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호 특집대담> ‘세균맨’ 정세균 국회의장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11:02:11
  • 호수 1100호
  • 댓글 0개

국민과 허물없이 지내는 의전서열 2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행정부 수반의 탄핵을 목전에 둔 지금,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설 연휴 기간 동안 민심의 엄중함을 확인한 각 정당이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장의 행보가 향후 정국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치권의 상황은 ‘오케스트라’에 비유되곤 한다. 20년 만에 4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정치권은 각자 다른 소리를 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20대 국회에 들어 ‘협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과반수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각 당 원내대표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오케스트라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꼽으라면 단연 지휘자다. 각양각색의 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만드는 데는 지휘자의 능력이 절대적이다. 지휘자의 손은 선율을 만들어내고 관객은 박수를 보낸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관객처럼, 국민들은 정치권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국회 지휘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서로 다른 4당의 목소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2월 정기국회가 불협화음으로 얼룩질지, 아니면 하모니를 만들어낼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마에스트로’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정 의장을 만나 현 정치권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설 연휴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시는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을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회가 역사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왔습니다. 또한 전통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나 설 민심을 듣고 왔습니다.


민생이 어렵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날씨만큼이나 싸늘한 체감 경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국회가 나서서 민생문제를 살펴 달라는 민심을 받들어 민생경제와 국정운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일요시사> 창간이 올해로 21주년을 맞았습니다. 의장님께서도 지난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원내부총무로 정계 입문하신 이후 21년이 흘렀는데요. 그간 가장 눈에 띄는 정치권의 변화를 꼽아주신다면?

▲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통합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이 만들어지면서 정치가 많이 투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지역주의가 그때에 비해 완화됐습니다. 그러나 20년 전에 비해 여야 간 양보와 타협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제 의장 임기 동안 국회의 위상을 높이고, 정쟁보단 협치를 통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 생각입니다.

- 최근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제도권의 이 같은 결정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 전반의 움직임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 취임 초부터 약속했던 국회 청소용역 직접고용 문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동안 말만 있고 결과는 없어 안타까웠는데, 숙원사업이 잘 해결돼 기쁩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관계자, 원내대표, 국회 예결위원장 및 운영위원장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한 성과입니다.

이번 일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국회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변화가 공직사회와 기업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더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국회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균블리’ ‘세균맨’ 등 친숙한 별명이 많습니다. 이렇듯 국민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 제 인스타그램 계정이 ‘gyunvely_413’입니다. 그래서 ‘균블리’로 불리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균블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스타그램은 저의 팬들이 운영하는 SNS입니다. 제 개인의 노력이라기보다 그 분들이 홍보를 잘해줘서 인기가 올라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인스타그램을 보면, 가끔 망가진 사진들도 올라오는데요. 그것으로 국민들에게 작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데 만족합니다. 든든하게 일하는 국회, 친근하게 소통하는 의장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제25차 아시아·태평양 의회포럼(APPF) 폐회식서 국회가 제출한 ‘한반도 평화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결의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 폐회식에 앞서 전 APPF에 참석해 ‘아·태 지역 평화협력을 위한 북핵문제 해결 구상 제안 -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 필요성’을 연설했습니다. 이 자리서 전 ‘제재와 관여전략의 병행’ 및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틀임을 제안했습니다.
 

폐회식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이런 제 연설이 재확인된 것입니다. 포럼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한 같은 날 채택된 공동선언문(Joint communique - 18 January 2017)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관련 국가 의회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나눔의 집·시장 찾아 설 민심 청취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약속 지켜

- APPF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에 대해 “절차적 미흡함 때문에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셨습니다.

▲ 이번 정부는 국민·국회와의 소통에 너무나도 인색한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단순히 한일 정부 간 밀실협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드배치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국회와의 소통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의사조차 묻지 않고 합의를 추진했습니다. 법원이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등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위안부 강제연행과 관련된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우리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항소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부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것이 아니라 판결 내용대로 해당 문서를 포함한 합의 전반에 관해 공개해 국민께 이해를 구하고 그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국회와 협의해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더라도 그것이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외교적 사안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들 대다수가 합의결과나 진행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피해자 할머니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정부는 현 상황서 누구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경청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미 공화당이 대선은 물론, 상 하원 선거서도 승리해 행정부·의회를 모두 장악했습니다. 때문에 공화당과의 공조 여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됐는데요.


