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녀 몰리는 칭다오 노래방 실태

1회 10만원 그것도 떼이기 일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20대 남성 박모씨는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 진출한 모 한국기업의 주재원이었다. 칭다오 유흥가엔 한글 간판을 단 주점과 노래방을 쉽게 볼 수 있다. 업주는 주로 한국인과 조선족, 탈북자들이다. 박씨는 한 노래방에 갔다가 그 곳에서 자신을 조선족이라고 소개하는 접대부 A씨를 만났다. 그녀는 노래방에서 손님을 접대하고 손님이 원하면 성매매도 했다. 

박씨는 A씨가 맘에 들어서 자주 그녀를 보러 노래방에 갔다. 얼마 후 두 사람은 교제를 시작했다. 서로 마음을 터놓게 되면서 A씨는 자신이 조선족이 아니라 탈북자라고 고백했다. 그녀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의 탈북자로,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후 여러 차례 ‘인신매매’를 당하면서 칭다오까지 오게 됐다. 그녀는 박씨에게 “도와 달라”고 부탁했다.

손님 접대 기본
원하면 성매매도

업주인 탈북자는 “일을 열심히 하면 3년 후에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했지만 A씨를 데려오면서 인신매매조직에게 지불한 인민폐 3만위안(525만원)을 빚으로 지웠다. 그 외에 숙식과 공안에게 바치는 뇌물까지 사채이자로 계산해 그녀에게 떠넘겼다.

같이 일하던 탈북여성이 3년을 채웠지만 한국에 보내주지 않고 다른 지역의 유흥가에 팔아넘기는 것도 봤다. 성매매로 번 돈도 주지 않았고 A씨는 손님에게 따로 받은 봉사료만 가질 수 있었다. 아무리 일을 해도 빚을 청산할 수 없는 구조였다.

교제가 2년가량 이어지면서 박씨는 A씨를 노래방에서 구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한국계 미국인 김모씨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김씨는 단둥의 선교사인 또 다른 김모씨에게 A씨를 보냈다. 김씨는 선교사 신분을 감추고 단둥에서 국수공장을 운영했다.

김 선교사는 A씨에게 한국에 가는 비용을 2만위안이라고 하고 자신의 공장에서 일하면서 그 비용을 제해 나가라고 했다. 김 선교사는 매달 1500위안씩 제해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숙식비는 따로 지불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다.

14개월가량 일하면 한국에 갈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숙식비는 따로 계산되기 때문에 실제론 더 오래 걸릴 것으로 보였다. 공장 일은 고됐고 언제까지 일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 무엇보다 선교사 신분으로 한국에 가는 비용을 당당히 요구하는 김씨를 신뢰할 수 없었다. A씨는 석달을 일하다가 칭다오(靑島)의 노래방으로 돌아와 버렸다.

박씨는 여자친구를 구출하기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그는 고민 끝에 한국에 들어와 한 인권단체에 호소했다. 인권단체 소속의 활동가가 직접 칭다오로 날아와 A씨를 구출해 서울로 데려왔다. 비용은 전혀 들지 않았다. 한국에 정착한 A씨는 오랫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우연한 기회에 채널A의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 출연했는데 출연을 계기로 유명해지자, 연인 사이에 틈이 벌어졌다. 두 사람은 헤어지게 됐고 A씨는 다른 남자를 만나 결혼했다.

A씨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많은 탈북여성들이 두만강을 건너 탈북한 뒤 여러 차례 인신매매를 당하면서 중국 전역을 떠돈다. 나이, 외모, 신장에 따라 가격이 책정된다. 한족과 강제결혼을 하기도 하고 조선족 남성과 동거하기도 한다. 식당에서 일하거나 화상채팅, 성매매를 하기도 한다. 그나마도 보수를 받지 못하거나 폭행을 당해도 탈북자라는 신분으로 인해 신고는커녕 어디에 호소조차 할 수 없다.

