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43)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송경화

“살기 위해 뭉쳤습니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마흔세 번째 주인공은 골프존 사업자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투쟁의 선봉장으로 나선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 송경화 이사장 이야기입니다.

지난 17일 국회의사당 앞 잔디밭에서 만난 전국골프존사업자협동조합(이하 전골협) 송경화 이사장은 조합원들에게 인사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국회에선 정무위원회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송 이사장과 조합원들은 골프존유원홀딩스 김영찬 대표이사가 증인으로 출석한 정무위 국감을 위해 전국 각지서 상경했다. 송 이사장은 “저희가 한 번 집회를 가지면 많게는 1200∼1500명 정도 참석한다. 전국서 버스를 2∼3대씩 대절해서 오신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서 상경

이날 국감에선 여야할 것 없이 김 대표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포화상태에 있는 시장상황에도 불구하고 가맹사업전환을 통해 사업자들에게 추가 부담을 지우려는 골프존 횡포에 대해 지적하고자 한다”며 “시장을 지옥으로 만들어 놓고 나 몰라라 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같은 당 민병두 의원은 “골프존 사업은 짧은 기간에 압축적으로 성장한 시장”이라며 “그 과정서 점주들에 대한 엄청난 약탈이 있었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골프존 사업자들이 본사에 대응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건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송 이사장은 “초기 골프존 제품은 완전제품이었다. 그랬기에 사업자들은 가격이 비싸도 구입했다”며 “하지만 2011년 골프존이 시장점유율 90%에 이르는 등 독점적 지위를 얻자 갑질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송 이사장은 기존에 2000원씩 내고 있던 코스 사용료, 이른바 R캐시의 추가 인상 계획에 반발해 전면에 나선 케이스다.

R캐시는 골프존 시스템 사용을 위해 미리 내는 비용이다. 골프존 프로그램은 R캐시를 먼저 넣지 않으면 접속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다. R캐시가 생기자 추가 부담이 생긴 고객들은 반발했고, 이는 고스란히 사업자의 몫이 됐다.

송 이사장은 본사가 R캐시를 기존의 2배, 4000원으로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전국의 사업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의견을 물었다. 전국의 대다수 사업자들이 본사의 R캐시 인상 계획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내자 송 이사장은 이들을 모으기로 했다.

당시 대전 지역 사업자들 간 친목모임서 송 이사장이 회장직을 맡고 있었던 것을 계기로 그 덕에 그녀는 자연스럽게 투쟁의 전면에 서게 됐다.

본사 vs 사업자 가맹전환 문제로 대립
김영찬 대표 뭇매…의원들 갑질 비판

송 이사장은 “골프존이 무분별하게 제품을 판매하면서 건물 하나에 매장이 두 군데 있는 경우도 생겼다”며 “시장이 과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영업점 간 경쟁도 과열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기에 본사가 프로그램을 업그레이드할 때마다 사업자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본사는 이미 2000원의 R캐시로 매년 1000억원의 이득을 취하고 있는데 이걸 두 배로 올리면 사업자들은 대체 뭘 먹고 살라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이어 “R캐시를 받는 프로그램 안에 169개 코스가 있다. 이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이 20억∼30억원, 많이 잡아서 50억원으로 보더라도 본사에선 이미 5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번 상태”라며 “본사에서 R캐시를 유지하는 건 사업자들에게 1년에 1000억원씩 뽑겠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현재 골프존 매장은 전국에 약 4800개, 제품은 2만5000여대가량 돌아가고 있다.

이학영 의원은 서울에만 1000여개 매장이 있고 울산의 한 동네에 30여개가 몰려있는 등 포화상태가 된 사업에 대해 지적했다. 전골협 조합원들 역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신규매장 등록 제한’ 즉 과밀화 제한을 꼽았다.

송 이사장은 “무분별한 업그레이드와 R캐시로 인한 금전적 부담 등으로 지난해 500개가 넘는 매장이 문을 닫았다”며 “이대로 가다간 사업자들이 다 거리로 나앉게 생겼다”고 했다.

여기에 골프존 본사가 내놓은 가맹 전환 시도가 기름을 부었다. 가맹 전환 과정서 고가의 업그레이드 비용이 문제가 된 것이다.

박찬대 더민주 의원은 “점주들은 이미 4000만~6000만원 상당의 고가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런데 골프존이 가맹 전환 조건으로 시스템을 또 업그레이드하도록 요구하고 있고, 그 금액은 900만원에 달한다. 한 사업장당 5∼8대 제품을 갖고 있다면 가맹 전환을 위해서는 5000만원이 추가로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맹점의 장점은 상권 보호, 안정적인 매출 등인데, 골프존 사업은 이미 포화 상태에 접어들었다”면서 “영업상의 이익이 없는 상황임에도 가맹 전환을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스템을 만들고 있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의원들의 공세에 김 대표는 “현재 고령이고 일선에서 물러나 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며 답변을 피해갔다. 골프존 측은 가맹 전환은 무료로도 가능한 사업자의 선택사항이라는 입장을 유지했다.

송 이사장은 “골프존의 가맹 전환 시도는 제품을 추가로 고가에 팔겠다는 의도”라며 “이미 골프존 사업을 하면서 빚을 진 사람들이 업그레이드 때문에 더 많은 빚을 져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전골협은 본사의 가맹 전환과 관련해 ‘가맹을 인정하라’는 요구를 해왔다. 다시 말해 가맹 전환이 아니라 현재 운영 중인 매장들이 골프존의 가맹점임을 인정하라는 것이다.

송 이사장은 “영업 표지 사용, 가맹비, 로얄티, 교육·경영 지원 등 현재 운영 중인 매장들은 이미 가맹점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며 골프존은 신규 매장을 늘릴 게 아니라 기존 매장의 상권을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호는커녕 강탈?

전골협은 ‘을과의 연대’ 등 다양한 방향으로 투쟁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다. 지난 10일에는 전국대리기사협회(이하 대리기사협회)와 ‘연대와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두 단체가 업무협약을 맺으면서 전골협의 각 사업장서 발생하는 대리운전 주문은 대리기사협회가 관리하게 됐다.

송 이사장은 “골프존 매장을 운영했던 사업자들 중에 빚을 갚기 위해 대리운전을 하는 분들이 있다”면서 “을끼리 뭉치고 협력해 난국을 해결해보자는 의미에서 업무협약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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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