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녀 몰리는 칭다오 노래방 실태

1회 10만원 그것도 떼이기 일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20대 남성 박모씨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진출한 모 한국기업의 주재원이었다. 칭다오 유흥가엔 한글 간판을 단 주점과 노래방을 쉽게 볼 수 있다. 업주는 주로 한국인과 조선족, 탈북자들이다. 박씨는 한 노래방에 갔다가 그 곳에서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하는 접대부 A씨를 만났다. 그녀는 노래방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손님이 원하면 성매매도 했다. 

박씨는 A씨가 맘에 들어서 자주 그녀를 보러 노래방에 갔다. 얼마 후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다. 서로 마음을 터놓게 되면서 A씨는 자신이 조선족이 아니라 탈북자라고 고백했다. 그녀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의 탈북자로,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후 여러 차례 ‘인신매매’를 당하면서 칭다오까지 오게 됐다. 그녀는 박씨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손님 접대 기본
원하면 성매매도

업주인 탈북자는 “일을 열심히 하면 3년 후에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A씨를 데려오면서 인신매매조직에게 지불한 인민폐 3만위안(525만원)을 빚으로 지웠다. 그 외에 숙식과 공안에게 바치는 뇌물까지 사채이자로 계산해 그녀에게 떠넘겼다.

같이 일하던 탈북여성이 3년을 채웠지만 한국에 보내주지 않고 다른 지역의 유흥가에 팔아넘기는 것도 봤다. 성매매로 번 돈도 주지 않았고 A씨는 손님에게 따로 받은 봉사료만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일을 해도 빚을 청산할 수 없는 구조였다.

교제가 2년가량 이어지면서 박씨는 A씨를 노래방에서 구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 김모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씨는 단둥의 선교사인 또 다른 김모씨에게 A씨를 보냈다. 김씨는 선교사 신분을 감추고 단둥에서 국수공장을 운영했다.


김 선교사는 A씨에게 한국에 가는 비용을 2만위안이라고 하고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그 비용을 제해 나가라고 했다. 김 선교사는 매달 1500위안씩 제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숙식비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14개월가량 일하면 한국에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숙식비는 따로 계산되기 때문에 실제론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였다. 공장 일은 고됐고 언제까지 일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선교사 신분으로 한국에 가는 비용을 당당히 요구하는 김씨를 신뢰할 수 없었다. A씨는 석달을 일하다가 칭다오(靑島)의 노래방으로 돌아와 버렸다.

박씨는 여자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는 고민 끝에 한국에 들어와 한 인권단체에 호소했다. 인권단체 소속의 활동가가 직접 칭다오로 날아와 A씨를 구출해 서울로 데려왔다.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국에 정착한 A씨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우연한 기회에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했는데 출연을 계기로 유명해지자, 연인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고 A씨는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A씨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많은 탈북여성들이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뒤 여러 차례 인신매매를 당하면서 중국 전역을 떠돈다. 나이, 외모, 신장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 한족과 강제결혼을 하기도 하고 조선족 남성과 동거하기도 한다. 식당에서 일하거나 화상채팅,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그나마도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폭행을 당해도 탈북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신고는커녕 어디에 호소조차 할 수 없다.

유흥가서 일하는 탈북여성들 늘어
빚으로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

산둥성(山東省) 칭다오는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고 시 예산에서 한국기업이 내는 세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타 지역에 비해 탈북자에게 관대하다고 알려졌다. 그러한 이유로 칭다오시엔 탈북자들이 많이 머무르고 있다. 한 조선족은 “한국인들이 칭다오 유흥가에서 돈을 잘 쓰고 현지처를 두고 흥청망청한다는 안 좋은 인식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곳 유흥가의 한글 간판을 단 술집이나 한국식 노래방에선 탈북여성 도우미를 흔히 볼 수 있다. 국내 인권단체는 칭다오시 노래방 10여개 업소에 약 200여명의 탈북여성이 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업주도 탈북자나 조선족이다. 특히 국내 ‘탈북인권단체’ 간부가 업주인 곳도 있다는 제보가 있어 충격적이다. 이들 탈북인권단체는 정부로부터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을 받고 있고 전 세계로 다니면서 북한정권을 비판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북제재, 북한인권법 제정, 대북전단,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활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같은 탈북동포를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꾀어 성매매에 내몰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와 이들을 돕는 한국인 활동가들은 “탈북자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외국에서 같은 동포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것을 자기들의 ‘치부’라고 여긴 듯 했다.

