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간이역 여행 ③충남 논산

느긋하게 흐르는 연산역의 시간

간이역을 찾아가는 여행은 느림을 즐기는 여정이다. KTX는커녕 새마을호도 서지 않는 호남선의 간이역 연산역을 찾아간다.

빠르게 지나칠 때 미처 보지 못한 것을 자그마한 역에서 발견한다. 나태주 시인은 〈풀꽃〉에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고 노래했다. 자세히, 오래 보려면 시간이 넉넉해야 한다.

하루 10회 정차

논산 연산역은 상·하행을 포함, 하루에 10회 정차한다. 대전과 논산 사이에 있어 대전으로 통학하거나 장사하러 가는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타고 다닌 적도 있었다. 지금은 도시로 떠나고, 자동차로 다니느라 기차 타러 올 사람이 없다. 덕분에 연산역의 시간은 자연의 속도에 맞춰 느긋하게 흐른다.
 

연산역의 재미는 두 가지다.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된 급수탑을 구경하고, 철도 문화 체험을 하는 것이다. 연산역 급수탑은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급수탑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다른 지역 급수탑은 보통 콘크리트로 만든 데 반해, 연산역 급수탑은 화강석을 쌓고 철제 물탱크를 얹었다.

1911년 호남선 대전-강경 구간이 개통하면서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급수탑을 세웠으니, 100년이 지났다. 급수탑은 증기기관차를 디젤기관차로 바꾼 1970년대까지 제 기능을 충실히 했다.
 


충남 지역에는 서대전역, 강경역, 연산역에 급수탑을 만들었으나 현재 연산역만 남았다. 원기둥 모양으로 전체 높이는 16.2m, 한 번에 30톤을 채울 수 있다. 목마른 증기기관차가 연산역으로 바삐 달려와 수증기를 내뿜으며 숨을 고르던 모습을 상상해본다.

화강석으로 쌓아올린 가장 오래된 급수탑
기차 이용한 철도 문화 체험 프로그램

연산역은 철도 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단체나 개인이 미리 신청하면 안전 복장에 헬멧을 착용하고 체험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체험을 위해 기차를 이용하는 이들이 많다. 승차권이 없으면 입장권을 끊고 들어간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은 물론, 청소년과 어른 체험객도 있다.

급수탑 견학, 전호(깃발 신호) 체험, 기관사 체험, 선로 전환기 체험, 철도 안전 교육, 통일호 방송 체험, 승차권 발권 등 내용도 다양하다. 역대 1일 역장의 명패가 가득한 벽면이 이채롭다. 2014년 이후 1일 역장 체험이 중단돼 아쉽다.
 

기차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역사 안팎을 둘러본다. 역 안에는 ‘연산역 타임 엽서’를 위한 우체통이 있다. 오늘 발송 우편함, 1년 후 발송 우편함, 3년 후 발송 우편함이다. 바삐 사는 현대인에게 1년 뒤, 3년 뒤에 받을 엽서를 쓰다니… 엽서를 쓴 사실도 잊어버린 어느 날, 1년 전이나 3년 전에 보낸 엽서를 받는 것이다.

논산 돈암서원(사적 383호)은 사계 김장생 선생을 모신 곳이다. 사계 선생이 타계하고 3년이 지난 1634년에 창건, 1660년에 사액서원이 됐으며, 서원 철폐령에도 살아남았다.

가장 눈에 띄는 건축물은 강당으로 쓰인 응도당(보물 1569호)이다. 비바람에서 벽을 보호하기 위해 건물 좌우에 눈썹지붕을 둔 것이 특색 있다. 응도당 지붕의 암막새 중 일부는 창건 당시 것이니 눈여겨보자.
 


윤증 선생이 지은 논산명재고택(중요민속문화재 190호)은 한옥의 멋과 함께 과학적·실용적인 면모를 살피기 좋다. 특히 안채와 광채는 통풍과 일조량, 빗물의 흐름을 위해 지붕은 어긋나게 하고 바닥은 대각선으로 놓았다.

대문 안에 내외 벽을 두어 안채의 사생활은 보호하면서도 벽 아래를 뚫어 들어오는 사람의 신분을 짐작할 수 있도록 설계한 아이디어가 놀랍다. 사랑방에 설치한 안고지기(한 짝을 다른 짝에 몰아넣고 창문틀까지 열리게 한 문)도 훌륭하다.

이곳에서는 고택의 멋과 운치를 느끼며 하룻밤 묵어갈 수 있는 한옥스테이를 운영한다. 다례와 규방 공예, 천연 염색, 국악 공연 같은 체험도 가능하다. 사랑채 동쪽에 놓인 항아리 수백 개가 고택과 어우러져 보기 좋다.

