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어사는 연예인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운다
연예인들의 생활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삶’과 ‘높아진 인지도에 저당 잡힌 삶’이라는 동전의 양면으로 구성된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매순간을 감시당하듯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사생활을 어느 정도 오픈해야 하는 연예인들이 활동 없는 날 집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대중의 관심은 그들에겐 중요한 자원이다. 어느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허용되는 방식과 범위에는 한계가 있어야한다. 스타도 사람이고 최소한의 인격권을 지킬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인터뷰하면서 “쉬는 날 뭐하고 지내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집에서 그냥 쉬면서 못 잔 잠을 잔다”거나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집 밖에 나가면 대중들의 시선을 받기 때문에 자유를 만끽할 수 없고, 나만의 공간에서 마음 편하게 있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는 연예인들 중에 집에서 홀로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매니저들도 같은 소리를 한다.
가수 A양의 매니저 J실장은 “여자 연예인들은 보기와 다르게 여린 구석이 많다. 소소한 것 하나 하나에 상처를 받는다”며 “쉬는 날도 좀처럼 밖에 나오는 걸 꺼린다. 하루종일 집에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잔다”고 전했다.
연예인들 중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생활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아서이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전화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 연예인과 마주치는 사람은 누구나 거침없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연예인들의 사생활 공간은 점점 더 좁아지는 추세다. 가수 신정환이 방송에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한 다음날 신씨와 여자친구가 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을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리거나, 아나운서 박지윤이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나 찍은 개인 사진을 미니홈피에서 해킹해 유포시키는 식이다. 각종 포털이 ‘연예인 직찍(연예인을 직접 찍었다는 뜻)사진’을 주요한 콘텐츠로 ‘우대’하는 것도 ‘전국민의 파파라치화’를 부추긴다.
일부 연예매체의 ‘몰래 카메라’ 보도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9월엔 한 연예매체가 호텔 수영장에서 남자친구와 휴식을 즐기는 가수 이효리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 보도했다. 이에 이효리는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고 항변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정신적으로 심각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탈출구를 찾기 위해 극단적 방법인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자살기도자의 약 70%가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중 70%는 우울증 환자고,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예인들, 대중 시선 피해 집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 늘어
휴대전화 카메라 온 국민이 파파라치…숨막히는 연예인들
모 대학병원의 정신과 의사 M교수는 “전체 자살자의 60-70% 가량이 우울증에 해당한다. 우울증은 정말 ‘소리 없는 살인자’다. 우울증이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라며 “우울증에 걸리면 우리의 시야는 극도로 좁아지고 의미를 잃는다. 온통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삶에 대한 전체적인 시야를 잃고 눈앞의 고통에만 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눈앞의 고통이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계속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M교수는 이어 “충동성도 강해진다. 특히, 감정기복이 심한 우울증 양상을 보이거나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이 동반됐을 경우는 그 충동성이 더욱 높아지기에 평소의 자제력과 인내심을 잃고 충동적 행동을 일으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M교수는 유명 연예인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지적한다. “연예인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고 탈출구는 적다. 연예인의 경우 행동 하나 하나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악의적인 소문과 비판에 노출되기 쉽다. 자신을 좋아하는 팬은 물론이거니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의 힘든 면을 내보일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증폭된다. 특히 유명 연예인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M 교수는 이어 “연예인은 직업수명 자체가 다른 직종에 비해 유독 짧고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과 우울을 안고 살아간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 바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불안정성이 크기에 정신적 압박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만 존재할 수 있기에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기호와 사람들의 입맛에 오히려 개성이 강한 자신을 맞춰야 하는 현실 때문에 자아상실감과 정신적 혼란이 오고 이것이 우울증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서는 “자살율을 떨어뜨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필요하다. 지나친 경쟁위주의 사회분위기가 완화돼야 하고 일터와 학교에서 마음을 훈련할 수 있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또 정신과 진료나 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고 이용을 제한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시정돼야 한다. 지금도 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다 전전하다가 병을 키워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고 사회적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는 방에 틀어박혀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등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일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공포물이나 코미디, 또는 드라마형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18일 개봉한 공포스릴러 <외톨이>는 어느 묻지마 살인 사건처럼 은둔형 외톨이를 섬뜩한 공포 대상으로 설정했다. 영화는 방문을 잠그고 가족과 주변을 위협하는 가해자로서의 은둔형 외톨이를 묘사한다.