▲ 외교와 안보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여야 중진을 중심으로 구성한 동북아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이 미국 의회를 방문해 한미동맹을 재확인했습니다. 의회 간 대화는 행정부보다 국가 간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회가 가진 다양한 외교채널을 활용해 대미 외교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 촛불집회를 지켜본 심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측근들의 ‘국익 사유화’에 대통령 및 정부기관이 적극 가담한 초유의 권력형 비리사건입니다. 이러한 후진적 권력형 비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촛불집회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은 평화적이고 성숙한 방법으로 주권자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고 있습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바라는 촛불시위서 희망의 씨앗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은 이러한 민심을 받들어 사태수습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해 12월 황교안 권한대행과의 회동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협의체 논의에 진전이 있나요?

▲ 현재 경제부총리 및 여야정책위의장단 단위서 정책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 대표들과 권한대행이 정책을 협의하는 상위 단위의 국정협의체도 가동돼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바른정당 지도부가 구성됐고 황 권한대행 또한 지난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했으니 국정협의체가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황 권한대행과의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 얼마 전 황 권한대행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저 역시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상호신뢰와 존중으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민생을 돌보는 일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국회와 정부 간 협치를 통해 하루빨리 국정운영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APPF ‘한반도 평화 결의안’ 성과
원내대표들 만나 탄핵혼란 막기로

- 2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 원내 3당 체제서 4당 체제로 늘어났는데요. 때문에 합의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저는 다당제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행위자들이 늘어 여러 의견들이 충돌할 경우 난항에 부딪칠 수 있지만, 반대로 협의·협치를 통해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협치를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두 차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국회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 자리서 탄핵정국의 혼란을 막고 국회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여야가 협치하고 더 나아가 정부와도 협력해야 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입니다.

- 최근 야3당 원내대표와 함께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하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고려한다면 현행 제도가 적절하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 현재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18세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미래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의 의견을 현재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청소년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청소년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만 18세는 혼인이 가능하며 국방 및 납세의 의무, 주민등록증 발급 등 사회적 의사결정에 대한 판단력을 갖춘 연령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청소년들까지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 취업·결혼·주택 문제 등으로 청년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 그 어느 때보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졸업 후 실업자가 되는 것이 관례가 돼 버렸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고용 확대,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등을 담은 청년법과 열정페이 근절 법안 등을 발의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및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무 준수 실현을 위한 정책 지원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개헌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대선 전 개헌 가능성을 진단해주신다면?

▲ 정상적인 대통령 임기라면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할 수 있지만, 조기대선으로 간다면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개헌을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개헌을 위한 절차에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고 정치권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다수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급적 제 임기 내에 개헌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20대 국회 내에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의장님은 어떤 입장이신가요?

▲ 개헌은 국민적 공감이 기본이고, 그 토대 위에 국회의 각 정당이 합의를 해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우선 국회 개헌특위 내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 될 것입니다. 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손질이며 그 외에도 국민의 기본권 향상, 민생경제개념, 지방분권문제 등에 대한 전반적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정치적 이익이 아닌 국익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일요시사>가 1100호를 맞았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먼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축하를 드립니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상식과 원칙, 정도를 벗어난 일들로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러던 중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았습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을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보여주고 실천했습니다.

국회는 새해를 맞아 책임과 권리가 상응하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회가 국정 공백은 물론, 중요한 민생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정세균 의장은?]

