:05)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서울고속버스터
미널에서 20~30분 간격(06:00~23:30)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강릉 IC→동해·강릉 방면 경강로→주문진 방면→동해대로→오죽헌

숙박
 
- MGM호텔: 강릉시 해안로535번길, 033)644-2559, www.mgmhotel.co.kr (굿스테이)
- 주문진호텔: 주문진읍 불당골길, 033)661-0123, http://jmjhotel.com (굿스테이)
- 강릉게스트하우스 커피거리점: 강릉시 경강로, 010-2987-6248, http://blog.naver.com/coffeemarina (굿스테이)
- 라카이샌드파인리조트: 강릉시 해안로, 1644-3001
 
식당
 

- 초당고부순두부(순두부백반): 강릉시 강릉대로587번길, 033-653-7271
- 동화가든(짬뽕순두부): 강릉시 초당순두부길77번길, 033-652-9885
- 교동반점(짬뽕): 강릉시 강릉대로, 033)646-3833
- 바다마을횟집(섭국): 강동면 정동등명길, 033)644-5747
 
주변 볼거리
 
하슬라아트월드, 안목해변, 안반데기, 허난설헌 생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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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