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간이역 여행 ④태백 철암역

탄광 도시 철암의 ‘그때 그 모습’을 만나다

태백에는 50여개 광산이 있었다. 태백에서도 철암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탄광 마을로, 한때 인구가 5만 명에 이르는 도시였다.

태백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석탄이다. 한때 태백은 전국 석탄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640만톤을 생산했다. 정부가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펴기 전까지 태백에는 50여개 광산이 있었다. 당시 철암의 모습을 짐작해볼 수 있는 곳이 철암역. 석탄으로 번성하던 시절을 웅변하듯 4층 건물이 우뚝 섰다.

석탄산업의 상징

철암역은 1940년 묵호-철암 구간 철도가 개통하면서 영업을 개시했다. 현재 역사는 1985년에 지은 것이다. 장성탄전서 생산된 무연탄 수송이 주 업무였지만, 석탄 산업 합리화 정책으로 탄광 산업이 쇠퇴하면서 지금은 무연탄과 경석을 주로 수송한다.
 

철암역은 역사보다 그 옆에 자리한 선탄장이 더 유명하다. 철암역두 선탄장은 70년이 넘는 역사가 녹아든 우리나라 석탄 산업의 상징이다.

하천 바닥에 지지대 위로 세운 ‘까치발 건물’
‘바람의 언덕’ 풍력발전기의 이국적 풍경


국내 최초 무연탄 선탄 시설이자 우리나라 근대산업사의 상징적인 시설로 평가받아, 등록문화재 21호로 지정됐다.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서 안성기와 박중훈이 쏟아지는 비를 맞으며 주먹다짐을 벌인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선탄장 건너편에 자리한 마을 풍경도 독특하다. 1970년대나 1980년대 어디쯤에서 멈춘 듯, 2~3층 건물이 당시 모습 그대로다. 호남슈퍼, 한양다방, 젊음의 양지, 진주성, 봉화식당, 산울림, 페리카나 등 선술집과 식당, 치킨집 간판이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철암탄광역사촌으로 재단장해 박물관이며 전시장으로 사용된다.


남쪽 신설교에서는 철암천 변을 따라 선 ‘까치발 건물’ 11동을 볼 수 있다. 까치발 건물은 주민에 비해 부족한 주거 공간을 확보하려고 하천 바닥에 목재나 철재로 지지대를 만들어 넓힌 집으로, 탄광촌의 상징물과 같다.

물속에 기둥을 박아 세운 수상 가옥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철암역 건너편 미로마을도 가보자. 거미줄처럼 연결된 1km 골목에 광산 근로자들의 생활상을 담은 벽화가 있다.

태백산국립공원 입구에 위치한 태백석탄박물관에선 국내 석탄 산업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광물, 화석, 기계 장비, 광부들의 생활용품 등 석탄 관련 유물과 모형을 전시한다.

특히 박물관 지하의 8전시실에는 채탄 과정, 지하 작업장 사무실에서 작업을 지시하는 모습, 여러 가지 갱도 유형 등을 전시, 광산의 위험성과 광산 노동자들의 힘겨운 생활을 느낄 수 있다.
 

태백에는 아이들과 함께 돌아볼 만한 곳이 많다.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은 전국에서 유일하게 고생대층에 건립된 고생대 전문박물관으로 고생대 삼엽충, 두족류와 공룡 화석, 자체 제작한 영상물, 입체 디오라마 등을 전시한다. 지하 1층에는 화석 발굴 현장, 화석 탁본, 30억년 지층 파노라마 등 다양한 체험전시실도 운영한다.
 


용연동굴은 국내 동굴 중 가장 높은 해발 920m 지점에 있다. 총 길이 843m로, 1억 5000만~3억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굴 내부에는 다양한 석순과 종유석, 석주 등이 즐비하다. 모양에 따라 드라큘라 성, 조스의 두상, 등용문 등 재미있는 이름을 붙여놓았다.

고원 도시 태백

태백의 웬만한 고원지대는 1000m가 훌쩍 넘는다. 그중에서도 고원 도시 태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은 매봉산(1303m) ‘바람의 언덕’이다. 고산준령을 배경으로 고랭지 배추밭이 끝없이 펼쳐지는데, 아쉽게도 지금은 배추를 볼 수 없다. 대신 산꼭대기에 늘어선 풍력발전기가 이국적인 풍경을 선사한다.
 

바람의 언덕서 내려오는 길, 매봉산 아래 있는 ‘삼대강 꼭짓점’에 들러보자. 한강과 낙동강, 동해로 흘러가는 오십천의 경계가 되는 곳이다. 여기에 떨어진 빗물이 서쪽으로 흘러가면 한강이 되고, 남쪽으로 가면 낙동강, 동쪽으로 흐르면 오십천이 된다.

