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허술한 흉기소지법 논란

칼 들고 다녀도 OK?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묻지마 범죄'에 대한 공포심이 확산되는 가운데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흉기 소지가 경범죄로 처벌돼 이에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일각에선 우리나라의 현행 흉기소지죄 처벌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터넷에서는 시민들이 발벗고 나서 흉기소지법 개정 서명운동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달 22일, 대구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 추모 현장에서 50대 A씨가 흉기를 들고 서성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목격자에 따르면 A씨는 15cm 길이의 공업용 칼을 정장 속에 숨긴 채 동성로의 한 매장을 엿보고 있었다. 번화가 지역이라 주변에 사람이 많았지만 다른 사람의 시선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매장 안만을 바라봤다.

사건으로 연결

이 수상한 남성이 매장의 문을 열고 상체만 들이밀어 매장 안을 들여다보자 매장 직원이 문을 잠그기도 했다. 이후 이 남성은 매장 옆의 골목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서도 매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찾으려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목격자는 마침 부근을 지나가는 경찰에게 이 상황을 설명했고 경찰은 CCTV를 확인한 뒤 A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하고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즉결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 경찰은 “A씨가 당시 흉기로 누군가를 위협하거나 공격하진 않았고 흉기를 휴대만 한 상황이었다”며 “이런 경범죄는 현행범 체포 요건이 아니지만 A씨처럼 신분증 요청에 불응해 주거부정이 되면 현행범으로 체포해 즉심에 넘기게 된다”고 말했다.

또 지난달 24일 새벽 경산에서는 40대 B씨가 양손에 칼을 두 개 들고 주머니에는 가위까지 넣은 채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경찰에 체포되는 일도 있었다. 출동한 경찰에 B씨가 흉기를 버리며 사건은 마무리됐지만, 소동을 일으킨 B씨가 받은 처분은 범칙금 8만원이 고작이었다.


경찰 관계자는 “단순 흉기 소지라 현장에서 통고 처분하고 범칙금 스티커 끊고 석방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말했다. 흉기 소지에 대한 현행법상 처벌 규정은 경범죄 처벌법에 의한 10만원 이하 벌금과 구류 그리고 과태료가 전부다. 나중에 큰 범죄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경범죄 말고는 이들을 제재할 방법은 없다.

현행법상 경범죄 속해 ‘있으나 마나’
그냥 귀가조치?…개정 서명운동 확산

이에 불안한 시민들은 위험성이 있는 정신질환자를 강제입원 시키는 등 사회적 격리나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한 시민은 “분명한 정황 증거가 있고 목격자가 있는 상황에서는 정신감정을 받든 치료를 받든 그런 강제력 있는 처벌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흉기 든 사람들이 거리를 활보하면서 시민 불안은 커지고 있지만, 안전을 보장할 제도는 뒤따르지 않고 있다.

최근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흉기소지법 개정 서명에 동참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대구 흉기소지자 검거현장에 있었다고 밝힌 글쓴이는 “범행을 저지를 ‘잠재적 범죄자’로써 충분한 근거가 보였지만 현행 흉기소지법에 의거해 이 남성은 즉결심판으로 귀가조치됐다”라며 “받은 벌은 벌금 20만원으로, 예전에 길거리에서 그냥 주먹에 맞아 받은 합의금보다 적다”고 꼬집었다.

이어 “운 좋게 피해자가 없어서 다행이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다행스럽게 살아야 하나”며 “안전하게 밖을 돌아다니고 싶다. 우리 누나, 우리 엄마, 내 친구가 안전하게 거리를 돌아다녔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국민이 안전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법을 만들라고 국회가 있는 것 아니냐”며 흉기소지법 개정을 촉구했다.


글쓴이는 “군사독재처럼 지나가는 사람들을 불심검문하고 흉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을 모두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다”며 “분명한 정황증거가 있고 목격자까지 있는 상황에서는 조금 더 강제력 있는 정신감정이나 치료를 통해서 범죄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마련돼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했다.

네티즌들도 글쓴이의 주장에 공감의 뜻을 표하고 있다. 이들은 “흉기소지법이 꼭 개정돼서 맘 놓고 다닐 수 있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는 것보다 끔찍한 피해를 막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똑같은 사건이 발생할 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예방하는 데 힘써주세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7조는 범죄에 공용될 우려가 있는 흉기 등 휴대·제공·알선 행위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면서 흉기가 범죄에 이용되지 않더라도 휴대 및 소지 자체만으로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흉기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불분명해 혼란을 일으킨다. 예를 들어 총기는 흉기로 인정하지만 근로자들이 들고 다니는 망치와 같은 연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구분할지 전혀 정해져 있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일일이 검문을 실시할 경우 시민들의 원성을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원활한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정확한 흉기의 법적인 정리가 필요하고 경찰 검문에 대한 인식의 변화와 사회적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정부는 각급 학교별로 청소년·대학생 대상 중증 정신질환자 조기발굴 체계를 마련하고,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을 통해 알코올 중독자 고위험군도 조기에 찾아내 치료를 지원할 방침이다. 개정 정신보건법에 따라 정신질환 의심자가 흉기를 소지하고 위협하는 경우 경찰이 신병을 확보한 즉시 행정입원 요청 등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하지만 행정입원에 대한 인권침해 문제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벌금 고작 몇만원

한 전문가는 “개인의 자유로운 이동을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법이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일선 경찰서에서 정신질환자의 범죄 위험도를 진단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지만, 이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당장 흉기를 들고 돌발행동을 벌이는 정신질환자를 효과적으로 막기엔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경찰의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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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