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녀 몰리는 칭다오 노래방 실태

1회 10만원 그것도 떼이기 일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20대 남성 박모씨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진출한 모 한국기업의 주재원이었다. 칭다오 유흥가엔 한글 간판을 단 주점과 노래방을 쉽게 볼 수 있다. 업주는 주로 한국인과 조선족, 탈북자들이다. 박씨는 한 노래방에 갔다가 그 곳에서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하는 접대부 A씨를 만났다. 그녀는 노래방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손님이 원하면 성매매도 했다. 

박씨는 A씨가 맘에 들어서 자주 그녀를 보러 노래방에 갔다. 얼마 후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다. 서로 마음을 터놓게 되면서 A씨는 자신이 조선족이 아니라 탈북자라고 고백했다. 그녀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의 탈북자로,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후 여러 차례 ‘인신매매’를 당하면서 칭다오까지 오게 됐다. 그녀는 박씨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손님 접대 기본
원하면 성매매도

업주인 탈북자는 “일을 열심히 하면 3년 후에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A씨를 데려오면서 인신매매조직에게 지불한 인민폐 3만위안(525만원)을 빚으로 지웠다. 그 외에 숙식과 공안에게 바치는 뇌물까지 사채이자로 계산해 그녀에게 떠넘겼다.

같이 일하던 탈북여성이 3년을 채웠지만 한국에 보내주지 않고 다른 지역의 유흥가에 팔아넘기는 것도 봤다. 성매매로 번 돈도 주지 않았고 A씨는 손님에게 따로 받은 봉사료만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일을 해도 빚을 청산할 수 없는 구조였다.

교제가 2년가량 이어지면서 박씨는 A씨를 노래방에서 구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 김모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씨는 단둥의 선교사인 또 다른 김모씨에게 A씨를 보냈다. 김씨는 선교사 신분을 감추고 단둥에서 국수공장을 운영했다.


김 선교사는 A씨에게 한국에 가는 비용을 2만위안이라고 하고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그 비용을 제해 나가라고 했다. 김 선교사는 매달 1500위안씩 제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숙식비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14개월가량 일하면 한국에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숙식비는 따로 계산되기 때문에 실제론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였다. 공장 일은 고됐고 언제까지 일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선교사 신분으로 한국에 가는 비용을 당당히 요구하는 김씨를 신뢰할 수 없었다. A씨는 석달을 일하다가 칭다오(靑島)의 노래방으로 돌아와 버렸다.

박씨는 여자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는 고민 끝에 한국에 들어와 한 인권단체에 호소했다. 인권단체 소속의 활동가가 직접 칭다오로 날아와 A씨를 구출해 서울로 데려왔다.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국에 정착한 A씨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우연한 기회에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했는데 출연을 계기로 유명해지자, 연인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고 A씨는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A씨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많은 탈북여성들이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뒤 여러 차례 인신매매를 당하면서 중국 전역을 떠돈다. 나이, 외모, 신장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 한족과 강제결혼을 하기도 하고 조선족 남성과 동거하기도 한다. 식당에서 일하거나 화상채팅,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그나마도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폭행을 당해도 탈북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신고는커녕 어디에 호소조차 할 수 없다.

유흥가서 일하는 탈북여성들 늘어
빚으로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

산둥성(山東省) 칭다오는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고 시 예산에서 한국기업이 내는 세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타 지역에 비해 탈북자에게 관대하다고 알려졌다. 그러한 이유로 칭다오시엔 탈북자들이 많이 머무르고 있다. 한 조선족은 “한국인들이 칭다오 유흥가에서 돈을 잘 쓰고 현지처를 두고 흥청망청한다는 안 좋은 인식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곳 유흥가의 한글 간판을 단 술집이나 한국식 노래방에선 탈북여성 도우미를 흔히 볼 수 있다. 국내 인권단체는 칭다오시 노래방 10여개 업소에 약 200여명의 탈북여성이 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업주도 탈북자나 조선족이다. 특히 국내 ‘탈북인권단체’ 간부가 업주인 곳도 있다는 제보가 있어 충격적이다. 이들 탈북인권단체는 정부로부터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을 받고 있고 전 세계로 다니면서 북한정권을 비판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북제재, 북한인권법 제정, 대북전단,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활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같은 탈북동포를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꾀어 성매매에 내몰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와 이들을 돕는 한국인 활동가들은 “탈북자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외국에서 같은 동포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것을 자기들의 ‘치부’라고 여긴 듯 했다.

한국 갈 비용
북에 송금하려

탈북여성들은 낮엔 숙소에서 자고 밤에 일한다.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거나 한국에 갈 비용을 모으려고 노래방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 입국한 전체 탈북자 2만9000여명의 70%가 여성인데, 중국에서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탈북여성들이 약 ‘20만명’인 것으로 인권구호단체는 추산하고 있다. 여성들은 노래방에서 손님들을 접대한 후 손님이 원하면 근처 민박집에서 성매매를 한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도 부지기수다. 탈북자라고 해서 처음부터 남한행을 목표로 북한을 탈출한 것은 아니다. 보통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도강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탈북을 하면 중국 도시의 환한 불빛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한다. 중국의 번영과 풍요로움에 압도되는 것이다. 처음 며칠은 신세계에 놀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한국을 더 잘 산다고 여기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충격을 받는다. 이렇게 중국에서 살면서 TV와 인터넷 등을 접한 후 북한체제의 허구와 기만성을 깨닫고 남한행을 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된 생활이 반복되고 브로커에게 지불할 돈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들도 생겨나게 마련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엔 월경 및 탈북이 중범죄였다. 탈북을 했다가 체포되면 무시무시한 처벌이 뒤따랐다.
 

