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호 특집대담> ‘세균맨’ 정세균 국회의장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11:02:11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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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허물없이 지내는 의전서열 2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행정부 수반의 탄핵을 목전에 둔 지금,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설 연휴 기간 동안 민심의 엄중함을 확인한 각 정당이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장의 행보가 향후 정국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치권의 상황은 ‘오케스트라’에 비유되곤 한다. 20년 만에 4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정치권은 각자 다른 소리를 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20대 국회에 들어 ‘협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과반수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각 당 원내대표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오케스트라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꼽으라면 단연 지휘자다. 각양각색의 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만드는 데는 지휘자의 능력이 절대적이다. 지휘자의 손은 선율을 만들어내고 관객은 박수를 보낸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관객처럼, 국민들은 정치권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국회 지휘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서로 다른 4당의 목소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2월 정기국회가 불협화음으로 얼룩질지, 아니면 하모니를 만들어낼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마에스트로’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정 의장을 만나 현 정치권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설 연휴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시는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을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회가 역사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왔습니다. 또한 전통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나 설 민심을 듣고 왔습니다.


민생이 어렵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날씨만큼이나 싸늘한 체감 경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국회가 나서서 민생문제를 살펴 달라는 민심을 받들어 민생경제와 국정운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일요시사> 창간이 올해로 21주년을 맞았습니다. 의장님께서도 지난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원내부총무로 정계 입문하신 이후 21년이 흘렀는데요. 그간 가장 눈에 띄는 정치권의 변화를 꼽아주신다면?

▲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통합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이 만들어지면서 정치가 많이 투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지역주의가 그때에 비해 완화됐습니다. 그러나 20년 전에 비해 여야 간 양보와 타협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제 의장 임기 동안 국회의 위상을 높이고, 정쟁보단 협치를 통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 생각입니다.

- 최근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제도권의 이 같은 결정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 전반의 움직임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 취임 초부터 약속했던 국회 청소용역 직접고용 문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동안 말만 있고 결과는 없어 안타까웠는데, 숙원사업이 잘 해결돼 기쁩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관계자, 원내대표, 국회 예결위원장 및 운영위원장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한 성과입니다.

이번 일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국회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변화가 공직사회와 기업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더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국회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균블리’ ‘세균맨’ 등 친숙한 별명이 많습니다. 이렇듯 국민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 제 인스타그램 계정이 ‘gyunvely_413’입니다. 그래서 ‘균블리’로 불리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균블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스타그램은 저의 팬들이 운영하는 SNS입니다. 제 개인의 노력이라기보다 그 분들이 홍보를 잘해줘서 인기가 올라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인스타그램을 보면, 가끔 망가진 사진들도 올라오는데요. 그것으로 국민들에게 작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데 만족합니다. 든든하게 일하는 국회, 친근하게 소통하는 의장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제25차 아시아·태평양 의회포럼(APPF) 폐회식서 국회가 제출한 ‘한반도 평화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결의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 폐회식에 앞서 전 APPF에 참석해 ‘아·태 지역 평화협력을 위한 북핵문제 해결 구상 제안 -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 필요성’을 연설했습니다. 이 자리서 전 ‘제재와 관여전략의 병행’ 및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틀임을 제안했습니다.
 

폐회식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이런 제 연설이 재확인된 것입니다. 포럼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한 같은 날 채택된 공동선언문(Joint communique - 18 January 2017)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관련 국가 의회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나눔의 집·시장 찾아 설 민심 청취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약속 지켜

- APPF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에 대해 “절차적 미흡함 때문에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셨습니다.

