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2]2012대선 노리는 여야 잠룡 아킬레스건 밀착해부

“내 약점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박근혜에 ‘감히’ NO 할 수 있는 직언가 없다?
손학규 받쳐줄 호남 파워맨 박지원·박주선 뿐

아킬레스건(Achilles’ tendon)은 그리스신화에서 유래됐다. 바다의 여신 테티스는 어린 아들 아킬레스를 불사신으로 만들어 달라고 제우스신에게 간청했다. 제우스는 스티크스강에 몸을 담그면 창과 칼이 뚫지 못하는 몸이 된다고 일러주지만, 그녀가 손으로 잡고 있던 아킬레스의 발목은 젖지 않았다. 결국 아킬레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발뒤꿈치에 활을 맞아 전사한다. 이를 계기로 발뒤꿈치를 일컫는 의학 용어인 아킬레스건은 ‘치명적인 약점’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1987년 대선 당시 김영삼(YS), 김대중(DJ) 후보의 대선 패배 이유는 세(勢) 부족이었다. 양 김 모두 자신의 약점인 세 부족을 알고 단일화 필요성을 인식했지만, 알고도 극복하지 못했다. DJ는 YS에게 ‘내 나이가 더 많으니 양보하라’고 했고, 이에 YS는 ‘정치 경력은 내가 더 선배’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실패했다.

지난 2002년 대선의 가장 큰 이슈도 후보 단일화였다. 대선 3자구도(이회창-노무현-정몽준)는 이회창 후보의 필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도였다. 세가 부족했던 노 후보는 이를 간파했고, 결국 정 후보를 끌어들였다. 오히려 정치 성향으로 봤을 때, 정 후보는 이 후보가 포섭할 수도 있었다. 오히려 이 후보 쪽에 더 가까운 정치색을 지녔다. 정 후보의 현 당적과 과거의 당직을 떠올려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판사 외길 법조 인생 35년의 이 후보는, 단일화라는 상상력을 발휘할 수조차 없었다.

현재까지 지지도 판세
박근혜, 유시민, 손학규 순
 
  대권 잠룡 중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는 여전히, 여야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부동의 1위를 지켰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2월 셋째 주 실시한 주간 정례조사 결과 29.9%를 기록, 1위를 차지했다. 유시민 국민참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은 12.3%로 2위 자리를 지켰고, 3위는 9.1%를 기록한 손학규 민주당 대표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8.7%를 기록한 오세훈 서울시장, 8.3%를 기록한 김문수 경기지사가 뒤를 이었으며, 6위는 한명숙 전 총리(8.2%), 7위는 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5.2%), 8위는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5.1%)로 나타났다.

대권 예비주자 선호도 여론조사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대표측 한 인사에 따르면, 2007년 경선 당시 박근혜 예비 후보는 주변인들에게 이따금씩 ‘정치 지저분하게 해야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지저분하게’라는 표현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의미가 종합돼 있다. 하지만 박 전 대표는 ‘차마’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얘길 전했다고 한다. 그로 인해 인간 박근혜의 평소 신념인 ‘정의와 도덕성의 실체가 역시 명확하다’라는 평가도 나왔지만, 그녀의 집권 의지는 이명박 후보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평가도 함께 나왔다. 결국 그녀는 한나라당 대선 후보 예비 경선에서 ‘선거인단 직접 투표’는 승리했지만, ‘여론 조사’에서 패해 1.5% 차이로 이명박 대통령(MB)에게 대선 후보 자리를 넘겨줬다.

