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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5월17일 17시36분

일요신문고

<일요시사 신문고-억울한 사람들> (37) 물먹은 대리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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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도 별다를 게 없더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 기울일 겁니다. 서른일곱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업체간 다툼으로 중간에서 피해를 보고 있는 전국의 대리기사들입니다.

저녁 7시. 누군가에겐 퇴근시간이지만 대리기사에겐 조금 이른 출근시간이다. 대리기사 일로만 생계를 해결하는 전업 기사는 그쯤 출근해 새벽 3∼4시까지 휴대폰을 들고 거리를 누빈다. 전국의 대리기사 수는 15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이들이 하루에 받는 콜은 50만콜, 실어 나르는 사람은 넉넉잡아 100만명쯤이다. 대리기사들은 초 단위로 뜨는 콜을 잡기 위해 길에서도 언제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리기사들에게 새벽은 황금시간대다. 
 
손님도 줄었는데…
 
지난달 28일 서울 강남 신논현역 1번 출구에 50여명의 대리기사가 모였다. 이날은 착한대리협동조합과 사단법인 전국대리기사협회가 힘을 합쳐 만든 대리연대가 ‘대리기사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연 날이었다. 대리연대는 지난달 21일부터 28일까지 일주일간 새벽 2시 서울 강남 교보타워 사거리에 모여 ‘생존권 사수’를 외쳤다. 
 
지난 5월 카카오가 ‘카카오드라이버’를 내놓으면서 대리운전 업계에 한 차례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카카오택시’로 재미를 본 카카오는 본격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카카오택시 블랙’ 카카오 드라이버 등 O2O(온라인과 오프라인 연결 마케팅)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내놨다. 하지만 예상보다 큰 반향은 없는 상황. 특히 카카오가 대리운전 사업에 뛰어들기 전 대리기사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던 점을 상기해보면 현재 상황은 ‘속 타는 수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 회장은 “대리기사들이 카카오드라이버에 거는 기대가 컸는데 카카오도 기존 업체와 별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카카오 시장 진출 기대했지만…
기존 업체와 사이서 전전긍긍 
 
대리기사들이 황금시간대인 새벽에 거리로 나온 이유는 프로그램사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서다. 대리기사들이 꼽는 프로그램사의 갑질은 크게 고율의 수수료, 기사 장사, 배차 제한 등이다. 대리기사들은 수도권을 기준으로 20%의 수수료를 납부한다. 대리운전비가 2만원 나오는 곳까지 이용자를 옮겼다면 그 중 4000원을 수수료로 내는 셈이다. 여기에 보험료, 벌금, 관리비, 셔틀비 등은 별도다.
 
대리기사도 이용자의 차를 몰다가 사고가 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이 필요하다. 하지만 문제는 대리기사들이 매달 내는 돈에서 얼마가 보험료로 책정돼있는지 그간 몰랐다는 사실이다. 심한 경우는 100명의 기사에게 보험료를 받고 50명분만 보험사에 지불한 뒤 ‘기사 돌려막기’ 방식을 취하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대리기사 단체들의 투쟁으로 얼마간 해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외의 비용은 여전하다. 콜을 받았다가 취소할 경우 500∼1000원의 벌금을 내야한다. 매달 내야하는 프로그램 구입비도 있다. A사의 경우 구성이 비슷한 3개 앱을 운용하고 있다. 물론 앱마다 프로그램 구입비는 따로 받는다. 김 회장은 “예를 들어 하루에 10만원을 번다고 하면, 기사 손에 쥐어지는 건 5만5000원에서 6만원선”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용은 업체에 소속된 대리기사가 많을수록 늘어난다. 그래서 ‘기사장사’라 부르는 것. 
 
배차 제한 문제도 있다. 대리운전 일을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반드시 구입해야 한다. 대리기사가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순간 사번이 부여되는데, 이는 족쇄나 마찬가지다. 프로그램사에 불만을 드러내거나 항의를 할 경우엔 배차가 제한될 수 있다. 프로그램사에서 기사를 골라 콜 뜨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콜이 뜨면 1∼2초 간격으로 사라지는 상황에서 3∼4초 정도 늦게 뜨도록 조절하는 방식은 업체 마음에 안 드는 기사에게 불이익을 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일례로 김 회장은 현재 A사의 프로그램을 몇 년째 못 쓰고 있다. 업계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업체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없으니 수입은 그만큼 쪼그라든다. 구조상 기사가 프로그램 사에 철저한 '을'이 될 수밖에 없다.
 