▲전라북도 진안 출생
▲전 쌍용그룹 상무이사
▲제9대 산업자원부 장관
▲전 민주당 대표
▲제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대선 전’ 친윤 대숙청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당원들의 도움으로 대선후보 지위를 유지했다. 확실한 명분을 쥔 김 후보는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당권 장악을 위한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김 후보가 당내 주도권 다툼서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는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등 친윤(친 윤석열)계의 대선후보 교체 시도를 당원들의 반대로 진압한 후에야 선대위를 구성했다. 김 후보는 지난 11일 대선후보로 등록했고, 대선후보의 당무우선권을 발동해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을 같은 날 진행된 의원총회서 새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임명했다. 갑툭튀 위원장 권 전 비대위원장이 후보 교체 시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기 때문이었다. 일각에선 권 원내대표의 사퇴도 강하게 요구했지만,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했다. 이날 진행된 의원총회엔 의원 107명 중 50명만 참석했다. 후보 교체 시도에 가담한 친윤계 의원들은 대거 불참했다. 이어 지난 12일엔 국민의힘 비대위 회의가 개최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회의서 김용태·주호영·권성동·나경원·안철수·황우여·양향자 등 7인 공동 선대위원장 체제를 발표했다. 김 후보는 후보 교체 시도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을 대신해 박대출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했다. 박 의원은 선대위서도 총괄지원본부장을 맡았다. 이틀 동안 확정·발표된 인선 중 가장 주목받은 것은 김 비대위원장 임명이었다. 30대 중반 막내 초선 의원을 당 대표격 직책에 임명했기 때문이었다. 김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원으로서 후보 교체 시도에 강하게 반대했다. 김 비대위원장은 지난 2021년 전당대회서 청년 최고위원으로 당선돼 이준석 당시 대표가 이끌던 지도부에 참가했다. 이어 황우여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에도 비대위원으로 발탁됐던 경험이 있다. 이 전 대표 시절엔 소장파 ‘천아용인’ 중 1명으로 거론됐던 적이 있고, 이 전 대표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한 이후에도 돈독한 친분을 이어가고 있다. 일각에선 김 비대위원장 발탁을 놓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대비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다만 김 비대위원장에 대해선 “소장파로서의 행보가 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그래서 김 비대위원장이 적극적으로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을지 회의적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서 “친윤계가 김 비대위원장을 화살받이·방패막이로 앞세워서 상황을 돌파하려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비대위원장의 역량을 인정하는 기준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와의 결별 및 출당을 제시했다. 함께 출연한 장윤선 정치 전문 기자는 “제일 고통스러운 사람은 김 비대위원장 자신일 것이란 얘기가 있다”며 “대선서 크게 패배하면, 그 책임을 김 후보가 아닌 김 비대위원장이 지는 방식으로 정리하기 위해 허수아비로 세워놓은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다”고 거들었다. 친윤계는 의원총회 불참으로써 김 비대위원장 지명에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김 후보는 당원투표로써 친윤계의 후보 교체 시도를 진압했기 때문에 명분을 확보했다. 국민의힘의 주도권을 휘어잡을 기회를 얻었다고 볼 수도 있다. 30대 초선 비대위원장 총알받이? 방패막이? 김 후보가 대선후보 지위를 굳힌 후 먼저 교체한 사람이 이 전 사무총장이란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전 사무총장은 당 선거관리위원장 자격으로 김 후보 선출 취소 공고와 새 후보 등록 신청 공고를 발표했다. 후보 등록 신청 공고에 제시된 등록 신청 기간은 지난 10일 오전 3시부터 4시까지였고, 등록을 위해 준비해야 할 서류는 총 32종이었다. 등록 장소는 국회 본관 228호 비대위 회의실이었다. 이 황당한 상황은 한 편의 코미디로 남았다. 이날 오전 3시부터 4시 사이엔 공고를 본 후 국회를 방문해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등록하러 왔다”면서 국회 경비대에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조롱성 방송을 진행한 유튜버도 있었다. 이 전 사무총장은 소동이 끝난 후 의원 단톡방에 김 후보를 비판하고 권 전 비대위원장을 두둔하는 취지로 어느 정치평론가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친한(친 한동훈)계인 국민의힘 정성국 의원으로부터 “총장님 입맛에 맞는 정치평론가의 글을 단톡방서 읽을 이유는 없다”고 비판받았다. 김 후보로선 사태가 끝난 이후에도 후보 교체 시도를 정당화하는 이 전 총장을 유임시킬 이유가 없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있으므로 권 원내대표까지 교체해 파문을 확대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김 후보가 당의 주도권을 확실히 휘어잡을 기회를 잡은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선대위를 움직일 당 사무총장은 빨리 교체해야 했다. 