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연평도발 후폭풍 ②‘대권’ 뒤흔든 한낮의 포격

알고서도 또 당한 MB정권 ‘오른뺨 맞고 왼뺨 대줬다?’

 

 한국전쟁 휴전 이후 유례없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 
 민가까지 포격, 민간인 사상자에 국민들 ‘부글부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이 ‘대권’을 흔들고 있다. 북한의 무력도발로 대권을 쥐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의 처지가 곤궁해졌다. 금강산 피격 사태를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에 이어 이번 사태까지 이어지면서 G20 정상회의 개최로 들떠있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국민들도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다. 북한의 도발에 대응해야 하지만 ‘확전자제’ 발언 진위공방으로 번지며 실망감을 안긴 것. 집권 3년차, 친인척 관련 각종 의혹과 함께 슬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는 ‘조기 레임덕’의 우려가 이 대통령을 흔들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차기 대권주자들이 목소리를 높여가며 이 대통령에게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지난 11월23일 북한이 연평도 해안가 일대를 공격했다. 정치권은 여의도가 포격을 당한 것 마냥 쑥대밭이 됐다.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본능적인 예감 탓이다.

북한의 연평도발은 한국전쟁 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강도 높은 군사적 도발이다. 북한은 이번 사태가 남쪽이 연평도에서 실시한 포격 훈련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사건이 일어나기 전 ‘남쪽이 북쪽 영해로 포격 훈련을 할 경우 가만두지 않겠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북 후계체제 구축 중? 내부 결속 노렸나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여러 가지 분석 가운데서도 공통적으로 말하는 바는 이번 사태가 ‘내부 결속용’이자 ‘외부 협상용’으로 쓰였다는 것.


북한은 최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서 후계자 김정은으로 후계체제 구축에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이 그리 순조롭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럴 때 ‘외부의 적’을 강조, 후계구도의 안정화를 노렸다는 주장이다.

한 군사전문가는 “북한이 이번처럼 한반도 위기지수를 끌어올리는 도발을 한 것은 후계체제 안착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탓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미국과 우리정부의 대북 기조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최근 북·미 관계 개선을 위해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미국은 분명한 태도 변화를 드러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은 김 위원장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천안함 사태는 우발적인 사건일지 모르나 이번 사태는 한반도 주변의 긴장을 고조시켜 미국과의 직접 협의 혹은 6자회담 재개를 끌어내려는 ‘벼랑 끝 전술’”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미국과의 직접 대화가 최고의 안이기는 하지만 천안함 사태 이후 대규모 지원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해 ‘불가’를 외치고 있는 우리정부의 태도 변화를 노렸다는 말도 있다. 또한 이번 사태 해결에서 ‘후계자’를 전면에 내세워 인정을 받으려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의 ‘진짜’ 노림수가 어떤 것이든 북쪽의 ‘내부 권력 승계’에 남쪽의 ‘대권’이 받은 타격은 상당하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연평도발이 있은 직후 즉각 대책마련에 나섰다.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 피해상황과 북한의 동태 등을 보고받은 후 외교안보장관회의를 주재했으며 서울 용산의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을 전격 방문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월터 샤프 주한미군사령관의 보고를 받고 “북한의 1차 도발에 응징했지만 또한번 도발하면 한미가 힘을 모아 다시는 도발하지 못하게 응징해야 한다”면서 “행동은 평화를 지키고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데 정당성을 가진다. 이번 조치에서 한미가 잘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이 대통령의 초기 대응에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연평도 포격에 대한 이 대통령의 대응 및 위기관리 능력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49%가 ‘적절히 잘 대응하지 못했다’고 응답했고, ‘적절하게 잘 대응했다’는 응답은 29.2%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평가에는 사건 발생 후 보도된 ‘확전자제’ 발언이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 한몫을 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당·정·청이 모두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가 “긴급상황이 수습된 뒤 연평도를 비롯한 최전방인 서해5도 방어체제와 군장비, 전력보강 등의 재정비를 강화하고, 군 지휘체계의 문제점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면서도 “지금은 잘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고 사태를 수습하고 국론을 통일하는 게 우선이다. 이런 상황에서 내부분열, 사회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야만적인 북한 정권이 바라는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후 남북관계는 빠르게 경색됐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건을 시작으로 천안함 사태가 일어났으며 금강산 관광은 물론 개성공단이 멈춰서기도 했다. 이에 따라 “남북관계를 대결·긴장 국면으로 몰고 간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문제”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 것.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정부의 ‘대북 강경기조’는 한동안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후 대북정책에 대한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가일각에서는 ‘조기 레임덕’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G20 정상회의를 치르며 한껏 높아졌던 이 대통령의 지지율도 급격히 내려앉을 가능성이 크며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친인척을 둘러싼 각종 의혹이 고개를 들 수 있다는 것.