기존 업체의 갑질을 수년 간 당해온 대리기사들은 카카오가 시장에 진입하면 대리운전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봤다. 그렇기에 카카오의 업계 진출을 반겼던 것이다. 
 
카카오드라이버는 기존 방식과 달리 앱을 이용해 대리기사를 호출한다. 이용자가 출발지와 목적지를 찍으면 출발지 근처의 대리기사가 잡는 방식이다. 기사를 부르는 방식의 차이일 뿐 큰 그림은 비슷하다. 카카오드라이버와 기존 업체간의 가장 큰 차이점은 요금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대리운전비는 시간, 계절, 요일, 날씨에 따라 유동적이다. 예를 들어 평소 1만원에 갔던 곳을 비가 오는 날에는 1만5000원에 가는 식이다. 비가 오는 날에는 대리기사들도 집에서 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만큼 대리 비용이 올라간다. 하지만 카카오드라이버는 요금이 고정돼있다. 
 
카카오드라이버는 처음엔 1만5000원을 기본요금으로 하고 시간과 거리에 따라 요금이 올라가는 방식을 채택해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변수를 고려하지 않은 방식은 대리기사와 이용자 사이의 최적 가격대를 찾지 못하고 배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대리운전 업계에 진출하면 골목 상권을 다 잡아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하다. 카카오가 매일 담당하는 콜 수는 대세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절대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카카오의 수수료 방식도 대리기사들에게는 매력적이지 않다. 카카오는 보험료를 포함해 20%를 수수료로 뗀다. 보험료가 수수료에 포함돼 있고, 프로그램비가 없기에 기사들에게 큰 이득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김 회장은 “카카오가 대리운전 업체에 뛰어들었다고 해서 시장의 크기가 커지는 게 아니”라면서 “원래 있던 파이를 이제는 네 업체가 갈라먹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기사들은 이미 보험료를 내고 있다. 카카오가 보험료를 포함해 수수료를 뗀다고 해서 기사들의 보험료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이니 카카오의 시장 안착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카카오는 기본요금 조절, 요금제 차등 적용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점유율을 높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카카오의 등장으로 시장 개선을 바랐던 대리기사 입장에서는 실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기존 업체가 카카오를 사용하는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주기 시작하면서 기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 
 
기존 업체, 특히 A사는 기사를 0∼4등급으로 나누는 기사 등급제를 이용해 카카오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기사는 3∼4등급으로 분류한다고 알려졌다. 3∼4등급을 받은 대리기사들은 콜을 늦게 받도록 조치하는 등 불이익을 줬다고 한다. 그러면서 카카오 드라이버에서 탈퇴한다는 확약서를 쓰도록 강요한다는 것이다. 확약서를 쓰면 등급을 올려 다시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관계자의 말이다. 
 

굶어 죽게 생겼다
 
김 회장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상황을 보고 기존 업체가 카카오에 텃세를 부린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 “하지만 카카오도 무능력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회장은 “카카오는 단순 주개업자라는 무책임한 자체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와 기존 업체간의 알력 다툼으로 기사들은 더욱 독점적으로 변하는 업계 상황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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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보궐선거> 출마한 안철수·이재명,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참여기간 2022-05-12~2022-05-30




