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대한민국 현주소 ③연예인 우울증 비상

지난 2일 오전 톱스타 최진실이 서울 서초구 잠원동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최진실은 떠났지만 의혹은 남아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원인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진실이 전 남편 조성민과 이혼 후 우울증을 겪으며 최근까지 약물을 복용해 왔다는 사실이 전해졌다. 또한 최진실은 평소 지인들에게 ‘우울하다’ ‘외롭다’는 등의 심경을 토로해 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연예인은 속으로 운다

겉으로 보기엔 부와 명예를 한손에 거머쥔 연예인이지만 사실 이들은 일반인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루에 수십 명의 연예인들이 각종 매체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다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이 다반사. 잠깐 떴다가 무대 저편으로 사라지는 이들은 그래서 늘 불안감과 심리적 부담감을 안고 산다. 특히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 연예인들은 어디에도 마음 둘 곳을 찾지 못해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우울증으로 인한 연예인들의 돌발사고는 점화 직전의 시한폭탄과도 같다.
연예인을 옥죄는 것은 인기에 대한 불안감이다. 연예인은 인기를 먹고사는 존재. 한방에 대박 나고 한방에 박살 나는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 설사 이번에 잘됐다 하더라도 다음 번에도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신인일수록 더하다. “거기에서 오는 압박감은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 없는 것”이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톱 탤런트 A씨는 “청춘 스타 시절 늘 주위의 부러운 시선을 받고 살았다. 연예인들에게 최고 행복한 순간이 전성기일 거 같지만 최고 자리에 있을 때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훨씬 심하다”면서 “나 역시 인기가 언제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굉장한 정신적 불안감에 시달렸었다”고 털어놨다.

불안감·루머에 남몰래 가슴앓이
일반인 비해 공적 자기의식 강해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젊은 연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드라마 주연급인 연기자 B양의 매니저는 “B양도 한동안 작품을 못했다. 만날 때마다 초초하고 조급해 하는 모습이 보인다. 자기가 잊혀진다는 것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특히 자신이 쉬고 있는 동안 자기보다 못 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치고 올라오는 모습에 초조함을 느끼는 것 같다.
또한 겉으로는 활발한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내성적인 연예인들도 많다”고 말한다.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인의 경우 공적 자기의식이 강해 외부의 비난을 받게 될 경우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커지는 것이다.
많은 연예인들이 인터넷에 접속하자마자 자신의 이름을 검색한다. 최근 루머에 시달렸던 배우 B의 경우 해외 로케이션 중에도 수시로 자신과 관련된 기사를 검색하며 매니저를 닦달하기도 했다. 기사뿐만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가 올리는 악성 댓글은 연예인들을 패닉 상태에 빠뜨리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매니저나 스타일리스트까지 믿지 못하는 의심증이 생기기도 한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아예 댓글을 안 보는 스타도 있다.
톱 탤런트 J군은 “기사는 봐도 댓글은 안 본다. 나쁜 에너지를 끼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서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연예인들이 다 겪고 있는 거다”고 토로했다. 반면 대부분 연예인들은 누가 썼는지 알 수 없는 악플에 마음 고생을 심하게 한다. 최진실의 경우에도 방송을 통해 “밤을 새서 악플 3천개를 다 읽었다”고 말하기도 했었다.
연예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누구나 받는 스트레스를 직업상 노출시킬 수 없다는 점이다. 보통 사람들처럼 사람 만나서 고민을 털어놓을 수도 없고. 술 한잔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풀기도 어렵다. 일단 자유롭지 못하고 행동을 구속받는 자체가 스트레스를 가중시킨다.
또 다른 매니저는 “연예인은 대부분 집에 가서 혼자 생활한다. 성격이 예민할 뿐 아니라 아픔을 남에게 쉽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자기만의 생각이 많아진다. 중간 중간에 운동을 하며 풀어주어야 하는데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우울증과 불면증이 겹칠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마음놓고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도 없다.
모 대학병원의 한 교수(정신과)는 “모든 자살의 80%는 우울증이 원인이다. 한 번도 연예인을 치료해본 적이 없다. 연예인들은 스케줄, 이목 때문에 우울증이 심해질 때까지 문제를 키운다. 주변의 편견도 그들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공범”이라고 진단한다.

