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 사태 가습기 살균제 피해 체크포인트

나도 혹시…이 증상이면 의심하라!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검찰이 최근 가습기 살균제와 폐손상에 의한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결론 내리면서 가습기 살균제가 뜨거운 이슈로 부각됐다. 시민단체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관련 기관엔 피해 증상과 판정 기준에 관한 문의가 폭주 중이다. 정부가 지난해 말에 이어 이달 추가로 4차 신청을 받기로 했고 폐 외에 다른 장기의 손상 가능성도 조사해 피해 인정범위를 확대할 방침이어서 피해 증상과 잠복기 등에 대한 궁금증이 이어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피해는 전무후무한 일이라 증상을 정확히 짚어서 말하기가 아직까지 어렵다. 가습기 살균제와 연관된 폐질환은 과거에도 의학적으로 보고된 적이 없다. 특히 폐 질환 외에도 피부나 여타 장기의 손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연구가 진행 중이다.

지금도 연구 중

그럼에도 공통적인 가습기 살균제 피해 증상은 원인을 알 수 없는 기침과 호흡곤란을 꼽을 수 있다. 이는 감기와 비슷하지만 어떤 약으로도 치료가 안 된다는 점이 다르다. 이 외에 체중이 감소했다거나 식욕 부진을 동반한다면 한번쯤 의심해볼 만하다.

기도 손상, 호흡곤란, 청색증 등의 증상을 보이면 순식간에 폐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중 40% 정도가 인공환기 요법 없이 호흡이 불가능해졌다.

현재 피해자들은 폐 이식을 권고 받고 산소통을 사용 중인 중증 폐질환 환자와 폐암 환자부터 가벼운 천식과 비염 등을 호소하는 경증 환자까지 다양하다.


질병관리본부가 제시한 가습기 살균제 피해 판정 단계에 따르면 1∼2등급은 ‘폐 섬유화’가 진행된 상태다. 폐 섬유화란 폐가 종이처럼 뻣뻣하게 굳어지는 증상으로, 호흡기능이 마비되면서 사망에 이르게 된다.  

3∼4등급은 (알레르기성) 비염, 기관지염, 후두염, 인두염, 감기, (만성) 편도염, 천식, (과민성) 폐렴, 급성호흡곤란증후군 등 폐 질환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등급이다.

조사 및 판정은 홍수종 서울아산병원 교수팀이 임상학적 증상, X선 영상 판독 결과, 폐 조직 검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와의 상관관계 및 증상의 정도 등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뉘고 이에 따라 정부의 지원 여부 및 지원금 규모가 달라진다. 

보건복지부가 설치한 폐손상조사위원회 위원장인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장기간 사용한 사람보단 단기간이라도 집중적으로 쓴 사람에서 피해가 컸다”고 설명한다. 매일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을 경우 폐질환 발생 위험이 높은 수준으로 분류된다.

다만 더 이상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상태에선 더 악화되지는 않고 과거의 폐 손상이 현상 유지된다. 소아의 경우 8∼10세 이후까지 폐가 성장하기 때문에 손상됐던 허파꽈리 일부가 부분적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있다. 그러나 성인의 폐 조직은 회복이 쉽지 않고, 현재까지 치료 효과가 확인된 약도 없다.
 

제품에 들어 있었던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 등의 독성을 계속 흡입하면 기관지 주변이나 폐 조직에 염증이 생기게 된다. 이어 폐 조직이 변화되면서 딱딱하게 굳어지는 폐 섬유화현상이 나타난다. 상태가 더 악화되면 가슴이 답답해지고 호흡 곤란이 발생하며 폐부전증으로 발전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처음엔 감기증상이 이어지다가 호흡 곤란이 오고, 뒤늦게 병원을 찾게 된다. 결국 10명 중 6명이 사망에 이르게 된다. 피해자 대부분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폐로 간신히 숨을 쉴 때가 돼서야 병원을 찾기 때문이다. 목숨을 건져도 폐 이식 수술을 하거나 산소통을 평생 착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검찰, 폐손상 사망 인과관계 결론 
관련 기관에 판정 기준 문의 폭주

X선 촬영을 해보면 폐에 구멍이 생기는 기흉, 기종격동(폐 밖으로 빠져나온 공기가 심장 주위에 차 있는 현상), 간유리음영이 동반된 손상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손상들은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는 폐질환과는 과정이나 증세가 모두 뚜렷하게 다르고, 진행 속도가 빠르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소아의 경우 평균적으로 3주 내에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보고돼 있다.