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인천으로 갈아탄 이재명 보선 세 가지 노림수

[일요시사 정치팀] 정인균 기자 = 6·1 보궐선거 지역 중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가장 탐내던 자리가 있다. 바로 송영길 전 대표가 내놓은 인천 계양을 지역이다. 이 지역은 송 전 대표가 지난 20년간 공들여온 곳으로 그가 인천시장으로 당선될 때 대들보 역할을 자청하던 곳이다. “나가기만 하면 당선된다”는 인식 속에 민주당 사람들은 너도나도 공천 신청을 준비했다. 그러나 이들의 공천신청서는 휴지통에 버려져야 했다. 해당 지역구에 이재명 상임 고문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출마했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의 ‘인천 계양을’ 출마가 확정됐다. 이 고문은 지난 8일 인천 계양산 야외공연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보궐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이 고문이 연단에 등장하자 지지자들은 열띤 성원을 보냈다. 탐나는 당 대표 마이크를 잡은 이 고문은 지지자들을 향해 “이럴 줄 알았으면 고민 좀 덜 할 걸 그랬다”고 웃으며 운을 뗀 뒤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전국 과반 승리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나의 정치적 안위를 고려해 지방선거와 거리를 두라는 조언이 많았고 나 역시 조기 복귀에 부정적이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깊은 고심 끝에 위기의 민주당에 힘을 보태고 어려운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기 위해 위험한 정면돌파를 결심했다”고 출마 이유를 밝혔다. 다수의 민주당 관계자들은 실제로 이 고문의 측근들이 그의 출마를 끝까지 말렸다고 한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고작 두 달가량밖에 안된 시점이기도 했고, 다음 대권 도전을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대선 패배의 책임에서 떳떳하지 못한 이 고문에게 두 달의 잠행은 매우 짧은 기간이었다. 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민심은 아직도 좋지 못하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고문의 조기 복귀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60%를 상회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고문처럼 두 달만에 정계 복귀한 대선주자는 없었다. 사실 대선주자의 정계 복귀가 대한민국 정계에서 그렇게까지 낯선 풍경은 아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2016년 대선 패배 후 복귀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나 김대중 전 대통령도 그랬다. 그러나 ‘2개월은 너무 짧지 않냐’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김 전 대통령이나 문 전 대통령 모두 대선에서 패배한 뒤 적어도 1년 가까운 기간의 숙고를 거친 후에야 정계 복귀를 선택했다. 이 고문의 이례적인 행보는 정치 평론가들로 하여금 여러 가지 해석을 내놓게 했다. 사람들의 부정적인 시각을 모를 리 없는 그에게 ‘왜 지금, 왜 인천에 출마했지’라는 의문이 제기된다. 여의도 정계 관련자들은 여기에 적어도 세 가지 노림수가 작용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첫 번째 노림수에 대한 의심은 ‘0선’의 대권후보였던 이 고문이 ‘국회의원 자리에 연연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에서 출발한다. 이 고문은 정치 시작부터 대선 전까지 늘 지방선거에만 출마해왔다. 큰 선거가 있을 때 특정 후보의 캠프에서 일했던 경력들은 다수 있었지만, 본인 당선된 선거는 성남시장 선거와 경기도지사 선거뿐이다. 이 때문에 세간의 의심은 당 대표 자리에 쏠리고 있다. 이 고문이 진정 원하고 있는 자리는 당 대표라는 것이다. 이 고문은 이번에 놓친 대통령 자리를 다음 대선에서 거머쥐기 위해서 우선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어야 한다. 당권이 받쳐주지 못한 대통령 후보는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를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계양을 출마 확정 고작 2개월 칩거…부정적 여론 더 커 이번 대선에서 그랬다. 민주당의 대선 패배를 분석한 이재명 캠프 측의 한 인사는 패배 요인 중 ‘민주당의 분열’을 꼽은 바 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겉으로는 하나가 된 척 쇼를 했지만, 실제 내부는 둘로 갈라져 있었다”고 <일요시사>에 설명했다. 그는 정확히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친문(친 문재인)파’와 ‘이재명계’간의 대립을 예로 들었다. 민주당 당헌당규 제29조(당 대표의 지위와 권한)에 따르면, 당 대표는 당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고 공직선거 후보자를 추천할 수 있다. 예산 편성권과 공천권을 동시에 쥘 수 있는 것이다. 이 고문이 만일 당 대표에 당선된다면, 당내에 있는 ‘반이재명계’의 힘을 줄여 놓을 힘이 생긴다. 이후 출마할 대통령선거 전에 발판을 미리 닦아놓을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다만, 꼭 국회의원 신분으로 당 대표에 출마해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민주당의 권리당원이라면 누구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자격을 갖는다. 입후보하고 싶은 민주당 권리당원은 기탁금(2020년 기준 8000만원)을 내기만 하면 당 대표에 도전할 수 있다. 