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④바른정당 주호영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09:47:17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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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절필동, 결국 보수는 모이게 돼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 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 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를 만났다.

단 한 번의 낙선도 없었다. 지난 4·13총선 때 새누리당은 주호영 당시 의원을 공천서 배제했지만, 그는 보란 듯이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개인기는 이미 검증을 끝마친 상태.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을 정도로 뛰어난 정책 역량에 소통 능력까지 더해져 발군의 개인기를 자랑한다.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의장으로 있던 시절 주 원내대표를 “합리적이고, 소통할 줄 아는 정치인”이라고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정책·소통이 그의 능력이라면 ‘법적 정의’는 그의 소신이다. 법관 출신인 그는 마지막 순간 법조인으로서의 양심에 모든 걸 맡긴다. 새누리당 탈당도 이러한 소신의 발로였다. 주 원내대표는 최순실 사태로 무너져 내린 보수의 가치를 다시 세우기 위해 합리적 보수 세력을 결집,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다.

과연 신생 정당인 바른정당이 조기 대선 구도서 보수의 대안으로 부상할 수 있을지는 온전히 주 원내대표의 손에 달렸다고 해도 무방하다. 다음은 주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경선 준비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지금 바른정당 내 후보 두 분(남경필·유승민)에 추가적으로 의지가 있으신 또 다른 분들을 모셔와 대선 경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오는 22일부터 당내 경선 주자들이 예비 후보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할 예정이며, 3월24일까지는 대선 후보를 선출하려고 합니다. 세부적으로 오는 20일까지 경선관리위원회 주도로 ‘경선룰’을 포함한 대통령 후보자 선출 규정을 확정하고, 21일 경선 관련 사무를 중앙선관위에 위탁할 예정입니다.

-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지지층은 어디로 옮겨갈까요?
▲바른정당과 함께하길 바랐는데, 갑작스러운 불출마 소식에 충격이 컸습니다. 반 전 총장은 주로 보수층과 충청도로부터 지지를 받았습니다. 보수층의 지지는 유승민 의원에게, 충청권 표심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에게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보수의 적통 바른정당 후보에게로 보수층이 옮겨올 것이라 판단합니다.


- 반 전 총장의 불출마로 새누리당 탈당 러시가 약화될 것이란 의견이 있습니다.
▲새누리당 의원들의 추가 탈당 및 바른정당 합류가 반 전 총장의 행보와 관련돼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반 전 총장이 좀 더 빨리 바른정당으로 합류했더라면 10명 정도의 추가 탈당과 연쇄 탈당이 있었을 것이고, 반 전 총장 본인도 상처가 적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새누리당서 한두 분 정도가 우리당 대선 후보와 뜻을 함께하고 있어 추가 탈당이 예정돼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추가 탈당과 관련해 동력이 많이 떨어진 상황인 것도 맞는 말입니다.

- 표심을 잡기 위해 당 차원서 계획하는 것이 있나요?
▲바른정당은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수임을 말할 수 있도록 보수 가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만절필동(萬折必東), 황하의 물이 만 번을 굽이쳐 흘러도 반드시 동쪽으로 간다는 말이 있습니다. 바른정당은 보수의 동쪽이 될 것입니다.

시간이 가면서 보수를 비롯한 국민들의 지지는 자연스레 바른정당으로 흘러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지금 육아휴직3년법, 알바보호법, 국회의원소환제 등 추진 중인 개혁입법을 통해 중도층은 물론 진보층의 표심도 얻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일각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대선주자 중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을 가장 두려워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스피칭, 경제 전문성, 정책 선명성 등에서 유 의원이 앞선다는 분석 때문인데요.
▲유 의원은 민감한 정치 이슈들에 대해서도 뚜렷한 신념과 소신을 갖고 있습니다. 정책 이해도가 높아 여느 대선주자들보다 더욱 선명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에 사람들이 ‘유능하다’고 많이들 표현합니다. 대선주자들 중 유 의원만이 유일한 ‘경제통’입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에 위스콘신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입니다. 현실정치를 통해 17년이란 기간 동안 경제 정책에 직접 참여하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국회 국방위원장을 지내며 철저한 안보관도 보여줬습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장관이 “진보 진영서 상대하기 제일 껄끄러운 대선 후보”라며 유 의원을 인정한 것만 봐도 그가 얼마나 뛰어난 후보인지 알 수 있습니다.

