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공화국 대한민국 현주소 ④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살 방지 대책

요즘 대한민국이 떠들썩하다. 한국 연예계의 별로 불리는 ‘최진실 자살 사건’이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전 분야에 큰 충격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모방 자살까지 이어지고 있다. 안재환·최진실·김지후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여기에다 암암리에 활동 중인 자살사이트 등도 자살심리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이유에 대해 법적·제도적 개선이 필요할 뿐 아니라 네티즌들의 자정노력도 필요하다고 꼬집는다. <일요시사>에서는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말만 앞서고 행동은 뒷전, "체계적인 시스템 갖춰라"

최근 안재환, 최진실 등 유명 연예인들의 자살이 연이어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한국 연예계의 별로 불리는 최진실의 죽음은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정부에서는 인터넷 ‘악성 댓글’을 주범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인터넷 규제를 강화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드세다. 여당에서 인터넷 실명제 확대를 기본 바탕으로 한 ‘최진실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문제는 최씨의 죽음이 또 다른 모방 자살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2000년 이후 국내 자살률은 급격히 증가했다. 2003년 고(故)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의 자살을 시작으로 이은주·정다빈·유니·안재환 등 유명 인사들의 자살이 빈번히 발생하면서 일반인 자살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실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자살한 사람은 1만2천1백74명으로 매일 33.3명이 자살을 한다. 이는 지난 2006년 1만6백88명보다 1천4백86명이 늘어난 수치다.
또 인구 10만명 당 자살 사고는 지난해 기준으로 24.8명을 기록, 외환위기(13명) 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암, 뇌혈관질환, 심장질환에 이어 자살이 사망원인 4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는 수치다.  
특히 자살 사건은 연령과 계층, 성별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과 우울증으로 인해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유명 인사들의 잇따른 자살도 한몫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한 관계자는 “자살 원인 중 하나가 바로 경제적 어려움이다. 무려 48%를 차지하고 있다”며 “양극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빈곤층이 늘어났고, 인구 고령화와 독신가구가 증가하면서 자살위험 요소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외환위기 때보다 2배나 많은 자살률을 기록하는 것은 소외계층에 대한 안전망 확충이 시급한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전문가는 “가족과의 대화가 단절되면서 고독을 느껴, 우울증에 걸리는 일반인들이 많다”며 “대부분 ‘희망이 없다’는 식으로 절망감에 빠져 자살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진실 등 몇몇 유명인사의 자살이유도 우울증에서 비롯된 것임을 생각할 때 대화의 단절에서 오는 우울증이 얼마나 치명적인지 알 수 있다.
실제로 연예인들은 일반인들의 시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인기에 의해 ‘극과 극’의 인생을 살아감으로 인해 인기의 추락, 인간관계의 고립 등으로 쉽게 우울증에 빠질 수 있다. 여기에다 각종 악성루머 등도 한몫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또 모방 자살하는 ‘베르테르 효과’도 우울증·정신 혼란 상태에 빠져 있는 일반인들에게서 발생하기 쉽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를 입증하듯 우울증 아이를 돌보고 있는 심지영(30·가명)씨는 “아이의 꿈은 연예인이다. 최씨의 죽음으로 인해 아이도 ‘나도 저렇게 되는 것인가’라는 말을 자주 할 뿐 아니라 자신이 죽은 다음의 일을 미리 상상하는 경우도 있다”며 “대중 스타의 자살로 인해 자신의 자살 동기를 합리화하려는 것이 아닌지 너무 걱정돼, 매일 옆에서 지켜보고 있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전문가들이 말하는 자살 방지 대책 비법은 과연 무엇일까. 일단 자살 동기에 대해 섣부른 판단을 하지 말아야 된다고 말한다. 복합적·중층적 요인이 자살의 원인인데 단순하게 접근하면 더 큰 ‘화’를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최진실의 자살동기를 악성 댓글 때문이라고 단정 짓게 되면 사회적 접근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악플은 최씨의 죽음을 설명하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라는 것.
또 정치권의 행동도 문제다. 최씨의 죽음을 빌미삼아 ‘인터넷 규제 강화’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살률 갈수록 증가… ‘모방자살’ 빈번하게 발생하기도
‘단순 접근’ 위험… 우울증 등 자살 주요요인 중 하나