실제로 정계에서는 이 고문이 보궐선거에 나오지 않았더라도, 8월 전당대회에는 나왔을 것이라 예측하고 있었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 고문의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아무래도 무게감이 다를 것”이라며 “장외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과 장내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이 고문이 당 대표가 되려면 ‘반이재명계’의 마음을 사야 하는데, 이것을 장외에서 진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확실히 민주당 리더의 대세는 현재 이 고문이 맞지만, 대세가 실제 투표로까지 이어지려면 당내에서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전 민주당 당 대표들의 면면을 보더라도,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된 대표들은 대부분 원내 인사들이었다. 아직은 소수인 ‘이재명계’ 의원들의 결속과 ‘반이재명계’ 의원들에 대한 견제 및 포섭까지 하려면 그가 직접 여의도 내로 들어가야만 한다는 해석이다. 정계가 의심하고 있는 이 고문 출마에 대한 두 번째 노림수는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이다. 대선 전부터 여의도에서 공공연하게 떠돌던 말은 ‘지면 감옥 가는 선거’였다. 방탄의원단 면책특권? 선거 기간 내내 피 튀기는 네거티브 공방을 펼쳤던 윤석열 대통령과 이 고문은 서로를 향해 고소 고발을 진행하며 대선을 뜨겁게 불태웠다. 윤 대통령에게는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문제가, 이 고문에게는 대장동 리스크와 경기도지사 시절 공금 횡령 문제가 따라다녔다. 대선 후 윤 대통령의 처가 리스크와 고발 사주 건은 어느 정도 정리되는 분위기지만, 이 고문의 리스크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국민의힘(이하 국힘) 측은 이 고문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보궐선거 출마를 두고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노리고 나오는 것이 아니냐’고 공격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 6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고문이 어떻게든 원내에 입성해 본인에 대해 진행되는 수사를 방탄하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대표는 “이런 시도는 국민의 규탄을 받을 수밖에 없고, 역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며 대선 과정만 하더라도 분당과 성남, 경기도와의 인연을 강조한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가 아무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으로 외곽순환도로를 반 바퀴 타고 간 것이 국민에게 어떻게 해석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그가 주장하는 ‘수사 방탄’ 의혹은 대한민국 헌법 제44조에 기인한다. 44조 1항에는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고 적시돼있다. 2항에는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 체포 또는 구금된 때에는 현행범이 아닌 한 국회의 요구가 있으면 회기 중 석방된다”고 돼있다. 국회의원이 되는 순간 회기 중 체포도, 또 체포 후에 석방도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입법부의 힘이 다소 약하던 시절, 국회의원이 자유롭게 소신발언하고 양심에 따라서 표결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특권이었다. 그러나 현대 정치에 와서 그 의미가 조금씩 변질되기 시작했다. 가까운 예는 1999년 당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대선자금 불법 모금에 연루된 본인의 측근 의원들을 보호하기 위해 7개월간 임시국회를 소집한 일이다. 당시 이 총재와 측근들은 대선을 치르며 불법 대선자금을 모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은 바 있다. 이 총재의 측근들은 국세청을 동원해 거액의 정치자금을 거뒀다는 혐의를 받았고,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 끝에 그중 몇몇은 구속돼 처벌을 받았다. 그러나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혐의를 의심받던 용의자들이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이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발부받았지만 이 총재가 임시국회를 여는 바람에 검찰은 이들을 구속하는 데 번번이 실패했다. 당시 한나라당 측은 임시국회 소집 이유에 대해 “검찰개혁 대책 심의 등 다뤄야 할 현안이 많다”고 항변했지만, 당시 여론은 의원들의 체포를 막으려는 ‘꼼수’로 인식하고 있었다. 측근들의 구속을 막기 위해 이 총재는 수차례 임시국회를 열어야 했다. 감독서 선수로 언론은 이를 빗대 ‘방탄 국회’라 보도했고 곧 ‘방탄 국회’는 불체포특권에 숨는 의원을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이 대명사를 최근에야 이 전 대표가 다시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그것은 옛날 이야기”라며 이 고문의 출마 의미를 다시 해석해달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것은 20년도 더 된 이야기”라며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국회의원이 임시국회에 숨어 체포를 피할 수 없다. 이런 행위는 당 차원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 항변했다. 현직 국회의원이 체포되는 일은 그동안 몇 번 있어왔다. 2020년 민주당 정정순 전 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받고 검찰로부터 체포된 바 있다. 