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의혹’ 정윤회 과거 미스터리

“아는 사람이 없다” 의문의 독일 체류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청와대 '비선실세' 의혹을 받아온 정윤회씨가 전 부인인 최서원씨를 상대로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이 확인되면서 다시 정씨가 주목을 받고 있다. 가사재판 역시 기본적으론 공개가 원칙이다. 법조계 일반에선 재판과정에서 최씨의 재산이 추가로 드러날 수 있고, 현재까지 제기된 다양한 의혹과 관련해 새로운 사실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1995년 결혼해 2014년 5월 이혼했다. 정씨는 청구 마감시한 3개월을 앞두고 지난 2월, 소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대중에게 늘 주목을 받는 사람이다 보니 대중과 언론에 잊혀지길 기다려서 소송을 한 것 같다”고 피력했다.

1995년 결혼 
2014년 이혼

최씨의 재산은 강남의 빌딩과 부동산 등 최소 수백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가정법원은 지난 5월, 정씨의 청구금액이 1억원이 넘어 재판을 합의부에 배정했다. 이에 대해 앞서 변호사는 “입증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이 받을 수 있다”며 “최씨를 상대로 재산명시신청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산명시신청이 받아들여진다면, 최씨는 자신의 총 재산명세와 최근 재산변동 상황 등을 법원에 제출하고, 법정에 직접 출석해 판사의 심문에 답변해야 한다.

그동안 최씨의 재산은 강남 압구정동의 시가 200억원대의 빌딩과 강원도 평창의 부동산 정도가 세간에 알려졌다.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인접한 해당 빌딩은 지하 2층, 지상 7층 규모다. 건물 꼭대기층이 한 때 두 사람의 거주지였고, 법인등기부등본상 현재도 정씨가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는 ㈜얀슨이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주변 부동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 건물의 시가는 200억원 정도이며, 1층(346.51㎡) 매장의 임대료만 보증금 1억5000만원에 월세 900만원이다.


강원도 평창에도 5만4000평 부동산을 보유 중이다. 지난 2004년 매입해 최대 6배가 올랐다는 전언이다. 현재 시가 30억원대로 최씨와 딸 정모씨가 지분을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이로 볼 때 재판과정에서 최씨 소유 재산이 더 드러날 여지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혼 당시 정씨 소유의 재산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두 사람의 혼인기간이 20년으로 긴 편이고, 통상적으로 법원이 재산 형성 뿐 아니라 유지에 기여한 것도 높게 평가하고 있어 정씨가 자기 몫을 충분히 주장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일반적으로 혼인 후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집안에서 가사와 자녀양육에만 전념한 가정주부의 경우에도 45∼50% 정도의 재산 분할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취재에 응한 법조계 인사들은 공통적으로 정씨가 최씨의 재산 중 약 ‘3분의 1’ 정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정씨는 결혼 1년 전인 1994년 39세 때 ㈜얀슨의 대표이사가 됐고 같은 시기인 1994∼1996년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얀슨’이라는 제과점을, 다음해인 1995∼99년 기간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서 ‘풍운’이라는 일식당을 운영했다.

<한겨레신문> 보도에 따르면 정씨가 운영했던 풍운에서 그를 만난 적이 있는 한 인사는 “그전엔 친구들하고 술을 마셔도 술값 한 번 못 내던 친구였는데, 당시 가게를 굉장히 화려하게 꾸며놨더라”며 “아마 최모라는 여자의 돈으로 했겠거니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로 볼 때 최서원씨와의 결혼 당시 자기 재산은 거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얀슨은 1994년 커피 및 커피기계의 수입·판매, 승마장업, 체육관련용품 수입·판매, 휴게실업 등의 업종을 신고했지만 2001년에 삭제했고, 곧이어 교육디지털콘텐츠 제작·유통·판매·컨설팅, 도서출판 및 판매 등을 신고했다가 2003년 삭제했다. 같은 해 의류 및 가구의 수입·판매도 신고했으나 삭제했다. 2003년 말엔 국외 이주자 모집·알선, 이주신고 대행, 이주 상담 및 안내 등의 업종을 신고해 오늘에 이른다. 업종을 자주 바꾼 것이 눈에 띄는데, 주로 해외 거래 관련 사업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부인 상대 재산분할 청구소송
협의해 놓고…이혼 2년 만에 왜?


또 1993년부터 얀슨의 감사로 등기돼 있는 문모씨의 2012년 인터뷰 당시 발언처럼 “이것저것 시도해봤지만 다 잘 안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전 부인 최씨는 창업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얀슨의 사내이사로 등기돼왔다.

