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1]박민찬의 신통방통 신묘년 국운 대해부

“청계천이 토끼해 대한민국 발목 휘감는다”


경인년 호랑이의 해가 물러가고 신묘년 토끼의 해가 다가오고 있다.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포격 도발 등 유난히 일이 많았던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밝아오고 있지만 분위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경인년을 뒤흔들었던 사건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연평도 사태 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고 있고, 예산안 강행처리를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도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올 한해 대한민국은 이러한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 박민찬(풍수지리 신안계형물학연구소) 원장을 만나 신묘년 국운을 들어봤다. 
 
혼란스러웠던 호랑이해 가고 토끼의 해 밝았다
신묘년 천기누설, 2011년 한해 살림살이 어떨까

새로 밝아오는 신묘년엔 어떤 일이 생길까. 박민찬 원장은 국운을 말하기에 앞서 환란의 기운을 짚었다. 풍수를 통해 본 나라의 모습이 그리 밝지 않다는 것이다.

청계천 흐르는 불운
국운에 그림자 드리워

박 원장이 말하는 ‘풍수’는 ‘자연활용법’이다. 인간은 자연의 지배를 받으며, 인간의 운명 또한 자연에 달려있는데, 자연의 지배만 당할 게 아니라 이를 활용하자는 것. 또한 ‘풍수지리’는 땅의 형세를 보고 흥망성쇠를 보는 학설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가 풍수지리를 토대로 본 국운이 그리 좋지 못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공동체 운명은 상징적 지역의 형태에 따라 변화되는데 우리나라의 중심은 예부터 서울이었다”며 “때문에 서울의 형세를 보면 국운을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은 인왕산을 머리, 북악산을 왼팔, 남산을 오른팔로 하는 형상을 하고 있다. 동쪽으로 뻗은 산세는 다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아일보 앞이 명치로, 이곳부터 중랑천까지가 배 부분이다.
박 원장은 “예로부터 청계천은 우리나라의 역사와 운명을 결정했다. 북악산과 인왕산, 남산 등지에서 흘러내려 온 하천이 연결돼 있는 청계천은 때로는 국가의 성장을 가져다줬으며, 때로는 나라를 위태롭게 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현재 청계천은 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걸까. 박 원장은 현재 청계천의 모습을 “배를 갈라놓은 형상”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청계천은 사람으로 말하면 배에 해당하는 부분인데 2003년 7월 청계천을 복원한다면서 서울의 중심부를 파기 시작했고 이때부터 나라의 모든 일이 엉망이 됐다”면서 “경제는 망해갔고 국민은 분열됐으며 외세에 약해지고 북으로부터 위협을 받는 등 어려운 고비가 찾아왔다”고 역설했다.

박 원장은 청계천으로 인한 풍수지리적 영향력을 과거의 사례를 통해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조선 영조 시기와 박정희 정권 시절 청계천으로 인한 국운의 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조선 영조 시절 청계천은 치수사업으로 인해 자연적 하천 형태였던 것이 좀 더 깊고 넓게 파지게 됐다. 그리고 그때부터 조선 왕조의 시련이 시작됐고 급기야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는 수난까지 겪게 됐다는 것.

박 원장은 “물은 재물을 상징하는데 기본적으로 3분의 2 정도의 수위가 흘러야 교량 역할을 하면서 길지로 작용하게 된다. 그러나 청계천을 개량함으로 인해 흉지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풀이했다.
반면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청계천을 복개했다. 박 원장은 1957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못사는 나라로 지목받던 나라가 1958년 청계천 복개를 진행한 후 30여 년 만에 세계 10위권 진입을 앞둔 국가로 성장했다는 점을 짚었다.

