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만난 휴식 ②광주광역시

무등산 자락에서 풍류와 자연 즐기다

무등산에서 발원한 증암천은 광주호로 흘러든 뒤 영산강으로 합수된다. 자미탄(紫薇灘)이라 부를 정도로 배롱나무 꽃 만발한 풍경이 아름답던 증암천은 담양군과 광주광역시의 경계가 되고, 증암천 곳곳에는 조선 시대 누정이 여럿 남았다. 담양군에 식영정과 소쇄원이 있다면, 광주광역시에는 환벽당과 취가정이 있다.

주말마다 열리는 환벽당 풍류체험
누정에 앉아 듣는 대금 연주와 판소리

환벽당은 사촌 김윤제가 지은 정자로, 증암천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자리 잡고 있다. 김윤제는 조선 중종 때 나주목사로 있다가 을사사화가 일어나자 고향에 내려와 은거했다. 가사 문학의 대가인 송강 정철이 과거에 급제할 때까지 10년을 머무르며 학문을 연마한 곳이기도 하다. 

환벽당에서 김윤제와 정철이 처음 만날 때 이야기가 전해 진다. 하루는 김윤제가 증암천 용소에서 용이 노는 꿈을 꾸었다. 잠에서 깨어 증암천으로 가보니 한 소년이 멱을 감더란다. 정철은 순천에 내려간 형 정소를 만나러 가는 길에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상서로운 꿈이라 여긴 김윤제는 정철과 외손녀를 맺어주었다. 정철은 아버지가 을사사화에 연루되어 집안이 풍비박산 나자, 담양 지실마을로 내려온 참이었다.

정철은 이곳에서 하서 김인후, 고봉 기대승의 제자가 되어 학문을 익히고, 담양과 광주의 누정 주인들과 교유했다.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은 정철이 담양에서 문장과 학식이 뛰어난 이들과 교유하며 쓴 글이다. 〈성산별곡〉에는 환벽당에 대한 내용도 나온다.

환벽당에서는 주말마다 풍류 체험이 열린다. 주말과 공휴일에 운행하는 빛고을남도투어 담양·장성 코스에 포함되는 행사로, 광주송정역과 광주종합버스터미널에서 승차하면 장성 축령산자연휴양림, 광주 월봉서원, 담양 죽녹원과 소쇄원, 광주 환벽당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차례로 돌아본다. 환벽당 풍류 체험은 오후 2시30분에 진행된다. 시간에 맞춰 환벽당을 찾으면 빛고을남도투어 탑승자가 아니라도 참여할 수 있다.

방안이 무대
대청은 객석

운치 있는 산길을 따라 오르면 언덕 위에 앉은 환벽당에 닿는다. 환벽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 건물로 방과 대청, 툇마루가 있다. 정면 방문과 들어열개인 측면 창을 활짝 연다. 정자는 삼면이 트여 방이 무대가 되고, 대청은 객석이 된다. 환벽당 풍류 체험은 가슴을 파고드는 대금 연주, 걸쭉한 판소리, 은근한 차향이 어우러진다.

먼저 갓을 쓰고 한복을 입은 대금 연주자가 고수의 북장단에 맞춰 대금을 연주한다. 심금을 울리는 대금 소리가 환벽당 너머 증암천까지 울려 퍼진다. 지나던 여행자도 대금 연주에 빠져든다. 이어 명창이 전라도 광주에 왔으니 빠질 수 없는 노래라며 ‘호남가’를 한 곡조 뽑는다. 앉아서 호남을 유람하는 듯하다. ‘춘향가’ 한 대목이 이어졌고, 앙코르 소리와 함께 명창이 ‘쑥대머리’로 화답했다. 마지막에는 호남을 대표하는 ‘진도아리랑’으로 명창과 관람객이 하나가 된다. 명창이 선창하면 마루에 앉은 관람객에게 마이크가 돌아간다. 미리 나눠준 진도아리랑을 한 소절씩 부르거나 직접 작사한 노래로 불러본다.

오는 8월20일부터 새로운 풍류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환벽당과 담양의 식영정, 소쇄원이 연계해 전통 공연과 체험을 하는 ‘풍류 남도 나들이’다. 환벽당에서 전통 무예 체험과 청년 인문 교육 프로그램, 식영정에서 선비 체험과 나의 뿌리를 찾는 보학 교육, 소쇄원에서 풍류 정원 달빛 공연이 펼쳐진다.