한국 갈 비용
북에 송금하려

탈북여성들은 낮엔 숙소에서 자고 밤에 일한다.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거나 한국에 갈 비용을 모으려고 노래방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 입국한 전체 탈북자 2만9000여명의 70%가 여성인데, 중국에서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탈북여성들이 약 ‘20만명’인 것으로 인권구호단체는 추산하고 있다. 여성들은 노래방에서 손님들을 접대한 후 손님이 원하면 근처 민박집에서 성매매를 한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도 부지기수다. 탈북자라고 해서 처음부터 남한행을 목표로 북한을 탈출한 것은 아니다. 보통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도강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탈북을 하면 중국 도시의 환한 불빛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한다. 중국의 번영과 풍요로움에 압도되는 것이다. 처음 며칠은 신세계에 놀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한국을 더 잘 산다고 여기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충격을 받는다. 이렇게 중국에서 살면서 TV와 인터넷 등을 접한 후 북한체제의 허구와 기만성을 깨닫고 남한행을 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된 생활이 반복되고 브로커에게 지불할 돈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들도 생겨나게 마련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엔 월경 및 탈북이 중범죄였다. 탈북을 했다가 체포되면 무시무시한 처벌이 뒤따랐다.
 

요즘은 1∼2주간의 조사를 통해 한국인과의 접촉 여부, 기독교 등의 종교를 접했는지 여부를 추궁한다.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 몇 개월 감금 후 석방을 시킨다. 이렇게 처벌수위가 낮기 때문에 처벌을 감수하고 북한의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들도 있다. 무사히 한국에 온다고 해도 북한에 남겨진 가족에게 송금하거나 가족을 데려오는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한국기업 직원들이 단골손님
서로 눈맞아 교제하다 구출도

한편 지난 2011년에도 중국 칭다오에서 탈북여성들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시킨 업주가 국내 경찰에 의해 검거, 재판에 넘겨진 예가 있다. 업주도 10년 전 탈북한 여성이었다.

업주 김모(40)씨는 인신매매한 탈북여성 70여명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강요했다. 피해여성들은 1회당 10만원을 받고 성매매에 나섰으며 김씨는 이중 20%의 수익을 빼앗았다. 또한 성매매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폭행하고, 업소를 탈출한 A씨를 찾아가 수십만원의 돈을 빼앗기도 했다.

김씨는 “한국에 가게 해주겠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해 자신이 운영하는 중국 칭다오의 보도방으로 피해 여성들을 유인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탈북여성들을 도와주려고 한 것뿐”이라며 “갈 곳 없는 애들을 내가 보호해주지 않았나”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녀는 중국 공안당국의 수사를 피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체포됐다.

경찰이 타국에서 북한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헌법상 북한인도 자국민으로 보고 있다”며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수십 명의 탈북여성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업차 칭다오에 간 한국인 사업가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업주를 체포하고 피해여성들을 구출할 수 있었다.

중 업소 종사 
탈북녀 20만명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북여성들이 비자발적으로 인신매매에 의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으나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일어날 수 있어서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전문적으로 조사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중국 측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입국자로 보고 북한에 송환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중국 정부에게 강제송환하지 말고 국제규범을 준수하라고 꾸준히 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난민 지위를 부여해 한국에 오게 하긴 어렵지만 탈북자가 입국을 원하면 언제든 전원수용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기도 도농복합지역 탈북자 티켓다방 성업


중국 뿐 아니라 국내에도 탈북여성을 고용한 유흥업소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커피 배달과 성매매를 알선하는 소위 ‘티켓다방’이 경기도 안성, 화성, 평택, 용인, 안산 등지에서 불법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탈북자로 알려져 있다. 업주도 같은 탈북자다. 

