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늦은 시간까지 일을 하는 연예인은 직업의 특성상 일반인보다 도박을 접할 기회가 많다. 연예인 도박은 다양한 장소에서 이뤄진다. 얼굴 공개를 꺼려하는 탓에 비밀스러운 룸살롱, 호텔방, 온라인을 통해 도박을 한다. 그런데 그 ‘도박의 공간’이 최근 오피스텔로 옮겨갔다. 이런 오피스텔 도박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그 실체조차 파악하기 힘들다고 한다.
룸살롱·호텔방·온라인 도박 이어 오피스텔이 대세
탤런트 A·배우 C 등 상암동에 위치한 하우스 출입
얼마전까지 연예인이 도박판을 가장 많이 벌였던 곳은 다름아닌 룸살롱이었다. 룸살롱은 밀폐된 공간이라 현장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라면 도박 여부를 확인할 수가 없다.
룸살롱은 술을 먹고 성매매를 하는 장소였지 도박을 하는 장소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막상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도박을 하는 데 있어 룸살롱보다 안전한 장소는 없다는 인식이 퍼지기 시작했다.
오피스텔은 안전지대(?)
역삼동에 위치한 한 룸살롱 웨이터는 “룸살롱은 도박을 위한 안성맞춤 장소라는 생각도 든다. 한 곳에서 식사는 물론이고 술과 아가씨까지 모든 욕구들을 충족시켜준다”고 귀띔했다.
이 웨이터는 이어 “웨이터에게 팁을 주고 ‘앞으로 몇 시간은 들어오지 마라’고 하면 바깥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전혀 모른다. 특히 일반 손님들이 아니라 사장 선에서 이런 손님들을 끌어 모으게 되면 도박판이 벌어진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모 연예인 매니저인 P씨를 통해 이런 룸살롱 불법 도박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직접 참여하거나 혹은 자신이 관리하는 연예인이 도박을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연예계에는 그와 같은 풍문이 많이 흘러 다닌다고 한다.
P씨는 “연예인들이 가장 편안해하는 장소 중의 하나가 바로 룸살롱이다. 완전히 밀폐된 공간이다 보니 그곳에서 술을 마시든 여자와 무슨 짓을 하든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어쩌면 그런 공간에서 도박을 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룸살롱들은 강북의 북창동이나 일반 단란주점들은 아니고 대개 강남에 있는 고급 룸살롱이나 일명 ‘텐프로’로 불리는 업소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룸살롱이 도박을 하기에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소문이 돌면서 연예인이 오피스텔로 향하고 있다. 다름 아닌 오피스텔에 차려진 하우스에 출입을 하고 있는 것.
연예인이 하우스를 찾는 일은 드문 일이어서 연예계에서는 화제가 되고 있다.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아역 출신 탤런트 A와 B, 배우 C 등 연기자와 유명 영화 캐스팅 디렉터 D 등이 촬영이 없는 날이면 어김없이 하우스를 찾는다고 한다.
연예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은 촬영장과 하우스에서 산다. 날 새며 도박을 하고 촬영하러 가는 걸 보면 대단하다. 대본은 언제 외우는지 신기할 따름이다”며 “영화 캐스팅 디렉터 E를 비롯해 몇몇 연예인은 돈을 다 날려 여기저기 돈을 구하러 다니고 있는 형편이다. 집에도 안 들어가는 걸로 일고 있다”고 전했다.
하우스가 차려진 곳은 상암동. 상암동은 방송국 계열사 뿐 아니라 방송과 관련된 업체들이 많이 입주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연예인들이 도박을 하는 것도 문제지만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클러스터로 조성되고 있는 상암동이 자리를 잡기도 전에 어두운 세계의 그림자가 드리워 지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며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가 될 상암동이 환락의 거리가 되는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곳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오피스텔에 차려진 하우스 도박은 새벽 1~2시쯤 시작해서 오전 11~12시까지 이어진다고 한다.
특히 하우스 도박은 그리 자주 이뤄지지 않는 만큼 판돈이 결코 적지 않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현금보다는 100만원까지의 수표가 판돈으로 내걸리고 많이 잃는 사람의 경우 30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도 하룻밤에 날릴 수 있다고 한다.
특히 연예인이 하우스 도박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곳에 타짜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타짜들은 자신들이 직접 제작한 카드를 사용하거나 혹은 모텔 등에 특별한 장치를 함으로써 상대방을 속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여기에선 그런 장치를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하고 또한 타짜들 스스로가 아직 하우스 도박에 익숙하지 않은 만큼 그나마 타짜의 침범이 없는 순수한 영역이 또한 하우스라는 것이다. 호텔이 연예인 도박의 아지트로 활용되기도 한다. 넓은 책상과 컴퓨터를 구비해 직장인들을 배려한 비즈니스룸은 종종 ‘하우스’로 이용되기도 한다.
강남에 위치한 모 호텔에 근무하는 F씨는 “한 번은 맥주배달을 간 비즈니스룸에 남자 6명이 둘러앉아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화투판을 한참 벌이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돈의 규모는 판돈이 얼마인지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였다”고 말했다. F씨는 이어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연예인들도 이 호텔을 종종 찾는다”고 덧붙였다.
이들 중에는 단골 연예인들도 있다. 연예인 2세부터 시작해 요즘 한창 몸값을 올리고 있는 개그맨, 아이돌 그룹 출신의 가수까지 다양하다는 것. F씨는 “남의 시선을 피하고 싶은 사람들 혹은 남의 시선을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은밀함을 즐기는 곳이 바로 호텔이다”고 말했다.
지금은 신정환 사건으로 주춤하지만 해외 도박장을 찾는 연예인도 많다. 연예인이 많이 찾는 곳은 마카오 세계 최대의 카지노 호텔인 베네치안 마카오. 이곳에 가면 VIP 손님 대접을 받으며 마음껏 도박을 즐길 수 있다.
마카오 많이 찾아
베네치안은 미국의 유명 카지노 회사인 라스베이거스 샌즈 그룹이 설립한 세계 최대 규모의 카지노 호텔로, 각국의 명물 거리를 본뜬 쇼핑몰과 비욘세 등 최정상급 연예인이 공연하는 전용극장을 갖추고 있으며 K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하다.
마카오와 함께 필리핀의 도박장에는 한국 연예인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과거 미군 공군기지였던 클락 지역의 카지노에서는 연예인이 자주 눈에 띈다고 한다. 필리핀의 도박장을 찾은 이들은 카지노에서 게임을 하다가 인근의 마사지샵이나 찜질방을 찾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어김없이 선글라스나 모자를 이용해 나름대로 ‘위장’을 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