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군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 조성 논란

‘혈세’ 57억원 들여 장군님 기념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강원도 철원군서 때아닌 박정희 논란이 수년째 진행 중이다. ‘군탄공원’이라는 정식명칭을 두고 지역 보수성향 사회단체들이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이라는 표지석을 공원 입구에 세우고 군청과 함께 명칭 변경을 진행해왔다. 이미 2번이나 도지명위원회에서 딱지를 놨으나 공원을 재단장해 올해 안으로 재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청은 현재 공원을 2배로 확장하는 공사와 진입로 확포장공사, 군탄공원 힐링코스를 조성 중이다. 도비와 군비를 포함해 국비까지 무려 ‘57억원’의 혈세가 들었다. 오는 8월13일 준공이 확정된 공원 안엔 또 다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조형물까지 들어선다.         

쿠데타 장본인

군탄공원의 조성 당시 명칭은 ‘육군대장 박정희 전역지 공원’이었다. 공원 일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1년 5·16군사쿠데타를 일으킨 후 2년 3개월 뒤인 1963년 8월 퇴역하면서 “다시는 나와 같은 불우한 군인이 되지 말자”는 전역사를 한 곳이다. 당시는 박 전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 시절이었다. 그는 1963년 8월,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육군 제5군단 비행장에서 군생활을 마감했다.

이후 육군 제5군단이 1969년 전역비를 세웠고, 1976년 청와대가 주도해 공원화사업(5만5000㎡)을 추진하면서 ‘육군대장 박정희 전역지’로 불렸다. 1988년 노태우정권 시절 ‘5·16’이 군사쿠데타로 규정되면서 행정구역명을 딴 ‘군탄공원’으로 개명했다. 지난 2000년 철원군번영회 등이 박 전 대통령 전역지 되찾기 운동을 벌였지만, 반대 여론에 밀려 무산됐다.

철원군은 지난 2012년 지역 사회단체들로 구성해 발족한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지 유적공원화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함께 공원 명칭을 ‘박정희 장군 전역기념공원’으로 변경하는 안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강원도청은 2013년과 2014년에 열린 두 차례의 지명위원회에서 철원군의 지명 변경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청 측은 “역사 유래가 있는 고유지명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보류했다.


그러나 철원군은 공원 조성사업이 마무리되는 올해에 다시 명칭 변경안을 도에 제출하는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명 변경은 군지명위원회와 도지명위원회를 거쳐 국가지명위원회를 통과해야 최종 확정된다. 도에서 통과가 된다고 해도 중앙에서 보류할 수도 있는 것이다. 군청 측은 지난해 공원 조성사업에 관한 보도자료를 내면서 처음엔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이라는 명칭으로 발송을 했다가 군탄공원으로 수정해 재발송하기도 했다.

지난 2012년 7월엔 박근혜 당시 대통령후보가 철원을 찾은 자리에서 부친의 기념비에 대해 철원군수에게 묻기도 했다. 지난 1989년 김종필 당시 공화당 총재가 군탄공원을 찾아 지구당 간부들에게 기념탑 보수와 관리를 당부하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위인 신동욱 공화당 총재도 2014년 12월에 추진위가 세운 공원 입구 표지석 앞에서 “육군대장 박정희 전역공원으로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1인 시위를 벌였다.

사실상 지난 수년간 박정희 전역공원은 철원군의 '뜨거운 감자'였다. 군청으로 항의성 민원 전화가 폭주했고, 군청 홈페이지 자유게시판 등에서 군민들의 찬반 의견이 뜨거웠다. 특히 지난 2014년, 명칭 변경을 도지명위에 상정하는 과정에서 같은 해 9월, 추진위가 주도해 세운 ‘박정희 장군 전역공원’이라고 씌여진 표지석에 대해 논란이 일었다. 해당 표지석은 추진위가 군민모금운동을 벌여 높이 9m, 폭 3m 규모로 설치한 것이다. 이현종 철원군수, 한기호 전 국회의원과 지역주민이 낸 성금 3400만원으로 건립됐으며, 이 군수와 주민 150여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표지석엔 “5000년 역사의 바다에 박정희 장군이 남긴 항해의 흔적은 너무나 크고 깊다. 군사정변을 일으킬 수밖에 없었던 장군의 고뇌가 서려 있는 이곳을 40년 전 본래의 이름을 되찾아 후세에 전하고자 한다”는 찬양 일색의 문구가 새겨져 있다.
 

