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형 외톨이 실태 충격보고-③연예계는 왕따천국

1988년 데뷔 후 20년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톱스타 최진실은 다이어리 형태의 일기장에 “나는 외톨이, 왕따...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다”라고 적으면서 ‘국민 탤런트’로서 느끼는 고통을 털어놓았다. 일반인들은 선뜻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심전심의 동료 연예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망자의 고통이나 심정을 겪어봤기 때문이리라. 실제 연예인 상당수가 우울증에 시달린다고 알려지면서 연예인의 화려한 조명 뒤에 숨겨진 아픔이 대중의 이목을 샀다.??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이 전부는 아닌 셈이다.

숨어사는 연예인들 겉으론 웃지만 속으론 운다  

연예인들의 생활은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삶’과 ‘높아진 인지도에 저당 잡힌 삶’이라는 동전의 양면으로 구성된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매순간을 감시당하듯 살아가는 과정에서 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일반인들이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사생활을 어느 정도 오픈해야 하는 연예인들이 활동 없는 날 집밖으로 나오길 꺼려하는 이유 중 하나도 이 때문이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대중의 관심은 그들에겐 중요한 자원이다. 어느 정도의 사생활 노출은 피해갈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허용되는 방식과 범위에는 한계가 있어야한다. 스타도 사람이고 최소한의 인격권을 지킬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인터뷰하면서 “쉬는 날 뭐하고 지내세요”라는 질문을 던지면 대부분 “집에서 그냥 쉬면서 못 잔 잠을 잔다”거나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 “집 밖에 나가면 대중들의 시선을 받기 때문에 자유를 만끽할 수 없고, 나만의 공간에서 마음 편하게 있고 싶기 때문이다”고 말한다.
이는 연예인들 중에 집에서 홀로 지내는 ‘은둔형 외톨이’가 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연예인들을 옆에서 지켜보는 매니저들도 같은 소리를 한다.
가수 A양의 매니저 J실장은 “여자 연예인들은 보기와 다르게 여린 구석이 많다. 소소한 것 하나 하나에 상처를 받는다”며 “쉬는 날도 좀처럼 밖에 나오는 걸 꺼린다. 하루종일 집에서 책을 보거나, 잠을 잔다”고 전했다.
연예인들 중 ‘은둔형 외톨이’가 늘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생활을 드러내 보이고 싶지 않아서이다.
국민 대부분이 휴대전화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시대, 연예인과 마주치는 사람은 누구나 거침없이 사진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서, 연예인들의 사생활 공간은 점점 더 좁아지는 추세다. 가수 신정환이 방송에서 “여자친구가 있다”고 말한 다음날 신씨와 여자친구가 공항에서 출국하는 모습을 직접 찍은 사진을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리거나, 아나운서 박지윤이 남자친구와 여행을 떠나 찍은 개인 사진을 미니홈피에서 해킹해 유포시키는 식이다. 각종 포털이 ‘연예인 직찍(연예인을 직접 찍었다는 뜻)사진’을 주요한 콘텐츠로 ‘우대’하는 것도 ‘전국민의 파파라치화’를 부추긴다.
일부 연예매체의 ‘몰래 카메라’ 보도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9월엔 한 연예매체가 호텔 수영장에서 남자친구와 휴식을 즐기는 가수 이효리의 모습을 몰래 카메라로 찍어 보도했다. 이에 이효리는 “연예계 생활에 회의를 느낀다”고 항변했다.
‘은둔형 외톨이’가 정신적으로 심각해지면 우울증으로 이어지고, 탈출구를 찾기 위해 극단적 방법인 자살로 이어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자살기도자의 약 70%가 오랜 기간 정신질환을 앓고 있으며, 이중 70%는 우울증 환자고, 우울증 환자의 약 15%가 자살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예인들, 대중 시선 피해 집에서 홀로 지내는 시간 늘어
휴대전화 카메라 온 국민이 파파라치…숨막히는 연예인들

