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폭행…그 유구한(?) 역사

‘돈’과 비례하는 ‘파이터 본능’“넌 한 대에 얼마냐?”

1979년 한국시티즌공업주식회사 이사, 여 호스티스 맥주병 위협 담배빵
현대 노조원 폭행은 전통?… 1988년 건설·1989 중공업 노조원 폭행


11월 마지막 주, 대한민국은 정신 나간 재벌 2세의 ‘맷값 폭행’ 파문으로 들끓었다.

SK家 2세인 최철원 M&M 전 대표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50대 탱크로리 운전기사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하고 2000만원을 건네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결국 최 전 대표는 구속, 수감된 상태로 추가 조사를 받고 있다. 대한민국 재벌2세의 이 같은 무개념 행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70년대부터 2000년대, 최근에 이르기까지 재벌들의 반사회적 행동은 계속돼 왔다. 재벌가 폭행, 그 유구한(?) 역사를 되짚어봤다.

최철원(41) M&M 전 대표의 ‘맷값 폭행’은 ‘돈’이라는 상징적 물질을 눈앞에 드러내놓고 일반인을 폭행했다는 점에서 상대의 수치심을 더했다. 폭행이후 합의과정에서 합의금이 오가는 것과는 다른 개념이다. 매질을 할 때부터 ‘너에게 돈을 줬으니 내가 널 때리는 것은 정당하다’는 면죄부를 스스로에게 주고 폭행을 시작한 것.

SK그룹 창업주의 조카이자 최태원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 전 대표는 지난 10월18일 서울 용산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탱크로리 운전기사 유모(52)씨를 야구방망이로 폭행했다. 당시 최 전 대표는 M&M의 동서상운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자리를 잃게 된 유씨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본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돌발행동을 멈추지 않자 유씨의 탱크로리 차량을 구입하겠다며 유씨를 불러들였다.

이날 오후 1시40분께 M&M 본사에 도착한 유씨는 몸수색까지 받아가며 최 전 대표와 만날 시간을 기다렸다. 최 전 대표와 면담을 한다던 사무실에 들어서자 M&M 측 직원들이 사무실 한가운데 유씨를 꿇어 앉혔고, 곧바로 임직원 7~8명이 들이닥쳐 유씨를 에워쌌다.

‘조폭 재벌’ 최철원
사상 최악의 ‘맷값 폭행’

이때 최 전 대표가 들어와 다짜고짜 유씨에게 발길질을 했고, 쓰러진 유씨를 향해 “1대에 100만원씩 20대를 맞아라”고 하면서 구타를 시작했다. 야구방망이로 엉덩이 10대를 맞은 유씨가 살려달라고 애원하자 “이제부터는 1대에 300만원씩”이라며 강도를 한층 높여 3차례 더 때렸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최 전 대표는 유씨를 자리에서 일으킨 다음 유씨의 입을 손가락으로 잡고 벌린 후 두루마리 화장지 한 뭉치를 입안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곧바로 오른쪽 주먹으로 유씨의 얼굴을 내리쳤다. 입 안쪽 살점이 떨어져나갈 정도로 아픔이 컸다.


최 전 대표는 이 같은 폭행에 익숙한 듯 유씨의 입안에 있던 화장지를 꺼내 피를 닦아냈다.
40여분 간 지옥 같은 폭행이 끝나고 최 전 대표는 5000만원과 2000만원이라는 액수가 쓰인 두 장의 서류를 유씨 앞에 들이밀고 도장을 찍으라고 했다. 이어 그는 “2000만원은 맷값”이라며 1000만원짜리 수표 두 장을 유씨에게 던졌고, 사측은 사건 당일 유씨의 통장으로 탱크로리 차량값 5000만원을 입금했다.