업주는 평소 알고 지내거나 지인에게 소개받은 탈북여성 4∼8명을 고용해 다방 내에서 술을 판매하고 접대토록 하고 있다. 시간당 2만∼5만원 상당의 티켓을 끊고 받은 돈은 업주와 반씩 나누는데, 매월 평균 3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주들은 종업원들에게 결근비와 지각비 등의 명목으로 수시로 벌금을 걷었다. 여성들은 30대 중반∼40대 중반으로, 주로 지역의 50∼70대 장·노년층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한 탈북자단체장이 용인과 이천에 노래방을 소유하고 있다는 제보도 받았다. 이 노래방은 티켓다방과 마찬가지로 속칭 ‘2차’(성매매)가 가능한 곳으로 역시 탈북여성들을 고용해 불법영업 중이다. 이 단체장은 종편방송 등에 자주 출연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탈북자다.

또 용인시 백암면 지역 티켓다방에도 탈북남성이 탈북여성을 고용해 불법영업 중이라는 제보가 나왔다. 백암면 지역엔 약 40여개의 티켓다방이 있는데 다방마다 평균 5명씩을 고용해 약 200여명의 탈북여성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대부분 탈북동포가 운영 중이다.

한 탈북자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고 들었다”면서 “지가가 갑자기 올라 벼락부자가 되면서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어진 지역민들이 많은데 이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한국에 와서 처음엔 식당일 등을 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먹고 살기가 어려워 티켓다방을 하게 됐다”며 “한국사람들도 다 불법영업을 하는데 왜 탈북자만 단속하느냐”고 항의했다.

