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호 특집대담> ‘세균맨’ 정세균 국회의장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11:02:11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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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허물없이 지내는 의전서열 2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행정부 수반의 탄핵을 목전에 둔 지금,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설 연휴 기간 동안 민심의 엄중함을 확인한 각 정당이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장의 행보가 향후 정국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치권의 상황은 ‘오케스트라’에 비유되곤 한다. 20년 만에 4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정치권은 각자 다른 소리를 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20대 국회에 들어 ‘협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과반수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각 당 원내대표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오케스트라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꼽으라면 단연 지휘자다. 각양각색의 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만드는 데는 지휘자의 능력이 절대적이다. 지휘자의 손은 선율을 만들어내고 관객은 박수를 보낸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관객처럼, 국민들은 정치권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국회 지휘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서로 다른 4당의 목소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2월 정기국회가 불협화음으로 얼룩질지, 아니면 하모니를 만들어낼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마에스트로’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정 의장을 만나 현 정치권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설 연휴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시는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을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회가 역사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왔습니다. 또한 전통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나 설 민심을 듣고 왔습니다.


민생이 어렵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날씨만큼이나 싸늘한 체감 경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국회가 나서서 민생문제를 살펴 달라는 민심을 받들어 민생경제와 국정운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일요시사> 창간이 올해로 21주년을 맞았습니다. 의장님께서도 지난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원내부총무로 정계 입문하신 이후 21년이 흘렀는데요. 그간 가장 눈에 띄는 정치권의 변화를 꼽아주신다면?

▲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통합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이 만들어지면서 정치가 많이 투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지역주의가 그때에 비해 완화됐습니다. 그러나 20년 전에 비해 여야 간 양보와 타협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제 의장 임기 동안 국회의 위상을 높이고, 정쟁보단 협치를 통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 생각입니다.

- 최근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제도권의 이 같은 결정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 전반의 움직임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 취임 초부터 약속했던 국회 청소용역 직접고용 문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동안 말만 있고 결과는 없어 안타까웠는데, 숙원사업이 잘 해결돼 기쁩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관계자, 원내대표, 국회 예결위원장 및 운영위원장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한 성과입니다.

이번 일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국회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변화가 공직사회와 기업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더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국회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균블리’ ‘세균맨’ 등 친숙한 별명이 많습니다. 이렇듯 국민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 제 인스타그램 계정이 ‘gyunvely_413’입니다. 그래서 ‘균블리’로 불리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균블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스타그램은 저의 팬들이 운영하는 SNS입니다. 제 개인의 노력이라기보다 그 분들이 홍보를 잘해줘서 인기가 올라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인스타그램을 보면, 가끔 망가진 사진들도 올라오는데요. 그것으로 국민들에게 작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데 만족합니다. 든든하게 일하는 국회, 친근하게 소통하는 의장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제25차 아시아·태평양 의회포럼(APPF) 폐회식서 국회가 제출한 ‘한반도 평화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결의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 폐회식에 앞서 전 APPF에 참석해 ‘아·태 지역 평화협력을 위한 북핵문제 해결 구상 제안 -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 필요성’을 연설했습니다. 이 자리서 전 ‘제재와 관여전략의 병행’ 및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틀임을 제안했습니다.
 

폐회식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이런 제 연설이 재확인된 것입니다. 포럼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한 같은 날 채택된 공동선언문(Joint communique - 18 January 2017)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관련 국가 의회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나눔의 집·시장 찾아 설 민심 청취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약속 지켜

- APPF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에 대해 “절차적 미흡함 때문에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셨습니다.

▲ 이번 정부는 국민·국회와의 소통에 너무나도 인색한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단순히 한일 정부 간 밀실협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드배치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국회와의 소통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의사조차 묻지 않고 합의를 추진했습니다. 법원이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등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위안부 강제연행과 관련된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우리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항소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부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것이 아니라 판결 내용대로 해당 문서를 포함한 합의 전반에 관해 공개해 국민께 이해를 구하고 그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국회와 협의해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더라도 그것이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외교적 사안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들 대다수가 합의결과나 진행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피해자 할머니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정부는 현 상황서 누구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경청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미 공화당이 대선은 물론, 상 하원 선거서도 승리해 행정부·의회를 모두 장악했습니다. 때문에 공화당과의 공조 여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됐는데요.


