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분뇨처리 오해와 진실

내가 싼 대소변 어떻게 될까

[일요시사 취재1팀] = 우리집 화장실에서 배출한 분뇨는 어디로 가서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변기 물을 내리면서 한 번씩 다들 품었던 의문이 아닐까. 시대와 지역에 따라 분뇨를 처리하는 방식이 제각각 다르지만, 저개발 국가에선 아직도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수질오염과 전염병이 발생해 큰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하수도법'에서 분뇨란 수거식 화장실에서 수거되는 액체성 또는 고체성의 오염물질(개인하수처리시설의 청소과정에서 발생하는 찌꺼기 포함)을 의미한다. 수세식 화장실이 설치된 각 가정이나 산업체 등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정화조 또는 오수처리시설에서 1차 처리된다.

신도시는 달라

이후 하수관망을 따라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가서 수질 기준에 맞게 최종 처리된 후 공동수역으로 방류되는 과정을 거친다. 정화조가 없는 재래식 화장실에서 발생하는 분뇨는 분뇨수거차량을 이용해 수거돼 분뇨처리시설에서 최종 처리되고 있다.

현행법에선 연 1회 이상 정화조 내부 청소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는데, 정화조 청소를 하지 않으면 분뇨가 정화되지 않은 채 하수구로 방류돼 수질오염 및 악취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정화조 청소를 이행하지 않으면 10만∼100만원 사이의 과태료가 부과되는데, 지자체에서 대상자에게 등기 안내문을 보내 청소하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대부분 잘 협조되고 있다고 한다.

정화조가 없는 지역은 앞서 밝혔듯 분뇨수거차량을 이용해 수거하는데, 매해 한 번 이상씩 수거해 각 지자체마다 분뇨를 버리도록 지정된 분뇨처리시설로 가져간다. 분뇨처리시설에서 슬러지(침전물)는 따로 처리하고 오수는 공공하수처리시설로 연계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하수종말처리장 내에 분뇨처리시설을 함께 두고 있는데 따로 건설돼 있는 지자체도 있다. 


모 지자체 수질환경사업소에 따르면, 최근 건설되는 신도시 지역 건물엔 정화조가 없다고 한다. 분뇨를 포함한 하수가 ‘직관’이라고 불리는 하수관을 통해 바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가는 것이다. 내곡지구, 마포구 상암DMC, 서초구 양재동 등의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서울시의 경우 현재 중랑, 서남, 난지, 탄천 등 총 4곳의 공공하수처리시설이 있다. 해당 시설은 하수종말처리장, 물재생센터, (수질)환경사업소 등으로 지자체마다 다르게 명칭하고 있다. 상수도사업소가 정수사업소, 맑은물관리사업소 등으로 불리는 것과 같다.  

서울시의 1일 하수(생활하수·분뇨 포함) 발생량은 2006년 494만6000톤, 2010년 465만6000톤이 발생했으며, 2012년 518만2000톤인 것으로 집계됐다. 분뇨처리시설 내엔 정화조 슬러지와 분뇨가 연 365일 지속적으로 반입되고 있다. 지난 2004년 1월부터는 음식폐기물 침출수도 반입되면서 함께 처리되고 있다.

하루 140톤을 처리할 수 있는 분뇨처리시설의 경우 지름 65㎜의 투입구가 45개 마련돼 있다. 분뇨가 처음 들어가는 종합협잡물 처리기는 분뇨 폐수 속에 함유된 5㎜ 이상 고형물을 제거하는 전처리 시설이다. 미세협잡물은 원심분리기를 통해 제거한다.

이렇게 전처리된 분뇨는 호기성(好氣性) 미생물(공기가 충분한 곳에서 생존하는 균)을 이용해 약 16일 동안 1차로 처리한다. 이것을 자연 침강시켜 고액분리한 후 침전오니(침전물)의 일부는 1차 탈질조로 반송하고 잉여오니는 탈수 처리한다. 2차 탈질조를 통해 다시 한 번 처리하며, 이 역시 호기성 미생물을 이용한다.
 

이후 1·2차 침전오니와 농축오니를 슬러지와 탈리액으로 분해한다. 마지막으로 한외여과막을 통해 분뇨 속의 각종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처리수를 모래 여과시켜 최종 방류한다.    