김 후보는 권 원내대표를 유임시켜 ‘휴전’ 메시지를 보낸 후 친윤계와의 암묵적 합의를 거쳐 김 비대위원장을 임명했다. 이어 실권을 행사하는 사무총장을 신속하게 확보했다. 국민의힘 대선후보 교체 시도는 1991년 8월 발생한 소련 공산당 보수파의 쿠데타를 연상시킨다. 보수파는 미하일 고르바초프 당시 대통령을 몰아내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는 KGB 알파그룹과 전차부대 등이 동원돼 신속하게 진행된 군사작전이었다. 쿠데타는 실패했고, 소련은 해체됐다. 이처럼 정치적 기획을 군사작전처럼 몰아쳐 진행하는 성향이 있는 사람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 2명과 비대위원장 1명을 쫓아낸 적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지난 10일 “윤석열 지령, 국민의힘 연출로 시작된 대선 쿠데타”라고 주장했다. “행보가 약하다” 윤 전 대통령도 본의 아니게 자수 아닌 자수를 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이 게시글엔 “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이 과정을 겸허히 품고 서로의 손을 맞잡아야 한다”는 문장이 있었다. 김 후보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한 게시글을 수정 없이 그대로 올렸다. 김 후보와 친윤계의 대결이 ‘휴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하는 게시글이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계는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김 후보를 거들었다. 이 중 친한계 좌장 6선 조경태 의원은 김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단일화 논란이 분분했던 지난 9일에도 “무책임한 외부 인사 영입을 통해 대선을 치를 거라면, 경쟁력 있는 이재명 후보를 데리고 오는 게 빠른 거 아니냐”면서 김 후보를 두둔했다. 이를 두고 “당원투표서 김 후보 교체 시도가 부결됐던 이유 중 하나는 친한계 당원들의 반대 움직임”이라고 보는 일각의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김 후보와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탄핵 등 여러 사안서 의견이 엇갈렸다. 두 사람은 국민의힘이 대선서 패배하면 다시 진행될 가능성이 큰 당권 투쟁의 잠재적인 경쟁 상대다. 김 후보는 56.53%를 얻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한 전 대표가 얻은 43.47%도 무시하긴 어려운 수치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 전 대표의 선대위 참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비상계엄 및 탄핵 반대에 대한 사과 ▲윤 전 대통령 부부와의 절연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 약속을 내걸고 후보로 선출된 것에 대한 사과 등 자신의 선대위 참여 조건을 제시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이를 언급하면서 “김 후보가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렇듯 김 후보는 당내 유력 계파들인 친윤·친한과의 불씨를 두고 있다. 두 계파 모두 앙숙이기 때문에 김 후보로선 두 계파 모두를 포섭하기도 쉽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아울러 2026년엔 국회의원들의 ‘대목’이라고 볼 수 있는 지방선거가 진행된다. 불씨가 들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최소한 선거 상황에선 김 비대위원장이란 완충지대가 필요했을 가능성도 있다. 김 후보도 바보가 아닌 한 대선 승리 가능성이 크지 않단 것은 잘 알고 있다. 그 자신도 친윤계의 쿠데타로 인해 정당하게 선출된 후보직을 잃을 뻔했다. 대선 이후엔 곧바로 당권 투쟁이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김 후보가 대선 이후에도 정치적 영향력을 잃지 않고 당을 장악하려면 당권 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김 후보에게도 우군이 필요하다. 남겨놓은 갈등 불씨 김 후보는 지난 2020년 1월 국민의힘의 전신 자유한국당을 탈당한 이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돈독한 친분을 유지했다. 같은 해 8월 발생한 사랑제일교회 코로나19 집단감염 사건 이후에도 경찰이 자가격리 조치를 어기고 집회에 참석한 사랑제일교회 일부 신자를 연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는 등 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당시 김 후보는 “내가 김문수인데, 왜 가자고 그러느냐”라거나 “내가 국회의원을 3번 했다”는 등 호통을 치는 등 경기도지사 재임 당시 119에 전화해 갑질했던 ‘도지삽니다’ 사건을 연상시키는 언행으로 물의를 일으켰다. 전 목사는 후보 교체 시도를 격렬하게 비판했다. 전 목사가 주도하는 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민운동본부(이하 대국본)는 지난 10일 국민의힘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다. 전 목사는 이날 “멀쩡하게 뽑아놓은 김문수를 아웃시키고, 한덕수를 영입했다”며 “국민의힘이 사기 치는 것 봤죠? 이건 완전 불법”이라고 주장했다. 대국본도 같은 날 배포한 입장문서 “국민의힘은 종북 좌파와 맞서 싸우겠다는 애국 보수만 나타나면 알레르기 반응부터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지난 8일 관훈토론회 초청 토론회서 “광장 세력과도 함께 손잡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기독교의 교회 조직과 말씀 때문에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가 버티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전 목사 등 강경보수 성향 일부 교계를 극찬했다. 