▲ 외교와 안보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여야 중진을 중심으로 구성한 동북아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이 미국 의회를 방문해 한미동맹을 재확인했습니다. 의회 간 대화는 행정부보다 국가 간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회가 가진 다양한 외교채널을 활용해 대미 외교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 촛불집회를 지켜본 심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측근들의 ‘국익 사유화’에 대통령 및 정부기관이 적극 가담한 초유의 권력형 비리사건입니다. 이러한 후진적 권력형 비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촛불집회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은 평화적이고 성숙한 방법으로 주권자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고 있습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바라는 촛불시위서 희망의 씨앗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은 이러한 민심을 받들어 사태수습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해 12월 황교안 권한대행과의 회동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협의체 논의에 진전이 있나요?

▲ 현재 경제부총리 및 여야정책위의장단 단위서 정책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 대표들과 권한대행이 정책을 협의하는 상위 단위의 국정협의체도 가동돼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바른정당 지도부가 구성됐고 황 권한대행 또한 지난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했으니 국정협의체가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황 권한대행과의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 얼마 전 황 권한대행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저 역시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상호신뢰와 존중으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민생을 돌보는 일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국회와 정부 간 협치를 통해 하루빨리 국정운영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APPF ‘한반도 평화 결의안’ 성과
원내대표들 만나 탄핵혼란 막기로

- 2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 원내 3당 체제서 4당 체제로 늘어났는데요. 때문에 합의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저는 다당제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행위자들이 늘어 여러 의견들이 충돌할 경우 난항에 부딪칠 수 있지만, 반대로 협의·협치를 통해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협치를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두 차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국회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 자리서 탄핵정국의 혼란을 막고 국회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여야가 협치하고 더 나아가 정부와도 협력해야 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입니다.

- 최근 야3당 원내대표와 함께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하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고려한다면 현행 제도가 적절하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 현재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18세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미래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의 의견을 현재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청소년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청소년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만 18세는 혼인이 가능하며 국방 및 납세의 의무, 주민등록증 발급 등 사회적 의사결정에 대한 판단력을 갖춘 연령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청소년들까지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 취업·결혼·주택 문제 등으로 청년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 그 어느 때보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졸업 후 실업자가 되는 것이 관례가 돼 버렸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고용 확대,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등을 담은 청년법과 열정페이 근절 법안 등을 발의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및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무 준수 실현을 위한 정책 지원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개헌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대선 전 개헌 가능성을 진단해주신다면?

▲ 정상적인 대통령 임기라면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할 수 있지만, 조기대선으로 간다면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개헌을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개헌을 위한 절차에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고 정치권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다수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급적 제 임기 내에 개헌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20대 국회 내에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의장님은 어떤 입장이신가요?

▲ 개헌은 국민적 공감이 기본이고, 그 토대 위에 국회의 각 정당이 합의를 해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우선 국회 개헌특위 내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 될 것입니다. 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손질이며 그 외에도 국민의 기본권 향상, 민생경제개념, 지방분권문제 등에 대한 전반적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정치적 이익이 아닌 국익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일요시사>가 1100호를 맞았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먼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축하를 드립니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상식과 원칙, 정도를 벗어난 일들로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러던 중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았습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을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보여주고 실천했습니다.

국회는 새해를 맞아 책임과 권리가 상응하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회가 국정 공백은 물론, 중요한 민생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정세균 의장은?]