이번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분노에 떨었다. 돈 많은 재벌은 한 사람의 인권을 무시하고 돈만 주면 사람을 때려도 되느냐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일각에서는 국민성금을 모금해 최 전 대표에게 던져주고 그만큼 폭행하자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결국 유씨는 MBC <시사매거진 2580> 방송출연에 이어 최 전 대표를 경찰에 정식 고소했고, 최 전 대표는 경찰에 출두해 조사를 받고 현재 구속 수감된 상태다. 여기서 더욱 놀라운 점은 최 전 대표의 폭행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MBC의 후속보도에 따르면 최 전 대표는 이전에도 자사 직원들을 몽둥이로 다스렸고, 여직원들의 경우 사냥개로 협박하기도 했다.

1979년 한국시티즌공업주식회사 이사, 여 호스티스 맥주병 위협 담배빵
현대 노조원 폭행은 전통?… 1988년 건설·1989 중공업 노조원 폭행
한화 김 회장 2007년 보복 폭행 이어 3남 올 9월 주점 종업원 폭행


이와 관련 경찰은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며 최 전 대표를 구속하고 추가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사건 발생 이후 공식해명 한 번 한 적 없는 M&M의 태도는 네티즌은 물론 국민들의 화를 더욱 불러일으켰다.

<일요시사> 역시 M&M 측에 전화 취재를 요청했지만 M&M 기획팀 이모 팀장은 “듣도 보도 못한 신문사”라며 “전화통화만으로 기자인지 사기꾼인지 어떻게 아느냐. 공문을 보내라”고 말했다. 이에 M&M 측의 요구에 공문을 보내고 이틀간 연락을 기다렸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고, 다시 전화를 걸자 또 다른 직원은 “공문은 받았지만 할 말이 없다”고 짧게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과거 재벌들의 폭행 사건을 조사하다보니 1979년 경악할만한 사건이 발생한 적 있어 눈길을 끌었다. 한 탈선 재벌 2세가 자신의 청혼을 받아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나이트클럽 호스티스를 담뱃불로 지졌다는 게 사건의 주요 골자다. 1979년 7월2일 용산경찰서는 재벌 2세인 한국시티즌공업주식회사 하모(당시 25세) 이사를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했다.

하 이사는 같은 해 5월20일 저녁 8시께 서울 용산구 보광동 모 호텔 209호실에서 평소 단골로 사귀던 H호텔 나이트클럽 호스티스 김모(당시 24세·여)씨를 깨진 맥주병으로 위협했다. 그리고는 “너를 영원한 애인으로 만들겠다”면서 김양의 하복부에 담뱃불로 자신의 성인 ‘하’자를 지져 새겨 넣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혔다.


이날 하씨는 김씨에게 결혼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김씨가 이를 거절하자 김씨의 옷을 모두 벗긴 후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씨는 고통에 못 이겨 2시간 동안 실신했다가 겨우 깨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런가 하면 현대그룹의 노조원 폭행은 ‘전통’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이명박 대통령이 현대건설 사장 시절이던 1988년 현대건설 간부 2명은 조폭을 동원해 서모(당시 37세) 노조설립추진위원장을 납치 폭행했다. 1988년 5월6일 서 위원장은 현대건설 최모(당시 45세) 관리이사 등 간부 6명과 함께 술을 마시던 서울 강남구 역삼동 모 룸살롱에서 아내에게 “곧 들어가겠다”고 전화한 뒤 소식이 끊겼다.

1979년 재벌2세
호스티스 복부에 담배빵

당시 최 이사는 서씨가 신원불상의 청년 4~5명에게 납치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 현대건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펄쩍 뛰었고 이후 경찰에 붙잡힌 납치범들 역시 서 위원장의 자작극이라고 진술했다. 하지만 사건 27일 만에 사측 간부의 지시에 의한 계획적인 청부납치였음이 밝혀졌다.

납치 당시 함께 술을 마셨던 현대건설 최 이사와 강모(당시 42세) 총무부장이 납치를 진두지휘한 사실이 밝혀진 것. 이 사건으로 최 이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강 부장은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납치에 개입된 조폭들도 적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많게는 징역 1년까지 선고받고 철창생활을 해야 했다. 또 당시 현대건설 회장이었던 이 대통령과 법인체 현대건설은 각각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 됐다.
현대건설의 노조위원장 폭행이 발생한지 1년 뒤인 1989년에는 현대중공업에서 현대그룹 노조원에 대한 집단 폭행이 있었다.

