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실태 충격보고-③연예계는 왕따천국

1988년 데뷔 후 2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톱스타 최진실은 다이어리 형태의 일기장에 “나는 외톨이, 왕따...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다”라고 적으면서 ‘국민 탤런트’로서 느끼는 고통을 털어놓았다. 일반인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심전심의 동료 연예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망자의 고통이나 심정을 겪어봤기 때문이리라. 실제 연예인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알려지면서 연예인의 화려한 조명 뒤에 숨겨진 아픔이 대중의 이목을 샀다.??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이 전부는 아닌 셈이다.

숨어사는 연예인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운다  

연예인들의 생활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삶’과 ‘높아진 인지도에 저당 잡힌 삶’이라는 동전의 양면으로 구성된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매순간을 감시당하듯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사생활을 어느 정도 오픈해야 하는 연예인들이 활동 없는 날 집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대중의 관심은 그들에겐 중요한 자원이다. 어느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허용되는 방식과 범위에는 한계가 있어야한다. 스타도 사람이고 최소한의 인격권을 지킬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인터뷰하면서 “쉬는 날 뭐하고 지내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집에서 그냥 쉬면서 못 잔 잠을 잔다”거나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집 밖에 나가면 대중들의 시선을 받기 때문에 자유를 만끽할 수 없고, 나만의 공간에서 마음 편하게 있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는 연예인들 중에 집에서 홀로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매니저들도 같은 소리를 한다.
가수 A양의 매니저 J실장은 “여자 연예인들은 보기와 다르게 여린 구석이 많다. 소소한 것 하나 하나에 상처를 받는다”며 “쉬는 날도 좀처럼 밖에 나오는 걸 꺼린다. 하루종일 집에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잔다”고 전했다.
연예인들 중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생활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아서이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전화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 연예인과 마주치는 사람은 누구나 거침없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연예인들의 사생활 공간은 점점 더 좁아지는 추세다. 가수 신정환이 방송에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한 다음날 신씨와 여자친구가 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을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리거나, 아나운서 박지윤이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나 찍은 개인 사진을 미니홈피에서 해킹해 유포시키는 식이다. 각종 포털이 ‘연예인 직찍(연예인을 직접 찍었다는 뜻)사진’을 주요한 콘텐츠로 ‘우대’하는 것도 ‘전국민의 파파라치화’를 부추긴다.
일부 연예매체의 ‘몰래 카메라’ 보도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9월엔 한 연예매체가 호텔 수영장에서 남자친구와 휴식을 즐기는 가수 이효리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 보도했다. 이에 이효리는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고 항변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정신적으로 심각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탈출구를 찾기 위해 극단적 방법인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자살기도자의 약 70%가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중 70%는 우울증 환자고,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예인들, 대중 시선 피해 집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 늘어
휴대전화 카메라 온 국민이 파파라치…숨막히는 연예인들