▲전라북도 진안 출생
▲전 쌍용그룹 상무이사
▲제9대 산업자원부 장관
▲전 민주당 대표
▲제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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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용광로 내각’ 눈에 띄는 이재명 사람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1개 부처 장관 후보자와 국무조정실장 인선을 발표했다. 취임 후 첫 개각인 만큼 이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정부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초대 장관인 데다가 이력도, 배경도 독특한 이들이 합류하면서 주목도는 배로 높아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에는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이, 외교부에는 조현 전 1차관이 후보자로 지명됐다. 이 밖에도 ▲통일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동영 의원 ▲국방부 민주당 안규백 의원 ▲국가보훈부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 ▲환경부 민주당 김성환 의원 ▲고용노동부(이하 노동부) 김영훈 전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 위원장 ▲해양수산부 민주당 전재수 의원 ▲여성가족부 민주당 강선우 의원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국무조정실장 윤창렬 LG글로벌 전략개발원장 등이 후보자로 임명됐다. 가리지 않고 사람만 보고 큰 폭의 내각 변화가 일어난 가운데 유독 주목을 받는 인물이 있다. 이력이 독특하거나 발탁 배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등 청문회 과정 역시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슈는 국방부 장관으로 내정된 안규백 후보자다. 안 후보자는 5선 국회의원으로 약 20년 동안 국회 국방위원을 지내며 의정 활동 대부분을 국방 분야에서 보냈다. 내란 사태 당시 ‘윤석열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내란 특위)’ 위원장 등을 맡기도 했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은 “안 후보자는 국회 국방위 간사·위원장 등 5선 국회의원 이력 대부분이 국방위 활동이기에 군에 대한 이해도가 풍부하다”며 “64년 만에 문민 국방 장관으로 계엄에 동원된 군의 변화를 책임지고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자는 지난해 12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군은 문민통제가 돼야 한다. 비상계엄 당시 문민통제가 공고했다면 대통령이 내란을 지시하더라도 시작 단계부터 군이 반대해 따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안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해 최종 임명된다면 64년 만에 민간인 출신 국방부 장관이 탄생한다. 첫 민주노총 출신 장관이 탄생할지에도 이목이 쏠린다. 김영훈 후보자는 현직 철도 기관사로, 1992년 철도청(현 코레일)에 입사해 올해로 34년째 근무 중이다. 장관 후보로 지명되기 전날까지 김 후보자는 경부선 부산-서울 구간에서 새마을호 열차를 운행했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자가 민주노총 출신인 점을 거론하며 이번 인선이 일종의 ‘청구서’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원석 원내대표는 “내각이 아니라 민주당 선대위 같다”며 “능력이나 전문성보다 논공행상이 우선된 거 아닌가 하는 국민적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진행된 노동 개혁 성과는 후퇴하고,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과 중대재해처벌법 등 주요 현안에 대한 새 정부의 반 기업적 스탠스를 명확히 못 박아두는 인사 아닌지 우려된다. 민주노총의 정치적 청구서가 본격적으로 날아오는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가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지난 3년간 거부권에 가로 막혔던 노란봉투법을 비롯한, 주 4.5일 근무제 등이 거대 여당을 등에 업은 채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민간 국방 장관, 기관사 노동 장관 파격 인사에 국민들 관심도 ‘쑥’ ↑ 이를 의식한 듯 김 후보자는 쟁점 법안에 대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면서도 “명분만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주 4.5일 근무제가 어려운 기업이 있다면 무엇이 어렵게 하는지 정부가 잘 살펴보고 공동의 길을 모색해보겠다”고 설명했다. 교수 출신 인사가 없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개각 명단을 보면 대부분 실무형 인사 위주로 곧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는 실용성 있는 인재를 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인이 과기부·중기부 장관 후보자 등으로 내각에 포함된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강 대변인은 “배경훈 과기부 장관 후보자는 AI 학자이자 기업가로서 초거대 AI 상용화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인물”이라며 “하정우 AI미래기획수석과 함께 AI 국가경쟁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네이버 클라우드 AI 랩 소장, AI 미래포럼 공동의장 등을 지낸 하정우 수석을 대통령실 AI 미래기획 수석으로 지목했다. 