홍수종 교수는 “제품에 노출됐던 소아들이 나이가 들면서 폐기능 감소, 운동능력 저하 등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또 “제품을 썼을 당시 폐 손상 반응을 바로 일으킨 소아의 형제·자매는 부모의 관심을 덜 받았을 텐데 특이증상이 추후에 발견될 수 있다”며 “이런 아동들을 장기 추적해 경과를 지켜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가습기 살균제 독성물질인 PHMG/PGH가 심혈관 이상, 지방간 및 간 염증, 면역계 이상, 심장 대동맥의 콜라겐 섬유화현상을 가져온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나왔다. 또 정부가 3, 4단계로 분류한 피해자들의 경우 폐 손상이 아닌 다른 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살균제의 유해 성분이 심장이나 간, 피부, 안구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돼 피해 범위를 단정할 수 없게 됐다. 폐질환 외에도 일정기간의 ‘잠복기’를 거쳐 다양한 질병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이은영 ‘3·4등급 피해자 모임’ 대표는 현재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폐 이외 질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대표는 애경 ‘가습기 메이트’를 사용하다가 자녀와 함께 피해를 입었다. 그는 현재 천식·비염·기관지염·폐렴 등의 질환을 앓고 있다. 심장도 좋지 않은데다가 자가면역질환도 얻은 상태다.
 

이 대표는 최근 피해자 22명의 국민건강보험공단 진료기록을 확보했다. 해당 자료엔 폐질환 외에 앓고 있는 질환, 피해자 수, 가습기 살균제 종류 등이 포함돼 있다. 자료를 살펴보면, A씨의 경우 급성 기관지염, 급성 후두염 및 기관염, 만성 폐색성 폐질환, 만성 인두염 등 무려 24가지 질환으로 병원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자료를 통해 23명의 피해자 중 87%인 20명이 ‘기관지염’을 앓고 있다는 사실이 파악됐다.

검찰은 현재 피해자 수를 221명(사망자 94명)으로 파악한 반면, 시민단체가 집계한 피해자는 1528명이다. 이 가운데 998명이 정부로부터 피해자 인정을 받지 못했으며 239명이 목숨을 잃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정부지원’ 문의는 02-3800-575로 하면 된다. 전화상으론 신청 접수를 받고 있지 않으며, 증상과 피해 신청 방법 등의 문의와 상담만 가능하다. 신청서는 포털 사이트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정부지원’이라고 검색을 하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홈페이지에서 다운 받을 수 있다.