또 정씨는 2014년 12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생계와 관련해 “아내가 강남에 빌딩을 가지고 있다. 아내의 수입으로 생활한다”고 말했다. 2013년 7월 <한겨레신문> 기자와 경마장에서 만나서도 “지금 무슨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도 “놀아요. 나 취업 좀 시켜줘”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로 볼 때 정씨는 최씨를 만나 최씨의 자금으로 식당과 무역업 등 다양한 사업을 시도해왔으나 별다른 성과 없이 사업을 접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알려진 이러한 부분으로 볼 때 정씨가 법정에서 부부의 재산 형성 및 유지에 기여했다고 주장할 만한 여지가 있을지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 가지 정씨와 최씨를 둘러싼 오랜 뒷말 중 하나가 ‘위장이혼’ 설이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혼을 한 후 상대에게 송금을 받으면 정말 위장으로 해석될 것”이라며 “통상 위장이혼이 아닌 것으로 행세하려면 재산분할청구소송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재판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갈 만한 사실관계가 드러나면 위장이혼이 아니라고 해석할 수 있다. 위장이혼을 했지만 금전이 필요해서 소송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소송을 두고 위장이혼 여부를 따지는 말들이 많지만, 재산분할청구소송을 통해 위장이혼 여부를 가릴 수는 없다는 해석이다.

사실상 백수
뭐해 먹고사나

가정법원에서 이뤄지는 가사재판의 경우에도 통상적으로 공개가 원칙이다. 재판기일을 확인하면 언론이 취재를 할 수도 있다. 앞서 변호사는 “재판을 해서 사회적으로 드러내놓는 것이 사회에 환원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해당 발언엔 최씨가 최태민 목사의 딸이고 현 재산을 부친에게 물려받은 것으로 보는 시각이 포함돼 있다. 또 최 목사가 재산을 형성한 방법에 대한 의문도 담겨 있다. 그러나 최씨는 그동안 일관되게 유치원 사업(초이유치원)을 통해 형성한 재산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또 다른 변호사는 재판 방청 여부와 관련해 “재판부에 비공개 요청을 할 수 있다. 특별한 경우엔 받아주기도 한다”고 밝혀 두 사람의 재판이 비공개될 여지가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취재과정에서 정씨가 여전히 얀슨의 대표이사로 등기돼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정씨와 최씨는 2014년 5월 협의이혼했다. 얀슨의 법인 등기부등본에 의하면 정씨는 지난 2013년 3월 대표이사로 등기가 된 후로 현재까지 변동사항 없이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다. 아내 최씨 역시 개명을 했음에도 개명 전 이름이 ‘성명 정정’ 없이 그대로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다. 이혼 후에도 여전히 대표이사와 사내이사로 등기돼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별다른 활동이 없는 회사이고 두 사람이 여전히 동업을 할 수도 있지만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식적으론 납득하기 어렵다. 

정씨는 최씨를 만나 결혼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보좌관으로 근무하기 이전의 이력이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언론 취재를 통해 밝혀진 부분도 미미하다. 정씨와 최씨가 어떻게 만났는지도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26살이던 1981년 대한항공 보안승무원으로 입사한 뒤 1980년대 후반에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1994년 얀슨 대표이사 될 때까지 약 5년가량의 행적이 알려져 있지 않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정씨가 독일 유학파라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독일서 박사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곧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최씨도 독일 유학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3년 8월 <한겨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정씨는 대선에 관여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대선 당시) 독일에 나가 있었다. 독일은 내가 자주 왔다갔다 한다. 옛날에 무역을 그쪽하고 했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여전히 얀슨
대표로 등기

<주간경향>에 따르면 최씨의 지인이 “남편(정윤회)은 독일을 오가며 무역업을 한다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을 뿐”이라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볼 때 대한항공을 퇴사한 후 독일을 드나들며 무역업을 하다가 전 부인인 최씨를 만난 것으로 추측된다.

커피 수입, 체육 관련 용품·의류·가구 수입판매업, 해외이주 관련 대행사업 등이 목적사업으로 명시된 얀슨의 업종으로 볼 때도 그가 자신의 발언처럼 무역업에 종사한 것으로 보인다. ‘얀슨’이라는 회사 이름도 독일인 남성의 이름이라고 한다. 덴마크나 네덜란드계 독일인의 이름으로, 남자 이름 외에 다른 뜻은 없다고 한다.