유흥가서 일하는 탈북여성들 늘어
빚으로 묶여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

산둥성(山東省) 칭다오는 우리 기업이 많이 진출해 있고 시 예산에서 한국기업이 내는 세금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타 지역에 비해 탈북자에게 관대하다고 알려졌다. 그러한 이유로 칭다오시엔 탈북자들이 많이 머무르고 있다. 한 조선족은 “한국인들이 칭다오 유흥가에서 돈을 잘 쓰고 현지처를 두고 흥청망청한다는 안 좋은 인식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이곳 유흥가의 한글 간판을 단 술집이나 한국식 노래방에선 탈북여성 도우미를 흔히 볼 수 있다. 국내 인권단체는 칭다오시 노래방 10여개 업소에 약 200여명의 탈북여성이 일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앞서 밝혔듯 업주도 탈북자나 조선족이다. 특히 국내 ‘탈북인권단체’ 간부가 업주인 곳도 있다는 제보가 있어 충격적이다. 이들 탈북인권단체는 정부로부터 각종 보조금과 지원금을 받고 있고 전 세계로 다니면서 북한정권을 비판하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북제재, 북한인권법 제정, 대북전단,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 활동 등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럼에도 같은 탈북동포를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꾀어 성매매에 내몰고 있는 것이다.

탈북자와 이들을 돕는 한국인 활동가들은 “탈북자가 운영하는 노래방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들은 외국에서 같은 동포를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것을 자기들의 ‘치부’라고 여긴 듯 했다.

한국 갈 비용
북에 송금하려

탈북여성들은 낮엔 숙소에서 자고 밤에 일한다. 북한의 가족에게 송금하거나 한국에 갈 비용을 모으려고 노래방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에 입국한 전체 탈북자 2만9000여명의 70%가 여성인데, 중국에서 성매매업에 종사하는 탈북여성들이 약 ‘20만명’인 것으로 인권구호단체는 추산하고 있다. 여성들은 노래방에서 손님들을 접대한 후 손님이 원하면 근처 민박집에서 성매매를 한다.

다시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도 부지기수다. 탈북자라고 해서 처음부터 남한행을 목표로 북한을 탈출한 것은 아니다. 보통은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도강하는 경우가 많다.

처음 탈북을 하면 중국 도시의 환한 불빛을 보고 깜짝 놀란다고 한다. 중국의 번영과 풍요로움에 압도되는 것이다. 처음 며칠은 신세계에 놀라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다. 그러나 중국인들이 한국을 더 잘 산다고 여기는 걸 보고 다시 한 번 충격을 받는다. 이렇게 중국에서 살면서 TV와 인터넷 등을 접한 후 북한체제의 허구와 기만성을 깨닫고 남한행을 결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고된 생활이 반복되고 브로커에게 지불할 돈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북한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들도 생겨나게 마련이다. 1990년대 중반 이전엔 월경 및 탈북이 중범죄였다. 탈북을 했다가 체포되면 무시무시한 처벌이 뒤따랐다.
 

요즘은 1∼2주간의 조사를 통해 한국인과의 접촉 여부, 기독교 등의 종교를 접했는지 여부를 추궁한다.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으면 몇 개월 감금 후 석방을 시킨다. 이렇게 처벌수위가 낮기 때문에 처벌을 감수하고 북한의 가족에게 돌아가고 싶어 하는 여성들도 있다. 무사히 한국에 온다고 해도 북한에 남겨진 가족에게 송금하거나 가족을 데려오는 브로커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밤낮없이 일하는 여성들이 부지기수다.

한국기업 직원들이 단골손님
서로 눈맞아 교제하다 구출도

한편 지난 2011년에도 중국 칭다오에서 탈북여성들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시킨 업주가 국내 경찰에 의해 검거, 재판에 넘겨진 예가 있다. 업주도 10년 전 탈북한 여성이었다.

업주 김모(40)씨는 인신매매한 탈북여성 70여명을 감금하고 성매매를 강요했다. 피해여성들은 1회당 10만원을 받고 성매매에 나섰으며 김씨는 이중 20%의 수익을 빼앗았다. 또한 성매매 실적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여성들을 폭행하고, 업소를 탈출한 A씨를 찾아가 수십만원의 돈을 빼앗기도 했다.

김씨는 “한국에 가게 해주겠다” “돈을 벌게 해주겠다”고 유혹해 자신이 운영하는 중국 칭다오의 보도방으로 피해 여성들을 유인했다.

