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특집> '최고의 워터파크' 슬라이드 베스트 10

‘짜릿한 스릴’무더위 싹 날리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안재필 기자 = 여름이 다가오면 시원한 물놀이에 대한 욕구가 머리 속을 스친다. 벌써부터 기온이 30도 안팎을 넘나드는 이른 더위가 극성인 가운데, 각 지역 업계에서는 앞다퉈 곳곳에서 워터파크를 개장하고 있다. 워터파크의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워터파크하면 그 무엇보다도 더위를 한 방에 날려줄 슬라이드가 머리 속에 떠오르기 마련이다. 각 지역 워터파크의 꽃 슬라이드를 살펴보기로 했다.

예년보다 빨리 다가온 무더위가 한창이다. 반팔에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는 행인들도 많다. 더위에 지친 아이들은 공원 등지 분수 속에서 물놀이를 즐기기도 한다. 그래서 이르면 4월부터 워터파크 업체들이 개장을 시작했다. 이달부터는 실외시설도 개방하는 추세다. 업자들이 기다리던 여름 시즌이 다가왔음을 의미한다. 또한 모든 워터슬라이드를 마음껏 즐길 수도 있다.

[케리비안베이]
[메가스톰]

‘케리비안베이’에는 지상 37m 높이에서 355m를 내려가는 자기부상 워터코스터와 토네이도 형태가 합쳐진 복합 워터슬라이드 ‘메가스톰’이 있다.메가스톰은 자기부상 원리로 강한 추진력을 얻은 튜브를 타고 시속 50km의 속도로 떨어져 내리는 슬라이드다. 그냥 떨어지기는 섭섭한지 지름 18m의 토네이도를 따라 회전하다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공중에 뜬 듯한 무중력 체험을 한 뒤 내려온다.  

지상 18m의 높이에서 떨어져 내리는 ‘아쿠아루프’를 빼 놓으면 아쉽다. 입을 꽉 다물고 타야하는 슬라이드로도 이름이 높다. 체감시속 90km를 자랑하는 이 워터슬라이드는 캡슐 속에 들어가 마음의 준비를 하기도 전에 떨어지는 맛이 있다. 실제 속도는 60km 정도지만 루프를 따라 떨어져 내리며 360˚ 회전하는 기분은 슬라이드보다는 번지점프를 하는 기분을 들게 한다.

[원마운트]
[스카이부메랑고]


원마운트를 대표하는 슬라이드로는 ‘스카이부메랑고’와 ‘콜로라이드’가 있다. 스카이부메랑고는 2인용 튜브를 타고 길이 122m의 부메랑고를 향해 떨어진다. 그네처럼 원심력을 통해 하늘로 솟구치는 순간 잠깐 무중력체험을 한다. 2인이 함께 탈 수 있는 고속 하강슬라이드인 콜로라이드도 있다. 콜로라이드는 지상 15m지점에서 떨어져 내리는 듯한 아찔한 재미를 선사한다. 2인승이라 아이들도 걱정 없이 부모와 함께 탈 수 있어 가족이 함께 즐기기 좋다.
 

7층 야외 워터파크에서 시작해 건물 밖 쇼핑몰 거리를 돌아 4층에 있는 실내 워터파크로 내려가는 반투명 슬라이드 ‘투겔라이드’도 있다. 지상 50m의 전망대에서 호수공원을 바라보며 튜브 하나를 타고 낙하하는 ‘윌링더비쉬’와 더불어 원마운트의 명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오션월드]
[슈퍼부메랑고]

원마운트에 스카이부메랑고가 있다면 ‘오션월드’에는 경사각 68˚를 자랑하는 6인승 ‘슈퍼부메랑고’가 있다. 국내 최대 탑승 인원과 높은 각도를 장점으로 내세우는 슈퍼부메랑고는 6인승에 무게가 남달라 다른 부메랑고보다 박진감 넘치게 움직인다. 기구 높이 최고조에서 6인승의 무게로 뒤로 뚝 떨어진다고 생각해보면 그 속도감을 알 만하다.