이재명정부는 “100조를 투자해 AI 강국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만큼 하 수석과 배 후보자가 손발을 맞춰 글로벌 시장의 주도권을 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배 후보자는 서울 종로구 광화문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과 만나 “이 대통령의 1호 공약인 AI 3대 강국이 되기 위해 3강의 정의부터 해봤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로선) 우리가 3위를 한다고 해도 미·중과 너무 차이가 크다. 1·2위에 근접한 3위가 돼야 하며 사실 시간이 많이 남아 있지 않다”며 “AI 3강 목표를 반드시 2∼3년 이내에 달성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있고, 소속됐던 기업에서 좋은 사례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기부 장관 후보자로는 한성숙 네이버 고문이 내정됐다. 한 후보자는 지난 2017년 네이버 최초로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선임됐으며 같은 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제13대 회장을 맡은 인물이다. 역대 중기부 장관을 살펴보면 통상 관료나 정치인이 낙점된 만큼 민간 기업 출신 후보자라는 점에서 신선하다는 평이 나온다. 중소기업계는 한 후보자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일꾼도 실용주의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을 내고 “중소기업계는 이재명정부 초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한성숙 후보자가 지명된 것을 환영한다”며 “한 후보자는 네이버 등 IT산업에 오랜 경험을 가진 기업인 출신으로 산업 대전환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의 AI·디지털화를 촉진하는 등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정부와 중소기업이 한 후보자에게 기대를 걸고 있지만 과거 국정감사 이력이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 ‘단골’로 불릴 만큼 여러 차례 소환됐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21년 네이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한 직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원들의 질책이 잇따랐다. 민주당 노웅래 의원이 당시 네이버 대표였던 한 후보자에게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 대표를 징계했느냐”고 묻자 “네이버에서 본인이 사임을 했다”고 짧게 답했다. 노 의원이 “징계를 했느냐”고 재차 물었지만 한 후보자는 “징계가 있었다”면서도 정확히 어떤 처분이 내려졌는지 답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노동계 등에서는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 밖에도 뉴스 편집 조작과 댓글 여론 조작 방조 의혹 등으로 2017년부터 4년 연속 국감 증인으로 소환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상웅 의원은 한 후보자 지명과 관련해 “거대 포털과의 전략적 야합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한성숙 후보자 지명은 과거 민주당의 규제를 통한 견제가 아니라 포털과의 인사 유착을 통해 정권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비쳐질 수 있다”며 “플랫폼 권력과 정치 권력의 야합이라는 심각한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는 것이 국민적 시각”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2021년 국감을 언급하며 “직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괴롭힘의 현장을 방치한 책임자가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지원해야 할 부처의 수장으로 지명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국민 신뢰를 저버린 매우 전략적이고 노골적인 이번 인사는 즉각 철회돼야 한다”고 거듭 지적했다. 성급했나? 잡힌 발목 실용과 통합을 위한 지명도 이뤄졌지만 여야 모두에게 질책을 받으면서 오히려 자충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석열정부 출신인 송미령 농식품부의 장관 유임과 한나라당 권오을 전 의원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송 장관이 유임된 배경에 대해선 “첫 국무회의에서 대부분 사의를 표한 후라 소극적이고 구체적이지 않은 답변이 많았던 반면, 송 장관은 상당히 구체적으로 대통령 질문에 답하고 국정 방향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여러 안을 가지고 왔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일할 수 있는, 준비된 현직 국무위원이라고 판단한 것 아닌가 하는 짐작을 해본다”고 설명했다. 