선거마다 연전연승…정책·소통 강점
‘법적 정의’ 지키고자 새누리당 탈당


- 그럼에도 바른정당 지지율이 한 자리에 머물러 있어 대선주자들이 힘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10%대 진입 전략이 있다면?
▲지난 10년의 보수 집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난맥 등이 겹쳐서 국민들이 보수에 대한 지지를 많이 철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보수의 위기죠. 새누리당에는 300만명에 가까운 당원이 있고, 그간 보수 정당의 맥을 이어왔기 때문에 보수 지지자들이 정을 떼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그리고 아직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이 나지 않았으니까 새누리당을 지지해줘야 한다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이유로 바른정당의 지지율이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른정당이 보수의 적통을 이어갈 게 틀림없습니다.
 

유승민, 남경필 등 대권후보들도 지지율이 낮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준비가 잘 돼있고 콘텐츠도 다른 후보에 비해 우수합니다. 아직 대선이 몇 달 남아 있는 데다 여론은 며칠 만에 급격하게 변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02년 대선만 봐도 50%대에 육박했던 이회창 후보를 누르고 10%대의 노무현 후보가 당선되는 반전이 일어났지 않았습니까.

- 외부 영입 대상으로 고려하는 인사가 있나요?
▲본인만 응한다면 함께 할 수 있는, 보수의 가치를 대변할 수 있는 괜찮은 후보가 두 분 정도 있어서 접촉 중입니다.

- ‘문재인 대세론’에 맞선 반문연대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바른정당 대선주자들도 이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나요?
▲대선을 앞두고 ‘빅텐트’ ‘스몰텐트’ ‘미들텐트’ 등 다양한 버전의 연대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한 시나리오란 게 중론입니다. 과거에도 그랬듯 선거에 임박한 시점까지 후보 간 연대나 단일화는 국민 여론과 지지층의 여망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입니다. 바른정당은 패권주의 청산과 개헌을 포함한 국가 개혁에 뜻을 함께하는 모든 세력과 힘을 모을 것입니다.

- 최근 황교안 권한대행이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황 권한대행의 출마 가능성과 경쟁력을 어떻게 진단하시나요?
▲최근 황 권한대행의 지지도가 10%를 넘어서면서 새누리당을 오래도록 지지해온 자들 사이에서 ‘새누리당이 불임 정당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지지율이 10%가 넘는 황 권한대행을 출마시켜야 되는 것 아니냐’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권한대행이 대통령의 직무를 보고 있는 이 위기 상황에서 권한대행직을 사퇴하고 대선에 출마한다는 것은 실로 무책임한 결정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봅니다.

-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은 최근 황 권한대행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동책임자로 지목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말입니다. 황 권한대행은 박근혜정부의 국무총리이자 전직 법무부장관이었습니다. 대통령 탄핵은 내각 전체에 대한 탄핵이라는 뜻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 권한대행은 책임이 가장 큰 인물이기도 합니다.

반기문 불출마 선언에 “충격이 컸다”
“2명과 접촉 중” 대선주자 영입 시사

- 일련의 특검팀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시나요?
▲법에서 정한 기준과 원칙에 입각한 수사를 진행해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실제로 특검팀은 많은 부분을 밝혀내는 등 성과도 큽니다. 지금 특검과 검찰에 구속된 대통령의 측근, 참모, 현 정부의 장·차관 출신이 10명에 이릅니다.