휴가철 앞두고 전국 워터파크 속속 개장
인기 많은 어트랙션 예약제도 시행

오션월드를 대표하는 슬라이드에는 스카이부메랑고만 있는 것이 아니다. 최대 길이 300m를 뽐내는 ‘몬스터블라스터’도 대기하고 있다. 300m라는 길이 때문에 탑승 시간은 타 슬라이드보다 긴 편이지만 튜브슬라이드를 타고 시원하게 질주하다보면 어느새 착지풀에 내려앉은 자신을 보게 된다. 이 슬라이드는 높은 인기로 스카이부메랑고와 같이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다.

[설악워터피아]
[월드앨리]


'워터피아'의 어트렉션존 가장 높은 자리에는 래프팅존이 있다. 그 곳에 자리하고 있는 ‘월드앨리’는 워터피아의 대표적인 슬라이드다. 최대 4인승인 래프팅튜브를 타고 급강하, 회전, 좌우 진동 등 복합적인 슬라이드를 체험할 수 있다. 실제 래프팅을 하는 듯한 기분은 덤이고 360˚ 회전 등 슬라이드에서만 즐길 수 있는 재미까지 담아 인기가 많다.
 

월드앨리와 더불어 워터피아를 대표하는 슬라이드에는 ‘메일스트롬’이 있다. 깔때기 모양의 원통을 지그재그 회전하며 즐기는 4~6인승 슬라이드로 월드앨리보다 상징성이 크다. 워터파크 밖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외견 때문이다. 17m의 높이에서 슬라이드 관을 통해 빠른 속도로 내려가다 상징적인 깔때기 모양의 관 안으로 떨어져 내린다. 입장하기 전에도 보이던 압도적인 존재 속으로 빠져나가는 맛이 일품이다.

[블루캐니언]
[로데오마운틴]

스릴은 덜해 보이지만 색다른 외견으로 재미를 주는 워터슬라이드도 있다. ‘로데오 마운틴’은 암벽 사이 급류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는 컨셉으로 만들어졌다. 4.5m의 낮은 높이와 22m의 길이로 남녀노소 불문하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워터슬라이드다.

국내 최장의 4인승 어트랙션인 ‘패밀리 슬라이드’도 준비가 되어 있다. 지상 16.5m 높이에서 176m를 빠른 속도로 내려가며 더위를 식혀 준다. 또 같은 높이에서 빠른 속도로 하강하며 언덕을 올라가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을 선사하는 ‘업힐슬라이드’도 있다.

[테딘워터파크]
[쓰나미 슬라이드]

해일을 타는 듯한 ‘쓰나미 슬라이드’와 360˚ 회전하며 착지 전에 몸이 날아오르는 ‘튜브 옥토퍼스레이서’도 준비되어 있다. 쓰나미 슬라이드는 2인승 튜브를 타고 내려가서 중앙에 위치한 판의 양 사이드에서 내려오는 급류를 타고 쓸려내려가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어트렉션이다. 캄캄한 원통으로 들어가 어둠속에 빨려 들어가는 착각을 들게 한다.
 

튜브 옥토퍼스레이서는 컴컴한 원통형 슬라이드 안으로 정신없이 내려가다 360˚ 회전까지 마친 뒤 몸이 공중으로 날아오는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어트렉션이다. 속도감을 즐기며 어둔 공간으로 들어갔다가 착지풀에 내려앉는 순간, 갑갑한 공간에서 벗어나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7월2일 전면 개장)

[리솜스파캐슬]
[마스터블라스터]

4계절 내내 정상 운영하여 계절에 상관없이 워터슬라이드를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마스터블라스터’와 ‘튜브슬라이드’도 있다. 보트를 타고 고저가 반복되는 스릴을 즐기는 마스터블라스터는 총 175m의 거리를 나아간다. 출발하자마자 큰 낙차가 있는 언덕에서 떨어져 내리며 아찔한 낙하감을 맛볼 수 있다.
튜브슬라이드는 코스 길이 143m 아래로 내려가며 빠르게 아래로 향하는 속도감을 즐긴 후 착지풀에 내려 앉아 온 몸에 물이 튀기 전까지 정신 없게 한다.