환벽당과 이웃한 취가정은 ‘취해서 노래하는 정자’라는 뜻이다. 이 독특한 이름은 꿈에 나온 ‘취시가’에서 유래한다. 정철의 제자인 석주 권필이 임진왜란 때 무고로 죽은 의병장 김덕령이 취시가를 부르는 꿈을 꾸었다. 권필은 “지난날 장군께서 쇠창을 잡으셨더니, 장한 뜻 중도에 꺾이니 천명을 어찌하리오…”라고 화답했다. 김덕령의 후손 김만식이 나중에 권필의 꿈 이야기를 듣고 조상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취가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취가정은 지금 복원 공사 중이다.

충효동은 의병장 김덕령의 고향이다. 광주호 호수생태원 입구에 노거수 세 그루가 나란하다. 천연기념물 539호로 지정된 광주 충효동 왕버들군이다. 김덕령이 태어날 때 심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김덕령나무’라고도 한다. 김덕령은 1596년 이몽학의 난을 진압하려고 출정했다가 난이 평정되어 돌아오던 중, 무고를 당해 한양으로 압송되었다. 결국 혹독한 고문 끝에 29세 나이로 옥사한다. 

왕버들 옆에 충장공 김덕령 충효리비가 있는데, 정조가 김덕령의 이야기를 듣고 윤음(지금의 법령)으로 만들어 세운 비석이다. 김덕령의 안타까운 죽음과 추월산에서 순절한 그의 부인, 금산에서 왜군과 싸우다 먼저 죽은 형 김덕홍 등의 충·효·열을 본받고 이들을 기리기 위해 그의 고향을 충효리라 명한다는 내용이다. 원래 이곳에는 소나무 한 그루, 매화나무 한 그루, 왕버들 다섯 그루[一松一梅五柳]를 심었다는데, 왕버들 세 그루가 살아남았다. 뒤틀린 왕버들의 줄기가 400년이 훨씬 넘은 세월을 그대로 보여주지만, 여전히 건강하고 푸르다. 요즘같이 더운 날이면 왕버들 그늘이 훌륭한 피서지가 된다. 돗자리를 깔고 누워 쉬거나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정겹다.

시원한 휴식처
왕버들군 그늘

충효동 왕버들군 건너편이 광주호 호수생태원이다. 호숫가 생태탐방로는 햇빛을 피해 산책하거나 휴식을 즐기기 좋다. 생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습지대 위로 목재 데크를 설치했다. 메타세쿼이아 길이 아름답고, 호숫가에 40년 된 왕버들 수십 그루가 있다. 광주댐을 건설하고 주변이 호수가 된 후, 충효동 왕버들군의 씨앗이 날아가 자연적으로 싹을 틔웠다. 광주호 호수생태원에서는 둘째 토요일(오후 6시)에 ‘호수음악회’를 연다. 달에 포함된 24절기를 테마로 현대적인 풍류를 선보이는 음악회다.

무등산 자락을 따라 올라가면 신선이 풍류를 즐기기 위해 내려왔을 듯한 정자가 있다. 김덕령의 동생 김덕보가 지은 풍암정이다. 김덕보는 맏형 김덕홍이 금산싸움에서 죽고 작은형 김덕령마저 무고로 목숨을 잃자, 세상을 등지고 무등산 자락에 은거했다. 원효계곡의 커다란 바위 사이로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정자를 지었다. 정자 옆에는 커다란 전나무 한 그루가 시립하듯이 있고, 아래로 시원한 물줄기가 거침없이 흐른다. 원효계곡은 여름이면 사람으로 붐빈다. 정자에서 책을 읽거나 바위에 앉아 탁족을 즐기면 한여름 풍류로 더할 나위 없다.

풍암정으로 올라가는 길에 무등산수박마을과 광주 충효동 요지(사적 141호)를 차례로 만난다. 무등산수박마을은 이 일대에서 재배하는 무등산 수박의 산지다. 껍질이 두껍고, 겉에 줄무늬가 없으며, 최대 20kg이 넘을 정도로 큰 수박이다. 8월 말쯤부터 판매한다니 꼭 한 번 맛보자.