추후 나타날 수도

해당 홈페이지(www.keiti.re.kr/wat/page12.html)에서 구비 서류 및 폐질환 인정 기간, 신청부터 조사 판정까지의 절차 등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피해 접수는 우편과 방문을 통해서만 가능하며 가습기 살균제 본품과 구매 영수증이 필수 제출사항은 아니다. 피해 인정을 받으면 국비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현재 기술원은 4차 피해 접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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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아웃사이더’ 정청래 인싸 플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독주가 이어지고 있다. 당원의 명령인 개혁을 완수하기 위한 질주다. 당의 ‘아웃사이더’였던 그가 당을 휘어잡기까지 수많은 당원이 등을 밀어줬다. 비주류에서 주류 ‘인싸’로 자리 잡기 위한 정 대표의 다음 스텝이 주목된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가 매섭다. 윤석열정부에서 막힌 과제를 해치우는 동시에 공약이었던 각종 개혁을 빠르게 완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같은 당 박찬대 의원보다 덜 알려졌다는 평이 나오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서 보여준 ‘사이다’ 면모가 주목받으면서 강성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다. 정청래가 걸어온 길 비주류였던 그가 당 대표가 되기까지의 여정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21대 국회 때는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 수석 최고위원을 지냈고, 22대 국회에선 법사위원장으로서 국민의힘에 호통을 치며 유튜브 단골 주제가 됐다. 당시 정 대표는 국민의힘이 반대하는 쟁점 법안을 밀어붙이고 상대편 의원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었다. 그동안 정 대표는 언론 대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지지자와 직접 소통해 왔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보다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이 나오지만 팬덤 정치에 최적화된 모습을 보여줬다. 정 대표는 최근에도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청-명 프레임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SNS에 ‘언론의 자유와 횡포 그리고 언론의 게으름의 관성’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조국 전 대표의 사면·복권을 놓고 일부 언론에서 ‘정청래 견제론’을 말한다.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근거 없는 주장일뿐더러 사실도 아니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로 반박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정청래는 김어준이 밀고, 박찬대는 이재명 대통령이 밀었다는 식의 가짜 뉴스가 이 논리의 출발”이라며 “어심이 명심을 이겼다는 황당한 주장, 그러니 정청래가 이재명 대통령과 싸울 것이란 가짜 뉴스에 속지 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각을 세울 일이 1도 없다. 당정대가 한 몸처럼 움직여 반드시 이재명정부를 성공시킬 생각이 100(이다)”이라고 덧붙였다. 계파 갈등 프레임이 씌워질 조짐이 보이자 이를 사전에 차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대표의 정치적 뿌리를 따지자면 친노(친 노무현)에 가깝다. 그러나 문재인 전 정부서는 친문(친 문재인), 이재명 대표 체제에서는 친명(친 이재명)으로 분류되는 등 계파색이 비교적 옅은 편이다. 1989년 미국 대사관저 점거 농성을 주도한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은 등 학생 운동권 출신이지만, 대표 운동권인 민주당 86 그룹과의 친분을 공개적으로 과시하지 않았다. 따라서 정 대표는 당의 주류보다 비주류에 가깝다는 게 여의도에 떠도는 평이다. 친문? 친명? 오히려 ‘계파 청산파’ “잘못된 586 문화 배운 97도 청산” 전당대회가 한참이던 당시 한 민주당 의원은 “사석에서 만난 정 의원은 아주 뚝심 있는 사람이었다. 박찬대 의원은 특유의 재치로 호감을 얻는 편이라면 정 의원은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할 말은 제대로 하는 캐릭터”라며 “그래서 계파를 분류하기 어려운 것 같다. 나만의 길을 가는 것 같으면서도 한번 정한 길은 꺾지 않고 걷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정 대표는 ‘계파 청산’을 외치는 인물이다. 그는 당 대표 후보이던 당시 “국민께서 비판하시는 586의 운동권 문화는 청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는 “계파는 당을 좀먹는 독약”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정파와 노선은 필요하지만, 계파는 없어져야 한다. 저 스스로 계파에 가입하지 않고, 그런 데서도 저는 안 불러준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586의 질서, 운동권의 수직적 관계가 싫었다. 