십자가 질 인사 없는 박근혜
‘막후정치’ 책사 찾아라


박 전 대표의 경우, 2012년에는 아무래도 예선보다 본선이 더 어려운 게임이 될 것이라는 게 정치권 전반의 반응이다. 하지만 예선은 물론이고, 본선에서 더욱 지저분한 정치 싸움이 벌어진다. 이를 박 전 대표가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가 승리의 선결 과제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65주년 기념식 행사에서 ‘공정한 사회’를 천명했다. 정권의 반환점을 돌며 야심차게 발표한 ‘공정한 사회’의 화두가, 오히려 이 대통령의 발목을 잡았다. 외교부 공채 파문 등 주변에서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다. 국민의 시야가 자꾸 ‘공정한 사회’쪽으로만 쏠리자, 일부 관계자들은 일견 부담스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처럼 박 전 대표의 ‘정의’ ‘신뢰’ ‘도덕성’만 우직하게 추구하는 모양새는, 결국 박 전 대표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주장도 흘러나온다. 또한 곤란한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 이를 회피하거나 이에 침묵하려는 박 전 대표를 향해 ‘NO’라고 외칠 수 있는 인물이 없다는 것이 박 전 대표측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제껏 유일하게 그녀의 행보에 ‘NO’라고 말한 친박쪽 인사가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 뿐이다. 김 원내대표의 세종시 소신 발언이, 박 전 대표 주변에서 흘러나온 가장 큰 소신 발언이었다. 물론 박 전 대표에게 직언을 서슴지 않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을 수 있으나, 드러난 정치권 인사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는 과연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막후 정치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박 전 대표가 받아들인다면 측근 중 누구를 기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박근혜 캠프에서는 과연 YS의 김동영·최형우, DJ의 권노갑·박지원, 이회창의 서청원·강삼재, 노무현의 안희정·이상수, MB의 이재오·이상득 역할을 누가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당내 친박 성향의 한 인사는 사견임을 전제로 “박 전 대표 주변인들은 계파의 보스 개념이 아니라, 박 전 대표 정치 성향이 맘에 들어 함께 가고 있는 것”이라며 “과연 십자가를 짊어지려는 인사가 나올지 여부도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정치권 인사는 역시 사견임을 전제로 “옛날처럼 민주화 동지 등 끈끈한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쉽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만약 박 전 대표가 막후정치를 수긍하게 된다면, 측근 중 측근인 유정복, 이정현 의원 정도가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고 말했다.

대권도전 애매모호한 자세
오세훈, MB 품에 안길까?

오세훈 서울시장도 빼놓을 수 없는 여권의 잠룡 중 하나다. 그는 최근 무상급식 관련, 연이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오 시장은 민주당이 지배하는 서울시의회 의원들의 행태를 “망국적 포퓰리즘”이라며, “무상급식을 막지 못하면 대한민국이 무너진다”는 논리를 폈다. 참고로 민주당은 서울시의회의 전체 106석 가운데 79석을 차지했다. 오 시장은 “토론에서 지면 무상급식을 추진하겠다”며, “무상급식 논리의 허구성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오 시장이 서울시의원들과 대립각을 세우는 동안 오히려 그에 대한 지지율이 상승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오 시장은 당내 기반이 아직 미약하다. 오 시장의 혼자 힘으로는 당내 예비 경선에서 헤비급 선수인 박 전 대표가 버거워 보인다.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은 당 출신 시도지사가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 등 당 중요 회의에 참석할 수 있게 당헌을 고쳤다. 현행 특임장관으로 한정돼 있는 당헌 제8조를 고쳐 오 시장의 활동영역을 넓혀준 것이다. 이런 가운데 아직까지 대권 도전과 관련 애매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오 시장이 어떤 명분을 근거로 최종적 판단을 내릴지 지켜볼 일이다.

당내 계파조직 없는 김문수
친이계 대표로 나설까?

대권 행보가 점쳐지는 또 다른 주요 인물은 김문수 경기지사다. 지난 6.2 지방 선거에서 김 지사가 없었다면, 여권의 수도권 참패로 이어졌을 공산이 크다. 서울시는 25개 권역 중 4곳에서 구청장을 당선시켰지만, 경기도는 그나마 31개 권역 중 10개를 당선시켰다. ‘김문수의 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하지만 김 지사가 박 전 대표를 꺾고, 본선 레이스에 올라설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김 지사를 지지하는 당 내 세력이, 박 전 대표에 비해 미미하기 때문이다. 김 지사의 유일한 희망은 친이 세력과의 규합이지만, 이도 그리 쉽지는 않아 보인다. 총선을 앞두고 세력 균형이 친이에서 친박으로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펄떡이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김 지사는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무상급식 문제도 적당한 선에서, 적당한 명분을 가지고 ‘타협’을 봤다. 보다 큰 틀의 정치를 하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현재 김 지사의 당내 입지는, 2000~2001년 당시 노무현 해양수산부 장관보다는 크다.