당내 지분이 전혀 없는 상황서 친윤·친한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 김 후보로선 우군이 절실하다. 김 후보는 강경보수 세력 내부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와도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 김 후보는 지난 4월24일 전씨의 유튜브 채널 ‘전한길뉴스’에 출연했다. 전씨는 전 목사의 경쟁자로 통하는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와 연결돼있다. 전씨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하면서 “김 후보가 기득권 정치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하고, 호남 지역 표심을 공략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TV 토론서 압도적 존재감을 발휘하고, 막판에 보수 우파가 단합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 목사와 전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국면서 보수 진영 내부의 막강한 영향력을 확보했다. 두 사람의 영향력은 인원 동원 능력으로부터 비롯된다. 이들을 국민의힘 내부에 유입시켜 전당대회서 승부를 본다면, 김 후보가 국민의힘을 장악하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방선거서 급한 일은 의원들의 지역구 내 지방선거 공천에 개입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역구 국회의원의 영향력 아래서 손발 노릇을 하는 기초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장악하면, 의원들의 손발을 묶어둘 수 있다. 후보 교체 시도 5적 지역구서 공천 전쟁? 김 후보와 충돌할 가능성이 큰 의원은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 ▲성일종·박수영 의원이다. 이 중 이 전 총장을 제외한 4명에 대해선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서 ‘4적’이라고 주장했던 적이 있다. 홍 전 시장은 “경선을 혼미하게 한 책임을 지고, 의원직 사퇴·정계 은퇴하라”고 주장했다. 이들 중 지도부였던 ▲권 전 비대위원장 ▲권 원내대표 ▲이 전 총장은 후보 교체 시도를 직접 진두지휘했다. 성 의원은 김 후보와 한 전 총리의 단일화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박 의원은 김 후보의 캠프에 참여했지만, 김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 신경전을 이어가자 “김 후보 주변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한 전 총리는 가라앉고, 김 후보가 단일후보가 될 것’이라는 식의 논리를 퍼뜨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김 후보를 일컬어 “전형적인 좌파식 조직 탈취 시도를 하고 있다”는 비난도 이어갔다. 김 후보는 대선후보 자격이 취소됐던 지난 10일 기자회견을 개최해 스스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 김문수”라면서 지도부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이어 캠프 내 측근들과 함께 국민의힘 중앙당사를 방문해 대통령 후보실을 점거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선 “왕년의 투사 김문수가 돌아온 것이냐”고 반응했다. 이날 김 후보의 대응을 돌아보면, 대선 이후 당권 투쟁서 물러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독자 영역을 구축한 친윤·친한과 달리 김 후보는 외부 세력을 당내에 유입시키기 위한 명분부터 구축해야 한다.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의미 있는 득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홍 전 시장은 자유한국당 후보로서 대선에 출마했지만, 보수 정당이 분열됐던 여파를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불과 785만여표(약 24%) 득표에 그쳤다. 이는 역대 대선 직선제 2위 후보 중 당선자와 최다 표차 낙선과 보수 정당 최저 득표율이었다. 홍 전 시장은 대선 패배 이후 약 3주 동안 미국을 방문한 후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대표로 당선됐다. 예나 지금이나 당내 세력이 미약한 홍 전 시장은 당의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지난 2018년 지방선거 패배 책임 차원으로 당대표직서 물러났다. 대선서 많은 득표를 하지 못했던 것도 홍 전 시장의 지도력에 힘이 붙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였다. 따라서 김 후보로선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당을 장악하기 위해선 패배하더라도 최대한 많은 득표를 해서 명분을 쥐는 것이 중요하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시도를 완전히 접지 않은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라고 해석할 수 있다. 하한선 35% 무너지나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이틀간 무선 100% 전화 면접 방식으로 진행했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보다 13% 뒤처진 33%의 지지를 얻었다. 김 후보가 설령 대선서 패배하더라도, 국민의힘을 장악하려면 40% 이상의 독자 지지율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최저 하한선은 35%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후보에겐 승패 여하를 떠나 많은 것이 달린 대선일 수밖에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