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다시 즐기기 ③제주도 제주시

화산이 빚은 겹겹이 쌓인 시간 속을 걷다

제주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네스코 지정 세계자연유산을 3개나 품은 곳이다.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Jeju Volcanic Island and Lava Tubes)’로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가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으며, 2010년에는 산방산, 용머리해안, 수월봉, 우도 등 12개 명소가 국내 최초로 유네스코 선정 세계지질공원 타이틀을 달았다.

전 세계인이 인정한 경이롭고 매혹적인 대자연을 품은 아름다운 섬. 화산이 빚은 자연의 걸작 속으로 특별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은 세계자연유산이자 세계지질공원인 성산일출봉과 그 아래 형성된 성산리·오조리의 역사, 문화, 생활 풍습 등을 엿보는 도보 여행 코스다. 성산갑문 입구에 있는 오조리 주차장에서 출발, 내수면을 따라 마을과 성산일출봉을 두루 거쳐 돌아오는 7㎞ 남짓한 원형 코스로 3시간 정도 걸리며(성산일출봉 등반 시 40~60분 추가), 길이 평탄해서 걷기 좋다.

걷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식산봉(食山峯)이 모습을 드러낸다. 왜적의 침입이 잦은 시절, 오름에 낟가리를 쌓아 군량미가 가득한 것처럼 속여서 식산봉으로 불렸다고 전해진다. 수풀이 무성한 오름 주변에는 희귀 염생식물 황근이 군락을 이룬다.

오조리에 들어서면 용천수인 족지물을 볼 수 있다. 용천수는 바닷가 인근에 솟아나는 맑은 지하수로 물이 귀한 시기에 식수와 빨래, 목욕까지 마을에 없어선 안 될 생명수 역할을 했다. 제주의 옛 생활상을 엿보는 중요한 장소지만, 상수도가 개발되면서 용천수의 역할이 거의 사라졌다. 지금은 꼬마들이 늦더위를 식히며 물놀이를 즐긴다.

독특한 지형


마을 길을 따라 걷는 동안 나지막한 돌담 너머로 보이는 빨래나 예쁘게 가꾼 화단이 정겹고, 소박한 시골 마을 정취를 물씬 풍긴다. 마을 끝자락에 나타나는 투물러스(tumulus)는 내수면에 남은 화산활동의 흔적이다. 용암이 흘러가다 장애물을 만나 부풀어 오르면서 표면이 빵 껍질처럼 굳어 독특한 지형이 됐다.

이곳을 지나 도로를 건너면 광치기해변과 터진목이다. 터진목은 썰물 때 모래톱이 드러나 예전에 섬이던 성산리와 본섬을 잇던 곳이다. 지금은 모래톱을 메워 본섬과 이어지면서 옛 지형을 잃었지만, 4·3사건 때 마을 주민들이 이곳에서 집단 학살당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다. 성산일출봉에도 슬픈 역사의 흔적이 새겨졌다. 해변 절벽 여기저기에 일본군이 뚫어놓은 동굴이 있는데, 2차 세계대전 말기 연합군에 대항해서 자살 특공 작전을 펼치기 위한 비밀 기지로 만든 것이다.

성산일출봉은 해마다 300만명이 찾아드는 세계적인 명소다. 약 5000년 전 수심이 얕은 바닷속에서 화산이 폭발하며 형성됐는데, ‘수성 화산 연구의 교과서’라 불릴 정도로 지질학적 가치가 높다. 분화구 정상까지 계단이 이어진 길이라 오르기 다소 힘들지만, 주변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경관이 수고를 보상한다. 성산일출봉에서 내려와 성산갑문을 지나면 출발점이자 도착점인 오조리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성산갑문을 지나기 전, 카페 코지에서 재미난 지오푸드를 즐기며 휴식을 취해도 좋다.

세계지질공원

성산·오조 지질트레일 외에도 세계지질공원을 걷기 여행으로 즐기는 트레일이 3개 더 있다. 김녕·월정, 산방산·용머리해안, 수월봉 지질트레일이 운영되며, 올레길처럼 안내 표식을 이용해 언제든 자유롭게 탐방 가능하다.

또 다른 세계자연유산인 거문오름은 예약제로 운영되며, 해설사와 동행해야 입장할 수 있다. 거문오름은 만장굴을 비롯해 김녕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을 만든 모체로 화산학적 가치가 높다. 분화구 안은 다양한 식생이 자라며, 역사·문화적 요소가 고루 섞인 학습의 장이다.

거문오름 탐방은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에서 출발한다. 삼나무 군락지와 정상 지점을 지나 전망대에 닿으면 사방이 탁 트인 전망과 올록볼록 솟은 오름 군락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아래로는 동북쪽 화구벽이 허물어져 말발굽 형태로 굳은 분화구 모습이 한눈에 잡힌다.


세계적 규모의 용암동굴, 만장굴
7.6m 높이의 용암 석주가 고스란히

분화구 안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된다. 1시간30분 남짓 트레킹 코스를 따라 걷는 동안 원시 자연을 연상시키는 용암 협곡과 땅속에서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풍혈, 깊이 수십 미터의 수직 동굴 등 신비한 화산지형이 이어진다. 곳곳에서 마주치는 동굴 진지는 거문오름에 새겨진 전쟁의 흔적이다. 태평양전쟁 말기 일본군이 무기를 숨기기 위해 분화구 곳곳에 동굴을 파서 진지를 만들었다.