선비의 풍류를 직접 체험하는 곳도 있다. 광주 서북쪽 끝에 위치한 월봉서원이다. 조선 선조 때 문신인 고봉 기대승의 위패를 모시고 제를 올리는 곳이다. 체험 프로그램에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꼬마철학자상상학교’, 선비의 일상을 체험하는 ‘선비의 하루’, 어른 중심의 ‘살롱 드 월봉’ 등이 있다. 선비의 풍류를 즐기는 프로그램은 ‘선비의 하루’다. 서원이라면 결코 가볍지 않은 분위기에 매서운 규율을 떠올리지만, 월봉서원에서는 편견일 뿐이다. 서원의 사당 공간은 서원에서도 가장 중요시하는 곳이라 웬만하면 개방하지 않는데, 월봉서원은 체험을 위해 숭덕사를 열 정도다.

선비의 하루는 유생복을 입고 숭덕사에 배례하는 것으로 시작해 철학자의 길 산책, 전통 놀이를 즐기는 놀이마당, 족자 체험, 다담 등을 진행한다. 유생복이 어색해도 선비의 모습 그대로다. 발길을 천천히 옮겨 숭덕사에 오르면 사당과 제례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뒤 배례를 올린다. 철학자의 길은 월봉서원에서 기대승 묘소까지 이어진다. 솔숲이 아름다워 천천히 걷는 느낌이 제법 좋다. 해설사의 판소리 한 소절이 숲 속을 쩌렁쩌렁 울리는데, 영화의 한 장면처럼 여운이 제법 길다. 월봉서원에서는 한 달에 한 번 마을과 서원이 연계한 축제 ‘월봉유랑’이 펼쳐진다. 음악과 체험, 공연이 어우러지는 다시(茶時)카페도 월봉서원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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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환벽당→취가정→광주 충효동 왕버들군→광주호 호수생태원→풍암정
1박2일 코스
첫째 날: 풍암정→무등산분청사기전시실→광주 충효동 왕버들군→취가정→환벽당→광주호 호수생태원→대인야시장(토요일)
둘째 날: 증심사→의재미술관→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월봉서원
관련 웹사이트
· 광주광역시 문화관광포털 http://utour.gwangju.go.kr
· 월봉서원 http://www.wolbong.org
· 무등산수박마을 http://moodeungsan.invil.org
문의 전화
· 광주광역시청 관광진흥과 062-613-3621
· 취가정(무등산자락길잡이협동조합) 062-265-1230
· 월봉서원 062-960-8272
· 광주호 호수생태원 062-613-7891
· 무등산수박마을 062-510-1465
대중교통
(기차)
용산역-광주송정역: KTX 하루 24회(05:20~22:15) 운행, 약 1시간50분 소요.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광주: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100여회(05:30~다음날 02:00) 운행, 약 3시간2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광주종합버스터미널 062-360-8114, www.usquare.co.kr
(비행기) 서울-광주: 하루 3회(09:40, 13:00, 17:50) 운항, 약 50분 소요. 김포국제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impo 광주공항 1661-2626, www.airport.co.kr/gwangju
자가운전
호남고속도로 창평 IC→광주 방면 우회전→고서교차로 소쇄원 방면 가사문학로 좌회전→지곡리삼거리 우회전, 충효교 지나자마자 우회전→환벽당
숙박
· 별밤게스트하우스: 북구 경양로147번길, 062-531-3779, http://byulbam.kr
· 반디민박(무등산반디마을): 북구 평촌길, 062-266-2287, www.bandivill.net
· 히딩크관광호텔: 동구 서석로10번길, 062-227-8500, http://www.hiddinkhotel.com
· 라마다플라자광주호텔: 서구 상무자유로, 062-717-7000, http://www.ramadagwangju.com
식당
· 엄마손맛집: 애호박찌개, 북구 충효샘길, 062-431-5237
· 동산가든: 닭 코스 요리, 북구 송강로, 062-266-9999
· 박승자도넛: 도넛, 북구 충효샘길, 062-262-1191
· 이화정: 퓨전 한정식, 북구 하서로672번길, 062-574-8220
· 호화정: 추어탕, 광산구 용진로, 062-944-7222
· 절라도: 떡갈비, 담양군 남면 지실길, 061-381-4744
· 수려재: 한정식, 담양군 남면 가사문학로, 061-382-1203
주변 볼거리
무등산국립공원, 증심사, 양림동 근대역사문화마을, 무등산옛길, 의재미술관, 포충사, 대인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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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