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0호 특집대담> ‘세균맨’ 정세균 국회의장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2.06 11:02:11
  • 호수 110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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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과 허물없이 지내는 의전서열 2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행정부 수반의 탄핵을 목전에 둔 지금, 입법부 수장이자 국가 의전서열 2위인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쏠리는 국민들의 관심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설 연휴 기간 동안 민심의 엄중함을 확인한 각 정당이 대선 모드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정 의장의 행보가 향후 정국을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정치권의 상황은 ‘오케스트라’에 비유되곤 한다. 20년 만에 4당 체제로 재편되면서 정치권은 각자 다른 소리를 낼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20대 국회에 들어 ‘협치’를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는 여기에 있다. 국회선진화법은 과반수의 의석을 확보하는 데 실패한 각 당 원내대표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냈다.

오케스트라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꼽으라면 단연 지휘자다. 각양각색의 소리를 하나의 음악으로 만드는 데는 지휘자의 능력이 절대적이다. 지휘자의 손은 선율을 만들어내고 관객은 박수를 보낸다. 마치 오케스트라를 감상하는 관객처럼, 국민들은 정치권서 나오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국회 지휘자’ 정세균 국회의장이 서로 다른 4당의 목소리를 어떻게 정리하느냐에 따라 2월 정기국회가 불협화음으로 얼룩질지, 아니면 하모니를 만들어낼지 결정된다. <일요시사>는 ‘마에스트로’의 면모를 보이고 있는 정 의장을 만나 현 정치권 상황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다음은 정 의장과의 일문일답.

- 설 연휴 어떻게 보내셨는지 궁금합니다.

▲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계시는 경기도 광주의 ‘나눔의 집’을 다녀왔습니다.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국회가 역사를 바로잡는 데 앞장서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왔습니다. 또한 전통시장 상인들과 시민들을 만나 설 민심을 듣고 왔습니다.


민생이 어렵습니다. 설 명절을 앞두고 날씨만큼이나 싸늘한 체감 경기는 생각보다 훨씬 더 심각했습니다. 국회가 나서서 민생문제를 살펴 달라는 민심을 받들어 민생경제와 국정운영 안정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일요시사> 창간이 올해로 21주년을 맞았습니다. 의장님께서도 지난 1996년 새정치국민회의 원내부총무로 정계 입문하신 이후 21년이 흘렀는데요. 그간 가장 눈에 띄는 정치권의 변화를 꼽아주신다면?

▲ 여러 변화가 있었지만 통합선거법, 정치자금법 등이 만들어지면서 정치가 많이 투명해졌습니다. 그리고 지역주의가 그때에 비해 완화됐습니다. 그러나 20년 전에 비해 여야 간 양보와 타협이 줄어든 것도 사실입니다. 제 의장 임기 동안 국회의 위상을 높이고, 정쟁보단 협치를 통해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를 만들 생각입니다.

- 최근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약속을 지키셨습니다. 제도권의 이 같은 결정이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 전반의 움직임으로 확대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는데요.

▲ 취임 초부터 약속했던 국회 청소용역 직접고용 문제가 소기의 성과를 거뒀습니다. 그동안 말만 있고 결과는 없어 안타까웠는데, 숙원사업이 잘 해결돼 기쁩니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기획재정부 관계자, 원내대표, 국회 예결위원장 및 운영위원장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한 성과입니다.

이번 일은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입니다. 국회로부터 시작된 이러한 변화가 공직사회와 기업 등 우리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쳐 더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근로조건 향상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국회서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균블리’ ‘세균맨’ 등 친숙한 별명이 많습니다. 이렇듯 국민들과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인가요?


