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특집> 2016 최악의 사건사고

충격의 연속 “조용할 날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다사다난했던 2016년도 막바지에 다다랐다.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했던 사건들로 조용할 날 없던 한해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충격과 공포를 안겨줬던 사건들을 <일요시사>에서 다시 한번 정리해본다.

지난 5월17일 오전 0시33분경 피의자 김모(34)씨는 강남역 근처 노래방 화장실에 들어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화장실에 들어온 C(23)씨를 흉기로 4차례 찔러 살해했다. 김씨는 “여성들로부터 무시를 당해서 범행을 저질렀으며 피해자와는 모르는 사이”라고 진술했다.

여성 노렸다
[강남역 살인]

서울지방경찰청은 프로파일러를 투입, 두 차례 심리면담해 종합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행 당시 김씨의 망상 증세가 심각한 상태였고 표면적인 동기가 없다는 점,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범죄 촉발 요인이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이번 사건이 묻지마 범죄 중 정신질환 유형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보자마자 바로 공격한 점으로 미루어 범행 목적성에 비해 범행 계획이 체계적이지 않아 전형적인 정신질환 범죄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피해 여성에 대한 추모 움직임은 SNS를 중심으로 확산됐다. 같은 날 오후 4시쯤 트위터에는 '강남역 10번 출구, 국화꽃 한 송이와 쪽지 한 장, 이젠 여성폭력, 살해에 사회가 답해야 할 차례입니다'라는 트윗이 올라왔다. 강남역 10번 출구는 사건이 발생한 상가 건물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 출구였다.

한 시간 뒤에는 강남역 10번 출구에 국화꽃 한 송이와 추모의 글을 담은 쪽지를 남겨 피해 여성을 추모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제안에 호응한 시민들은 강남역 10번 출구 유리 벽면에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글을 적은 포스트잇(접착식 쪽지)을 붙이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커뮤니티와 추모현장을 아울러 이성혐오 문제를 중심으로 큰 파장이 일었다. 이런 류의 묻지마 살인은 이전에도 가끔씩 있어왔으나 이번 사건은 인구의 중심지 서울에서 일어났다는 점이나 2015년경부터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돼 왔던 이성혐오 프레임이 크게 불붙으며 반향을 일으켰다.

지하철 참사
[구의역 사고]

지난 6월1일 오후 지하철 스크린도어 보수작업을 하던 김모(19)군이 전동차에 치여 사망했다. 선로작업시엔 작업 인원, 작업 지점은 물론, 작업자의 안전 확보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것이 필수다.

당시 해당 역과 역무원은 협력업체 직원들이 자주 드나들어 수리하곤 했고 작업자도 협력업체나 서울 메트로가 구의역에 작업 사실을 알렸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수리에 들어갔던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는 평소에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으며 항상 가방에 컵라면을 가지고 다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더 안타까운 사건으로 남았다. 이 같은 열악한 근로조건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다니던 회사가 서울 메트로의 자회사로 전환되면 공기업 직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정규직이 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해당 사건을 직접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올린 글에 의하면, 피해자는 사고 직후에도 잠시 살아있었다고 한다.

강남 묻지마 살인으로 여혐 논란
전대미문 서울도심 공포의 총격전

김군 모친에 의하면 시신 상태가 처참했다고 한다. 부은 얼굴은 피범벅에 뒤통수가 없어져서 단번에 아들인지 알아보지 못했고, 짙은 눈썹과 벗겨놓은 옷가지를 보고서야 아들이 죽은 것을 확인하게 됐다고 한다.

사고 현장인 ‘9-4 승강장’ 유리벽엔 숨진 김군을 기리는 포스트잇 600여장이 붙어 있었다. 구의역 역무실 옆에 별도로 마련된 추모의 벽엔 포스트잇 1200여장이 더 붙었다.
 

추모의 벽 앞엔 조화 100여다발과 김군의 가방에 들어 있던 것과 같은 컵라면, 생일 케이크 등이 놓여 있었다. 이들이 남긴 추모 글에는 성실히 일하다 죽음을 당한 또래 청년에 대한 공감과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나도 당신처럼 영세 업체에 취업해 일하는 공고생이다. 당신의 죽음을 보면 남 일 같지 않다’는 등의 글이 주를 이뤘다. 김군에 대한 추모는 SNS를 통해 확산됐다.

사제총의 위험성
[오패산터널 총격]

지난 10월19일 저녁 서울 강북구 미아동 오패산 터널 부근서 성모(46)씨가 대치 중인 경찰에게 사제 총을 쏴 현장에 있던 강북경찰서 번동파출소 소속 김창호 경위가 총에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한 시간 만에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경찰은 성씨가 총격전을 벌이기 전 근처에서 이모(67)씨에게 사제 총을 쐈고 이씨가 달아나자 쫓아가 흉기로 가격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서 행인 이모(71)씨가 총에 맞았다고 덧붙였다.

폭행 피해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오패산 터널 쪽으로 달아나던 성씨를 발견한 뒤 대치 과정서 공포탄 1발과 실탄 3발을 발사하는 등 총격전을 벌였고 주변에 있던 시민들이 합세한 끝에 검거했다.