모 대학병원의 정신과 의사 M교수는 “전체 자살자의 60-70% 가량이 우울증에 해당한다. 우울증은 정말 ‘소리 없는 살인자’다. 우울증이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라며 “우울증에 걸리면 우리의 시야는 극도로 좁아지고 의미를 잃는다. 온통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삶에 대한 전체적인 시야를 잃고 눈앞의 고통에만 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눈앞의 고통이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계속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M교수는 이어 “충동성도 강해진다. 특히, 감정기복이 심한 우울증 양상을 보이거나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이 동반됐을 경우는 그 충동성이 더욱 높아지기에 평소의 자제력과 인내심을 잃고 충동적 행동을 일으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M교수는 유명 연예인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지적한다. “연예인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고 탈출구는 적다. 연예인의 경우 행동 하나 하나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악의적인 소문과 비판에 노출되기 쉽다. 자신을 좋아하는 팬은 물론이거니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의 힘든 면을 내보일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증폭된다. 특히 유명 연예인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M 교수는 이어 “연예인은 직업수명 자체가 다른 직종에 비해 유독 짧고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과 우울을 안고 살아간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 바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불안정성이 크기에 정신적 압박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만 존재할 수 있기에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기호와 사람들의 입맛에 오히려 개성이 강한 자신을 맞춰야 하는 현실 때문에 자아상실감과 정신적 혼란이 오고 이것이 우울증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서는 “자살율을 떨어뜨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필요하다. 지나친 경쟁위주의 사회분위기가 완화돼야 하고 일터와 학교에서 마음을 훈련할 수 있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또 정신과 진료나 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고 이용을 제한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시정돼야 한다. 지금도 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다 전전하다가 병을 키워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고 사회적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 다룬 영화 잇따라-대중매체에서 심각성 부각
최근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는 방에 틀어박혀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등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일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공포물이나 코미디, 또는 드라마형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18일 개봉한 공포스릴러 <외톨이>는 어느 묻지마 살인 사건처럼 은둔형 외톨이를 섬뜩한 공포 대상으로 설정했다. 영화는 방문을 잠그고 가족과 주변을 위협하는 가해자로서의 은둔형 외톨이를 묘사한다.
정유석, 고은아, 채민서 등이 출연하며 한 소녀가 단짝 친구의 죽음 이후 갑자기 은둔형 외톨이로 변해 가족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알 수 없는 존재와 대화를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후 한 의사의 추적 끝에 가족의 잔혹한 비밀과 복수가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박재식 감독은 <외톨이>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3년 전부터 기획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지난해부터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다루더라"며 "이제 영화로도 많이 나올 것 같다.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려원 정재영 주연 <김씨표류기>는 죽기 위해 한강에 뛰어들었다가 밤섬에 표류하는 한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은둔형 외톨이 여자의 엉뚱한 만남을 그린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독특하고 참신해 충무로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씨표류기>는 한강의 작은 섬과 방이라는 좁고 외로운 공간에서 나름대로의 자신의 삶을 창조해 가는 두 김씨를 통해, 현대 도시공간에서 사는 우리의 삶과 그 안의 아이러니에 대한 메시지를 유쾌하게 던진다.
봉준호 감독은 도쿄라는 도시에 대해 외로움이라고 표현했다. 또 그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은둔형 외톨이를 선택했다.
봉준호가 그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어둡지만은 않다. 외로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선택했지만 봉 감독은 주인공에게 희망을 준다. 때문에 <흔들리는 도쿄>는 오히려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다. 은둔형 외톨이 주인공이 11년 만에 눈을 마주친 피자배달원 소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를 찾기 위해 11년 만에 외출을 감행한다는 위트 있는 설정은 순수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봉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디테일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생수병, 피자박스, 두루마리 화장지 등 다양한 잡화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차곡차곡 정갈하게 정리된 은둔형 외톨이의 집안은 봉 감독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배달원과는 절대 눈을 마주 치지 않는다, 식사는 서서 하는 게 소화가 잘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표현들은 은둔형 외톨이 주인공에 대한 호감과 함께 웃음을 유발시킨다. 은둔형 외톨이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가 보여주는 섬세한 내면연기와 은둔형 외톨이를 11년 만에 집 밖으로 끌어낸 피자배달원 역의 아오이 유우의 신비로운 매력이 더해져 아름다운 멜로가 완성됐다.

 
김수현 작가 (인터뷰)
"연예인 인기는 뜬구름 같은 것"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김수현 작가가 최근 배우들의 잇따른 자살소식에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김수현 작가는 14일 ‘2008 서울드라마페스티벌어워즈’ 부대행사로 서울 여의도특설무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대표작가 김수현과 예비작가들의 만남’ 행사에서 “연예인의 인기는 뜬구름 같은 것이라 흘러가면 그만이다. 인기가 그 사람 자신이 아닌 만큼 언제든지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작가는 “최진실은 자신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이어 “지금의 최진실은 한창 시절의 최진실이 아니었다”며 “(최진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안해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또 “(최진실이) 조금 더 영혼이 성숙한 ‘어른’이 됐으면 좋았을 것이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 작가는 “연예인의 우울증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자기비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종종 다른 배우들보다 출연료를 적게 받는다고 고민하는 배우들의 상담전화를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네가 사례를 더 많이 받고 싶으면 배우로서 더 뛰어나게 잘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야단친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 작가는 이어 “그렇게 야단맞은 배우들은 통화를 마친 뒤 많이 운다고 하더라. 하지만 감정 수습은 되는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우울증 퇴치 방법으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영혼의 성숙을 위해서 애쓰라”고 충고했다.
김 작가는 이어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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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