강 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지난 24일 유임을 발표한 뒤 첫 국무회의에서 송 장관에게 ‘사회적 충돌, 혹은 이해관계에 있어서 다른 의견이 있다면 유임된 장관으로서 적극적으로 들어보고 갈등을 조정하는 데 직접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송 장관이) 그에 대해서 수긍한 것으로 본다”며 “유임 결정까지는 대통령실에서 한 것이지만, 이후에 갈등 조정 기능도 내각에 임명 혹은 내정된 분들의 중요한 역할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송 장관의 유임을 두고 민주당, 특히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 소속 의원을 중심으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는 분위기다. 지난 3년 동안 양곡관리법 등을 반대하고 이를 ‘농망법’이라고 부르는 사람을 기용하는 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진보당도 목소리를 높였다. 혁신당 박웅두 농어민위원장은 논평을 통해 “이재명정부의 ‘국민통합정부’ 의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남태령 응원봉의 주역이자 이재명 대통령 당선에 뜻을 함께했던 농민들은 송 장관의 유임에 당혹감과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송 장관은 윤석열 농정에 대해 공식적으로 참회와 반성, 사과와 유감의 발언도 없었고 공개적인 평가의 과정과 책임의 경중을 논의한 바가 없는데 누가 송미령을 장관으로 추천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식량주권에 대한 손톱만큼의 애정이 있다면 유임 결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농해수위 소속인 진보당 전종덕 의원 역시 “농망 장관”이라며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나섰다. 통합용 지명? 여야 모두 아우성 ‘윤의 사람’ 그대로 품은 이유는? 일부 야권에서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송 장관은 민주당이 추진한 양곡법과 속칭 농민3법을 농업의 미래를 망치는 농망법이라며 대통령 거부권 행사까지 건의했다”며 “그런데 이재명정부의 농림부 장관으로 지명되니 ‘새정부 철학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장관을 오래하려면 송미령 같이’라는 자조가 공직사회 전반에 퍼지지 않겠느냐”며 “금번 인사를 보니 이 대통령이 말하는 실용주의의 정체를 알겠다. 그건 실용의 이름으로 포장된 기회주의이자 국익으로 덧발라진 밥그릇 챙기기”라고 꼬집었다. 논란에 대해 한 민주당 관계자도 “나름 탕평 인사로 가장 탈이 안 날 것 같은 인물을 유임시킨 것 같은데 아마 이 대통령도 뒷말은 예상했을 것”이라며 “내란 종식을 내걸고 정권을 잡은 만큼 모순된 면이 있다. 그날 밤(12월3일) 용산에 모인 국무위원을 내란 동조자, 내란 방관자라고 하더니 ‘일을 잘하니 함께 가겠다’라는 건 국민에게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권 전 의원이 보훈부 장관으로 지목된 것 역시 탕평 인사로 분류된다는 해석이다. 권 후보자는 지난 4월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 캠프에 합류에 눈길을 끌었다. 친유승민계로 분류되는 권 후보자는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을 거쳐 바른정당에서 최고위원을 지냈다. 보수 인사였던 그는 이재명 캠프에 합류하면서 “대구와 경북의 정치적 발언권을 보장하기 위해 참여하게 됐다”며 “민주당의 중도 보수 지향에 대해 힘을 보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훈식 대변인은 권 후보자가 보훈부 장관으로 지명된 것에 대해 “경북 안동에서 3선 의원을 역임했다”면서 “지역과 이념을 넘어 특별한 희생에 특별한 보상이라는 보훈 의미를 살리고 국민통합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권 후보자는 보수와의 소통에 힘을 쏟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면 광화문 태극기 부대와 촛불 부대가 서로 소통이 되고 이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국민통합이라면 소통의 장을 마련해 각자가 논리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보고 들어봐서 반영하라고 하셨다”며 “그래도 자기 진영 논리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면, 이해할 수 있는 소통의 장을 자주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유임된 송 장관을 제외한 10개 부처에 대한 개각이 이뤄지면서 국회 역시 각 상임위가 바쁘게 돌아갈 예정이다. 시기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7월 말에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겪은 국민의힘은 남은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서도 ‘송곳 검증’을 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격돌의 7월 관전 포인트 다만 한 야권 관계자는 “김민석 후보자의 청문회가 이틀 동안 진행됐지만 총리로서의 자격 검증은 뒷전이고 돈 문제만 물고 늘어졌다”며 “물론 총리 후보자의 부도덕한 면을 부각시킬 수 있겠지만 총리 후보자 청문회인 만큼 더 다양한 각도에서 질문을 해야 했다. 곧 있으면 다른 장관에 대한 청문회도 진행될 텐데 지금처럼 (청문회를) 진행해서는 국민의힘도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