김씨는 경찰 조사에서 “탈북여성들을 도와주려고 한 것뿐”이라며 “갈 곳 없는 애들을 내가 보호해주지 않았나”라며 범행을 부인했다. 그녀는 중국 공안당국의 수사를 피해 한국에 입국했다가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에 체포됐다.

경찰이 타국에서 북한인을 대상으로 벌어진 범죄에 대해 수사를 진행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국제범죄수사대 관계자는 “헌법상 북한인도 자국민으로 보고 있다”며 “특이한 경우이긴 하지만 수십 명의 탈북여성들이 피해를 보고 있어 수사에 나섰다”고 밝혔다. 경찰은 사업차 칭다오에 간 한국인 사업가의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업주를 체포하고 피해여성들을 구출할 수 있었다.

중 업소 종사 
탈북녀 20만명

김수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탈북여성들이 비자발적으로 인신매매에 의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돼 왔으나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일어날 수 있어서 실태 파악에 나서는 등 전문적으로 조사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중국 측은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불법입국자로 보고 북한에 송환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중국 정부에게 강제송환하지 말고 국제규범을 준수하라고 꾸준히 요구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난민 지위를 부여해 한국에 오게 하긴 어렵지만 탈북자가 입국을 원하면 언제든 전원수용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shin@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경기도 도농복합지역 탈북자 티켓다방 성업

중국 뿐 아니라 국내에도 탈북여성을 고용한 유흥업소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커피 배달과 성매매를 알선하는 소위 ‘티켓다방’이 경기도 안성, 화성, 평택, 용인, 안산 등지에서 불법영업 중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대부분이 탈북자로 알려져 있다. 업주도 같은 탈북자다. 

업주는 평소 알고 지내거나 지인에게 소개받은 탈북여성 4∼8명을 고용해 다방 내에서 술을 판매하고 접대토록 하고 있다. 시간당 2만∼5만원 상당의 티켓을 끊고 받은 돈은 업주와 반씩 나누는데, 매월 평균 3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주들은 종업원들에게 결근비와 지각비 등의 명목으로 수시로 벌금을 걷었다. 여성들은 30대 중반∼40대 중반으로, 주로 지역의 50∼70대 장·노년층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한 탈북자단체장이 용인과 이천에 노래방을 소유하고 있다는 제보도 받았다. 이 노래방은 티켓다방과 마찬가지로 속칭 ‘2차’(성매매)가 가능한 곳으로 역시 탈북여성들을 고용해 불법영업 중이다. 이 단체장은 종편방송 등에 자주 출연했고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한 탈북자다.

또 용인시 백암면 지역 티켓다방에도 탈북남성이 탈북여성을 고용해 불법영업 중이라는 제보가 나왔다. 백암면 지역엔 약 40여개의 티켓다방이 있는데 다방마다 평균 5명씩을 고용해 약 200여명의 탈북여성이 일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역시 대부분 탈북동포가 운영 중이다.

한 탈북자는 “지역민들 사이에서 원성이 자자하다고 들었다”면서 “지가가 갑자기 올라 벼락부자가 되면서 농사를 지을 필요가 없어진 지역민들이 많은데 이들을 상대로 성매매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에서 이들은 “한국에 와서 처음엔 식당일 등을 하고 열심히 살았지만 먹고 살기가 어려워 티켓다방을 하게 됐다”며 “한국사람들도 다 불법영업을 하는데 왜 탈북자만 단속하느냐”고 항의했다.

탈북자마다 전담 경찰관이 있지만 경찰 1명당 평균 수십 명을 관리하다 보니 한명 한명 세심하게 신경 쓰기가 어렵다. 탈북자들이 모이는 사이트에선 담당 경찰에 대한 불만과 평가가 올라와 있다.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있고 모르는 것을 잘 가르쳐 준다는 의견이 다수이나 “담당 경찰관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고 누구인지 모른다” “귀찮게 한다” “가르치려 든다” “간섭이 심하다” 등의 의견도 눈에 띄었다.