대한항공은 1984년 독일 도시 중 프랑크푸르트에 처음 취항했다. 이에 프랑크푸르트 지역을 중심으로 독일 각 도시에 정씨에 대해 수소문을 해봤지만 정씨를 아는 한국교민은 전혀 없었다. 1960∼70년대 독일에 광부로 건너갔다가 정착한 한인들도 정씨를 알지 못했다.

한 독일 거주 교민은 “나는 1975년부터 독일에서 살았다. 독일 전역에 40개의 한인회가 조직돼 있어서 각 지역에 자주 다니지만 정씨에 관한 이야기는 한번도 못 들어봤다”고 밝혔다. 


정씨는 2014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사람도 안 만나고 다니는 사람이어서 나에 대해서 아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접촉한 독일교민들은 정씨에 관한 질문에 몹시 민감했고, 대체적으로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것으로 보였다. 특히 독일 서부지역의 한 도시에 사는 교민은 기자 신분을 밝혔음에도 정씨의 이름을 듣자마자 전화를 끊었다. 주변에 수소문을 해본 뒤 다시 통화를 약속한 교민도 며칠 후 집 번호를 바꿀 정도로 예민하게 반응했다. 

보좌관 전 이력 수수께끼
정씨-최씨 만남도 베일속

1982∼1994년까지 독일에서 공부한 한 학자 역시 정씨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독일에 광부로 간 사람들이 대부분 직업교육을 통해 광부를 그만두고 자격증을 취득해 취직하거나 목재소, 자동차 공장 등에 재취업했다”면서 “취직해서 월급을 받고 직장에 묶여 있다. 사업하는 사람들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해 있고 교민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정씨 본인의 말처럼) 독일과 무역한 것이 맞다면 독일인과 교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각 도시 한국식당 주인 정도라면 알 수도 있을 것”이라며 “독일 유학생들이 모여 조직한 독일총동문회가 있다. 최씨가 독일에서 공부했다면 도시마다 총동문회가 조직돼 있어서 금방 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학자와 <일요시사>가 접촉한 교민들은 공통적으로 “가명으로 다닌 것이 아닌가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실제로 정씨가 ‘정윤기’라는 이름으로 된 명함을 가지고 다녔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고 지난 몇년간 ‘개명설’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본명이 여배우와 이름이 같은 ‘정윤희’라는 설이 그것이다. 정씨의 경희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 논문의 일부 서지가 ‘정윤희’라고 기재돼 있는 경우도 발견됐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오자로 보인다. 앞서 얀슨의 등기부등본에도 그의 이름이 정윤희로 잘못 기재된 후 ‘성명경정’(공공기관의 실수로 이름이 잘못 표기된 후 이것을 바로잡는 절차)을 통해 바로 잡은 예가 보였다.

정씨는 1993년 3월 <여행사 경영조직 발전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으로 경희대에서 관광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당시 그를 지도하고 석사학위를 준 교수를 어렵게 수소문해 연락했지만 해당 교수는 “당시에 내가 가르치고 논문을 봐준 학생만 수백 명이어서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대선 당시부터 만만회 의혹,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의 소재, 가토 다쓰야 외신기자 명예훼손 재판, <세계일보>의 십상시 관련 문건 보도를 거쳐 현재의 소송에 이르기까지 정씨가 무엇을 하든 언론의 주요 관심사가 됐다.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해서라도 확실히 밝히고 넘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를 이뤘다.

국정운영 의혹
재산 드러날까

그렇지 않으면 정권 내내 발목을 잡고 부담으로 남을 것이라는 의견이 여당 내에서도 있어왔다. 정씨와 최씨의 가사소송은 개인사임에도 이번에도 일제히 보도가 될 만큼 관심이 높았고 그만큼 청와대에 부담을 안겼다. 재판은 일반에 공개되는 것을 전제로 하는 사안이므로 해당 재판을 통해 비선 실세의 국정운영 의혹과 최씨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등이 드러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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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어 왕국’ 파주 갈릴리<br> 무슨 일이?

