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4당 원내대표에 길을 묻다 ③국민의당 주승용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11:11:39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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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 영입 초읽기…대선승리 보인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2017년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는 점에서 올 한 해는 대한민국 정치사의 변곡점으로 작용할 예정이다. 그 역사적 순간의 중심에 4명의 정당 원내대표가 서 있다. 공정한 경선관리의 책임이 있는 원내대표들이 어떤 역량을 보여주느냐에 따라 성공적인 대선을 치르게 될지, 아니면 경선 후유증으로 당이 흔들릴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조기 대선정국에 대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4당 원내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를 준비했다. 그 세 번째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를 만났다.

호남서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의 입지는 확고하다. 무소속으로 두 번의 전남도의원과 각각 한 번씩의 여천군수, 여수시장 당선 경력이 있다. 특히 지난 1996년 여천군수 보궐선거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상대 후보를 지원했음에도 자력으로 승리하는 저력을 보여줬다. 이후 중앙정치에 도전한 주 원내대표는 단 한 번의 낙선도 없이 전남 여수을 4선 국회의원으로 올라섰다.

그의 고향은 전남 고흥. 여수·여천 출신이 아님에도 아홉 번의 선거서 여덟 번 승리했다. 원내대표 당선도 호남민심 회복과 야권통합론을 내건 주 원내대표를 당 호남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한 결과였다. 호남서의 주 원내대표 입지는 ‘확고’를 넘어 ‘절대’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연전연승’의 비결은 당보다 주 원내대표 개인 득표력에 있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그가 ‘승용불패’라 불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그 불패 신화가 이제 호남을 넘어 전국을 향하고 있다. 주 원내대표가 ‘선거의 달인’으로 어떻게 경선 관리를 하느냐에 따라 국민의당의 운명도 판가름 날 예정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 당 자체 개헌안을 제시할 예정인 오는 3월 초를 승부처로 보고 있다. 다음은 주 원내대표와의 일문일답.

- 설 연휴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제 지역구인 여수서 보냈습니다. 시민들로부터 침체된 경제 문제, 박 대통령 탄핵, 정권교체 등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국정농단 사태로 국민들은 많이 지쳐 있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AI와 쌀값 폭락으로 경기마저 안 좋아진 데다 청년 취업까지 최악인 상황입니다.


설 명절 반가운 가족과 친지들을 만나 웃음꽃이 피었지만 “올해는 잘될 거야”란 말 한마디조차 서로 건네기 어려운, 소위 '웃픈(웃기고 슬픈)' 명절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정권교체에 대한 염원이 어느 때보다 거세다는 걸 느꼈습니다.

- 광화문 촛불집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1000만 촛불은 실로 대단했습니다. 국민들의 촛불혁명이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한 것만 봐도 그 힘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촛불집회는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표출된 것입니다. 어떤 권력 집단도 국민을 이길 수 없습니다. 특히 이번 촛불집회는 중·고등학생들도 함께 거리로 나와 더욱 크게 번졌습니다.

돈도 실력이라는 정유라의 영향이 큰 것 같습니다. 밤새워 공부해 대학을 가고, 대학 가서도 비싼 등록금을 내기 위해 편의점서 알바하고, 취업하기도 전에 빚쟁이가 돼야 하는 슬픈 현실에 어린 학생들이 분노한 것입니다. 촛불은 민심을 투영한 민주주의의 산물이자 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한 국민의 염원이라 생각합니다.

-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일어난 본질은 무엇이라 진단하시나요?

▲ 헌정질서와 민주주의 파괴에 있다고 봅니다. 과도하게 권력이 집중된 현행 대통령제하에서 박 대통령은 권력을 사유화해 정경유착과 부정부패를 저질렀습니다. 또한 참모들은 대통령 곁에서 온갖 이권에 개입해 곳간을 채워 호가호위하며 실제 인사권자인 대통령보다 더 깊이 인사에 관여했습니다. 대통령의 눈과 귀를 틀어막은 참모들의 잘못도 큽니다.

- 일련의 특검팀 수사를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 특검 수사가 빠르고 정확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최순실, 김기춘, 조윤선, 안종범, 차은택 등 국정 농단 공범들을 구속시킨 것은 실로 크나큰 성과입니다. 특히 ‘법꾸라지’ 김기춘을 구속한 것을 보고 특검의 강한 의지를 느꼈습니다.
 

