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서른한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한강대교 고공농성에 벌였던 티브로드 해고 노동자들입니다.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노동자인 김종이씨와 곽영민씨가 지난 7일 한강대교에서 위험천만한 고공농성을 벌였다.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외치는 이들의 목소리에는 절박한 심정이 그대로 녹아있다. 도대체 이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강대교 올라
사건의 발단은 티브로드가 전국 약 50여개 외주업체와 용역계약을 만료했던 올해 초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월 원청이었던 티브로드와의 계약 만료로 김씨와 곽씨가 몸담았던 티브로드 전주기술센터(전주 관할)는 폐업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원청인 티브로드는 하청업체의 고용승계 문제를 해결하는데 소극적인 자세를 취했고 기존 하청업체에 근무하던 비정규직 노동자 수십명은 해고됐다.
이 무렵부터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들과 티브로드 간 갈등은 더욱 증폭됐다. 지난 3월에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와 민주노총 전북본부가 티브로드 전주사업부 앞에서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 고용승계 촉구 면담 요청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 자리에는 티브로드 비정규직 해고 노동자와 민노총 전북본부 소속 조합원 40여명이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티브로드는 전주 기술센터 하청업체 교체를 이유로 기존 노동자 60여 명에게 설을 앞둔 지난 2월3일 서면으로 해고통보를 했다”며 “노동자들은 2월5일에 티브로드 원청 사업부장과 면담을 통해 고용승계를 촉구했으나 회사의 전원 해고 방침은 변함없는 상태”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양측의 갈등을 해소할만한 뚜렷한 해법은 나오지 않았고 해고 노동자의 복직은 갈수록 요원해졌다. 지난 2월부터 서울 중구 명동 소재 티브로드 건물 앞에서 천막 농성을 벌이던 김씨와 곽씨가 결국 한강다리 위로 올라가는 선택을 하게 된 배경이다.
고공농성 중 이들은 하청업체 노동자 50여명을 해고한 티브로드에 해고자 전원 복직과 담당자와의 대화, 고용승계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어 민주노총 산하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 지부 노조원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해고자 복직을 위한 사측의 책임 있는 행동과 비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촉구하기도 했다. 김씨와 곽씨는 7시간30분 만에 다리에서 내려온 후 서울 용산경찰서로 이동해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조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오후 5시30분께 방문한 정의당 추혜선 의원의 설득 이후 김씨와 곽씨는 고공농성을 해제했다”며 “추 의원의 말대로 20대 국회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비정규직 일방적 해고 항의 농성
일상화된 고용불안…사지로 밀려
문제는 티브로드의 내부 잡음이 공론화된 이번 사건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앞세워 수익을 극대화했던 티브로드의 그간 행적은 또 다른 논란의 여지를 남긴다.
태광그룹 계열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의 최근 3년 간 영업이익은 2013년 1438억원, 2014년 1579억원, 2015년 9월까지 1160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달성한 순이익은 각각 908억원, 959억원, 832억원에 달한다. 유선방송 가입자 규모에서는 CJ헬로비전에 이어 업계 2위를 고수하고 있다.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는 알짜배기 회사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그러나 앞에서 열거한 표면적인 지표는 단면에 불과하다. 티브로드는 산하에 전국 50개의 기술센터와 고객센터(하청업체)를 두고 있다. 원청인 티브로드가 계약을 맺은 하청업체들이 외주를 통해 현장에서 이뤄지는 영업, 설치, 수리, 철거 등 전반적인 사안을 책임지는 구조인 셈이다. 특히 1~2년마다 하도급업체와 계약을 갱신, 해지하는 까닭에 고용불안이 일상화되어 있다.
이렇듯 불안정한 고용환경에 내몰린 티브로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결국 2013년 3월 다단계 하도급 철폐, 생활임금 보장, 고용안정 쟁취를 요구하며 노조 결성에 나섰다.
이후 40여 일에 걸친 파업투쟁 끝에 ‘민주노총 서울본부 더불어 사는 희망연대노동조합 케이블방송 비정규직 티브로드지부’를 결성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하기에 이른다. 이들의 활동은 단협 체결 당시 협력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 및 임·단협을 승계하도록 하는 ‘원·하청 노사상생 협약’이라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다. 현재 티브로드지부 아래에는 모두 22개 지회가 있다.
다만 이번 고공농성에서 알 수 있듯이 노사상생 협약만으로는 티브로드와 비정규직 노동사 사이의 모든 갈등을 봉합하는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티브로드 측은 하청업체와 비정규직 노동자 사이에서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하청업체의 인사권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해 왔다. 이를 빌미로 상당수 하청업체들은 “승계 고용의 의무는 없다”는 뜻을 피력하는 상황이다.
엇나간 고용승계
희망연대노조 관계자는 “고용승계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티브로드 원청은 하청문제에 개입할 수 없다며 시간을 끌고 있고 하청업체들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며 “하청업체의 고용승계 문제는 원청인 티브로드가 나서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학교 비정규직 파업 사태
경기도 내 학교급식 종사자를 비롯한 학교 비정규직의 총파업으로 도내 386개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급식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 9일 경기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경기학비연대)는 임금지급 방식과 정기 상여금 신설 등 임금협상 교섭 결렬과 관련해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총파업 집회를 열었다.
이날 파업에는 전체 2175개교 중 520곳(24%)의 조리사, 조리원, 행정실·교무실 행정 실무사 등 총 3000여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학교가 아닌 교육청에서 인건비 직접 지급 ▲성과금, 정기 상여금 신설, 직종별 수당지급, 토요일 전면 유급 등을 촉구했다.
이날 파업으로 학교 311곳의 학생들이 점심을 빵과 우유로, 41곳의 학생들은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으로 대신했다. 나머지 26개교는 아예 단축수업을 하거나 외부 도시락을 배달시켜 학생들에게 제공했다.
경기학비연대는 “교육청은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의 절박함에 대한 이해가 없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도 없다”며 “학교비정규직들의 처우가 개선될 때까지 파업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