한 탈북자단체장은 이들이 꿈에 그리던 남한행을 이뤘음에도 불법적인 일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차별과 편견 때문에 탈북자들이 조직생활을 하기가 어렵다”면서 “어렵게 취직을 해도 조금 다니다가 그만 두곤 한다. 탈북남성들의 경우 여성보다 더 그런 편견에 노출돼 있어 대부분 직장을 다니지 못하는데 그러다 보니 그런 일을 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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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단독] 경찰 압수 비트코인 ‘1400억’ 털린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경찰이 압수한 비트코인 1700여개 중 1400개 이상이 사라졌다. 전체 피해액은 최소 1300억원에서 최대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충격적인 것은 탈취 시점과 방식, 그리고 접속 기기까지 모두 경찰 수사 과정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단순 해킹으로 보기 어려운 정황이 잇따라 확인되면서 사건의 성격이 ‘내부 연루 의혹’으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사건의 출발은 2021년 11월 광주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의 불법 도박사이트 수사였다. 광주청 수사과 소속 경사 김모씨 등은 범죄수익은닉 혐의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하며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을 받은 비트세븐 거래소 대표 이모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에 접속했다. 6분 간격 연결고리 당시 경찰은 피의자 이씨의 블록체인닷컴 지갑 계정에 접속해 비트코인 1798개를 확인했다. 경찰은 같은 날 오전 11시58분부터 약 40분간 27차례에 걸쳐 135개를 이체하며 1차 압수를 진행했다. 이후 접속이 차단됐다고 주장했지만, 불과 몇 시간 뒤인 11월10일 새벽과 오후, 경찰청 사무실에서 추가로 185개를 더 이체했다. 총 320개가 ‘정식 압수’됐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2021년 11월10일 오후 8시28분. 김 경사는 압수된 계정의 연동 이메일을 자신의 구글 계정으로 변경한다. 그리고 불과 12분 뒤인 8시40분부터, 지갑에 남아 있던 비트코인 1477개가 195차례에 걸쳐 외부 주소로 빠져나갔다. 압수 직후, 그것도 계정 권한이 경찰에게 완전히 넘어간 직후 벌어진 대규모 탈취였다. 블록체인닷컴이 제출한 IP 로그는 더욱 노골적이다. 11월9일부터 10일 오후 8시32분까지 모두 한국 IP를 사용한 수사관 접속 기록이다. 이후 마지막 김 경사의 접속 6분 뒤, 미국·우크라이나·캐나다 IP를 통한 접속이 연속으로 발생한다. VPN을 이용한 김 경사로 의심되는 ‘탈취자’의 접속이다. 수사관 로그인 → 6분 후 탈취 로그인 → 즉시 대량 이체로 이어진 것이다. 외부 해커의 우연한 침입이라 보기에는 타이밍이 지나치게 촘촘하고 정교하다. 결정적인 단서는 디바이스 로그다. 블록체인닷컴 측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계정에는 단 두 종류의 기기만 기록돼있다. 하나는 윈도우 기반 데스크톱, 다른 하나는 안드로이드 모바일이다. 이 중 안드로이드 접속은 단 한 번, 우크라이나 IP를 통해 이뤄졌다. 나머지 탈취 접속은 모두 윈도우 데스크톱이다. 문제는 그 윈도우 기기다. 로그에는 수사관이 사용한 윈도우 기기 외에 다른 데스크톱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다. 즉, 탈취자가 사용한 윈도우 PC가 별도 기기였다면 반드시 추가 로그가 남아야 하지만 그마저도 없다. 탈취 접속에 사용된 윈도우 기기가 수사관이 사용한 기기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수사관 접속 후 VPN 유출 시작 경찰이 사용한 기기가 쓰였다? 탈취 당시 상황도 석연치 않다. 계정 연동 이메일이 김 경사의 개인 계정으로 바뀐 직후 탈취가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최소 198건의 출금이 발생했다. 정상이라면 동일 수량의 알림 이메일이 수신돼야 한다. 그러나 김 경사의 이메일에는 단 7건만 남아 있다. 나머지 191건은 흔적조차 없다. 더욱이 김 경사는 당시 사무실에 남아 있었고, 탈취 시간 동안 계정 재접속을 시도했다고 진술했다. 그럼에도 본인 이메일로 전송된 출금 알림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단순 실수로 보기엔 삭제 규모가 과도하다. 