최순실씨는 문화·체육계뿐 아니라 외교관 인사까지 주무른 것으로 조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최근 청와대 압수수색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는데, 박 대통령이 지난 11월 “본격적인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특검의 직접 조사에도 응해 사건 경위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라고 밝힌 만큼 수사에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 탄핵 심판 결정 시기를 언제로 예상하시나요?
▲늦어도 3월13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할 즈음에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최근 “개헌 시기를 못 박는 부칙이라도 만들자”고 말씀하셨는데요. 이유가 궁금합니다.
▲대선 전이라도 개헌을 확실히 하겠다는 헌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그간 대선 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번번이 헛공약에 그쳤습니다. 특히 새로이 시작할 정부는 인수위 기간도 없어 개헌을 미룰 확률이 높습니다.
 

새로 취임한 대통령이 자칫 국정추진 동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는 개헌을 임기 초에 추진하려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따라서 언제 개정을 하겠다는 부칙 조항이라도 대선 투표나 4월 재보선 때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지금은 개헌을 논의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입니다. 그동안 국회서 매번 개헌 이야기가 공론화됐지만, 절대 권력을 내려놓지 않으려는 대통령에게 막혀 번번이 좌절됐지 않았습니까. 최순실 사태를 지켜보면서 나라 틀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지금이 적기입니다.

그러나 헌재의 탄핵 인용 시 바로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 헌법을 전면 개정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개헌특위가 열심히 활동하고 있고 2월 국회도 열린 상황이니만큼 각 당에서 이견을 좁혀 개헌의 범위와 폭, 그리고 바람직한 통치구조에 대한 담론을 나눠야 합니다.

- 새누리당은 ‘인명진표 개혁’, 즉 정치·정당·정책 ‘3정’ 혁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인적청산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3정 혁신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인명진 비대위원장이 일부 친박에 대한 당원권 정지 정도로 ‘인적 청산’을 마무리했습니다. 또한 “비난받아도 박 대통령은 지키겠다”고 선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새누리당은 근본적으로 혁신이 불가능한 정당이란 것을 재확인했습니다.

우리 바른정당 의원들은 새누리당에 있을 때 당의 쇄신과 개혁을 위해 노력했지만, 불가능했기에 분당이란 선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새누리당은 더 이상 공당이라 할 수 없습니다. 보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갈 수 없는 정당입니다. 바른정당이 보수의 새로운 중심이 되겠습니다.


- 새누리당이 당명·로고·당색 등을 교체할 방침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런 변화가 보수 지지층에 어필할 수 있다고 평가하시나요?
▲현재 로고는 ‘태극기’를 연상하도록 한다는데, 이는 탄핵반대를 외치는 ‘태극기 집회’를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를 듣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새누리당 당명 개정, 최순실 개명과 같아” “흉측한 범죄를 저지른 조폭이 팔뚝에 태극기를 문신하는 것과 똑같은 짓”이라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새누리당이 아무리 이름을 바꾼들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국민은 더 이상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진정한 보수는 공동체 유지를 위한 희생과 책임감이 있어야 하며, 문제를 유능하게 해결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새누리당은 공동체 유지를 위한 희생과 책임은커녕 황 권한대행을 부채질하고 있습니다.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와 헌법 재판에 비협조적인 부분에 대해 한마디도 못 하고 있지 않습니까. 새누리당이 기존 지지층의 결집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 지키기’와 ‘황교안 띄우기’를 하는 모습인데, 이것이 오히려 국가를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일요시사>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지금 나라가 많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냥 넘어진 채로 넋 놓고 있을 순 없습니다. 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 힘차게 달려갑시다. 대한민국의 새로운 도약과 비상을 위해 함께 노력해주십시오. 바른정당은 보수를 지지하는 분들이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수임을 말할 수 있도록 보수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 창조적 개혁을 통해 한국 정치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가겠습니다. 철저한 안보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고, 국정과 민생의 안정을 챙기는 데 헌신하겠습니다. 바른정당에 더 많은 성원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chm@ilyosisa.co.kr>


[주호영은?]

▲경북 울진 출생
▲영남대학교 대학원 법학 박사
▲전 대구지방법원 부장판사
▲전 대한민국 특임장관
▲전 대통령비서실 정무특별보좌관
▲제17·18·19·20대 국회의원(대구 수성을)
▲현 바른정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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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