[단독] ‘장어 왕국’ 파주 갈릴리
무슨 일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호만 말해도 ‘아, 거기 알아’ ‘가보진 않았는데 이름은 들어봤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전국구 맛집이 공공기관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체는 ‘미래’ 자산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고, 기관은 ‘현재’로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경기도 파주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파주시의 랜드마크죠. 기업이나 다름없어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갈릴리 농원’. 장어 숯불구이를 판매하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1년에 30만~40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직접 기른 장어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고 외부 음식도 반입이 가능해 40~50대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연 30만~40만 파주 랜드마크 지난 25일, 서울 강북 지역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자유로를 거쳐 40여분 정도 달리자 길 옆으로 갈릴리 농원이 보였다. 오전 11시경이었는데 주차장은 이미 절반가량 차 있었다. 갈릴리 농원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차도를 사이에 두고 자리했다. 천정이 높은 카페에는 갓 만든 빵 냄새가 가득했다. 갈릴리 농원에 장어를 공급하는 양식장은 차로 10~15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양식장에 가까워질수록 도로가 좁아졌고 차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양식장에 도착했을 땐 갈릴리 농원 관계자의 차와 취재진의 차만 남았다. 양식장으로 이어진 길은 포장돼있지 않아 차가 지나가자 뿌옇게 흙먼지가 일었다. 양식장 진입로는 두 개였다. 양식장에 인접한 도로를 사이에 둔 양쪽 토지는 모두 갈릴리 농원의 소유다. 자유로 방향으로 서서 오른쪽은 양식장, 왼쪽은 추가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갈릴리 농원이 매입한 땅이다. 양식장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소형 굴착기 한 대를 조작하는 기사가 보였다. 양식장 부지는 2700여평, 장어를 양식하는 수조는 1100평에 달했다. 대형 장어 공장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규모였다. 양식장에서 기르고 있는 장어 치어(어린 물고기)와 성체 장어 등은 120만마리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서 양식된 장어는 갈릴리 농원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이른바 갈릴리 농원의 ‘젖줄’인 셈이다. 최근 양식장과 인접 도로가 갈릴리 농원과 한국농어촌공사 간 법정 공방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갈등은 부동산 개발업체로 알려진 A사가 양식장 인근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도로와 구거를 진출입로로 사용하기로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구거는 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4~5m 폭의 도랑, 개울이다. 농업용수 공급, 배수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수로라고 보면 된다. 전국구 맛집 VS 정부 기관 도로 사용 허가 놓고 갈등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해당 도로와 구거는 1975년경 경지 정리사업으로 설치한 농업용 수로 및 도로 부지다. 그때부터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A사는 2022년 11월 해당 도로와 구거를 두고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2023년 1월부터 2033년 1월까지 10년 동안 A사가 이 도로와 구거를 농로 목적 외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도로 사용 허가를 받은 A사는 파주시에 개발허가를 신청했다. 파주시는 2023년 9월 해당 부지에 사무소, 야적장 등을 지을 수 있는 허가를 내줬다. 파주시에 따르면 올해 A사가 개발 내용을 변경해 신청했고 허가가 나왔다. 어떤 건물이 들어설지 아직 모르지만 허가 내용상으로는 편의점 등 건축법상 소매점도 들어설 수 있는 상태다. 갈릴리 농원 측은 한국농어촌공사와 A사의 계약, 파주시의 개발허가 등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쯤에 인부들이 도로와 구거에 붉은 깃발을 연이어 설치해서 ‘뭘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A사가 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고 하더라. 이후 정보공개를 통해 계약 내용을 일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진동이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에 따르면 장어는 소음과 진동에 매우 취약한 어종이다. 개발을 위한 공사 차량이 도로를 오가면서 생기는 소음과 수조의 진동이 장어를 폐사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소음과 진동에 노출된 양식 어류가 정상 어류와 비교해 사망지수가 6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갈릴리 농원은 부지 개발을 원하는 A사, 도로 사용 허가를 내준 한국농어촌공사, A사에 개발허가를 내준 파주시 등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A사가 개발하려는 부지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두 개다. 하다못해 양식장에 인접하지 않은 도로를 사용하면 안 되냐고 제안했는데 도로 포장비용을 우리에게 부담하라고 해서 (A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사용 허가 한국농어촌공사가 A사에 사용 허가를 내줄 당시 도로를 포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진출입로를 변경하는 대신 그 도로를 갈릴리 농원 측에서 포장해 달라는 뜻이다. A사가 양식장에 인접한 도로를 진출입로로 선택한 이유는 옆 도로보다 접근성이 좋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 옆 도로는 양식장 인접 도로와 비교해 진입 지점까지 거리가 훨씬 길었다. 갈릴리 농원 측은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시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양식장 피해를 호소하며 사용 허가 및 개발허가를 취소하거나 A사와 협의할 수 있게 조율해 주길 원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기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소송을 걸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갈릴리 농원이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국유지 사용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와 A사가 맺은 임대차계약은 무효라는 내용이 골자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파주시가 (A사에) 개발허가를 내준 배경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도로 사용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라며 “모든 일은 그 임대차계약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의 도로 사용 허가가 없었으면 개발허가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지 묻는 의 질문에 “무조건은 아니지만 안 나갈 수도 있었다”면서도 “그 부분(도로 사용 허가)이 선행돼서 개발허가에 절차상 문제가 생기지 않은 건 맞다”고 말했다.