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가 찾아왔다. 이번 추석은 주말이 포함된 긴 연휴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행복한 연휴로 불린다. 그러나 이 연휴를 즐기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연휴기간에 더 바빠지거나 휴일과 상관없이 근무를 해야 하는 교대근무자들이 그렇다.
교대근무자들은 직업 특성상 주말에 쉬지 못한다. 휴식 시간이 주말과 겹쳐 지인들과 만날 수 있으면 속된 말로 '땡잡은' 날이다. 남들은 매번 명절에 집안 행사에 참여한다며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들은 근무스케줄이 맞아야 겨우 참석할 수 있다.
차례도 못지내
명절증후군이라는 말은 교대근무자들에겐 먼 이야기다. 남들이 불금이라 말하는 금요일도 그들에겐 평일과 같다. 쉬는 것은 고사하고 명절이 되면 평소보다 일감이 늘어나 업무량이 배가 되는 곳도 있다. 택배업체의 경우 명절이 되면 물량이 평소보다 30% 이상 늘어나 배달이 지연된다. 때문에 명절 2∼3일 전에는 택배신청을 받지 않는다.
물류관리 업체의 경우 제 각각 다르지만 교대근무가 아닌 곳은 사람을 일시적으로 더 뽑아 교대근무로 돌릴 정도로 바빠진다. 큰 물류회사가 명절에 영업을 하지 않으면 산하의 작은 물류회사가 그 물건을 받아 유통한다.
서울의 한 물류회사 근무자 A(29)씨는 “명절이 되면 작은 물류회사에서 큰 회사의 물량을 가져와 일을 한다. 평소 업무에 다른 일이 추가로 붙어 정신이 없어서 명절 가족행사에 참가 못해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다른 물류회사도 마찬가지다. 한 업체서는 교대근무 아르바이트를 뽑지 않고 명절 내 기존 근무자들로만 업무를 진행하기로 해 불만을 샀다. 다른 물류관리 업체 근무자 B씨는 “회사서 명절 상여금, 특근수당도 주지 않고 일을 시켜 불만 많다”며 불편한 속내를 털어놨다.
물류관리 업체의 일정은 회사 사정에 따라 바뀐다. 해당업체의 본사 일정에 맞춰 교대업무로 전환을 하거나 쉬는 것이 정해진다. 때문에 지역·업체별로 일정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다른 상황의 업체도 있다. 홈쇼핑 관련 물류업체는 홈쇼핑 진행 여부에 따라 일정이 달라진다.
아직 홈쇼핑이 시작되지 않은 곳은 명절에 업무를 하지 않았다. 교대근무를 하지 않는 물류관리 업체는 명절당직을 보낸다. 경기도 수원의 한 업체에서는 당직비를 하루 6만원으로 책정해 근무했다.
3∼4교대 근무를 뛰는 보안요원의 경우 명절은 수당을 더 받는 것을 제외하고 평소와 다르지 않다. 광진구에 근무하는 한 요원은 “지역과 업체마다 다르겠지만 사람이 줄어 평소보다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이전 근무지의 경우 명절에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대 9일 연휴? 더 바쁜 시기
평소보다 일거리 많아 힘들어
보안요원은 휴가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명절나기가 힘들다. 운이 좋아 근무스케줄이 맞아도 비상상황 출동에 대비해야 하기에 마음이 편하지 않아 고향에 내려가기 쉽지 않다. 그는 명절계획이 있냐는 말에 “이번 추석은 연휴기간이 길어 쉬는 날 고향을 방문해 명절기분을 낼 생각”이라고 답했다.
방송국 보안요원은 명절특집 방송 촬영으로 인해 인파가 몰려 평소보다 주의를 요한다. 혼란스러운 틈을 타 침입시도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백화점 교대근무자들 역시 보안요원과 다르지 않았다. 연휴 내내 일하던 과거와 다르지만 교대근무자들에겐 해당되지 않는 말이다.
명절을 맞아 일손이 사라지는 경우도 생긴다.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아르바이트로 꼽히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그렇다. 육체노동 강도가 적고 편하다는 인식이 있어 대학생들이 많이 찾는다. 매장 운영이 아르바이트생 위주라 명절이 되면 편의점 점주들은 골치가 아프다.
많은 아르바이트생들은 명절이 되면 일을 그만두거나 쉬겠다는 말을 한다. 근무자가 없어 점주와 가족들이 번갈아 가며 교대근무를 서지 않으면 매장 운영이 되지 않는다.
서울시 영등포구에 있는 편의점 점주 C(58)씨는 “명절이 오히려 더 바쁘다. 가족이 도와주지 못하면 풀로 근무를 뛰거나 일이 가능한 아르바이트생의 양해를 얻어 교대근무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경우 맏이어서 친인척들이 와 명절보내기에 큰 문제는 없지만 명절행사 참석은 못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교대업무는 아니지만 텔레마케팅 근무자들은 추석연휴에 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관악구의 한 마트 텔레마케팅 팀은 추석특수기라 해서 시작조는 1시간 늦게, 마감조는 1시간 일찍 출근한다. 주말근무자가 공휴일까지 근무하기에 인원 확보를 위해 평일근무자 중 추석 근무지원자를 받는다.
식대를 지원하지만 명절에는 도시락을 나눠주거나 핫바 같은 간식을 주기적으로 챙겨준다. 명절에 쉬지 못하고 일하는 만큼 업체에선 근무자에게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사내선 우스갯소리로 근무자가 우울하다며 바람쐬고 온다는 말을 하면 팀장급이 몰래 따라가 위험한 일을 하지 않나 지켜본다는 말도 있다. 텔레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는 용산구의 D(32·여)씨는 “많이 신경써주는 것이 느껴지고 좋지만 업무 특성상 추석에도 업무 외 이상한 전화가 걸려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했다.
알바도 마찬가지
주위를 살펴보면 생업을 위해 추석 가족행사에 참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교대근무자는 물론, 회사일이 많아 명절에도 출근하는 이들도 있다. IT업계의 서버관리직 역시 문제가 생기면 회사로 복귀한다. 휴일이 되면 사용자들이 늘어나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마음 편히 쉴 수 없다.
<anjapil@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명절 인터넷 사기주의보
추석을 앞두고 기차표 및 상품권, 추석 선물 등의 인터넷 거래가 높아지고 있다. 경찰에선 온라인 사기를 주의하라며 경고를 하는 중이다. 지난 7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해 추석 명절 전후동안 평균 온라인 직거래 사기가 35건이 발생해 한 해 평균 31건보다 높았다고 전했다. 경찰은 온라인 사기 예방을 위해 지난 5일부터 인터넷 사기 등을 오는 18일까지 진행한다.
경찰은 “온라인 사기 피해를 보게 되면 회복이 어려운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며 “예방법을 사전에 숙지해 범죄를 피하고 사기를 당하면 즉시 112 및 해당 은행에 신고해야 한다”고 전했다. 경찰이 정리한 온라인 사기 예방법은 ▲개인 간 직거래 서비스를 이용해 현금거래를 유도 ▲급하다며 지나치게 싼 가격으로 직거래를 제안시 등이다. <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