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가고픈 추억의 가족 여행지 ③전북 군산시

타임머신 타고 돌아간 근대사 여행

전북 군산은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도시 전체를 ‘근현대사 야외 박물관’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특히 가족과 함께 도보 여행을 즐기기에 어려움이 없는 곳으로, 가족 여행을 계획해도 좋을 듯 싶다.

군산의 근대사를 한눈에,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미술관, 카페, 갤러리로 재탄생한 일제의 잔재들

군산 근대사 여행은 근대문화유산거리가 조성된 해망로 일대에서 시작한다. 예전에 이곳의 지명은 장미동이었다. 장미(藏米)는 ‘쌀을 저장하는 마을’이라는 뜻. 일제는 군산항을 호남 지역에서 수탈한 곡물을 본국으로 실어 가기 위한 거점으로 삼았는데 장미동이라는 지명 자체가 일제가 우리 쌀을 수탈했다는 증거다.

어수선하던 해망로 일대가 예쁜 거리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개관하면서부터다. 이름 그대로 군산의 근대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를 전시하는 이곳은 해양물류역사관, 어린이체험관, 근대생활관, 기획전시실 등으로 구성된다. 특히 ‘1930년대 시간 여행’을 주제로 1930년대 군산에 있던 건물을 복원한 근대생활관이 인기다.

역사적 건물
복원해 전시

군산역, 영명학교, 야마구찌 술도매상, 형제고무신방, 홍풍행 잡화점 등 당시 군산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한다. 제일은행 군산출장소 출근부, 창씨개명 호적원부, 토지 목록, 지적도 원본 등 귀한 자료도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1층에 자리한 등대도 눈길을 끈다. 이는 어청도 등대를 3분의 2 크기로 축소한 모형이다. 어청도 등대는 1912년 3월1일에 점등해서 오늘까지 고군산군도 앞바다를 비추고 있다.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이 문을 열면서 주변에 방치된 건물들도 새롭게 단장했다. 구 조선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군산 근대건축관으로 바뀌었다. 1922년 건립된 이 건물은 식민지 경제 수탈을 위한 금융기관이었다. 해방 뒤 한국은행·한일은행 군산지점으로 사용되었으며, 한때 유흥 주점 간판이 달린 적도 있다. 일본인 무역회사 구 미즈상사는 미즈커피로 바뀌었다. 당시 미즈상사는 일본에서 식료품과 잡화를 수입·판매했다고 한다. 원래는 군산 근대역사박물관 앞에 있었는데, 조성 과정에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 카페로 단장했다.

구 일본 제18은행 군산지점 건물은 근대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일본 제18은행은 나가사키(長崎)에 본점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에 대부업을 하며 인천과 군산 등에 지점을 차려 성업했다고 한다. 일제의 조선 곡물 수탈을 상징하는 장미동 곡물 창고도 지금은 장미갤러리로 바뀌어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군산 근대사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구 군산세관 본관이다. 벽돌 건물에 동판으로 얹은 지붕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1908년 대한제국이 벨기에 붉은 벽돌과 건축 자재를 수입해서 지었다고 전해진다. 서울에 있는 서울역사, 한국은행 본점과 함께 국내에 현존하는 서양 고전주의 3대 건축물로 꼽힌다.

해망로와 맞닿은 군산 내항에는 일제강점기 3000톤급 기선을 댈 수 있었다는 부잔교(뜬다리)가 있다. 부잔교는 밀물 때는 다리가 수면에 떠오르고 썰물 때는 수면만큼 내려가는 다리로, 수위에 따라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되는 선박 접안 시설물이다. 이 다리를 통해 곡식이 일본으로 반출됐다.

부잔교 옆 선창을 ‘째보선창’이라고 부른다. 이곳은 채만식의 소설 <탁류>의 배경이 된 곳이다. 서천 땅을 처분한 정 주사가 똑딱선을 타고 째보선창으로 오지만 미두장에서 쌀과 돈을 다 날리고 이곳에서 자살을 기도했다. 근대의 흔적은 빵집에서도 찾을 수 있다.중앙로에 자리한 이성당은 1920년대 일본인이 운영하던 화과자점 ‘이즈모야’에서 출발했다.