범행 현장 주변 등에선 성씨가 준비한 사제 총 17정과 흉기 7개가 발견됐으며 성씨는 검거 당시 방탄조끼를 입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성씨는 평소 자신의 SNS 계정에 경찰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내는 글을 쓰는 등 범행을 암시하는 게시글을 자주 올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성씨는 페이스북에 ‘경찰 한 명이라도 더 죽이겠다’ ‘나를 상대로 한 현행범 체포 현장에 출동하지 말기 바란다. 괜히 진급 욕심내거나 상관의 지시에 무조건 복종하다간 죽을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을 썼다.

범인을 검거하는 데 있어 시민들의 역할이 컸는데 사건 발생 뒤 6시20분 쯤에 빠르게 신고됐고 동료와 술을 마시던 일용직 노동자였던 김모(56)씨는 총소리를 듣고 풀숲에 숨어있던 범인에게 달려들어 경찰이 범인을 검거하는 데 일조했다.

같이 술을 마시던 이씨(33)는 총에 맞은 경찰을 발견하고 달려가 심폐소생술을 하기도 했다. 범행 현장 인근 상인들 역시 범인 검거에 나섰다는 목격자들의 증언이 나왔다.

원영이 암매장
[평택 아동 살해]

2013년 8월 당시 5세이던 원영이는 누나와 함께 친모와 살다 부모의 이혼으로 양육권이 친부에게 넘어가 친부와 함께 살게 됐다. 그 후 계모 김모씨가 들어와 함께 살게 됐는데 계모는 남매에게 아침밥을 먹이거나 제대로 씻기거나 입히지 않았고 회초리로 자주 학대하고 베란다로 가두기도 했다.

남매는 학대의 두려움에 말수가 줄어들었고 그해 겨울에는 얇은 옷차림으로 밖에서 놀았으나 누구도 남매를 돌보지 않았다.
 


원영이의 누나는 2015년 4월 평택시에 거주하던 조모에게로 옮겨졌으며 친부와 조모는 왕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부는 원영이를 2016년 1월7일에 초등학교 예비 소집일에 데려가지도 않았고 14일에는 입학 유예를 신청했다.

남일 같지 않은 수리공의 죽음
뻔뻔한 학부모들의 여교사 윤간

원영이의 성장이 늦고 이사할 예정이라고 변명했으나 사실 원영이는 2015년 11월부터 욕실에 감금되어 극심한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계모는 1월28일부터 원영에게 락스를 퍼부었고 2월1일에는 옷을 벗기고 찬물을 퍼부었다.

이 상태로 20시간이 지난 무렵 결국 원영이는 사망했고 친부와 계모는 시신을 이불에 말아 세탁실에 방치했다가 부패가 심하자 12일 평택시 청북면의 한 야산에 암매장했다.

원영이 남매가 다니던 아동 센터는 원영이의 사망 사실을 전혀 몰랐으며 읍사무소를 통해 아이의 안전 상태를 확인하라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3월4일 원영이의 입학 유예 관련 심의를 앞두고 부부가 “아이가 없어졌다”고 변명하면서 경찰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닷새 뒤인 9일, 경찰은 원영이 누나로부터 학대 사실에 대한 진술을 받고 친부와 계모를 아동 학대 혐의로 구속했다.

신안서 또…
[여교사 성폭행]

지난 5월21일, 흑산도에 초등학교 교사로 부임했던 피해 여교사는 평소 자주 가던 흑산도 우체국 앞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과정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학부모가 술을 권하면서 주인을 포함한 학부모 2명 및 지역민 1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이들 3명은 술을 거절하는 피해 여교사에게 억지로 계속 술을 권해 만취상태로 만든 후 학교 관사로 데려다 준다며 잠들자 집단 윤간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의 남자친구라고 밝힌 네티즌이 네이버 카페에 올린 글에 의해 사건 발생 일주일 이상 지난 후에야 세상에 드러났다.

자식의 스승을 윤간한 극에 달한 패륜범죄는 카페 글로 언론의 관심을 받게 됐으며 피해자가 침착하게 대응, 가해자들의 정액과 체모 등의 증거를 수집했다.

일각에선 관사의 남교사들이 모두 육지로 외출을 하는 주말을 노린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조만간 외지로 돌아갈 피해 여교사에 대한 계획적인 집단 성폭행이 아니었느냐는 주장이었다.

경찰 수사 결과 가해자들은 범행을 전후로 술자리를 갖고 전화통화를 주고받은 점이나 각자의 차량을 뒤이어 운행한 점 역시 공모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특히 가해자들이 경찰 수사 도중 웃으면서 담담하게 조사에 임하는 모습이나 피해자의 몸에서 DNA 증거가 나왔는데도 술에 취해 기억이 안 난다며 억지로 혐의를 부인하는 태도 등은 논란이 됐다.

경찰이 정액 검출 결과를 명백한 물증으로 제시했는데도 가해자 중 한 명은 오히려 “내 정액이 왜 거기 있죠?”라고 되물으며 모르쇠로 일관해 비난 여론을 부추기기도 했다.

한편 2007년 대전의 한 원룸에 침입해 20대 여성을 주먹으로 때려 제압하고 성폭행한 미제사건 범인의 DNA를 수사 당국이 보관하고 있었는데 조사 과정서 본 사건 피의자 3명 중 1명인 김모(39)씨의 DNA와 일치하는 것이 밝혀져 과거의 동종 범죄 사실까지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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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