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한국농어촌공사에 해당 도로에 대한 사용 허가권이 있는지다. 농어촌정비법 제23조(농업생산기반시설의 사용 허가) 조항이 언급됐다. 갈릴리 농원 측은 현행법에 따라 해당 도로의 사용 허가권이 지자체장에게 있다는 견해고 한국농어촌공사는 자사에 허가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파주시는 개발허가 해당 조항은 ‘농업생산기반시설관리자가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를 본래 목적 외의 목적에 사용하려 하거나 타인에게 사용하게 할 때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농업생산기반시설관리자가 한국농어촌공사인 경우와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유지·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이면 그렇지 않다’는 단서가 달렸다. 또 ‘제1항의 따른 사용 허가는 그 본래의 목적 또는 사용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 이 경우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리자는 미리 관계 주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갈릴리 농원 측은 허가 주체가 한국농어촌공사가 아니라 지자체장이기에 해당 도로에 대한 임대차 계약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어촌정비법 제23조, 농어촌정비법 시행령 제31조(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의 사용 허가) 제2항을 들어 허가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조항은 ‘농어촌정비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를 본래 목적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용신청서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제출해야 하며,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의 사용에 관한 사항은 한국농어촌공사 정관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문제의 도로는 농로여서 공사를 위한 진·출입로 등 농업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국농어촌공사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임대차계약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일단 한국농어촌공사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갈릴리 농원 측은 지난 4월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행정처분 효력 정치 신청’을 제기했다.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이다. A사가 도로공사를 진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피신청인(한국농어촌공사)이 도로 공사를 하겠다며 우리 땅에서 도로 쪽으로 흘러내린 토사 일부를 원상복구하라고 요구해 왔다. 해당 요구는 도로를 무단 임대한 불법행위를 배경으로 한 부당한 처사”라며 “또 토사가 일부 흘러내렸다고 해서 실제 도로의 효용에는 아무런 지장도 발생하지 않는다. 명백한 권리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양식어류, 소음과 진동에 취약” “실질적 피해 없다” 가처분 패소 그러면서 도로 공사를 위해 중장비 차량이 오가는 사이 발생한 소음과 진동으로 장어가 먹이를 먹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3년 동안 2주에 한번씩 갈릴리 농원에서 양식 중인 장어를 대상으로 ‘병성 감정 업무’를 수행해온 수산질병관리원의 소견서도 제시했다. 소견서에 따르면 “최근(2025년 4월1일) 실시한 검사에서 특별한 병원체의 감염은 확인되지 않으나 사료 섭이가 떨어지는 증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섭이 저하 증상이 대형 차량 운행에 의한 소음, 진동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을 위해서는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사육 중인 장어에 지속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갈릴리 농원 측은 검사 사흘 전인 지난 3월29일 도로 공사를 위한 중장비 차량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법은 갈릴리 농원 측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청인(갈릴리 농원)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 취지 기재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음이 소명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소송 상대인 한국농어촌공사나 개발허가를 내준 파주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시가 봐야 할 부분은 허가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는지다. 개발허가를 내주기 전 양어장 주변까지 고려해 도시계획 심의도 진행했다. 도시계획 심의는 법적인 부분 외에도 주변 환경 등을 포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갈릴리 농원과 A사가 ‘민사’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어느 한쪽의 입장을 고려하면 다른 한쪽이 손해 보는 구조다. 인허가 문제로 시가 개입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 건은 서로 입장 차가 뚜렷해 시는 절차의 적법성만 따졌고 (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갈릴리 농원 측에서 장어 피해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A사와 맺은 임대차계약을 문제 삼아서 의외였다”며 “우리는 현행법에 따라 우리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목적 외로 사용하겠다는 신청이 들어오면 농기계 통행 등 농민에게 피해가 있는지를 검토해 허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런 문제는 지자체가 개발허가를 내줄 때 전체적으로 고려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결국 비용 문제”라며 “갈릴리 농원과 A사, 두 업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책임 없다” 핑퐁 게임?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한국농어촌공사’를 검색하면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농정 최일선 기관’이라는 글이 뜬다. 하지만 지금 하는 행태를 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양식업에 종사하는 우리보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편을 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존재 의의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