탈북자마다 전담 경찰관이 있지만 경찰 1명당 평균 수십 명을 관리하다 보니 한명 한명 세심하게 신경 쓰기가 어렵다. 탈북자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선 담당 경찰에 대한 불만과 평가가 올라와 있다.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있고 모르는 것을 잘 가르쳐 준다는 의견이 다수이나 “담당 경찰관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고 누구인지 모른다” “귀찮게 한다” “가르치려 든다” “간섭이 심하다” 등의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 탈북자단체장은 이들이 꿈에 그리던 남한행을 이뤘음에도 불법적인 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차별과 편견 때문에 탈북자들이 조직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어렵게 취직을 해도 조금 다니다가 그만 두곤 한다. 탈북남성들의 경우 여성보다 더 그런 편견에 노출돼 있어 대부분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데 그러다 보니 그런 일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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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계엄 비선’ 노상원·명태균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안보 공약과 정치적 스탠스 등에 조언을 아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직접적으로 연락하면서 국정 전반에 개입한 의혹을 받는 명태균씨의 모습과 맞닿아 있는 대목이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군 인사뿐만 아니라 국방정책과 사업에까지 손을 댔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통상 비선 실세는 외부서 활동한다. 대통령으로부터 보직을 받지 않았음에도 최측근으로 꼽히는 인사들과 정부의 정책과 정치적 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윤석열정부서 이 같은 행위를 한 이들은 주로 ‘무속 관련자’들이었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등도 정부 정책 및 인사에 개입한 의혹의 당사자들이다. 안보 분야 대책 조언 노 전 사령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통해 안보 공약이나 지지율 상승 방안 등을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5일 <한겨레> 단독 보도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대통령이 대선 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역공 대비 등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 같은 상황을 볼 때 윤 대통령은 노 전 사령관의 존재를 수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은 김 전 장관은 노 전 사령관을 윤 대통령에게 인사시키려 했으나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이 몇 번 (윤 대통령에게 자신을) 인사시키려 했는데, 저 스스로 성 관련 범행에 대한 멍에가 있어서 안 본다고 했다”며 “(김 전 장관이)군인공제회 산하단체 비상근 사외이사 자리를 주겠다고 했는데 (국회)국방위원회서 다 밝혀질 거라 사양했다. 공기업 임원 얘기도 했지만 같은 이유로 사양했다”고 진술했다. 노 전 사령관의 의혹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노 전 사령관이 자신의 인맥을 활용해 국방사업에도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16일 “12·3 내란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전 국방부 장관), 노상원(전 정보사령관), 여인형(방첩사령관), 김용군(예비역 대령)은 방위산업을 고리로 한 경제공동체”라고 주장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이 경호처장 시절 그의 영향력으로 국가정보원 예산 500억원이 육군 전자전 무인 정찰기(UAV) 사업 예산으로 편성 추진했다. 당시 이 예산은 ‘김용현 처장 꼬리표 예산’으로 불렸다는 게 추 의원의 주장이다. 노, 윤 대선후보 시절부터 감 놔라 배 놔라 실제 김 통해 일부 이행…윤 직접 접촉 시도 추 의원은 “2023년 이 사업에 도입될 기종은 노상원이 (당시)재직 중이던 일광공영이 국내 총판인 이스라엘 항공우주산업(IAI)의 헤론으로 결정됐다. 일광공영은 무기 중개상 1세대로 불리며, 2000년 러시아 무기 도입 사업인 불곰사업으로 유명한 이규태가 운영하는 방산업체다. 노 전 사령관은 최근 3년간 일광공영에 근무했다”고 말했다. 통상 무기체계 등 전력사업은 육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가 관리한다. 그러나 해당 사업은 당시 육군 정보작전참모부장이던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관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사업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아 중단됐다. 추 의원은 노 전 사령관과 윤 대통령 일가와의 연결고리 의혹도 제기했다. 그는 “노상원은 이미 2015∼2016년 박근혜정부 때부터 김충식과 후원을 주고받는 관계였다”며 “김충식은 윤석열의 장인 행세를 하는 분이고, 장모 최은순 여사와 사적인 관계 또는 경제공동체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노 전 사령관은 국방·안보 분야 조언에 그쳤다. 명씨는 정부 사업과 정치 권력 전반에 영향을 끼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굳이 둘을 놓고 비교하자면 노 전 사령관보다 명씨의 비선 실세 서열이 한 수 위인 셈이다. <시사IN>이 공개한 윤 대통령 일가와 명씨의 카카오톡·텔레그램 대화 원본을 보면 명씨는 사실상 국회의원 후보 선정과 경제 사업 추진에 판을 짜는 플래너였다. 실제 명씨는 지난 2021년 7월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에 입당하기 전 이뤄진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가진 비공개 회동부터, 그 이후 진행된 윤 대통령의 정치인 접촉을 주도했다. 이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당시 김 여사는 JTBC가 보도한 ‘윤석열·이준석 비공개 회동’ 기사 링크를 보냈다. 김 여사는 명씨에게 “큰일이네요. 왜 준석씨가 이렇게까지 발설했을까요. 남편에게는 완전 악재인데요ㅠ”라며 “선생님(명태균씨)께서 단단히 말씀하셨을 것 같은데요”라고 말했다. 닮은 듯 다른 듯 이들은 대선후보 여론조사 결과 보고서를 각각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 명씨가 윤 대통령 부부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그 대가로 2022년 6월 보궐선거서 국민의힘 김영선 전 의원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이 ‘명태균 게이트’의 핵심이다. 명씨는 윤 대통령의 일정과 행보에 대한 사후 보고, 평가, 조언도 김 여사에게 더 자주 했다. 