모 대학병원의 정신과 의사 M교수는 “전체 자살자의 60-70% 가량이 우울증에 해당한다. 우울증은 정말 ‘소리 없는 살인자’다. 우울증이 자살의 위험성을 높이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라며 “우울증에 걸리면 우리의 시야는 극도로 좁아지고 의미를 잃는다. 온통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여 삶에 대한 전체적인 시야를 잃고 눈앞의 고통에만 주시하게 된다. 그리고 눈앞의 고통이 지나가는 일이 아니라 계속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고 말했다.
M교수는 이어 “충동성도 강해진다. 특히, 감정기복이 심한 우울증 양상을 보이거나 알코올이나 약물 남용이 동반됐을 경우는 그 충동성이 더욱 높아지기에 평소의 자제력과 인내심을 잃고 충동적 행동을 일으키게 된다”고 덧붙였다.
M교수는 유명 연예인일수록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고 지적한다. “연예인은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많고 탈출구는 적다. 연예인의 경우 행동 하나 하나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악의적인 소문과 비판에 노출되기 쉽다. 자신을 좋아하는 팬은 물론이거니와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자신의 힘든 면을 내보일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스트레스는 증폭된다. 특히 유명 연예인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밝혔다.
M 교수는 이어 “연예인은 직업수명 자체가 다른 직종에 비해 유독 짧고 부침이 심하기 때문에 더욱 불안과 우울을 안고 살아간다.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가 아니라 바로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불안정성이 크기에 정신적 압박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며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들어야만 존재할 수 있기에 타인의 평가와 시선에 크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 세상의 기호와 사람들의 입맛에 오히려 개성이 강한 자신을 맞춰야 하는 현실 때문에 자아상실감과 정신적 혼란이 오고 이것이 우울증을 부른다”고 지적했다.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대책에 대해서는 “자살율을 떨어뜨리는 데 급급하기보다 국민의 정신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국가적 개입이 필요하다. 지나친 경쟁위주의 사회분위기가 완화돼야 하고 일터와 학교에서 마음을 훈련할 수 있는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며 “또 정신과 진료나 상담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없어지고 이용을 제한하는 현실적인 문제들이 시정돼야 한다. 지금도 정신과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이곳저곳을 다 전전하다가 병을 키워서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고 사회적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은둔형 외톨이 다룬 영화 잇따라-대중매체에서 심각성 부각
최근 은둔형 외톨이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이를 소재로 한 영화가 잇따라 제작되고 있다. 은둔형 외톨이(히키코모리)는 방에 틀어박혀 외부와 소통하지 않는 등 사회 부적응 현상을 보일 위험이 높다는 점에서 공포물이나 코미디, 또는 드라마형 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18일 개봉한 공포스릴러 <외톨이>는 어느 묻지마 살인 사건처럼 은둔형 외톨이를 섬뜩한 공포 대상으로 설정했다. 영화는 방문을 잠그고 가족과 주변을 위협하는 가해자로서의 은둔형 외톨이를 묘사한다.
정유석, 고은아, 채민서 등이 출연하며 한 소녀가 단짝 친구의 죽음 이후 갑자기 은둔형 외톨이로 변해 가족들에게 온갖 욕설을 퍼붓고 알 수 없는 존재와 대화를 하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다. 이후 한 의사의 추적 끝에 가족의 잔혹한 비밀과 복수가 드러난다는 내용이다.
박재식 감독은 <외톨이> 언론시사회에서 "영화를 3년 전부터 기획했다. 은둔형 외톨이를 지난해부터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다루더라"며 "이제 영화로도 많이 나올 것 같다. 사회적으로 은둔형 외톨이가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려원 정재영 주연 <김씨표류기>는 죽기 위해 한강에 뛰어들었다가 밤섬에 표류하는 한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은둔형 외톨이 여자의 엉뚱한 만남을 그린다.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독특하고 참신해 충무로의 관심을 받고 있다. <김씨표류기>는 한강의 작은 섬과 방이라는 좁고 외로운 공간에서 나름대로의 자신의 삶을 창조해 가는 두 김씨를 통해, 현대 도시공간에서 사는 우리의 삶과 그 안의 아이러니에 대한 메시지를 유쾌하게 던진다.
봉준호 감독은 도쿄라는 도시에 대해 외로움이라고 표현했다. 또 그 외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독의 극단이라고 할 수 있는 은둔형 외톨이를 선택했다.
봉준호가 그리는 은둔형 외톨이는 어둡지만은 않다. 외로움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은둔형 외톨이를 선택했지만 봉 감독은 주인공에게 희망을 준다. 때문에 <흔들리는 도쿄>는 오히려 풋풋하고 싱그러운 느낌이다. 은둔형 외톨이 주인공이 11년 만에 눈을 마주친 피자배달원 소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녀를 찾기 위해 11년 만에 외출을 감행한다는 위트 있는 설정은 순수하면서도 호기심을 자극한다.
봉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도 디테일한 연출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생수병, 피자박스, 두루마리 화장지 등 다양한 잡화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차곡차곡 정갈하게 정리된 은둔형 외톨이의 집안은 봉 감독의 꼼꼼함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면이다. 배달원과는 절대 눈을 마주 치지 않는다, 식사는 서서 하는 게 소화가 잘된다는 등의 구체적인 표현들은 은둔형 외톨이 주인공에 대한 호감과 함께 웃음을 유발시킨다. 은둔형 외톨이 역의 카가와 테루유키가 보여주는 섬세한 내면연기와 은둔형 외톨이를 11년 만에 집 밖으로 끌어낸 피자배달원 역의 아오이 유우의 신비로운 매력이 더해져 아름다운 멜로가 완성됐다.

 
김수현 작가 (인터뷰)
"연예인 인기는 뜬구름 같은 것"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의 김수현 작가가 최근 배우들의 잇따른 자살소식에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김수현 작가는 14일 ‘2008 서울드라마페스티벌어워즈’ 부대행사로 서울 여의도특설무대에서 진행된 ‘대한민국 대표작가 김수현과 예비작가들의 만남’ 행사에서 “연예인의 인기는 뜬구름 같은 것이라 흘러가면 그만이다. 인기가 그 사람 자신이 아닌 만큼 언제든지 무대에서 내려올 수 있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작가는 “최진실은 자신의 위치가 흔들린다는 생각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딱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고 전했다.
김 작가는 이어 “지금의 최진실은 한창 시절의 최진실이 아니었다”며 “(최진실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불안해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또 “(최진실이) 조금 더 영혼이 성숙한 ‘어른’이 됐으면 좋았을 것이다”며 안타까워 했다.
김 작가는 “연예인의 우울증은 남과의 비교에서 오는 자기비하, 열등감에서 비롯된 것이다”며 “종종 다른 배우들보다 출연료를 적게 받는다고 고민하는 배우들의 상담전화를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네가 사례를 더 많이 받고 싶으면 배우로서 더 뛰어나게 잘해야 한다고 따끔하게 야단친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김 작가는 이어 “그렇게 야단맞은 배우들은 통화를 마친 뒤 많이 운다고 하더라. 하지만 감정 수습은 되는 모양이다”고 덧붙였다.
김 작가는 우울증 퇴치 방법으로 “남과 비교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영혼의 성숙을 위해서 애쓰라”고 충고했다.
김 작가는 이어 “병원에서 의사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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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