실제로 일각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게다가 실명제가 인터넷 이용자의 51%를 포괄하고 있어, 자칫 개인신상정보 유출 문제가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결국 자살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자살 수단에 대한 접근성을 낮춰야 된다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자살 징후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교육 체계가 잡혀야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국자살예방협회 한 관계자는 “자살 징후를 학교·직장·가족 등에 적극 알려,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고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는 정부에서 체계적인 자살 예방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된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실제 보건복지가족부는 지난 2004년 자살예방 5개년 계획을 내놨다. 5개년 계획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22.8명이던 자살자 수를 2010년까지 18.9명으로 낮춘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이같은 계획은 ‘도루묵’이 됐다는 평가다. 지난해 자살자 수가 24.8명으로 늘어났던 것.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말만 거창하게 할 뿐 아무런 체계가 잡혀져 있지 않다고 비난의 봇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한 관계자는 “정부 부처 간 협조가 필수적인데 복지부에서만 추진해서 나온 결과”라며 “2009년부터 새로운 자살예방 5개년 계획을 세워 지난 9월 초 발표하려고 했지만, 부처 간의 협조가 부족해 또 다시 미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 등이 미미한 상황에서 자살률을 낮추는 방법으로는 다리·건물·옥상 등에 차단막을 설치하는 방법이 그나마 ‘최선책’이라고 여겨지고 있다. 게다가 자살에 사용되는 농약·독성 약물에 잠금 장치를 설치해 사전에 자살을 예방하는 방법뿐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한 전문가는 “자살 방지를 위한 체계적이고,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할 뿐 아니라 정부 등도 사건이 터지면 그때서야 뒤늦게 ‘부랴부랴’ 방지책을 마련하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전문가들은 자살에 대한 무분별한 언론보도 역시 자살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2004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와 기자협회 자살 보도와 관련 ‘자살 보도’와 관련, 선정적인 접근을 지양하고 구체적인 자살 수단을 보도하지 않는 등의 자율 지침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자살 보도 권고기준에 따르면 언론은 자살에 대한 보도에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언론의 자살 보도 방식은 자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자살 의도를 가진 사람이 모두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아니지만 자살 보도가 그 계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살이 언론의 정당한 보도 대상이라고 해도 언론은 자살 보도가 청소년을 비롯한 공중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충분한 예민성과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권고기준을 내린 바 있다. 일본 역시 유명인이 자살할 경우 자살의 방법이나 상황 등 세세한 부분은 보도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자살협회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살 관련 보도는 2백71건 가운데 88건이 이 지침을 어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복지복지가족부는 최근 세부적이고 적나라한 자살관련 보도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자살보도 권고기준’을 지켜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처럼 자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는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우울증이나 자살 징후를 조금이라도 느낀다면 전문가들을 찾아가 상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게 자살방지 전문가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국립서울정신병원 소속 한 관계자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살의도가 보이는 사람에게 ‘용기를 내라’는 등의 말보단 당사자의 죽음이 주위에 끼칠 악영향을 되새겨주는 게 낫다”며 “한 사람이 자살을 할 경우 가족과 친구들은 평생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된다”고 충고했다.
이어 그는 “자살의도가 보이는 당사자에게도 이러한 점을 인지시켜 주는 게 중요하다”며 “결국 자살이 자신만 살고 가족은 죽이는 최악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사이버 모욕죄 <공방전>
약이냐 독이냐 헷갈리네~
‘사이버 모욕죄’ 도입을 놓고 여·야간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시작됐다. 사이버 모욕죄는 인터넷과 같은 사이버 공간에서 다른 사용자를 모욕함으로서 성립되는 범죄다.
당초 지난 7월 김경한 법무부 장관이 인터넷 유해사범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어있다.
여당은 사이버 모욕죄가 인터넷 실명제 등의 제도적인 정비를 통해 인터넷 테러에 대한 규제나 처벌 등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악성댓글은 형법상 모욕, 명예훼손 등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며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소송이 진행한 사례도 있다”고 밝혀, 사이버 모욕죄를 지지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야당에서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규제 완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 통제를 위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지난 촛불집회를 계기로 최근 자살사건을 정략적으로 이용해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러한 법안을 무조건 시행한다는 점은 표현의 자유를 무차별로 짓밟는 것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서울에 사는 이정수(28·가명)도 “악플로 인한 피해자가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도 “사이버 모욕죄가 성립돼 처벌이 내려질 수 있는 문제점도 생각해 봐야 된다”고 밝혀, 효과보다는 부작용이 더 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자살통계 엇박자 난 <사연>
경찰청은 높고 통계청은 낮고
통계청이 매년 발표하는 자살통계 자료가 엉터리로 집계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백재현 의원은 통계청과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통계청이 지난 10년간 매년 1천2백33명~5천3백44명이나 축소된 자살통계를 발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2천1백74명이다. 또 1997년 자살률 13명에서 2007년 자살률은 24.8명으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우리나라 자살자는 1만3천4백7명으로, 인구 10만명당 27.3명에 이른다고 발표했던 것. 통계청과 경찰청의 자료를 비교해 볼 때 무려 2.5명이나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사례가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지난 2000년과 2001년 자살자 수치를 비교해보면 알 수 있다.
실제로 2000년 통계청이 발표한 자살자는 6천4백60명이다. 그러나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무려 5천3백34명이나 많은 1만1천7백94명이 자살했고, 2001년에는 1만2천2백77명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통계상의 차이의 근본적인 이유로 백 의원은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가 검찰의 지휘 하에 경찰이 직접 수사해 나온 상대적으로 더 객관적인 자살률임에도 불구, 통계청은 자살자 유족이 자의적으로 사망신고서에 신고하는 호적법에 따라 집계된 자살통계를 발표해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통계청은 주민번호가 확인되지 않거나 유족이 없어 신고가 안 되는 자살자 등에 대한 통계가 누락돼, 통계청의 자살통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게 일각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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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