정유석, 고은아, 채민서 등이 출연하며 한 소녀가 단짝 친구의 죽음 이후 갑자기 은둔형 외톨이로 변해 가족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알 수 없는 존재와 대화를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후 한 의사의 추적 끝에 가족의 잔혹한 비밀과 복수가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박재식 감독은 <외톨이>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3년 전부터 기획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지난해부터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다루더라"며 "이제 영화로도 많이 나올 것 같다.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려원 정재영 주연 <김씨표류기>는 죽기 위해 한강에 뛰어들었다가 밤섬에 표류하는 한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은둔형 외톨이 여자의 엉뚱한 만남을 그린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독특하고 참신해 충무로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씨표류기>는 한강의 작은 섬과 방이라는 좁고 외로운 공간에서 나름대로의 자신의 삶을 창조해 가는 두 김씨를 통해, 현대 도시공간에서 사는 우리의 삶과 그 안의 아이러니에 대한 메시지를 유쾌하게 던진다.
봉준호 감독은 도쿄라는 도시에 대해 외로움이라고 표현했다. 또 그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은둔형 외톨이를 선택했다.
봉준호가 그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어둡지만은 않다. 외로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선택했지만 봉 감독은 주인공에게 희망을 준다. 때문에 <흔들리는 도쿄>는 오히려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다. 은둔형 외톨이 주인공이 11년 만에 눈을 마주친 피자배달원 소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를 찾기 위해 11년 만에 외출을 감행한다는 위트 있는 설정은 순수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봉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디테일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생수병, 피자박스, 두루마리 화장지 등 다양한 잡화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차곡차곡 정갈하게 정리된 은둔형 외톨이의 집안은 봉 감독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배달원과는 절대 눈을 마주 치지 않는다, 식사는 서서 하는 게 소화가 잘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표현들은 은둔형 외톨이 주인공에 대한 호감과 함께 웃음을 유발시킨다. 은둔형 외톨이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가 보여주는 섬세한 내면연기와 은둔형 외톨이를 11년 만에 집 밖으로 끌어낸 피자배달원 역의 아오이 유우의 신비로운 매력이 더해져 아름다운 멜로가 완성됐다.
"연예인 인기는 뜬구름 같은 것"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김수현 작가가 최근 배우들의 잇따른 자살소식에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김수현 작가는 14일 ‘2008 서울드라마페스티벌어워즈’ 부대행사로 서울 여의도특설무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대표작가 김수현과 예비작가들의 만남’ 행사에서 “연예인의 인기는 뜬구름 같은 것이라 흘러가면 그만이다. 인기가 그 사람 자신이 아닌 만큼 언제든지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작가는 “최진실은 자신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이어 “지금의 최진실은 한창 시절의 최진실이 아니었다”며 “(최진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안해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또 “(최진실이) 조금 더 영혼이 성숙한 ‘어른’이 됐으면 좋았을 것이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 작가는 “연예인의 우울증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자기비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종종 다른 배우들보다 출연료를 적게 받는다고 고민하는 배우들의 상담전화를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네가 사례를 더 많이 받고 싶으면 배우로서 더 뛰어나게 잘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야단친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 작가는 이어 “그렇게 야단맞은 배우들은 통화를 마친 뒤 많이 운다고 하더라. 하지만 감정 수습은 되는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우울증 퇴치 방법으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영혼의 성숙을 위해서 애쓰라”고 충고했다.
김 작가는 이어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