그런 분들과 몰려 다니는 게 너무 비생산적”이라며 “586의 안 좋은 문화를 따라 배운, 너무 빨리 늙어버린 97 세대들의 그런 것도 청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당원들의 요구를 파악해 발 빠르게 움직였기 때문이다. 8·2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는 당선 이후 “이 대통령이 대통령이 된 것은 민주당 주류가 바뀌었단 뜻이고, 민주당에서 정청래가 대표가 됐다는 것은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당의 운명을 결정하는 시대가 왔다는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전당대회를 “예전에는 당원들이 국회의원 눈치를 봤지만, 이제는 국회의원들이 당원 눈치를 봐야 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민주당의 민주화’가 드디어 그 깃발을 높이 든 8·2 전당대회”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 대표를 탄탄히 받쳐주는 건 여의도 인맥이 아닌 당원이었다. 정 대표는 이들을 대주주 삼아 힘을 키워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당원권에 힘을 쏟으며 역사상 처음으로 ‘평당원 최고위원’ 선출을 시도하는가 하면 당원 주권 정당 실현을 강조하기 위해 ‘대의원 1인1표제’를 띄우기도 했다. 대의원 1인1표제는 당원들의 권한을 대폭 향상하는 방안이다. 정 대표는 지난 18일 열린 국회 당원주권 정당특위 출범식에서 “10년 넘게 당원주권정당, 1인1표를 주장해 왔지만, 아직까지도 열리지 않았다”며 “헌법에서 얘기하고 있는 평등 선거가 민주당에서도 구현이 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3대 개혁 풀가동 이어 “대한민국 헌법에는 평등 선거가 명시돼있고, 많은 선거에서 1인1표가 행사되지만 유독 더불어민주당에선 누구는 1표, 누구는 17표를 행사한다”며 “헌법적으로 보나 상식적으로 보나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정부가 국민주권시대를 강조하는 만큼 이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은 권리당원의 권리를 보장하고 상징적인 ‘1인1표’ 시대를 반드시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밖에도 정 대표는 당헌·당규 개정을 비롯한 ▲평당원 선출 준비 지원 ▲연말 당원 콘서트 지원 등을 약속했다. 당원의 힘이 커질 수록 정 대표의 정치적 입지도 넓어진다. 정 대표는 연일 국민의힘 때리기에 집중하며 당원으로부터 지지를 받았고, 민주당의 목표로 3대 개혁 완수를 내걸었다. 이는 비주류였던 자신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으로도 읽힌다. 이 대통령이 ‘사이다’ 발언으로 당권까지 올랐다면 정 대표는 각종 특위를 띄우며 거침없는 개혁가의 모습을 굳히겠다는 것이다. 정 대표는 강성 지지층의 요구에 따라 검찰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다음 달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정 대표는 지난달 21일 의원총회에서 이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만찬 회동을 언급하며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설립을 담은 정부조직법을 9월 내 본회의에서 처리하자고 당과 대통령실이 입장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약속드린대로 추석 귀향길 뉴스에서 ‘검찰청은 폐지됐다’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는 기쁜 소식을 국민 여러분께 전해드릴 수 있도록 당에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임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된 추미애 의원 역시 “법사위원장 선출은 검찰과 언론, 사법개혁 과제를 완수하라는 국민의 명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전폭적으로 힘을 실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위원회도 속속들이 들어섰다. 우선 민주당은 ‘국민주권 검찰정상화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정 대표는 출범식 및 1차 회의에 참석해 “지금의 시대적 과제는 내란 종식, 내란 척결, 이정부 성공에 있다”며 “가장 시급히 해야 할 개혁 중 개혁이 검찰개혁”이라며 “개혁도 골든타임을 놓친다면 저항이 거세져서 좌초되고 말 것이기 때문에 시기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위의 주요 과제로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 ▲국민 주권 실현 및 민생 뒷받침 등을 제시했다. 새로운 구심점 이어 언론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언론 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석 전까지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액의 최대 5배 배상을 의무화하는 법적 장치다. 언론뿐만 아니라 ‘유튜버’도 포함하는 안이 논의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중심 사법개혁특별위원회’도 출범했다. 정 대표는 “대법관의 증원과 추천 방식을 변경하는 내용의 사법개혁안을 추석 전까지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구석구석 눈도장을 찍기 위한 지역별 공략에도 나섰다. 