1989년 1월8일 김모(당시 40세)씨를 비롯한 현대중공업근로자 33명은 노조단합대회 현장을 덮쳐 노조위원 19명을 각목 등으로 20여분 동안 무차별 폭행했다. 이날 검거된 김씨 일당은 “노조원들의 정상조업 방해로 임금협상이 타결되지 않아 장기간 파업이 계속됨으로써 근로자들만 피해를 보고 있어 이 같은 일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후 이번 사건 역시 현대그룹 고위간부가 상당히 개입된 그룹차원의 조직테러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건 발생 이틀 전 정몽준 현대중공업회장이 울산에 직접 내려와 비상대책회의 등을 열고 조업정상화를 독려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

‘건방지게 프라이드’
대로변서 집단폭행

사건은 결국 경찰조사로 번졌고, 사건발생 3년만인 1992년이 돼서야 근로자 2명의 기자회견을 통해 당시 노조 테러는 정세영 그룹회장과 정몽준 회장이 총지휘했다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후에도 현대중공업은 노조와 조율점을 찾지 못하고 잦은 무력충돌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1994년 1월에는 재벌가 2세를 포함한 강남 상류층 자제 4명이 집단폭행으로 구속돼 충격을 안겨줬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994년 1월24일 롯데그룹 신준호 부회장의 외아들 신모(당시 26세)씨와 모 의류회사 사장 아들 김모(당시 20세)씨, 이후락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자 이모(당시 20세)씨를 비롯해 양모(당시 20세)씨 등 4명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 법률위반혐의로 구속하고, 한모(당시 24세)씨를 같은 혐의로 수배했다.

이들은 같은 달 17일 새벽 1시45분께 그랜저 승용차를 몰고 강남구 신사동을 지나가다 옆차선에서 프라이드 승용차가 끼어들자, “건방지게 프라이드가 끼어들어 흘겨본다”고 시비를 걸었다.
이들의 시비에 프라이드 운전자 정모(당시 26세)씨와 함께 타고 있던 강모(당시 25세)씨는 차량 밖으로 나왔고, 몸싸움을 벌이던 중 부유층 자제들은 벽돌과 화분 등으로 두 사람을 폭행해 각각 전치 8주와 4주의 중상을 입혔다.


집단폭행을 당한 강씨는 뇌출혈을 일으켜 서울 남서울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서울대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정씨 역시 손가락 등의 골절상을 입고 서울대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신씨 등은 강남구 청담동 모 나이트클럽에서 밤 12시까지 양주를 나눠 마신 뒤 야식을 먹기 위해 강남구 신사동의 포장마차로 향하던 길이었다.

경찰 조사를 받은 이들은 검찰에 송치, 법정에 서게 되지만 집행유예 선고로 풀려난다. 당시 재판부는 “신씨 등 피고인들이 전과가 없는데다 술을 마신 뒤 우발적으로 폭행한 점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이후 한참 잠잠했던 재벌가 폭행사건은 2000년대 다시 고개를 들었다. 2007년 에스콰이어 창업주 2세 이모(49)씨가 조폭을 동원해 동업자를 폭행하고, 물고문까지 가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난 것.

벤처기업을 운영하던 이씨는 동업자 박모(44)씨와 함께 신제품 개발을 계약하고 20억원을 투자했지만 박씨가 제품을 완성했을 때 이미 외국 제품이 시판되고 있어 기대 수익을 올릴 수 없게 되자 투자금 환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박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에 앙심을 품은 이씨는 박씨를 산으로 유인, 감금·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이 둘째아들 보복 폭행사건으로 처벌 받은 지 3년 만인 올 9월 막내아들까지 폭행사건에 연루돼 눈총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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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