태백은 한강의 발원지 검룡소와 낙동강의 발원지 황지연못이 있는 땅이다. 4대강 가운데 두 강이 한 고장에서 발원한다는 사실이 놀랍다.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황지연못은 낙동강 1300리(약 525km)의 시작점이다. <동국여지승람> <척주지> <대동지지> 등에 낙동강의 근원지라는 기록이 있다. 지금도 둘레 100m 소(沼)에서 하루 5000톤의 물이 쏟아져 나오고, 연못 주변은 공원으로 조성됐다.

시내 한복판에 자리한 낙동강 근원지, 황지연못
긴 겨울을 나는 광부의 국물 자작한 음식 유명

검룡소는 한강의 발원지다. 울창한 숲 속, 푸른 이끼 가득한 바위 웅덩이서 하루 2000~3000톤의 물이 샘솟는다. 오랜 세월 물줄기가 흘러 2m 정도 되는 암반이 구불구불하게 파였다. 이끼 가득한 암반 사이로 굽이쳐 흐르는 물줄기가 신비스럽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 세트장에도 들러보자. 드라마서 모우루중대와 해성병원 의료봉사단이 머물던 우르크 태백부대를 메디큐브와 막사 등으로 조성해 복원했다. 태백부대 옆에는 지진으로 무너진 우르크발전소가 있는데, 송중기가 송혜교의 신발 끈을 묶어준 곳이다.

태백은 여느 산악 도시에 견줘 유난히 맛집이 많다. ‘맛 고을’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고깃집이 자주 눈에 띈다. 황지자유시장 골목을 비롯해 태백시에 한우 식당이 40여개 있는데, 이름에 대부분 ‘실비’가 들어간다.

태백 사람들은 소 갈비살을 즐겨 먹는데, 석탄을 캐던 지역답게 연탄불로 굽는다. 숯보다 화력이 센 연탄이 육즙을 꽉 잡아주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 고기 맛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정하다. 된장소면도 별미. 고기를 먹고 나서 멸치 국물로 끓인 된장찌개에 소면을 푹 담가 먹는다.

맛 고을


물닭갈비도 맛있다. 춘천식 볶는 닭갈비와 달리 갖은 재료를 쇠판에 넣고 육수를 부어 끓인다. 전골처럼 국물이 자작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역시 광부들이 즐겨 먹던 음식이라고 한다. 겨울이 긴 태백의 기후와도 무관하지 않다. 매봉산에서 찬 바람을 맞고 내려와 먹어도 좋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황지연못→용연동굴→철암역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매봉산 바람의 언덕→검룡소→황지연못
- 둘째 날: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태백석탄박물관→철암역

관련 웹사이트 주소
- 태백문화관광 http://tour.taebaek.go.kr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www.paleozoic.go.kr
- 태백석탄박물관 www.coalmuseum.or.kr

문의 전화
- 태백시 관광문화과 033-550-2081
- 태백고생대자연사박물관 033-581-8181
- 태백석탄박물관 033-552-7720

대중교통 정보
기차 청량리역-태백역: 무궁화호 하루 4회(07:05~23:25) 운행, 약 4시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태백: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30여 회(06:00~23:0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부산-태백: 동부버스터미널에서 하루 6회(07:28~18:41) 운행, 약 5시간 소요.
       대구-태백: 북부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14회(06:00~19:40) 운행, 약 3시간30분 소요.
(문의: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부산동부버스터미널 1688-9969/ 대구북부시외버스터미널 1666-1851/ 버스타고 www.bustago.or.kr/ 태백시외버스터미널 033-552-3100)


자가운전 정보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 신갈 JC→영동고속도로 여주 JC→중부내륙고속도로 감곡→영월→태백
- 부산 출발: 남해고속도로 대저 JC→중앙고속도로 대동 JC→경부고속도로 동대구 JC→중앙고속도로 영주 IC→봉화→태백
- 대구 출발: 경부고속도로→중앙고속도로 영주 IC→봉화→태백

숙박 정보
- 오투리조트: 태백시 서학로, 033-580-7000, www.o2resort.com
- 메르디앙호텔: 태백시 황지연못길, 033-553-1266
- 카스텔로호텔: 태백시 연지로, 033-553-2211, www.castellohotel.co.kr
- 태백산민박촌: 태백시 천제단길, 033-553-7440, minbak.taebaek.go.kr

식당 정보
- 현대실비: 한우, 태백시 시장북길, 033-552-6324
- 시장실비: 한우, 태백시 시장북길, 033-552-2085
- 황소실비: 한우, 태백시 태백로, 033-553-0304
- 황지검정콩수제비: 수제비, 태백시 황지남3길, 033-553-7742
- 부산감자옹심이: 감자옹심이, 태백시 시장안1길, 033-552-4498
- 김서방네닭갈비: 닭갈비, 태백시 시장남1길, 033-553-6378

축제와 행사 정보
해당 시기 축제 없음

주변 볼거리
추전역, 태백고원자연휴양림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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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