자주 모여 함께 식사하고 술도
마시며 대화를 많이 나눠야
그렇다면 연예인들이 자살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신과 교수들은 자신감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연예인은 방송이나 연기에 올인한다. 그런데 대중적 인기는 본인이 노력해서 예측이 가능한 게 아니다. 성공의 열쇠가 자신이 아니라 외적 요인에 있을 때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연예인은 대중의 인기를 받는가 못 받는가가 자아의 유일한 평가 기준이다. 자살은 실패했을 때 대중의 반응이 두려워 도망가고자 한 심리다.”
갱년기 우울증을 정신과 치료를 통해 극복하고 성공한 탤런트 김영애는 “나만 해도 용기를 많이 내야 했다. 겪어 보니 순간만 넘기면 된다. 주변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 초기에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진실의 자살 이후 자신의 미니홈피에 ‘죽고 싶다’는 등 외롭고 힘든 심정을 털어놓은 가수 C양도 소속사에서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C양의 미니홈피 내용이 알려진 뒤 네티즌들이 그의 홈피를 방문해 격려의 글을 아끼지 않고 있다.
 
외부 비난 땐 우울증위험 더 커져
의사 상담 등 적극 방법 찾아야
요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받는 그룹 신화의 앤디는 지난달 초 한 방송에서 “우울증을 앓았다”고 고백했다.
당시 앤디는 “신화 4집 앨범에서 빠지면서 마음고생을 많이 겪었다. 아무도 나를 찾지 않고 불러주지 않을 때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10년 동안 신화의 멤버로 정상의 자리를 지킨 앤디가 우울증을 앓을 정도의 심적 고통을 겪었을 거라 예상하기는 어렵다.
거슬러 올라가면 지난해 초 자살한 가수 유니와 배우 정다빈 역시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지인들은 전하고 있다. ‘우울증=자살’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더라도 우울증이 연예인들을 사지로 몰고 간 주요 원인 중 하나였음은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알게 모르게 우울증을 앓고 있는 연예인들의 가슴앓이를 적극적으로 관리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니지먼트사들은 ‘여자 연예인 보호’에 비상이 걸렸다. 감정이 풍부하고 예민한 여자 연예인들이 소속된 매니지먼트사 매니저들은 소속 식구 챙기기에 신경이 곤두섰다. 특히 평소 최진실과 절친한 사이였던 연예인들의 충격은 남달라 소속사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최진실 사단의 연예인 소속사 관계자들은 “절친한 친구의 죽음에 너무 큰 충격을 받아 하루종일 소속사 직원들과 함께 지낸다”며 “혹시라도 우울증에 빠질지 몰라서 평소보다 더 특별하게 신경쓰고 있다”고 걱정했다.
D 엔터테인먼트는 연기자들이 함께 시간을 보낼 기회를 자주 마련하고 있다.
D 엔터테인먼트의 한 홍보담당자는 “최근 연예계에 자살 소식 등이 잇따르고 있어 안타깝다”며 “우리 회사 연예인들은 행사 때마다 자주 모여 함께 식사하고 술도 마시며 대화를 많이 나누다 보니 동료애가 남다르다. 연기자끼리 흉허물없이 평소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부분 대형기획사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여자 연예인 보호에 나섰다. 최진실 자살을 계기로 여자 연예인들에게 좀더 신경을 쓰고 상담도 자주 하고 있다.
E 엔터테인먼트의 한 홍보담당자는 “지방 출신인 연기자들과 연습생이 있는데 연기자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있다”며 “희망하는 연기자들에게 정신과 상담을 통해 평상시 스트레스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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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