명재고택에서 차로 3~5분 거리에 ‘KT &G상상마당 논산’이 있다. 갤러리, 아틀리에, 체험관, 카페, 캠핑장 등 문화 예술과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다.

고택과 어우러지는 한옥스테이
문화, 예술, 레저 동시에 즐기기

관촉사에 가면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머금은 석조미륵보살입상(보물 218호)이 있다. ‘은진미륵’이라는 이름으로 유명한데, 높이 18m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고려 시대 석조불상이다. 전체 비례에 비해 큰 얼굴이 천진난만하고 사랑스럽다.

경내로 들어갈 때 지나는 석문, 은진미륵 앞 석등과 오층석탑, 불경을 넣어서 돌리면 경전을 읽은 것 같은 효과를 준다는 윤장대 등 볼거리가 많다. 산신각 앞에 서면 관촉사 안팎은 물론 논산평야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화지중앙시장은 1970년대에 형성된 재래시장이다. 지금은 상설 시장이 됐는데, 요즘도 과거 오일장이 서던 끝자리 3·8일이면 시장을 찾는 이와 파는 이로 북적인다. 계절에 따라 인근 지역에서 수확한 농산물이 풍성하고, 정육·의류 상가가 많다. 강경 젓갈, 연산 대추, 상월 고구마, 양촌 곶감 등 비옥한 땅에서 자란 특산물도 다양하다.

강경은 흔히 젓갈 사러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역사가 깊고 볼거리가 많다. 김장생 선생이 후학을 가르치던 죽림서원과 임리정, 송시열이 지은 팔괘정 등 조선 시대 건축물이 여럿이다. 금강 하류에 자리한 덕분에 수상 교통이 발달해서 조선 후기 평양, 대구와 함께 조선 3대 시장으로 꼽히기도 했다.
 

논산에 근대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문화재 11개 가운데 하나가 연산역 급수탑이고, 나머지 10개가 모두 강경에 있을 정도로 의미 있는 근대건축물이 많다.

조선 3대 시장

현재 강경역사관으로 쓰이는 구 한일은행 강경지점(등록문화재 324호), 강경 구 연수당 건재 약방(등록문화재 10호), 강경 중앙초등학교 강당(등록문화재 60호), 구 강경공립상업학교 관사(등록문화재 322호), 강경 갑문(등록문화재 601호), 강경성당(등록문화재 650호) 등이다.


근대건축 관련 자료를 배포하는 강경역사관을 시작점으로 잡는 게 좋다. 등록된 근대건축물 외에 옛 건물을 복원한 강경근대문화코스를 걷다 보면 1950년대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여정은 강경 읍내를 굽어보는 옥녀봉서 마무리한다. 옥황상제의 딸이 내려와 놀았다는 전설이 깃든 곳으로, 읍내 전경과 금강을 굽어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 문화 탐방: 연산역→논산명재고택→KT&G상상마당 논산→강경근대문화코스, 옥녀봉
- 명소 탐방: 연산역→논산 돈암서원→관촉사→강경근대문화코스, 옥녀봉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연산역→논산 돈암서원→솔바람길→화지중앙시장→KT&G상상마당 논산
- 둘째 날: 논산명재고택→관촉사→강경근대문화코스, 옥녀봉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논산시 문화관광 tour.nonsan.go.kr
- 연산역(철도 문화 체험 신청) cafe.naver.com/yeonsanst/629
- 논산 돈암서원 donahmseowon.alltheway.kr/
- 관촉사 gwanchoksa.modoo.at
- 논산명재고택 www.myeongjae.com
- 화지중앙시장 www.traffer.com/specialmarket
- 강경읍사무소 www.nonsan.go.kr/ganggyeong


문의 전화
- 논산시청 관광체육과 041-746-5741~3
- 연산역 041-735-0804
- 화지중앙시장 041-735-3311
- 관촉사 041-736-5700
- 논산명재고택 041-735-1215
- 강경읍사무소 041-746-8502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연산역: 무궁화호 하루 5회(07:15~18:12)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논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22회(06:30~22:45)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정보
- 논산천안고속도로 서논산 IC→대백제로 1.85km→논산교차로 대전 방면 우측→득안대로→광석교차로 대전 방면 우측→국도4호선 따라 10.1km→청동로→선비로→연산역
-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 서대전 IC→방동대교→국도4호선→국도1호선→연산사거리 우회전→황선벌로→선비로→선비로231번길→연산역

