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하극상 살인사건 전말

깔보는 사장, 전무가 죽였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사장이 무시해서 죽였다.” 지난 19일 사장을 살해한 혐의로 검거된 조모씨는 경찰에 “열심히 일했음에도 불구하고 내 노력을 알아주지 않고 계속 무시해 홧김에 죽였다”고 주장했다. 건설회사 전무로 5년째 일해왔던 조씨의 범행동기는 무엇일까.        

지난 8일 대구에서 40대 남성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실종된 남성은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김모(48)씨로 태어난 지 50일가량된 아기의 아빠였다. 김씨는 거래처 사장들과 골프를 치기 위해 외출했다가 연락이 끊어졌다.

건설사 임원들

이날 실종 직전까지 회사 전무인 조모(44)씨가 함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조씨는 경찰조사에서 사장인 김씨와 함께 골프 모임에 갔다가 술을 마시며 저녁식사를 한 후, 9시쯤 대구 시내 한 정류소에 김씨를 내려줬다고 진술했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폭탄주 2잔을 마셨고, 헤어질 당시 김씨가 많이 취해있었다고도 했다.

김씨의 휴대전화는 회사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그날 낮 사망자의 아내는 한 차례 남편과 통화한 참이었다. 조씨는 김씨의 실종신고를 하러 간다는 말에 가족과 함께 경찰서까지 동행했다. 가족들은 전단과 현수막을 만들어 김씨 찾기에 나섰다.

아내는 경찰에 “남편이 폭탄주 2잔에 그렇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부축받아야 할 정도로 주량이 약하지 않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대구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조씨가)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피해자를 마지막으로 만촌동 모 아파트 앞 버스 승강장에 내려주었다고 주장했으나 주변 CCTV 영상 등을 분석한 결과 거짓말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김씨가 실종된 직후 조씨의 행적도 수상했다. 실종 다음날 이른 아침, 군위군 근처 주유소에 들러 삽을 빌렸다.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파기하고 새 것으로 교체한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경찰은 조씨가 김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보고 조씨를 긴급체포했다. 조씨는 묵비권을 행사하며 진술을 거부하다가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하자, 지난 19일 밤 결국 범행을 자백했다.

경찰조사에 따르면 조씨는 수면제(아미노플루니트라제팜)를 넣은 숙취해소제를 차량에 보관해 두고 있다가 8일, 건설업체 사장 2명과 골프모임을 가진 뒤 식당에 들어가기 전 피해자에게 먹였다. 식사 중 잠이 든 피해자를 차량에 태우고 회사 주차장까지 이동했다. 같은날 오후 9시30분께 뒷좌석에 타고 있던 피해자를 목졸라 살해했다. 이후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시신을 싣고 다음날 새벽, 사체의 옷을 벗긴 후 경북 군위군 노귀재 인근 야산에 암매장했다.

조씨의 자백에 따라 4개 중대가 군위군의 한 야산을 수색한 결과 20일 김씨의 시신이 발견됐다. 다음날 조씨는 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구속됐다. 범행을 자백한 이후 조씨는 불안증세를 보이며 피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씨는 “사장인 김씨가 평소 자신을 무시하고, 처우 개선도 해주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고 진술했다. 조씨가 김씨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도 승진과 월급 인상을 요구한 내용이 담겨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새벽부터 나와서 열심히 일을 했고 지난해에 비해 회사 사정이 좋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월급 인상이라든가 처우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서 평상시에 불만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3일 실시된 현장검증에서도 또다시 “사장이 내 인생을 갉아먹어 홧김에 그랬다"고 주장했다.

목졸라 살해하고 시신 야산 유기
무시해서? 돈 노린 계획범죄 가닥

사망한 김씨의 아내는 믿었던 조씨가 남편을 살해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김씨는 언론에 “의형제처럼 지내니까 당연히 의심하지 않았다”며 “조 전무가 싹싹하고 일이 있으면 많이 도왔다. (남편을 살해한 것을) 정말 인정하기 싫었고 그럴 거라는 생각을 안 했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이러한 아내의 진술로 볼 때, 사장 부부가 조씨를 신뢰했고 사이가 좋았던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피의자 조씨의 ‘무시해서 죽였다’는 진술을 그대로 믿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경찰이 보다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기 위해 조씨의 채무관계 등을 조사하는 등 수사력을 모은 결과, 피해자의 금전 및 재산을 노린 계획적인 범행이라는 것이 서서히 드러났다. 주변 인물을 조사한 결과 피의자의 주장과 다른 점이 많았던 것이다.

처음엔 조씨가 ‘처우 개선과 경제적 지원 등에 불만을 품고 살해했다’고 주장한 것을 경찰이 그대로 브리핑하고 언론이 이를 받아 보도했으나, 추가로 주변 인물을 조사하면서 경찰 측이 “사실과 달라 조씨의 변명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입장을 바꿨다.

경찰 관계자는 “조씨에게 거액의 채무가 확인돼 경제적으로 곤궁한 상태에서 사장을 살해해 재산적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 아닌가 의심되는 정황이 드러나 이 부분을 집중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씨 가족에 따르면 사망한 김씨가 주식투자금 명목으로 두 차례에 걸쳐 1억원과 4000만원을 건넸다고 한다. 이에 지인들이 “전무라고 잘해줄 필요 없다”고 충고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씨 가족은 현재 범행동기는 다 돈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 결과 조씨는 사장을 매장한 며칠 뒤 다시 찾아가 나프탈렌과 락스를 뿌려 범행 은폐를 시도해 사건에 혼란을 주려 했다.

또 사장을 살해한 후 일부러 차를 운전해 김씨의 집 근처인 수성구 만촌동 A아파트 앞 버스승강장까지 이동한 뒤 사무실로 돌아간 다음 자신의 아내에게 “사장을 보내고 지금 간다”는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는 등 알리바이를 만들려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망이 좁혀오자 휴대전화와 노트북으로 ‘땅 속 시체 부패’ ‘CCTV 녹화 기간’ ‘검색어 지우기’ ‘실종자 골든타임’ 등 범행과 관련된 단어를 검색한 흔적도 발견됐다.

조사과정에서 김씨가 살해되기 사흘 전에 있었던 1차 범행시도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조씨는 숨진 김씨와 함께 지난 5일 수성구 모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경찰이 주점 관계자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한 결과, 이날 김씨가 단지 술에 취했다고 보기에 이상할 정도로 기력이 없었다는 진술이 나왔다. 주점 관계자들은 김씨가 평소와 달리 귀가할 때쯤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였다고 진술했다.


이날도 조씨가 사장에게 숙취해소제를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주점 관계자는 “김씨가 잠이 온다고 했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두 사람의 분위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고도 했다. 김씨 아내도 “다음 날 아침 남편이 아무 생각이 안 난다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씨는 1차 범행 시도를 부인했다.

골프 갔다 행불

경찰은 지난 26일, 조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은 “송치 후에도 계좌·통화내역·디지털 증거 등을 분석하고 주변 관련자 등을 조사해 공범 여부, 직접적 범행동기를 계속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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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