▲ 제 인스타그램 계정이 ‘gyunvely_413’입니다. 그래서 ‘균블리’로 불리고 있는데요. 많은 분들이 균블리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인스타그램은 저의 팬들이 운영하는 SNS입니다. 제 개인의 노력이라기보다 그 분들이 홍보를 잘해줘서 인기가 올라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제 인스타그램을 보면, 가끔 망가진 사진들도 올라오는데요. 그것으로 국민들에게 작은 웃음을 줄 수 있다는 데 만족합니다. 든든하게 일하는 국회, 친근하게 소통하는 의장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 제25차 아시아·태평양 의회포럼(APPF) 폐회식서 국회가 제출한 ‘한반도 평화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됐습니다. 결의안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 폐회식에 앞서 전 APPF에 참석해 ‘아·태 지역 평화협력을 위한 북핵문제 해결 구상 제안 -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 필요성’을 연설했습니다. 이 자리서 전 ‘제재와 관여전략의 병행’ 및 ‘6자회담 당사국 의회 간 대화’가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효과적인 틀임을 제안했습니다.
 

폐회식서 ‘한반도 평화에 관한 결의안’이 채택된 것은 이런 제 연설이 재확인된 것입니다. 포럼 회원국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또한 같은 날 채택된 공동선언문(Joint communique - 18 January 2017)서도 한반도의 안정과 관련 국가 의회의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포함됐습니다.

나눔의 집·시장 찾아 설 민심 청취
국회 청소근로자 직접고용 약속 지켜

- APPF서 위안부 피해자 관련 12·28 합의에 대해 “절차적 미흡함 때문에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우려를 표명하셨습니다.

▲ 이번 정부는 국민·국회와의 소통에 너무나도 인색한 정부라고 생각합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는 단순히 한일 정부 간 밀실협의를 통해 해결할 일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사드배치 때와 마찬가지로 국민·국회와의 소통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피해자 할머니들에게 의사조차 묻지 않고 합의를 추진했습니다. 법원이 “대한민국 국민은 일본 정부가 어떤 이유로 사죄 및 지원을 하는지 등을 알아야 할 필요성이 크다”며 위안부 강제연행과 관련된 문서를 공개하라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우리 정부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오히려 항소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저는 정부가 법원의 결정에 불복할 것이 아니라 판결 내용대로 해당 문서를 포함한 합의 전반에 관해 공개해 국민께 이해를 구하고 그 과정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들을 국회와 협의해서 함께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렵더라도 그것이 문제점을 시정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이고 바람직한 방법입니다.

정부의 주장대로 외교적 사안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점도 이해가 안 되는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국민들 대다수가 합의결과나 진행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뿐 아니라,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피해자 할머니들이 납득하지 못하는 합의가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정부는 현 상황서 누구의 의견을 가장 중요하게 경청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미 공화당이 대선은 물론, 상 하원 선거서도 승리해 행정부·의회를 모두 장악했습니다. 때문에 공화당과의 공조 여부가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요소가 됐는데요.


▲ 외교와 안보만큼은 여야가 따로 없습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여야 중진을 중심으로 구성한 동북아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이 미국 의회를 방문해 한미동맹을 재확인했습니다. 의회 간 대화는 행정부보다 국가 간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국회가 가진 다양한 외교채널을 활용해 대미 외교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장으로서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 촛불집회를 지켜본 심정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 최순실 게이트는 대통령 측근들의 ‘국익 사유화’에 대통령 및 정부기관이 적극 가담한 초유의 권력형 비리사건입니다. 이러한 후진적 권력형 비리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너무도 부끄러운 일입니다. 촛불집회는 우리 국민들의 저력을 보여줬습니다.

국민들은 평화적이고 성숙한 방법으로 주권자의 권리를 적극 행사하고 있습니다. 정의롭고 공정한 대한민국을 바라는 촛불시위서 희망의 씨앗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현 사태를 초래한 책임자들은 이러한 민심을 받들어 사태수습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입니다.

- 지난해 12월 황교안 권한대행과의 회동서 여야정 협의체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협의체 논의에 진전이 있나요?

▲ 현재 경제부총리 및 여야정책위의장단 단위서 정책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당 대표들과 권한대행이 정책을 협의하는 상위 단위의 국정협의체도 가동돼야 할 것입니다. 얼마 전 바른정당 지도부가 구성됐고 황 권한대행 또한 지난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회와 협력하겠다고 했으니 국정협의체가 원만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황 권한대행과의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나요?

