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촌이 있는 해변 풍경 ③경북 울진군

관동팔경길 따라 울진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

울진은 삼림욕과 해수욕, 온천욕이 가능한 천혜의 고장이다. 지리적으로 수도권에서 멀기에 원시적 자연이 오롯이 살아 있다. 망양정에서 월송정까지 이어지는 관동팔경길(25km)은 울진의 해변을 대표한다. 옛이야기 가득한 정자, 정감 어린 포구, 솔숲 시원한 해변이 어우러진다. 망양정은 왕피천과 바다가 만나는 장면이 감동적이고, 망양 해변에 자리한 옛 망양정은 거친 파도 소리가 일품이다. 구산어촌체험마을에는 울릉도를 지키던 수토사(搜討使)들이 바람이 잠잠해지길 기다리던 대풍헌이 있다. 신라 화랑이 머물던 월송정은 소나무 1만여 그루가 있는 숲에 들어앉아 쾌적하다.

원시적 자연 모습 느껴지는 울진의 해변
마을과 바다 모습이 한눈에, 명당 망양정

울진의 산은 육중하다. 한때 강원도 땅이었던 사람의 발길 닿지 않는 골짜기에는 오지 마을이 남아 있다. 산과 계곡에는 우람한 금강소나무가 가득하다. 해변에도 울창한 솔숲이 많아 삼림욕과 해수욕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
울진 관동팔경길은 망양정에서 출발한다. 소나무 우거진 숲길을 200m쯤 오르면 시야가 열리면서 정자가 나타난다. 정자에 서면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린 왕피천이 바다와 몸을 섞는 감동적인 장면을 볼 수 있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넓게 형성된 모래밭이 망양정 해변이다.
본래 망양정은 이곳에서 15km쯤 떨어진 기성면 망양리에 있었다. 1858년 울진 현령 이희호가 지금의 자리로 옮겨 세웠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이희호는 울진에는 관동팔경이 하나도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당시 평해에는 월송정과 망양정이 있어 그중 하나를 달라고 했다. 망양정은 비록 본래 자리는 아니지만, 울진의 마을과 자연을 한눈에 만날 수 있는 명당이다. 

망양정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오면 오산항을 거쳐 기성 망양 해변에 닿는다. 이곳 야트막한 언덕에 옛 망양정이 아담하게 복원되었다. 다시 정자에 올랐다. 우렁찬 파도 소리에 귀가 먼저 열린다. 정자 오른쪽으로 1km쯤 펼쳐진 망양 해변이 한눈에 들어온다. 과연 예부터 시인 묵객이 칭송한 풍광이 일품이다. 조선 숙종은 강원도 관찰사에게 관동팔경을 그려 오라고 해서 두루 감상한 뒤, 망양정이 가장 아름답다며 ‘관동제일루(關東第一樓)’ 친필 편액을 내렸다고 한다. 나중에 망양정을 친히 둘러보고 “이 바다가 변해서 술이 된다면 어찌 삼백 잔만 기울이겠는가”라며 호탕함을 과시했다.

동시에 즐기는
삼림욕과 해수욕

해변으로 들어서면 거친 바위가 제법 많다. 정자에서 파도 소리가 크게 들린 것이 이 때문이다. 까르르, 3남매가 파도와 놀고 있다. 오랜만에 고향을 방문한 이명곤씨가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아버지는 아이들에게 고향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정겨운 포구가 그립다면 구산마을이 제격이다. 야트막한 야산을 등지고 들어앉은 집들이 항구를 바라본다. 마을 안쪽에는 정면 4칸, 측면 3칸으로 아담하게 지은 대풍헌이 자리 잡고 있다. 대풍헌은 조선 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지키기 위해 파견된 수토사들이 배를 타기 전, 바람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리며 머무르던 곳이다. 수토사들은 구산항에서 울릉도로 갔다. 이런 인연으로 마을 사무실 건물 앞에는 독도 축소 조형물이 있다. 


구산마을의 자랑은 울창한 솔숲을 품은 구산 해변이다. 솔숲에 들어가니 한기가 몰려온다. 구산마을 주민이 대대로 가꾼 숲이다. 여름철 솔숲에 텐트 치고 해수욕을 즐기면 더위는 안녕이다. 구산 해변 모래밭이 끝나는 지점에는 관동팔경 중 제일 남쪽의 월송정(越松亭)이 자리한다. 

신라의 네 화랑인 영랑, 술랑, 남석랑, 안상랑이 솔숲에서 달을 즐기며 놀았다 하여 월송정이라고도 한다. 비가 갠 뒤 떠오른 맑은 달빛이 소나무 그늘에 비칠 때 가장 아름다운 풍취를 보여준다.
2층 정자에 오르니 소나무 위로 푸른 바다가 넘실거린다. 망양정처럼 장쾌한 전망은 아니지만, 솔숲과 어우러진 바다가 정겹다. 정자 주변은 소나무 1만여 그루로 둘러싸였다. 그윽한 솔향기 맡으며 산책로 따라 바닷가에 이르자, 모래에 뿌리 내린 갯메꽃과 갯씀바귀가 반긴다.