변기 물 내리면 정화조로 직행
종말처리장서 수질정화후 방류


각 지자체 하수종말처리장마다 견학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곳이 많다. 경기도의 모 지자체 소속 수질환경사업소 관계자는 “처리장에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40분 정도 소요되는 견학 코스를 마련하고 있다. 혐오시설이지만 누군가는 처리해야 하는 것”이라며 “예전과 달리 복합시설을 지어 주민친화적으로 한다. 요즘은 기술이 발달해서 악취가 나지 않는다. 시설 규모와 유입량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유입에서 최종 처리까지 12시간 정도 걸린다”고 귀띔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사이 중랑·난지·서남·탄천 등 4개 물재생센터 내 문화·체육시설을 이용한 시민은 총 13만6528명이었다. 이 외에도 각종 공연, 벼 베기 행사, 어린이 그림 그리기 대회, 정화조 찌꺼기와 지렁이를 이용한 ‘지렁이 분변토’ 꽃 화분 만들기 체험 행사, 골프·테니스·탁구장 등의 체육시설 개방 등을 통해 기피시설로 여겨졌던 물재생센터를 지역민들에게 친근한 공간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해 1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인분을 단 5분 만에 처리해 만들어낸 물을 들이킨 후 “그냥 물이네요”라고 말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것은 인분을 재니키 만능제조기라는 기계에 넣어 1000°C 이상의 높은 온도로 태워서 순수한 수증기만 걸러내 식수로 만든 것으로,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는다. 처리과정에서 생기는 열은 전기로 전환하고 바싹 마른 오물 덩어리는 비료로 쓸 수 있는데다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절약할 수 있어 '일석사조'인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활용법도

또 분뇨를 로켓 연료로 전환하는 방안, 동물 분뇨에서 뽑아낸 인을 식량 경작을 위한 필수 영양분인 인(P)으로 전환하는 방법 등이 현재 유럽에서 연구 중이다. 일본의 한 연구진은 돼지 분뇨에서 추출한 바이오가스를 연료로 하는 ‘고체 산화형 연료전지(SOFC)’를 개발하기도 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한민국 하수처리 역사

1394년(태조 3년) 10월 개성에서 한양으로 천도한 후부터 하수처리가 있었으나, 조선시대엔 도성 내의 청계천 개수정비가 하수도사업의 전부였다. 당시 도성 내의 하수를 성 밖으로 유출시키는 청계천은 우기에 자주 범람했는데 이로 인한 가옥 침수가 극심했고 하수구도 여기에 연결돼 있어 매우 불결했다고 기록돼 있다. 이로 인해 전염병이 발생하는 등 큰 문제가 됐으나 태종 11년(1411년) 개거도감을 설치한 이래로 청계천을 개수, 준설해왔다.

1410∼1430년(태종11년∼세종 16년)에 최초로 자연하천에 제방을 쌓고, 폭을 넓히는 공사와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1760년(영조 36년)에 대대적인 청계천 개수 준설작업이 있었다.

근대적인 하수도는 일제침략으로 건설됐다. 1910년 한일합방이 이뤄진 경성부 시대에 1917∼1941년 4기에 걸쳐 225㎞의 하수도 개수공사가 이뤄졌다.

해방 후엔 6·25전쟁 직전 청계천 준설을 했다. 1954년 전후 복구사업으로 하수도 개량공사에 착수했다. 하수에 의한 공공수역의 수질오염이 사회문제로 대두되면서 1976년에 국내 처음으로 하루에 15만톤의 하수를 처리할 수 있는 청계천하수처리장을 건설한 데 이어 1979년 21만톤을 처리할 수 있는 중랑하수처리장을 건설, 가동에 들어갔다.

계속해서 가양, 난지, 탄천하수처리장을 건설했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부터는 본격적인 하수처리 시대를 맞게 됐으며 하수사업의 재원확보를 위해 원인자 부담금 원칙에 따른 하수도 사용료를 1984년부터 징수해왔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와서 하수도 시설에 문제점이 발견됐다. 하수관을 점검한 결과 전체 9889㎞ 길이의 하수관이 파손되거나 이음부가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수가 새어나가 지하수, 토양, 하천을 오염시키고 있고 많은 양의 지하수가 하수관 내에 들어와 하수처리장으로 유입되고 있어 맑은 물을 처리하게 되는 등 처리효율을 저해했다. 이에 지난 1992년부터 하수관에 내시경 카메라를 이용해 정밀조사를 시행한 결과, 평균 4m마다 1개소가 불량한 것으로 판명돼 이를 시정하기 위해 하수관 종합정비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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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