청계천 복원과 관련, 박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풍수를 모르고 한 일”이라며 “이 대통령은 개인적인 성공을 거뒀지만 나라는 망하고 있다. 청계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올해가 어떤 해인지와는 상관없이 국운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그는 “지난 2003년 복원된 청계천은 풍수적으로 올해 9년을 맞이한다. 풍수는 10년이 지나면 영향을 받기 시작하는데 지난해 호랑이해를 맞이하면서 조금 일찍부터 그 영향권에 들게 됐다”며 “청계천을 복개해 길지로 만들면 국가적 차원의 흉을 없애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국운을 길하게 만들 해법이 없다. 토끼를 자연에서 하나의 생명으로 본다면 청계천은 자연 전체다. 동물의 기운이 자연 전체를 이기지는 못하는 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힘들었던 경인년
신묘년에는 ‘더하다’

역사적으로 경인년에는 나라에 재앙과 큰 사건이 많았다. 그리고 2010년에 돌아온 경인년에도 재앙의 기운이 강했다.
박 원장은 경인년 국운에 대해 “예측하기 어려운 화재나 홍수, 붕괴 등 자연재해나 불미스러운 일, 예상치 못한 일들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국가의 존폐를 위협하는 엄청난 사건이 일어날 수도 있다”며 비관론을 내놨다. 호랑이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시기는 9월부터 11월 사이로 이때 큰 사건들이 많이 발생할 것이며 예기치 못한 사건들의 집중포화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었다.

그는 또 “사회적으로도 좋지 않다. 아주 각박하고 살벌한 사회가 될 것이다. 따뜻한 기운이 점점 없어지고 평안함을 가지는 상태가 지속되지 못하는 운”이라며 “국민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고 초조해지며 도덕, 윤리, 질서 등이 무너져 내리고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강력범죄와 엽기적 사건사고 등을 접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계천 때문에 국운 엉망, 경인년부터 악화일로
정치·사회·경제 ‘휘청’ 흉흉해진 민심 국운 위협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대북관계가 더욱 악화일로에 놓일 것이며 극한 대립각을 형성할 공산도 많다고 내다봤다. 
그는 “2010년은 국운에서 북한 문제가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비참한 생활을 하는 북한으로는 언제 도발 또는 위협을 할지 알 수가 없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그 어느 때보다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라며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 원장의 주장처럼 경인년에는 ‘일’이 많았다. 세종시 수정안을 둘러싼 논란으로 한 해를 시작하더니 천안함 사태와 연평도 도발로 남북 관계는 악화일로로 치달았다. 한 해를 마무리해야 하는 시점에 전국적으로 구제역이 확산돼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황이다.
박 원장은 그러나 “신묘년은 경인년보다 더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청계천으로 인한 환란이 “여기서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경인년, 신묘년 하는 띠에 따른 국운과는 상관없이 한 해 동안 국운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회적으로 국민이 분열되고 사회 갈등은 심화될 것”이라며 “국민들이 살벌해져 갖은 사건·사고가 일어나고 가정이 분열되며 민심은 흉흉해질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경제 상황도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기업이 무너져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게 되며, 기업들의 쇠락이 국민 경제를 악화시켜 고통이 심화된다는 것이다.

안으로는 종교 간의 갈등이 ‘전쟁’ 수준에 이르게 되며, 밖으로는 외교적 입지가 약해질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사람이 일이 잘 되려면 다른 사람과의 대화에서 상대방의 말을 잘 받아들이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시비를 걸려하듯, 좋지 않은 국운으로 인해 모든 것이 꼬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 원장은 “국회는 풍수적으로 봤을 때 ‘흉상’”이라며 “작은 섬인 여의도는 대국가적인 회의 장소로 부족하다. 형상이 작으니 그 안에서는 ‘큰 생각’을 하기보다 자기 자신만 생각하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인 욕심만 부리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국운까지 좋지 않으니 더 이기적이게 되고, 더 욕심을 부리다가 더 큰 싸움이 벌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여야는 더 치졸한 싸움을 벌이게 돼 정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MB의 강한 의지
희망은 있다? 없다?

한 나라의 국운에는 최고 지도자의 운도 작용한다. 그가 어떤 운을 가지고 있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국운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원장은 이 대통령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봤다. 그는 그러나 “자연의 영향이 먼저”라며 “청계천으로 나라의 형상이 근본부터 잘못돼 국운을 해치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 대통령의 의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운명을 바꾸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청계천을 길지로 만들면 서민경제가 서서히 살아나면서 경제적으로 성장 탄력을 받게 된다. 경제가 안정되면 사회 전반적으로 불안감이 사라지고 국민들이 단합하면서 흥한 기운이 전국을 덮을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국가가 급신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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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