▲ 이번 정부는 국민·국회와의 소통에 너무나도 인색한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단순히 한일 정부 간 밀실협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드배치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국회와의 소통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의사조차 묻지 않고 합의를 추진했습니다. 법원이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등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위안부 강제연행과 관련된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우리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항소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부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것이 아니라 판결 내용대로 해당 문서를 포함한 합의 전반에 관해 공개해 국민께 이해를 구하고 그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국회와 협의해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더라도 그것이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외교적 사안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들 대다수가 합의결과나 진행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피해자 할머니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정부는 현 상황서 누구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경청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미 공화당이 대선은 물론, 상 하원 선거서도 승리해 행정부·의회를 모두 장악했습니다. 때문에 공화당과의 공조 여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됐는데요.


▲ 외교와 안보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여야 중진을 중심으로 구성한 동북아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이 미국 의회를 방문해 한미동맹을 재확인했습니다. 의회 간 대화는 행정부보다 국가 간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회가 가진 다양한 외교채널을 활용해 대미 외교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 촛불집회를 지켜본 심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측근들의 ‘국익 사유화’에 대통령 및 정부기관이 적극 가담한 초유의 권력형 비리사건입니다. 이러한 후진적 권력형 비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촛불집회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은 평화적이고 성숙한 방법으로 주권자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고 있습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바라는 촛불시위서 희망의 씨앗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은 이러한 민심을 받들어 사태수습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해 12월 황교안 권한대행과의 회동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협의체 논의에 진전이 있나요?

▲ 현재 경제부총리 및 여야정책위의장단 단위서 정책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 대표들과 권한대행이 정책을 협의하는 상위 단위의 국정협의체도 가동돼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바른정당 지도부가 구성됐고 황 권한대행 또한 지난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했으니 국정협의체가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황 권한대행과의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 얼마 전 황 권한대행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저 역시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상호신뢰와 존중으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민생을 돌보는 일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국회와 정부 간 협치를 통해 하루빨리 국정운영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APPF ‘한반도 평화 결의안’ 성과
원내대표들 만나 탄핵혼란 막기로

- 2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 원내 3당 체제서 4당 체제로 늘어났는데요. 때문에 합의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저는 다당제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행위자들이 늘어 여러 의견들이 충돌할 경우 난항에 부딪칠 수 있지만, 반대로 협의·협치를 통해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협치를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두 차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국회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 자리서 탄핵정국의 혼란을 막고 국회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여야가 협치하고 더 나아가 정부와도 협력해야 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입니다.

- 최근 야3당 원내대표와 함께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하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고려한다면 현행 제도가 적절하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 현재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18세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미래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의 의견을 현재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청소년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청소년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만 18세는 혼인이 가능하며 국방 및 납세의 의무, 주민등록증 발급 등 사회적 의사결정에 대한 판단력을 갖춘 연령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청소년들까지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 취업·결혼·주택 문제 등으로 청년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 그 어느 때보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졸업 후 실업자가 되는 것이 관례가 돼 버렸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고용 확대,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등을 담은 청년법과 열정페이 근절 법안 등을 발의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및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무 준수 실현을 위한 정책 지원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개헌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대선 전 개헌 가능성을 진단해주신다면?

▲ 정상적인 대통령 임기라면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할 수 있지만, 조기대선으로 간다면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개헌을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개헌을 위한 절차에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고 정치권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다수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급적 제 임기 내에 개헌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20대 국회 내에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의장님은 어떤 입장이신가요?

▲ 개헌은 국민적 공감이 기본이고, 그 토대 위에 국회의 각 정당이 합의를 해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우선 국회 개헌특위 내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 될 것입니다. 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손질이며 그 외에도 국민의 기본권 향상, 민생경제개념, 지방분권문제 등에 대한 전반적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정치적 이익이 아닌 국익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일요시사>가 1100호를 맞았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먼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축하를 드립니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상식과 원칙, 정도를 벗어난 일들로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러던 중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았습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을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보여주고 실천했습니다.

국회는 새해를 맞아 책임과 권리가 상응하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회가 국정 공백은 물론, 중요한 민생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정세균 의장은?]

▲전라북도 진안 출생
▲전 쌍용그룹 상무이사
▲제9대 산업자원부 장관
▲전 민주당 대표
▲제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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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