▲ 얼마 전 황 권한대행이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와 소통하겠다는 의견을 밝혔습니다. 저 역시 입법부의 수장으로서 상호신뢰와 존중으로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함께 민생을 돌보는 일이 중요한 시기인 만큼 국회와 정부 간 협치를 통해 하루빨리 국정운영이 안정화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APPF ‘한반도 평화 결의안’ 성과
원내대표들 만나 탄핵혼란 막기로

- 2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기존 원내 3당 체제서 4당 체제로 늘어났는데요. 때문에 합의 도출에 난항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 저는 다당제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행위자들이 늘어 여러 의견들이 충돌할 경우 난항에 부딪칠 수 있지만, 반대로 협의·협치를 통해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도 있습니다.
협치를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두 차례 여야 4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국회운영에 대한 의견을 나눴습니다.
 

이 자리서 탄핵정국의 혼란을 막고 국회가 국정운영의 한 축으로서 역할을 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우선 여야가 협치하고 더 나아가 정부와도 협력해야 합니다. 국회의장으로서 이러한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계획입니다.

- 최근 야3당 원내대표와 함께 선거연령을 18세로 하향하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그러나 교사들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고려한다면 현행 제도가 적절하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 현재 OECD 가입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나라가 18세 선거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선진국처럼 미래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의 의견을 현재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한국 청소년들이 세계 여러 나라의 청소년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만 18세는 혼인이 가능하며 국방 및 납세의 의무, 주민등록증 발급 등 사회적 의사결정에 대한 판단력을 갖춘 연령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오히려 청소년들까지 정치참여 기회를 확대한다면 대한민국의 정치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 취업·결혼·주택 문제 등으로 청년들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 그 어느 때보다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합니다. 졸업 후 실업자가 되는 것이 관례가 돼 버렸고 비정규직 노동자는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청년고용 확대, 학자금대출 상환 유예 등을 담은 청년법과 열정페이 근절 법안 등을 발의했거나 준비 중입니다. 앞으로도 공공부문 일자리 확대 및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의무 준수 실현을 위한 정책 지원에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 개헌특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습니다. 대선 전 개헌 가능성을 진단해주신다면?

▲ 정상적인 대통령 임기라면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할 수 있지만, 조기대선으로 간다면 다음 대통령 임기 중에 개헌을 하는 것이 현실적입니다. 개헌을 위한 절차에 최소한의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개헌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형성돼 있고 정치권서도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 다수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가급적 제 임기 내에 개헌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이 힘들다면 20대 국회 내에서라도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 권력구조에 초점을 맞춘 ‘원포인트 개헌론’과 국민의 기본권을 포함한 ‘포괄적 개헌론’이 맞붙고 있습니다. 의장님은 어떤 입장이신가요?

▲ 개헌은 국민적 공감이 기본이고, 그 토대 위에 국회의 각 정당이 합의를 해야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습니다. 우선 국회 개헌특위 내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 될 것입니다. 논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의 손질이며 그 외에도 국민의 기본권 향상, 민생경제개념, 지방분권문제 등에 대한 전반적 수정이 불가피합니다. 정치적 이익이 아닌 국익에 따라 국민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일요시사>가 1100호를 맞았습니다. 독자들에게 한 말씀 해주신다면?

▲ 먼저 독자 여러분과 함께 축하를 드립니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상식과 원칙, 정도를 벗어난 일들로 심한 몸살을 앓았습니다. 그러던 중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희망의 불씨를 살려놓았습니다. 정치가 해야 할 일을 주권자인 국민이 직접 보여주고 실천했습니다.

국회는 새해를 맞아 책임과 권리가 상응하는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자 합니다.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국회가 국정 공백은 물론, 중요한 민생경제를 회복시키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감사합니다.


<chm@ilyosisa.co.kr>

 

[정세균 의장은?]

▲전라북도 진안 출생
▲전 쌍용그룹 상무이사
▲제9대 산업자원부 장관
▲전 민주당 대표
▲제15·16·17·18·19·20대 국회의원
▲제20대 국회 전반기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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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