이제 수사의 핵심은 청와대 압수수색 후 박 대통령 대면조사이며 그 다음은 우병우를 구속하는 것입니다. 국민들도 박영수 특검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입니다.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앞으로도 잘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호남에서만 9전8승 ‘승용불패’
‘법꾸라지’구속, 다음은 박근혜

- 최근 특검은 “박 대통령이 대면조사에 불응할 시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런 제도적 공백을 보완할 필요성이 있어 보이는데, 원내대표님 생각은 어떤가요?

▲ 국민들은 법과 원칙의 정치인이라고 자처하던 박 대통령에게 실망을 넘어 분노를 느끼고 있습니다. 법은 항상 시대에 뒤처진다는 말이 있죠. 법도 사람이 만들기 때문에 제도적 공백은 불가피합니다. 따라서 청문회를 무력화시키는 증인들의 증언과 불출석에 대한 보완, 그리고 불법적으로 축적한 재산을 모두 환수하는 법안 등 개혁입법과제를 이번 임시국회 내에 통과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경희 전 이화여대 총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했습니다. 범죄 혐의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 게 기각 이유인데요. 원내대표께서는 법원의 기각 사유를 어떻게 보시나요?

▲ 이 부회장은 회사경영권을 승계할 목적으로 회삿돈을 횡령해 대통령과 비선 실세에게 뇌물을 바친 것도 모자라 진실 앞에서 끝까지 거짓을 말했습니다. 회사의 힘과 돈이 한 개인을 위해 남용된 것이죠. 그런 혐의가 있음에도 법원에선 구속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니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법원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혹여 사회 곳곳에 깊게 뿌리박혀 있는 삼성의 힘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정유라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 비리사건도 남궁곤 전 입학처장을 비롯한 4명이 구속 수사를 받고 있는데, 최고 책임자인 최 전 총장만 범죄 행위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으니 실로 어색한 결과라고 봅니다. 지금 많은 의혹들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습니다. 특검은 영장 기각에 연연하지 않고 지금까지 보여준 것처럼 철저하게 수사해 사실을 밝혀줄 것이라 믿습니다.

- 박 대통령에 대한 헌재의 탄핵 결정 시기는 언제가 될 것으로 예상하시나요?

▲ 이정미 헌재소장 대행이 퇴임하기 전인 3월13일 이전에 결정되는 게 옳다고 봅니다. 박한철 전 헌재소장의 말을 빌리자면 현행 8인 체제서 한 명이 더 줄어 7인 체제가 되면 재판 결과가 왜곡될 위험이 크기 때문입니다. 안정적인 국정을 위해서라도 빠른 결정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금은 국내외적으로 안보와 경제가 위기 상황입니다. 트럼프정권 출범으로 세계질서가 출렁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운운하며 우리를 포함한 주변국에 긴장감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판결 지연을 위해 꼼수를 부리는 행위는 결코 없어야 할 것입니다.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의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 처음 원내대표로 취임했을 때 황 대행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당시 서로 자주 만나고 시간이 부족하면 통화라도 자주 하자고 황 대행에게 말했습니다. 상호존중과 협력의 의미로 여야정 국정협의체도 건의했습니다. 이에 황 대행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답했지만, 요즘 와서 보면 협력이 잘 안 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2월 임시국회 때 열릴 대정부질문에 황 대행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4당 원내대표 간 합의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것은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며 직무유기입니다.

그 외에도 사드 배치, 일본군 위안부,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 소통보다는 강행을 선택했습니다. 탄핵이 진행되고 있는 박 대통령의 주요 정책이나 기조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황 대행이 신년 기자회견서 “여야 정치권과 다양한 방식으로 적극 소통하겠다”고 한 말은 어불성설임이 드러났습니다.