숙박 정보
- 논산명재고택: 노성면 노성산성길, 041-735-1215, www.myeongjae.com (한옥스테이)
- KT&G상상마당 논산: 상월면 한천길, 041-734-6980, nonsan.sangsangmadang.com
- 유명파크: 강경읍 옥녀봉로, 041-745-4320
- 리치모텔: 강경읍 대흥로11번길, 041-745-2700, blog.daum.net/inusmotel

식당 정보
- 달봉가든: 젓갈백반, 강경읍 옥녀봉길27번길, 041-745-5565
- 황산옥: 생복탕, 강경읍 금백로, 041-745-4836
- 소나무한정식: 한정식, 논산시 논산대로, 041-735-7191, sonamu.tnaru.com
- 고향해장국: 해장국, 논산시 중앙로492번길, 041-734-3888, gohyangfood.modoo.at

축제와 행사 정보
- 양촌곶감축제: 2016년 12월10일~11일, 양촌리 체육공원, 041-746-8795, gotgam.nonsan.go.kr

주변 볼거리
백제군사박물관, 개태사, 쌍계사, 탑정호, 죽림서원, 강경 갑문, 황산근린공원(전망대), 강경포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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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드러누운 김건희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돈과 권력을 가진 이들도 수사기관의 칼날 앞에서는 작아지는 걸까? 얼마 전까지 멀쩡하게 걷던 사람이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거나 아예 병원에 드러눕는 모습은 국민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전 영부인이 병원에 입원하며 이 같은 행렬에 동참했다. 정말 아픈 걸까, 수사 회피를 위한 ‘쇼’인 걸까? 비상계엄 사태, 탄핵 정국, 그리고 조기 대선을 넘어 이재명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정부 이후 3년 만에 정권교체에 성공, 집권여당이 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전 정부 지우기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 취임 다음 날인 지난 5일 ‘3대 특검법’을 일사천리로 통과시켰다. 거부권 사라지자… ‘채상병 특검법’ ‘내란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등 3대 특검법은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다. 3대 특검법은 이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한 이후 국회에서 처음 통과된 법률안으로 기록됐다.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발생한 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의 사고 경위와 정부 고위 관계자의 수사 방해 의혹 등을 수사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즉 내란 특검법은 ▲내란 행위 ▲외환 유치 행위 ▲군사 반란 등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와 관련한 범죄 의혹 11가지를 들여다본다. ‘김건희와 명태균·건진법사 관련 국정 농단 및 불법 선거 개입 사건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 여사 등과 관련된 16가지 의혹이 수사 대상이다. 3대 특검법은 한동안 윤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폐기됐다. 채상병 특검법은 3번, 내란 특검법은 2번, 김건희 특검법은 4번 국회로 되돌아왔다. 하지만 정권교체로 이정부가 출범하면서 3대 특검법은 공포·의결됐다. 윤정부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를 키운 ‘매머드급’ 특검의 표적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김건희 특검법이다. 윤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은 물론 국민의힘 지도부와 갈등을 빚으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김 여사가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이 김건희 특검을 지휘한다. 특검보 4명,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수사관 80명 등 최대 205명 규모로 꾸려진다. 3대 특검 중 규모 면으로는 두 번째다. 서울아산병원 입원 지병 악화? 우울증? 수사는 최장 170일간 가능하다. 준비 기간 20일을 포함해 110일간 수사할 수 있지만 그사이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기소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울 때는 30일씩 두 차례 수사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민 특검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명품백 수수 의혹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의 국정 개입 및 인사 개입 의혹 사건 ▲코바나컨텐츠 전시회 뇌물성 협찬 의혹 사건 ▲대통령실 관저 이전 부당 개입 의혹 사건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등 부당 개입 의혹 사건 등 16가지 의혹을 살펴본다. 김건희 특검법은 특검이 인지한 관련 범죄 행위도 수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수사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의혹에 대한 수사 정도는 저마다 다르지만 김 여사의 소환조사는 기정사실화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현직 대통령 부인 가운데 최초다. 실제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 수사는 ‘김 여사 조사만 남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진행됐다.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은 김 여사와 명씨가 주고받은 메시지 등 물증과 관련자 진술을 모두 확보했다. 이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수사팀은 김 여사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6·3 대선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불응한 바 있다. 문제는 김 여사가 최근 검찰의 출석 요구에 불응하고 병원에 입원했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에 입원했다. 