[롯데워터파크]
[워터코스터]

코너를 돌며 뒤로 넘어갈 듯 확실한 스윙감을 책임질 워터슬라이드가 이곳에 있다. 총 길이 203m, 높이 21m, 6인용 튜브에 탑승하는 ‘더블스윙슬라이드'는 총 두 번의 스윙코스를 통해 짜릿함을 선사하는데, 첫 코스의 스윙감이 사라지기도 전에 다가오는 휘어짐은 한시도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지상 22m 위에서 떨어지는 ‘워터코스터’도 빼놓을 수 없다. 워터파크계의 롤러코스터라는 취지대로 300m라는 운행 거리 동안 시원한 속도감과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최고점에 이르면 ‘무중력’ 체험
맨몸으로 ‘뚝’ 번지점프 체감도

6인승의 ‘자이언트부메랑고’도 있다. 탁 트인 하늘을 바라보며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가다 최고점에 이르러 무중력 상태를 체험할 수 있다. 또한 롯데워터파크에는 친구들과 함께 즐길 ‘레이싱 슬라이드’도 존재한다. 색색깔의 슬라이드를 내려오며 누가 더 빠르게 착지점에 도착하는지 경쟁할 수 있다.

[블루원]
[캐논볼슬라이드]

‘블루원’은 아이들보다는 친구, 연인들을 위한 어트랙션이 준비되어 있다. 강한 회오리바람을 타고 도는 것처럼 회전과 낙하를 반복하는 ‘토네이도 슬라이드’는 마치 고공 롤러코스터를 타는 느낌을 준다. 신장 150cm 이상 이용가능하며 성인 전용이다. 대포처럼 수압을 통해 탑승자의 몸을 쏴서 날려버리는 ‘캐논볼’도 있다. 약 3∼4m를 날아가며 순간적으로 공중을 나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다만 착지풀의 수심이 깊어 수영 가능한 사람들만 탑승이 가능하다.

앞서 말한 슬라이드들에 비해 제한이 적은(신장 120cm 이상 탑승 가능) ‘캐논볼 슬라이드’도 백미다. 중간 중간 빙빙 돌거나 뒤로 가기도 하는데 속도감은 다른 슬라이드에 비해 떨어질 지 몰라도 정신을 쏙 빼놓는 맛에 인기가 있다. 온몸으로 스피드를 즐길 수 있는 ‘바디슬라이드’도 준비가 돼있다.


[캘리포니아비치]
[트리플다운]

캘리포니아를 떠올리게 하는 이 물놀이 공원에는 각기 다른 개성의 ‘트리플다운 1, 2, 3’이 준비돼 있다. 먼저 ‘트리플다운1’은 맨몸으로 번지점프를 하는 듯한 짜릿한 고공 급하강을 즐길 수 있는 슬라이드다. 순식간에 내려와 얼떨떨할 수는 있지만 탑승 후 남는 짜릿한 여운은 다시금 대기줄로 향하게 한다.

‘트리플다운2’는 내려가는 일정시간 동안 스피드가 올라가다 고공 급 하강 시 몸이 살짝 뜨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속도가 붙을 때까지의 시간을 즐기다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하강은 순간적으로 몸을 움츠리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트리플다운3’은 맨몸으로 타는 슬라이드로 터널 안을 빠른 속도로 내려가며 연속된 급커브 코스들을 통과하게 한다.

서서 타는 ‘더블익스트림’도 있다. 맨몸으로 스카이박스라는 캡슐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이 순식간에 사라지며 아래로 추락하는 기분을 맛보는 스릴 넘치는 슬라이드다.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바닥에 당황할 새도 없이 엄청난 속도로 코스를 따라 떨어지는 모양은 마치 영화 속 추락 장면을 겪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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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