요즘은 1∼2주간의 조사를 통해 한국인과의 접촉 여부, 기독교 등의 종교를 접했는지 여부를 추궁한다.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 몇 개월 감금 후 석방을 시킨다. 이렇게 처벌수위가 낮기 때문에 처벌을 감수하고 북한의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들도 있다. 무사히 한국에 온다고 해도 북한에 남겨진 가족에게 송금하거나 가족을 데려오는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한국기업 직원들이 단골손님
서로 눈맞아 교제하다 구출도

한편 지난 2011년에도 중국 칭다오에서 탈북여성들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시킨 업주가 국내 경찰에 의해 검거, 재판에 넘겨진 예가 있다. 업주도 10년 전 탈북한 여성이었다.

업주 김모(40)씨는 인신매매한 탈북여성 70여명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강요했다. 피해여성들은 1회당 10만원을 받고 성매매에 나섰으며 김씨는 이중 20%의 수익을 빼앗았다. 또한 성매매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폭행하고, 업소를 탈출한 A씨를 찾아가 수십만원의 돈을 빼앗기도 했다.

김씨는 “한국에 가게 해주겠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해 자신이 운영하는 중국 칭다오의 보도방으로 피해 여성들을 유인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탈북여성들을 도와주려고 한 것뿐”이라며 “갈 곳 없는 애들을 내가 보호해주지 않았나”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녀는 중국 공안당국의 수사를 피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체포됐다.

경찰이 타국에서 북한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헌법상 북한인도 자국민으로 보고 있다”며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수십 명의 탈북여성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업차 칭다오에 간 한국인 사업가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업주를 체포하고 피해여성들을 구출할 수 있었다.

중 업소 종사 
탈북녀 20만명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북여성들이 비자발적으로 인신매매에 의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으나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일어날 수 있어서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전문적으로 조사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중국 측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입국자로 보고 북한에 송환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중국 정부에게 강제송환하지 말고 국제규범을 준수하라고 꾸준히 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난민 지위를 부여해 한국에 오게 하긴 어렵지만 탈북자가 입국을 원하면 언제든 전원수용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기도 도농복합지역 탈북자 티켓다방 성업


중국 뿐 아니라 국내에도 탈북여성을 고용한 유흥업소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커피 배달과 성매매를 알선하는 소위 ‘티켓다방’이 경기도 안성, 화성, 평택, 용인, 안산 등지에서 불법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탈북자로 알려져 있다. 업주도 같은 탈북자다. 

업주는 평소 알고 지내거나 지인에게 소개받은 탈북여성 4∼8명을 고용해 다방 내에서 술을 판매하고 접대토록 하고 있다. 시간당 2만∼5만원 상당의 티켓을 끊고 받은 돈은 업주와 반씩 나누는데, 매월 평균 3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주들은 종업원들에게 결근비와 지각비 등의 명목으로 수시로 벌금을 걷었다. 여성들은 30대 중반∼40대 중반으로, 주로 지역의 50∼70대 장·노년층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한 탈북자단체장이 용인과 이천에 노래방을 소유하고 있다는 제보도 받았다. 이 노래방은 티켓다방과 마찬가지로 속칭 ‘2차’(성매매)가 가능한 곳으로 역시 탈북여성들을 고용해 불법영업 중이다. 이 단체장은 종편방송 등에 자주 출연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탈북자다.

또 용인시 백암면 지역 티켓다방에도 탈북남성이 탈북여성을 고용해 불법영업 중이라는 제보가 나왔다. 백암면 지역엔 약 40여개의 티켓다방이 있는데 다방마다 평균 5명씩을 고용해 약 200여명의 탈북여성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대부분 탈북동포가 운영 중이다.

한 탈북자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고 들었다”면서 “지가가 갑자기 올라 벼락부자가 되면서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어진 지역민들이 많은데 이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한국에 와서 처음엔 식당일 등을 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먹고 살기가 어려워 티켓다방을 하게 됐다”며 “한국사람들도 다 불법영업을 하는데 왜 탈북자만 단속하느냐”고 항의했다.

탈북자마다 전담 경찰관이 있지만 경찰 1명당 평균 수십 명을 관리하다 보니 한명 한명 세심하게 신경 쓰기가 어렵다. 탈북자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선 담당 경찰에 대한 불만과 평가가 올라와 있다.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있고 모르는 것을 잘 가르쳐 준다는 의견이 다수이나 “담당 경찰관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고 누구인지 모른다” “귀찮게 한다” “가르치려 든다” “간섭이 심하다” 등의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 탈북자단체장은 이들이 꿈에 그리던 남한행을 이뤘음에도 불법적인 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차별과 편견 때문에 탈북자들이 조직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어렵게 취직을 해도 조금 다니다가 그만 두곤 한다. 탈북남성들의 경우 여성보다 더 그런 편견에 노출돼 있어 대부분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데 그러다 보니 그런 일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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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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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