추진위 측은 명칭을 복원하면 누구나 한 번씩 방문하는 안보관광지로 활성화시키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군탄공원 내엔 현재 1969년에 육군이 세운 것과 2014년에 민간이 주도해 세운 2개의 대형 비석이 존재한다. 최초에 세워진 기념비는 기단 높이 1m, 비신 높이 4.39m로, 몸체엔 ‘육군대장 박정희 장군 전역기념비’라고 새겨져 있다. 그럼에도 철원군청은 확장공사 후 문을 여는 공원 내에 또 다시 “박정희 장군의 일대기를 담은 전역 기념 조형물을 제작해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철원군청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박정희 장군의 어록과 업적을 새겨 넣어 7월 중에 조성을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박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와 서명도 들어간다. 공원 조성엔 국비, 도비, 군비를 포함해 45억원이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도지명위 두 차례 ‘불가’ 통보했으나 재추진
대형 기념비만 3개…누구를 위한 공원인가?

군청에 따르면, 인근 국방부 부지를 사들여 2만4000㎡ 규모의 공원을 4만138㎡로 확장하는 공사를 진행 중으로 현재 90%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조형물을 포함해 광장, 주차장, 야외무대 등 재단장에 45억원이 들었으며, 43번 국도와 연결되는 진입로 확포장공사엔 추가로 군비 6억원이 소요됐다. 또 공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신철원~군탄공원을 잇는 산책로를 현재 공사 중이다.

‘군탄공원 힐링코스’라고 이름 붙인 산책로는 지난해 11월에 착공해 오는 8월4일 준공 예정이다. 총 길이 0.85㎞, 폭 4m로 조성 중이다. 힐링코스에도 보상비용을 포함해 군비 6억원이 들었다. 전체 예산 57억원 중 27억원이 국비로 충당됐다.

군에선 공원 재단장 이유로 시설 노후와 공간 협소, 낮은 접근성, 다양한 문화체험 제공, 지역경제 활성화, 안보관광지 등 관광자원 개발 등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지역 시민사회선 수년째 계속되는 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또 공원을 새롭게 꾸민 것도 명칭 변경을 위한 전 단계로 보고 있다.    

군청 측은 명칭 변경 추진에 대해 “확정된 사항은 없다. 군청 차원에서 추진사항도 없다. 명칭도 민간단체에서 한 거다. 우리가 나서서 명칭을 어떻게 하겠다고 하는 건 없다. 재추진하고 그런 건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또 “박 전 대통령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도 있고 비판적인 사람도 있어서 중립을 지키는 수밖에 없다”며 “현재 딸인 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고 있다고 해서 그 쪽으로 치우치는 것도 아니다. 확장 취지는 전역공원에 초점을 두기보다 휴식공간 제공, 군민 정주여건 개선, 시설 재정비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군민은 “정권이 딸로 바뀌니까 옛날 명칭으로 돌아가려는 거다. 잘 보이고 싶어서 계속 줄 서기하는 것”이라며 “철원이 전쟁을 직접 겪은 지역이라 보수적이다. 보수적 환경에 묻혀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 같다”고 피력했다.

이 군민은 또 “추진 이유로 관광자원화를 꼽지만 빼어난 절경을 가진 한탄강도 그렇게 못하는데 그게 되겠나”라고 반문하며 “박정희라는 이미지만 빼면 그냥 평범한 공원이다. 몇십억원씩 쏟아 부으면서 지자체마다 뭐든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박 전 대통령 관련 기념사업은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진행 중이다. 경북 구미를 필두로 서울 중구, 마포구 상암, 경북 포항, 문경, 청도군, 강원도 양구, 울릉도 등에서 지자체예산과 국비가 함께 투입되며 ‘박정희 업적 기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념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주목받던 지난 2012년께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정신 빠진 철원군

김용빈 철원군농민회 정책실장은 “공과 과가 있는데 기념이라고 하면 공만 하겠다는 것인데, 자충수를 두는 거다. 역사의 진실이 규명되는 날이 오면 지금 한 부끄러운 짓을 어떻게 할 거냐”라며 “(관에서) 공원시설에 공과를 제대로 표현하지 않으면, 현판, 게시판, 비석 등으로 과에 대한 기록도 공에 대한 표시 옆에 나란히 우리 명의로 남기겠다. 지역주민의 의사가 다양하게 표출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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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