1945년 해방 직후 한국인이 가게를 인수하면서 이성당으로 간판을 바꿔 달고 지금까지 영업한다. 지방 소도시에 있다고 작고 한적한 빵집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오전 10시 무렵에도 빵을 사러 온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성당의 최고 인기 메뉴는 앙금빵과 야채빵이다. “앙금(단팥)빵이 거기서 거기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가 직접 먹어보면 “역시!” 하고 고개가 끄덕여진다. 달콤하고 부드러운 단팥이 잔뜩 들었다. 고소한 소스에 버무린 각종 채소로 속을 채운 야채빵도 인기다.

이성당에서 10여분 걸어가면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이 나온다. 군산에서 큰 포목점을 하며 돈을 번 히로쓰 게이샤브로가 지은 목조건물이다. 다다미방과 편복도, 일본식 벽장(오시이레), 손님을 맞는 도코노마 등 대규모 일식 가옥의 형태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영화 〈장군의 아들〉에서 야쿠자 두목 하야시의 집, 영화 〈타짜〉에서 극중 평경장(백윤식)이 고니(조승우)에게 기술을 가르치던 집이 바로 이곳이다.


색다른 풍경
경암동 철길마을

신흥동 일본식 가옥을 지나면 동국사에 닿는다.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은 일본식 사찰이다. 정면 5칸, 측면 5칸에 가파른 단층 팔작지붕을 이고 있는 이 절은 우리나라 사찰과 전혀 다른 느낌이다. 시인 고은이 머리를 깎고 불교에 입문한 사찰이기도 하다.

군산은 이런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지 많은 영화의 배경이 됐다. 대표작이 한국 멜로영화 역사에 남을 〈8월의 크리스마스〉다. 한석규와 심은하가 주연한 작품으로 대부분 군산에서 촬영했는데, 월명공원으로 가는 언덕에 초원사진관이 영화에 나온 모습 그대로 남아 있다.

경암동 철길마을은 오직 군산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을 지닌 곳이다. 낡은 판잣집이 양쪽으로 늘어선 가운데 철길이 놓였다. 이곳에 처음 철길이 놓인 때는 1944년 4월4일. 군산시 조촌동에 있는 신문용지 제조업체 페이퍼코리아의 생산품과 원료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들었다. 2008년 7월1일부터 운행을 멈춰, 기차가 다니는 모습은 볼 수 없다.

군산 여행의 종점은 커피다. 은파호수공원 앞에 자리한 카페 리즈는 콜롬비아 유기농 인증을 받은 커피를 비롯해 공정무역, 레인포레스트 등 다양한 인증을 받은 커피와 스페셜 티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카페 한쪽에는 로스팅 기계가 여러 대 있는데, 마음에 드는 원두를 선택해서 직접 볶아보는 것도 이색적인 재미를 선사한다. 전문 바리스타가 도와주니 초보자도 쉽게 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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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해망로 일대→초원사진관→경암동 철길마을

1박 2일 코스
· 첫째 날: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등 해망로 일대→초원사진관→경암동 철길마을
· 둘째 날: 고우당→동국사→은파호수공원
관련 웹사이트
· 군산시 문화관광 http://tour.gunsan.go.kr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http://museum.gunsan.go.kr
· 동국사 http://www.dongguksa.or.kr

문의 전화
· 군산시청 관광진흥과 063-454-3304
· 미즈커피 063-446-2867
· 군산근대역사박물관 063-454-7870 ·이성당 063-445-2772
· 군산근대건축관 063-454-3274
· 군산 신흥동 일본식 가옥 063-454-3274

대중교통(기차)
용산역-군산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4회(05:35~20:35) 운행, 약 3시간~3시간30분 소요.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버스)
서울-군산: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50회(06:00~23:50) 운행. 약 2시간 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 서울 출발: 경부고속도로→논산천안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군산 IC→군산·북새만금 방면
· 부산 출발: 남해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익산포항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전주 IC→군산 방면
· 광주 출발: 호남고속도로→고창담양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군산 IC→군산·북새만금 방면숙박

숙박
· 고우당: 군산시 구영6길, 063-443-1042, www.gowoodang.com
· W호텔: 군산시 소룡1길, 063-464-6205
· 예스모텔: 군산시 가도안1길, 063-464-6081
· 군산리버힐관광호텔: 성산면 철새로, 063-453-0005, www.063-453-0005.bestbz.com


식당
· 중앙식당: 반지회, 군산시 해망로, 063-446-0471
· 유락식당: 아귀찜, 군산시 해망로, 063-445-6730
· 복성루: 짬뽕, 군산시 월명로, 063-445-8412
· 빈해원: 간짜장, 군산시 동령길, 063-445-2429

주변 볼거리
해망굴, 새만금, 선유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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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