처음 알려진 이유는 지병 악화였다. 당시 김 여사 측 변호인은 “몸이 쇠약해져 오늘 입원한 건 맞다”면서도 “병명은 모르는데 심각한 건 아닌 걸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퇴원해 수사 준비 등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의혹만 16가지 이후 서정욱 변호사를 통해 김 여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서 변호사는 보수 성향 정치평론가로 윤 전 대통령 측 사정에 밝다고 알려졌다. 서 번호사는 YTN 라디오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 여사가 계속 우울증 약을 먹는 등 평소에도 안 좋았다”면서 “특검은 6개월가량으로 먼저 다른 사람을 조사한 뒤 중간쯤 김 여사를 소환할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민주당이 김 여사가 특검을 피하려 한다고 주장한 부분에 대해서는 “터무니없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김 여사 측한테서 들었다는 이야기도 공개했다. 종합하면 김 여사는 특검을 해명 기회로 보고 있다는 것. 말도 안 되는 가짜 의혹도 많으니 이번 기회에 깨끗이 정리하고 가자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내란 수괴 윤석열은 경찰 소환에 불응한 채 거리를 활보하고 있고 요리조리 수사를 거부하던 부인 김건희씨는 급기야 병원에 입원해버렸다. 내란 2인자 김용현은 구속 기간 만료를 노리고 법원 결정을 거부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내란 수괴를 풀어준 지귀연 판사나 노골적으로 김건희를 비호하고 비화폰으로 내란 세력과 내통해 온 심우정 검찰총장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것에 대해 “마지막이라도 윤석열과 김건희가 깨끗한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지난 18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그래도 3년간 대통령을 했고 영부인을 했는데 그렇게 추잡하게 놀면 되겠냐”고 말했다. 민주당 “쇼 한다” 이어 “윤석열정권 때는 황제 수사 받고 더 나쁜 건, 진짜 나쁜 건 검찰이다. 다 덮었다”면서 “이제서야 통화 기록이 나오고 주가조작 나오고, 그리고 소환 통보하니까 우울증 걸렸다고 병원 가나? 우리 서민들이 병원 입원실 잡기가 쉽냐? 마지막까지 이렇게 추잡한 모습을 보이는 윤석열, 김건희는 절대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한 게 수사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보는지 묻는 진행자의 질문에는 “피하기 위해서다. 봐라, 대통령선거 때는 내가 검찰에 출두하면 선거에 영향을 준다. 그러면 보통 사람도 문제가 되는데 선거에 영향을 준다고 안 나가면 검찰이 봐주나?”라면서 “우리나라 검찰이 그렇게 비겁하고 진짜 심우정 검찰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 뭐예요? 무혐의 처리했다”고 답했다. 김 여사가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각종 해프닝도 덩달아 일어났다. 김 여사가 병원에서 마약을 투약한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가 하면 누군가 ‘김 여사에게 전달해 달라’며 병원에 치킨을 배달시켰다는 풍문도 나왔다. 경찰은 지난 19일 마약 신고를 한 신고자를 검거했다. 경찰은 신고자에게 경범죄처벌법 위반(거짓신고) 혐의를 적용해 약식재판인 즉결심판을 청구했다. 법조계에서는 김 여사의 병원 입원으로 특검 수사가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민 특검은 김 여사 입원 다음날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김 여사의 입원 사실을) 어제 언론 보도로 접했다”며 “대면 조사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그는 “어떻게 조사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특검보가 임명되면 차츰 논의해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면 조사 언제쯤? 방패막이 사라졌다 김건희 특검팀은 김형근·박상진·오정희·문홍주 특별검사보를 임명하면서 진용을 갖췄다. 이들은 사건 수사와 공소 유지, 특별수사관 및 파견공무원에 대한 지휘, 감독 역할을 맡는다. 특검보들은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공정하고 투명하고 철저한 수사로 답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형근 특검보는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나눠서 맡기로 한 것까지는 협의가 됐다”고 말했다. 김건희 특검은 3대 특검 중에 의혹이 가장 많고 그 범위도 방대해 수사에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김 여사의 소환 여부, 시기, 방법 등이 수사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김 여사의 입원 기간은 2주 정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문제는 그 시기가 지나고서도 김 여사가 수사에 불응하면 발생한다. 이때 특검이 김 여사에 대한 강제수사를 진행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민 특검은 지난 19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총괄하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사건을 담당하는 박승환 서울중앙지검장 직무대리, 건진법사 진성배씨 의혹을 관할하는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을 차례로 만나 면담했다. 민 특검은 “중앙지검에서 이첩한 사건과 파견 인력 문제를 협의하고 협조를 구했다”고 밝혔다. 특검법상 최대 40명의 검사를 파견받을 수 있다. 민 특검은 금융감독원도 찾아 관련 인력 지원을 요청했다. 언제까지 버틸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상 이제 김 여사를 지켜줄 방패막은 사라진 상태다. 3대 특검 중 김건희 특검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유독 높은 만큼 김 여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은 점차 작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정권이 바뀌면서 검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는 점, 핵심 증인이 돌아설 수 있다는 점 등도 김 여사에겐 악재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