당시 정 전 의원은 총선 과정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검찰로부터 기소당한 상태였다. 청주지방법원은 그에게 기소된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3030만원을 선고했다. 그의 체포를 위해서는 국회의 동의가 필요했다. 국회는 정 전 의원의 체포동의안을 빠르게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186명의 국회의원 중 167명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결국 체포됐다. 민주당 측은 정 전 의원처럼 뚜렷한 범죄 사실이 입증되면 현역 의원이라도 누구든지 체포될 수 있는 게 요즘 국회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러나 세간의 의심은 완전히 사그라들고 있지 않다. 민주당 측의 주장도 사실이지만 이 고문이 빠져나갈 구멍이 아예 배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야당 탄압’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 ‘부당한 외압 수사’라며 국회의원 체포 동의안에 거부할 수도 있는 노릇이다. 민주당은 전체 의석의 과반 이상인 의석수를 확보하고 있는 제1정당이다. ‘야인’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보다 ‘국회의원’ 상태인 이 고문의 체포가 한결 어려워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한편 민주당 내부 관계자는 새로운 시각에서 그의 세 번째 노림수를 지적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 고문의 출마 시점을 잘 살펴봐야 한다”며 “‘이재명계’ 지방선거 주자 모두가 공천을 받은 후에 비로소 출마 선언을 했다. 이 시점이 갖는 의미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방탄 국회로 들어가려? “시대 변했는데 무슨∼” 공천 잡음을 가장 많이 야기했던 곳은 서울시장이었다. 민주당 서울시장 공천장은 송 전 대표가 받았다. 이 고문의 대선을 함께 뛰었던 송 전 대표는 “당의 요구로 서울시장 출마를 결심했다”며 “(서울시장 출마는)희생하러 가는 자리”라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는 ‘단수 공천’ 이야기도 언론에 흘리는 등 그의 선언에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이후 민주당 서울시 의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이어졌다. 인천에만 연고가 있는 인사가 왜 서울시장을 노리고 있냐는 지적과 함께 투명한 공천룰 도입을 촉구했다. 논란은 계파 갈등으로까지 확산되는 양상을 띠었다. 이미 시장 출사표를 던진 ‘서울 기반의 민주당 의원들’과 ‘반이재명계’ 의원들이 합세해 ‘친이재명계’ 측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송 전 대표는 한때 공천에서 ‘완전 배제’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경선을 치르며 공천장을 받아든 송 전 대표지만 ‘이재명계’의 이번 선거 부담은 더욱 가중돼있는 상태다. 경기도지사 공천에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했다. 정도만 약할 뿐이지 여기서도 ‘친이재명계’에 대한 편애를 지적하는 후보가 많았다. 지난 대선에서 이 고문과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한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는 앞서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 경기도지사직에는 이미 조정식·안민석 의원 및 염태영 전 수원시장이 예비후보로 뛰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 전 부총리의 출마 선언이 나오자 경쟁자들의 총질이 시작됐다. 김 전 총리의 경쟁자들은 공천룰이 부당하다며 여러 차례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고, 후보들의 몇몇 핵심 측근은 이재명 캠프 인력이 대거 김 전 부총리를 돕고 있다고 양심 선언을 하기도 했다. 무난히 공천을 받지 못한 ‘이재명계’ 후보들과 이 고문 본인은 지방선거 결과에 대한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다. 승리 시 명장으로 이름을 남기겠지만, 진다면 패장으로서 책임을 감수해야 한다. 대선 패배로부터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을 듣고 있는 이 고문에게 지방선거의 패배까지 책임지라고 한다면, 당 대표 자리는 사실상 물 건너간다. 한 민주당 인사는 이번 보궐선거 출마가 그 책임으로부터 한발 물러서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인이 보선에 뛰어들어서 ‘감독’으로서 역할보단 ‘선수’로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그림을 연출하기 위해 이 고문은 ‘본인의 사람들’이 모두 공천받을 때까지 기다렸고, 모든 퍼즐이 맞춰진 후에야 ‘출마 선언’을 했다. 한걸음 뒤로 책임은 안 져 정치인의 행보에 따라다니는 사람들의 해석이 모두 맞을 수는 없다. 이런저런 행보를 하면서 뜻하지 않은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정치다. 이 고문의 이번 인천 출마는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고, 또 그중에는 오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역시 이 고문이 감내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이 고문이 이번 행보는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ingyun@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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