손학규 호남 지지기반 미약
박지원, 손학규 손 들어줄까?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아킬레스건은 당 내부, 그리고 호남의 지지기반 미약이다. 또한 야권 주자들의 상대적 약점인 ‘경제 살리기’ 부분도 더 신경 써야 되는 게 사실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상대적으로 당내 세력 분포 구도가 복잡하다. 이전 당권파인 친정세균계, 현 당권파인 친손학규계, 친노, 민주연대, 구(舊)민주계, 그리고 중도성향의 의원 군이다. 이들을 한데 묶고, 외연을 확대해야 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 민주당 의원들을 묶는 과정에서 호남의 지지기반도 확고히 다져야만 한다.

당내 기반과 호남 지지를 한데 묶는 과정에서 박지원 원내대표와의 연대는 필수적이다.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이 배제된 박 원내대표 입장에서는 당시에도 대표였던 손 대표에게 앙금이 남아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앞으로 연대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고, 현 상황에서도 별다른 잡음이 나지 않고 있다. 다만 앞으로 개헌과 같은 돌발 이슈, 그리고 19대 총선이 연대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다. 그러나 어떤 모양새를 취하든 본류는 한 줄기로 흐를 것으로 보인다.


손 대표는 최근 ‘유능한 진보’ ‘돈 버는 진보’를 이야기 했다. 이를 위해 ‘학규(HQ) 노믹스’의 기초를 다질 경제통과 정책통이 필요하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측에서는 이한구 의원 등 현안 관련 한목소리를 내는 경제통이 있다. 하지만 손 대표 측에서는 대여 투쟁 집회를 이어가는 상황 때문인지 아직 별다른 움직임은 없는 실정이다. 노무현-정몽준 연대와 같은 드라마틱한 세력 통합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도 혹은 중도보수 성향의 주요 경제통과 적절한 연대가 필요하다. 


덧셈 정치 해야 사는 유시민
차기냐 차차기냐 선택해야

선거 전략가인 유시민 국민중심당 참여정책연구원장이 손 대표와 연대한다면, 야권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될 것이다. 선거 이니셔티브(initiative-이행계획) 측면에서 유 원장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유 원장은 치밀한 계산이 장점인 반면, 포용력이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민주당의 한 인사는 “덧셈의 정치보다는, 뺄셈의 정치 쪽에 가깝다. 정치는 두루뭉수리하게 묶어 가다보면 얼떨결에 꽁꽁 묶이기도 하는데 아쉽게도 네 것 내 것에 대한 구획을 분명히 나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대의 걸림돌은 유 원장도 ‘대권’의 꿈을 품고 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 6·2 지방선거를 치르며 본인의 득표력을 어느 정도 인지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이 손-유 연대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YS-DJ 단일화 불발 때처럼, 손 대표가 ‘내가 나이가 더 많으니 이번에 양보해달라’고 말하면, 유 원장은 ‘내가 야권 짬밥을 더 많이 먹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낙선 전력 정동영·한명숙
당내 재신임 여부가 더 관건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미 호남권 대표주자로 선택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580만표 차이로 MB에게 패배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실시된 대선 중, 가장 많은 표차로 패했다. 이 같은 과거의 전력이 그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이다.

정 최고위원이 이 굴레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그는 최근 손학규 대표의 대북정책과 관련, 사사건건 ‘대립각’을 세우며 통일부에 개성공단 방문을 신청했다. 그는 방북 사유에 대해 “남북관계가 단절된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유일한 숨구멍”이라고 말했다. 당내 입지 구축의 돌파구를 ‘대북관계’로 잡은 정 최고위원이, ‘새로운 진보’를 내세운 손 대표를 꺾고 민주당 대선 후보로 재신임을 받을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재판에서 명예를 회복한 한명숙 전 총리도 강력한 대선 예비후보다. 지난 6.2 지방선거 당시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로 나와, 막판까지 오세훈 현 시장과 접전을 펼쳤다.

하지만 서울 25개의 구청장 선거 중 21개를 민주당이 차지하고도, 서울시장 자리는 한나라당에게 넘겨줬다. ‘오세훈 개인 브랜드 가치가 한명숙 개인의 브랜드 가치보다 높았다’라는 주장이 설득력 있어 보인다.

한 전 총리만의 ‘알맹이’가 있어야 서울시장이든 대권이든 도전할 수 있다. 그녀는 든든한 아군을 확보하고 있다. 친노 세력이 그들이다. 하지만 친노 세력만으로는 집권할 수 없다. 진보를 넘어 중도를 끌어안기 위해, 명확한 숫자에 근거한 정책 개발과 경제통 영입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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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