예시로 2021년 7월29일,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부산 방문 당시 실언한 점을 포착한 영상 보도 링크를 보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이한열 열사가 새겨진 1987년 6월 항쟁 기념 조형물을 보고 ‘1979년 부마항쟁이냐’라고 물어 논란이 된 상황이었다. 명씨는 말실수를 한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메시지를 보내 “미리 방문하는 곳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21년 9월17일과 18일, 20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윤 대통령의 경북·경남지역 방문 관련 반응이 담긴 언론 기사와 여론조사 결과를 보냈다. 명씨는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의 일정을 자신이 기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하기도 했다. 명씨는 자신의 ‘기획물(지역 방문 일정)’ 결과를 김 여사에게 보고했다. 특히 윤 대통령의 경남 일정 이후 ‘창원 전·현직 도·시의원 33명이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는 내용의 기사 링크도 김 여사에게 먼저 보냈다. 대선 캠프에 소속되지 않은 명씨가 후보 일정에 개입한 것이다. 특히 명씨는 검찰서 자신이 기획한 경남 일정 가운데 창녕 방문을 자랑스럽게 설명했다. 당시 창녕 방문이 윤석열 후보자에게 가장 중요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창녕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 경쟁자인 홍준표 당시 예비후보의 고향이다. 홍 후보를 견제하기 위해 창녕 방문 일정을 넣었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입 열면 쑥대밭 명씨는 윤석열 캠프 인사 개입 의혹도 받는다. 명씨와 김 여사의 대화를 보면, 이 의혹 역시 두 사람으로부터 시작됐다. 명씨가 김 여사와 캠프 인사 문제를 상의했고, 그 결과가 일부 실현된 사실이 확인된다. 2021년 7월16일 김 여사는 명씨에게 황준국 전 주영국 대사 프로필을 공유했다. 그러면서 “후원회장으로 어떤가요? 이권과 연결도 안 돼있다”고 했다. 김 여사가 명씨에게 이 메시지를 받은 다음날인 7월17일, 황 전 대사는 윤석열의 후원회장으로 위촉됐다. 정통 외교관 출신 인사가 대선후보 후원회장을 맡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2021년 7월19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프로필을 보냈다. 그러면서 ‘총장님께서 물어보신 임태희 실장’이라며 장문의 설명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먼저 명씨에게 임 교육감 세평을 물었는데, 명씨는 그 답을 윤 대통령이 아닌 김 여사에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임 교육감은 2021년 12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총괄상황본부장을 맡았다. 한 달여 뒤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자신이 국민의힘 의원이었던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시지를 캡처해 보냈다. 박 지사는 “명 대표 나도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말했고, 8월1일 “윤 총장 전화 왔습니다. 열심히 할게요”라고 말했다. 7월31일, 명씨는 윤 대통령에게 박 지사 연락처를 전달하면서 “전화하면 총장님을 돕겠다고 할 것”이라고 했다. 이후 8월6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명씨와 윤 대통령 자택인 서울 아크로비스타에 방문했고 윤 대통령과 사진도 찍었다. 이 같은 명씨의 영향력이 정치권서 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한 이후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주고받았다. 2023년(연도 추정) 4월6일 김 여사가 명씨에게 ‘김건희 여사, 명태균과 국사를 논의한다는 소문’이라는 제목의 정보지 글을 공유했다. 김 여사가 천공 스승과 거리를 두고 명씨와 국사를 논의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노·명 전부 무속 의혹 제기 “여사 연결고리?” 명, 침묵하는 노와 대조적 “30명 죽일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으려 했던 이유가 명씨의 조언 때문이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명씨는 웃으며 “세상에 천벌 받을 사람들이 많네요”라고 했다. 4월15일에는 명씨가 김 여사에게 네잎클로버 사진을 보냈다. 명씨는 “여사님 행운의 징표인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여사님께 보내드린다”며 “윤석열정부 꼭 성공한 정부가 될 겁니다”고 했다. 김 여사는 V자 손가락 이모티콘으로 화답했다. 노 전 사령관은 가장 논란이 된 이른바 ‘노상원 수첩’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검찰 조사에서까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 국지전 유도와 북풍 공작 등의 음모론 같은 의혹은 아직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명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검찰 조사에 임하면서 국민의힘과 윤 대통령 일가의 ‘뇌관’을 자처하고 있다. 창원구치소에 수감 중인 명씨는 최근 노영희 변호사와의 접견서 “국민의힘 주요 정치인 30명을 죽일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내가 한 말은 전부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명씨와 연루 의혹이 있는 인사들이 정치권 내에서 이른바 ‘명태균 리스트’로 분류되긴 했지만, 명씨가 직접 숫자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명씨 관련 의혹을 폭로한 강혜경씨는 지난해 10월 명씨와 연관됐다고 주장하며 여야 정치인 27명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명씨의 정치권 인맥은 ‘황금폰’이라고 불리는 명씨 휴대전화서 일부 포착된 적이 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명씨의 휴대전화를 넘겨받아 포렌식을 진행했다. 당시 검찰은 명씨의 휴대전화에 연락처가 저장된 전·현직 정치인 140명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명씨 측 남상권 변호사는 지난달 1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서 “명씨 황금폰 포렌식 과정서 너무 많은 정치인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며 “명씨 휴대전화에 저장된 전·현직 국회의원이 140명이 넘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금폰 포렌식 명씨는 “내가 최재형 전 감사원장을 국무총리로, 이준석 의원을 미국 대북특사로 추천을 했었다”면서 “당시 국민의힘 관련 윤한홍, 박완수, 김영선, 김종인 등에 대한 자료가 많다”고 유력 정치인들의 이름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특히 명씨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에 대해 “(이들에 대해)얘기할 것이 아주 많다”며 “민낯을, 껍질을 벗겨 놓겠다”고 거친 언사를 쓴 것으로도 파악됐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