관동팔경길은 월송정에서 끝나지만, 울진의 가장 남쪽 후포항까지 드라이브를 즐기는 것이 좋다. 후포항에 가면 등대가 있는 등기산공원에 올라보자. 아래에서 보는 것과 달리 올라가면 의외로 넓은 평지가 나타난다. 등대에서 펼쳐진 후포항은 뒤로 백암산(1004m)과 낙동정맥 산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더욱 웅장하게 보인다.

관동팔경길 따라
울진 해변 구경

울진의 해변을 구경했으면 불영사계곡을 따라 경상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과 불영사에 들러보자. 불영사계곡 하류에 자리한 민물고기생태체험관은 아이들과 방문하기 좋다. 민물고기생태체험관, 열대어전시관, 야외전시관 등으로 나뉘어 관람과 체험을 즐길 수 있다. 동선에 따라 관람하고 나면 각시붕어, 버들붕어, 꼬치동자개, 어름치, 가시고기, 갈겨니, 감돌고기 등 토종 물고기가 얼마나 예쁘고 귀한지 알 수 있다.

체험관에서 나와 불영사계곡을 따라 15분쯤 올라가면 불영사 일주문을 만난다. 여기부터 절까지 오르는 길은 불영사계곡을 끼고 이어지며, 산비탈에는 미끈한 금강소나무가 가득하다. 구불구불 이어진 길을 10분쯤 걸으면 너른 터에 자리한 절 마당으로 들어선다. 마당에는 정갈한 고추밭이 인상적이다. 불영사는 651년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이다. 큰 못에 있는 아홉 마리 용을 주문으로 쫓아내고 그 자리에 절을 지었으며, 서편에 부처 형상 바위가 있어 그 그림자가 항상 못에 비치므로 불영사(佛影寺)라 불렀다고 한다.

연못에는 부처의 그림자 대신 어리연꽃이 만개해 장관이다. 대웅보전 계단 양편으로 돌거북이 머리만 내민 모습이 재미있다. 두 마리 거북이 대웅전을 등에 업은 형상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불영사가 있는 자리가 화산(火山)이어서 불기운을 누르기 위함이라고 한다. 돌거북 위에는 풍경에 걸린 물고기 한 마리가 유유히 하늘을 헤엄친다. 은은한 풍경 소리가 절 마당을 가득 메운다.


-----------------------여행 정보-----------------------
당일 코스

망양정→망양 해변(옛 망양정)→구산어촌체험마을→월송정→후포항 등기산공원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망양정→망양 해변(옛 망양정)→구산어촌체험마을→월송정→후포항 등기산공원
· 둘째 날: 경상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불영사
관련 웹사이트
· 울진군 문화관광 http://tour.uljin.go.kr
· 구산어촌체험마을 http://gusan.seantour.com
· 경상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 http://www.fish.go.kr
· 불영사 http://bulyoungsa.kr
문의 전화
· 구산어촌체험마을 054-788-5312
· 망양정 054-789-6921
· 경상북도 민물고기생태체험관 054-783-9413
· 울진군청 문화관광과 054-789-6902
· 불영사 054-783-5004

대중교통(버스)
· 서울-울진: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하루 16회(07:10~ 20:05) 운행, 약 4시간20분 소요.
· 대구-울진: 대구동부정류장에서 직행 하루 12회(09:00~18:10) 운행, 약 3시간 소요. 

자가운전
중앙고속도로 풍기 IC→안정교차로→가흥교차로→원당로
→파인토피아로→36번 국도→분천삼거리→금강송면→망양정

숙박
· 백암스프링스호텔: 온정면 온천로, 054-787-3007, www.springshotel.co.kr
· 통고산자연휴양림: 금강송면 불영계곡로, 054-783-3167
· 구수곡자연휴양림: 북면 십이령로, 054-789-5470
· 백암온천호텔피닉스: 온정면 온천로, 054-787-3044
· 구산어촌체험마을(민박, 캠핑): 기성면 구산봉산로, 054-788-5312, http://gusan.seantour.com

식당
· 칼국수식당: 칼국수·회국수, 울진읍 읍내1길, 054-782-2323
· 미정식당: 가자미조림·갈치조림, 후포면 후포4길, 054-787-9569
· 망양정횟집: 활어회, 근남면 망양정로, 054-783-0430
· 왕돌수산: 대게 요리, 후포면 울진대게로, 054-788-4959

주변 볼거리
금강소나무숲길, 죽변항, 덕구온천, 울진엑스포공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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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