지난 21일 호남발전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다들 대한민국 민주화에 대해서 호남이 기여한 바가 지대하다는데, 국가는 ‘호남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답을 이제 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꼬집었다. 정 대표는 “호남만 발전시키면 되겠느냐”며 영남발전특위도 띄웠다. 이는 내년 6월에 있을 지방선거를 대비해 대구·경북 등의 표밭을 다지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정 대표를 구심점으로 신흥 세력이 탄생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정 대표는 계파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고 거듭 밝혔지만, 권력자의 주변에 사람이 모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해석이다. 정 대표의 편에 선 동료 의원들에게도 시선이 쏠린다. 전당대회에서 정 대표를 공식적으로 지지했거나 개혁 선봉에 함께 섰던 의원 등이다. 정 대표가 당권 도전을 선언한 국회 기자회견장에는 장경태·최기상·문정복·임오경·양문석 의원 등이 자리했다. 여의도 이야기를 종합하면, 정 대표는 ‘당원 중심 정당’ 철학에 부합하는 인사로 장 의원을 꼽았다. 현재 장 의원은 평단원 최고위원 선출 절차를 위한 특위위원장을 맡고 있다. 최민희 의원은 정 대표를 공개 지지한 인물이다. 당시 정 대표가 수박 논란에 휩싸였을 당시 최 의원은 “심하게 비난받는 정청래 후보를 지켜보면 짠하다”며 “비난에도 역비난하지 않고 여전히 유쾌·상쾌하게 선거운동하는 정 후보를 격하게 지지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 밖에도 한민수·김영환·이성윤 의원은 경선 유세 현장에 함께하며 힘을 실어줬다. 왼쪽으로 붙는 민주당…좁아지는 공간 강성 지지층 등에 업고 개혁가의 길로 개혁가의 길을 걷는 정 대표의 존재감이 커지자 일각에서는 조기 대선을 거치며 ‘중도 보수론’으로 넓혀놨던 민주당의 정치 공간이 다시 좁아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 대표의 강경한 태도가 민주당의 기조가 된다면 야당과의 협치는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실제 정 대표는 “악수는 사람하고만 한다”며 국민의힘을 척결 대상으로 대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 16주기 추모식에서 정 대표는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과 악수는커녕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송 비대위원장 역시 적대감을 드러내면서 그야말로 ‘국회 빙하기’ 시대가 열렸다. 여당인 민주당은 좌우를 넓게 아우르는 정당이 돼야 앞으로 다가올 선거에서 유리한 구도를 유지할 수 있다. 지금처럼 국민의힘이 보수로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왼쪽은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에 맡겨둔 채 중도 보수를 자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당원의 힘으로 대표가 된 만큼 그는 개혁을 완수하기까지 지금과 같은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민주당 상임고문단도 “집권여당은 당원만 바라보고 정치를 해선 안 된다”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는 당 상임고문단 간담회에서 “정당의 주인은 당원이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도 “우리 국민은 당원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도 “내란의 뿌리를 뽑기 위해 전광석화처럼, 폭풍처럼 몰아쳐 처리하겠다는 대목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과유불급이다. 의욕이 앞서 결과를 내는 게 지리멸렬한 것보다는 훨씬 나으나, 지나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민주당으로 민주당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포스트 이재명’ ‘이재명 키즈’가 아닌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대표가 민주당의 새로운 길을 열어야 당이 계속해서 순환하는 등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민주당의 주류는 강성 지지층이다. 당원이 당을 좌지우지하는데 그들의 숫자가 얼마가 되든 목소리가 커 여론을 만드는 것”이라며 “이 주류의 흐름에 올라탄 사람이 정 대표다. 이 대통령이 대표이던 때와는 다른 모습의 민주당을 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직 남은 정 견제 세력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SNS에 올렸다 곧바로 삭제한 게시글이 화제다. 민주당은 지난달 19~20일 양일간 경주를 찾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준비 상황을 점검했는데 정 대표가 마치 천마총 금관을 쓰고 있는 듯한 착시 사진이 문제가 된 것이다. 정 대표가 금관을 직접 착용한 것은 아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시에 왕 노릇을 한다” “벌써 왕인 것처럼 군다” 등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현재 해당 사진은 삭제됐지만 8·2 전당대회 때 불거진 박찬대 의원과의 앙금이 아직 남은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온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