분화구 중심에는 제주의 독특한 생태인 곶자왈이 펼쳐진다. 흙 한 줌 없이 화산암뿐인 척박한 환경에도 나무들이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울창하게 숲을 이룬 풍경이 무척 신비롭다. 탐방 포인트마다 해설사가 자세히 설명해주어 생생하고 유익한 시간이다.

거문오름 탐방은 정상 코스(약 1.8㎞, 1시간 소요)와 분화구 코스(약 5.5㎞, 2시간30분 소요)로 나뉘며, 분화구 코스에 자율적으로 능선 코스(약 5㎞, 2시간 소요)를 추가 탐방할 수 있다. 입장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허용되며, 화요일과 명절 당일은 쉰다. 물 이외 음식물 반입은 금지되고, 샌들이나 구두를 신으면 탐방이 불가하니 운동화나 등산화를 반드시 챙긴다.

거문오름과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를 엮으면 여행이 훨씬 풍부해진다. 제주도의 탄생 과정과 지질구조, 한라산의 생태 등을 알기 쉽게 풀어놓아 아이들 현장 학습 코스로 활용하면 좋다. 일반에 공개되지 않는 당처물동굴과 용천동굴 등도 영상과 전시 모형을 통해 간접 체험할 수 있으며, 설화를 바탕으로 제주의 자연을 실감 나게 표현한 4D 영상도 볼 만하다.

여러 탐방 코스

만장굴은 거문오름이 만든 용암동굴 가운데 유일하게 일반에 개방된 곳으로, 내부가 잘 보존되었다. 학술적·경관적 가치가 높고, 세계적으로도 규모가 큰 동굴로 꼽힌다. 전체 길이 약 7.4㎞ 중 1㎞ 구간만 관람이 가능하다. 동굴에 들어서면 시간이 순식간에 수십만 년 전으로 돌아간다. 용암 유선, 용암 선반, 용암 표석 등 다양한 용암 생성물이 오래전 이곳에 용암이 가득 차 흘렀음을 보여준다. 옛 흔적을 따라 탐방로 끝에 다다르면 높이 약 7.6m에 이르는 용암 석주를 만난다. 용암이 빚은 걸작 앞에 감탄사가 절로 쏟아진다. 

 

===여행정보 =========================================

당일 여행 코스
- 세계지질공원 코스: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성산일출봉 포함) 걷기→섭지코지
- 세계자연유산 코스: 거문오름 탐방→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만장굴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거문오름 탐방→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만장굴→월정리해변
- 둘째 날: 성산·오조 지질트레일(성산일출봉 포함) 걷기→섭지코지

여행 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제주관광공사 지질트레일 http://jejugeopark.com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http://wnhcenter.jeju.go.kr


○ 문의 전화
- 제주관광공사 064)740-6074
- 성산일출봉 064)783-0959
-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거문오름 탐방) 1800-2002
- 만장굴 064)710-7903

○ 대중교통 정보
제주국제공항 정류장에서 100번 좌석버스 승차, 시외버스터미널에서 30~60분 간격으로 출발하는 710·720번 시외버스(오전 6시 10분~오후 9시 운행, 약 1시간 10분 소요) 환승, 거문오름 입구 하차,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까지 도보 약 1km.
*문의: 제주시외버스터미널 064)753-1153

○ 자가운전 정보
제주국제공항→월성사거리에서 시청 방향 우회전→오라오거리에서 시청 방향 좌회전→국립박물관사거리에서 우회전→번영로→거문오름 입구 사거리에서 좌회전→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 내 거문오름탐방안내소

○ 숙박 정보
- 베니키아아이진호텔: 제주시 신대로22길, 064)745-0700, http://ijinhotel.com (베니키아)
- 비치스토리호텔: 제주시 조천읍 조함해안로, 064)784-7400 (굿스테이)
- 더클라우드호텔: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064)783-8366~7, www.cloudhotel.co.kr
- 제주아리: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507-1452-6780, http://jejuari.modoo.at
- 초롱민박: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242번길, 064)782-4589

○ 식당 정보
- 카페 코지: 커피·베이커리·지오푸드, 서귀포시 성산읍 한도로, 064)784-1005
- 거문오름꿈의숲: 흑돼지제육쌈밥·흑미궁중떡볶이,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2-9181, http://blog.naver.com/milim9181
- 하늘보리: 검정보리비빔밥·검정콩청국장,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4-6300
- 선흘방주할머니식당: 검정콩국수·고사리비빔밥, 제주시 조천읍 선교로, 064)783-1253
-그리운바다성산포: 고등어추어탕·갈치회,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등용로, 064)784-2128, http://sungsan.fordining.kr

 

○ 축제와 행사 정보
- 2016 제주목관아 작은음악회: 7월16일~9월10일(매주 토요일), 제주목관아 연희각 야외무대, 064)722-0203(제주문화원), http://jejucc.kr
- 2016 한여름밤의 새연교 콘서트: 9월9~10일, 새연교 특설 야외무대, 064)760-2653(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 서귀포칠십리축제: 9월30일~10월2일, 자구리공원·칠십리음식특화거리 일원, 064)760-3946(서귀포시청 관광진흥과), http://70ni.seogwipo.go.kr


○ 주변 볼거리
섭지코지, 우도, 용눈이오름, 비자림, 다희연, 월정리해변, 함덕서우봉해변, 산굼부리, 성읍민속마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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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