이 대통령 주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김윤옥 여사의 남상태 전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 로비 몸통 의혹과 친형 상은씨가 대주주로 있는 자동차부품업체 ‘다스’의 한국수출입은행 중소기업 육성사업 선정 특혜 의혹, ‘후원자’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알선수재 혐의와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 연임로비 연루 의혹이 언제 이 대통령까지 흔들지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월25일 김태영 국방장관의 사의를 수용하며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차기 대권’을 노리는 이들의 목소리가 커지며 또 다른 ‘위협’을 안기고 있다.

위상 흔들리는 MB, 남북관계가 ‘쥐약’?

이번 사태가 일어난 후 차기 대권주자들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차기 대선주자들은 ‘강력 대응’을 강조하면서도 미묘한 입장차를 드러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는 북한의 연평도 도발과 관련, 강력한 대응 의지를 드러냈다. 박 전 대표는 “북한이 우리 국민과 영토에 대해 직접적이고 무차별 포격을 한 것은 명백한 도발행위이고 선전포고나 다름없다”고 봤다.

그는 이어 “우리는 자위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하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서 도발에는 반드시 큰 대가가 따른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면서 “북한의 추가 도발 징후가 보인다면 더 철저하게 응징해야 한다”고 소리 높였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그동안 군이 단호히 대처하지 못해 연평해전, 천안함 사태 등 북한의 도발이 재발하고 있다”며 “반복되는 도발을 막기 위해선 군이 보다 더 단호하고 강력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북한의 도발 이후가 더 중요하다. 강력한 대응이 있어야 한다”며 “도발 이후 한미연합공조가 더욱 공고해진다는 것을 북한이 인식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포폰·민간인 사찰’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검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돌입했던 손학규 민주당 대표도 급히 농성을 중단하고 여의도로 복귀했다. 손 대표는 “북한의 무력도발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이 땅에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 출신인 정동영 최고위원은 이번 사태와 관련, 현 정부의 책임을 따져 물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0년간 남북 평화체제를 만들어놨는데 현 정권이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난 10년 민주정부 때 어떤 국민이 전쟁이 날까 걱정을 했느냐”면서 “정권이 말로만 ‘물 샐 틈 없이 대응하고 있다, 몇 배로 응징하겠다’는데 이런 비현실적 허장성세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민들이 발 뻗고 잘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강조했다.

또한 “남북 긴장감이 계속 높아지는 민감한 시기에 북한 해안포로부터 불과 10㎞ 떨어져있는 대단히 민감한 지역에서 포사격 훈련을 하는 게 적절한 행위였는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목소리 키우는 잠룡들 살아있는 권력 흔들어

한 정가 인사는 “차기 대선주자 중 한명은 다음 정권의 ‘대북정책’을 만들 이”라며 “지금까지 북한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냐는 점도 중요

그는 이어 “한나라당에서도 현 정권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있고, 민주당에서도 햇볕정책의 수정을 주장하는 이가 있는 만큼 주의깊게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 정권 출범 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내내 풀리지 않고 있다”며 “남북관계에 대한 기대감은 이미 현 ‘대권’에서 ‘차기 대권’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말했다.

pressm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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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