황교안 출마? “역풍 맞을 것”
박원순 영입설에 “당에 적합”

- 최근 황 대행이 새누리당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다는 예상이 있습니다. 황 대행의 출마 가능성과 경쟁력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 감히 청하지는 못하나 원래부터 몹시 바라던 바라는 뜻이죠. 지금 황 대행의 마음이 그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대선 출마에 마음을 두고 있다면 지금 당장 대통령 권한대행직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마비된 국정을 잘 추스르지는 못할망정 정치권의 유혹에 솔깃해 대통령 코스프레를 하며 사전선거운동을 하는 것이라면 향후 대선 출마선언을 했을 때 역풍을 맞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황 대행 역시 국정 농단 사태에 책임이 큰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대행은 박근혜정부서 법무부장관에 총리로 영전된 사람입니다. 우리나라 법조계를 책임지는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의 명을 받아 각부를 통할하는 총리가 국정 농단에 대해 몰랐다는 말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정말 몰랐다면 나라를 이끌어갈 능력이 없는 것이고, 알고도 모른 척했다면 범죄입니다. 현재 지지율이 잘 나온다고 해서 대선에서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착각한다면 그야말로 낭패를 볼 것입니다.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도 미국서 귀국해 혹독한 검증을 거치기도 전에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지율이 폭락했지 않습니까. 황 대행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나 한국 현대정치사에 공무원 출신 대통령은 없었습니다. 황 대행은 고건 전 총리와 반 전 총장 사례를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서 국민의당은 물론, 반 전 총장과도 연대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국민의당의 입장은 어떤지 궁금합니다.

▲ 손 의장은 이달 10일 국민의당에 합류하기로 했습니다. 정운찬 전 총리 역시 국민의당에 들어올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반 전 총장은 대선에 불출마하고 어느 세력도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반 전 총장은 대선 구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이런 좋은 분들과 함께 집권 가능성을 높여갈 것입니다.

- 안철수 전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그럴 일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그러나 복수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지지율에서 앞서고 있는 게 사실인데요. 이 때문에 종국에는 단일화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예상이 있습니다. 원내대표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선거 때마다 야당의 분열과 통합에 국민들은 식상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정체성이 다른 세력 간 통합이나 연대는 그런 국민들께 더욱 실망만 안겨 드릴 뿐입니다. 지금으로서는 민주당과의 단일야권후보 선출이나 통합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지금 국민의당은 내부 단합과 화합을 통해 스스로 강해지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정치는 뺄셈이 아닌 덧셈입니다. 친문, 친박과 같은 패권 세력을 제외한 모든 세력이 국민의당을 중심으로 모여 100% 국민경선을 거쳐 단일 후보를 만들어낸다면,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합니다.

-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국민의당에 입당할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 실제로 그런 보고를 받은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서울시정을 6년간이나 경험했으며 아이디어가 많은 훌륭한 분입니다. 이런 분들은 하루 이틀 새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한마디로 야당의 자산인 거죠. 박 시장이 정치에 입문한 역사를 보면 우리당 안철수 전 대표의 아름다운 양보 덕분입니다.

또한 박 시장이 변호사 시절부터 걸어오신 행보를 보면 우리당의 정체성과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 바람이 있다면 국민의당으로 오셔서 우리당 대선 승리의 주역이 돼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대선 전 개헌 가능성을 진단 해주신다면?

▲ 개헌은 지난 10여년 동안 국회 헌정자문위원회를 통해 이미 만들어져 있습니다. 개헌은 이제 내용의 문제가 아니라 결단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라도 대통령으로 당선되고 나서는 민생경제를 챙기느라 개헌에 신경 쓸 여력이 없지 않겠습니까. 그럼에도 현재 새누리당, 민주당, 그리고 바른정당이 개헌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국민의당은 대선 전 개헌이 물리적으로 어려우면 대선 후보들 차원에서 공약화하고, 오는 2018년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쳐야 한다고 당론을 정했습니다. 현재 우리 국민의당은 개헌분과를 포함한 국가대개혁위원회를 출범시켰습니다. 대선 전 개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일요시사>가 1100호를 맞았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언론사는 독자의 사랑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요시사>는 지난 20여년 동안 우리 곁을 지켜왔습니다. 이는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전달해 우리 사회의 밑거름이 되고자 노력한 결과라고 봅니다. 늘 그래왔듯 여러 가지 현안을 사실의 눈으로 바라보고 독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참신한 이슈와 깊이 있는 취재로 미래의 언론문화를 선도하는 언론사로 더욱더 성장하길 기대합니다.


<chm@ilyosisa.co.kr>

 

[주승용은 누구?]

▲전라남도 고흥 출생
▲전남대학교 대학원 수산과학과 박사
▲전 민선 초대 통합 여수시장
▲전 2012여수세계박람회 유치 특별위원회 간사
▲전 민주통합당 정책위원회 의장
▲전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제17·18·19·20대 국회의원(전남 여수시을)
▲현 국민의당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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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