선택적 삭제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수사 협조 전문가 박모씨의 분석 자료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정황이 발견됐다. 박씨는 11월11일 저녁, 탈취 자금 흐름을 분석한 노드 자료를 김 경사에게 전달했다. 그런데 해당 자료에는 그 시점 기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 트랜잭션이 포함돼있었다. 실제 해당 거래는 다음 날 새벽에야 블록체인에 기록된 것으로 확인된다. 블록체인 구조상 발생하지 않은 거래를 사전에 확인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해당 자료가 사후 수정됐거나, 탈취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씨는 사건 발생 한 달 뒤 탈취 사실을 인지하고 검찰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후 추가 진정까지 제출했지만, 수사는 2024년까지 사실상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다 뒤늦게 수사가 이뤄졌고, 결과는 반전이었다. 탈취 의혹은 규명되지 않은 채, 오히려 피해자가 허위 고발을 했다며 무고 혐의로 기소된 것이다. 국가 수사기관이 압수한 비트코인이 경찰 손을 거친 직후 대량으로 사라졌으나, 코인의 주인은 구속되고 경찰은 의심에서 벗어났다. 단순 해킹이라 보기에는 시점과 방식, 그리고 이후 수사 흐름까지 모든 것이 비정상적이다. 법원도 이미 “누군가 계정에 접근해 비트코인을 이체했다”고 판단했고, 검찰은 수사 정보 유출 의혹까지 제기하고 경찰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정작 탈취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무고 혐의로 법정에 서 있는 상황이다. ‘누가 훔쳤는가’라는 본질적 질문은 여전히 답을 얻지 못한 채 사건은 미궁으로 빠졌다. 알림 191건 흔적 없이… 경찰은 1일 전송 한도 때문에 압수가 며칠에 걸쳐 이뤄지는 사이, 이씨 측이 이를 빼돌렸다고 판단했다. 반면 이씨 측은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계정 접근권한을 사실상 장악한 수사기관 내부에서 탈취가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사건은 단순 범죄수익 환수 문제를 넘어 ‘압수된 국가 관리 자산이 어떻게 사라졌는가’라는 근본적 의문으로 확장됐다. 광주지법 항소심은 도박공간 개설과 범죄수익은닉 혐의 자체는 유죄로 인정하면서도, 사라진 1476개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이씨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누군가 이씨의 블록체인 계정에 접근해 당시까지 남아있던 비트코인 대부분을 다른 지갑으로 이체해 갔다”고 판시했다. 이는 곧 해당 비트코인의 이동 주체가 이씨로 특정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1심에서 600억원대에 달했던 불법 도박장 개설 혐의 등에 대한 추징금은 항소심에서 15억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이 판결은 중요한 함의를 갖는다. 법원이 최소한 “외부 혹은 제3자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다. 즉, 단순히 피고인이 숨기거나 빼돌린 사건이 아니라, 압수된 계정에 대한 추가 접근이 있었고 실제 자산 이동이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부정되지 않았다. 검찰 역시 이 사건을 단순히 피고인 책임으로만 보지 않았다. 2023년 11월 검찰은 광주경찰청과 서부경찰서를 상대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수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됐을 가능성과 압수 과정의 적법성을 확인하기 위한 조치였다. 이 과정에서 사건 브로커와 거액 자금 흐름까지 거론되며 사건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번졌다. 단순한 도박사이트 수사가 아니라 수사 기밀, 로비, 가상자산 이동이 뒤엉킨 구조적 사건으로 확장된 것이다. 최근 공판에서는 또 다른 쟁점이 드러났다. 증인으로 출석한 전문가 박씨 측 인물은 사라진 비트코인의 이동 경로를 분석한 결과 특정 거래소 계열 지갑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확인된다며, 도박사이트 운영 세력이 직접 자금을 이동시켰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의심받는 수사관 반면 이씨 측은 사건 직후 오히려 검찰에 진정을 제기하며 탈취 의혹을 먼저 제기한 점을 강조하며, 스스로 범행을 저질렀다면 그런 행동을 할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블록체인닷컴 측 자료에 따르면 ‘탈취자’는 VPN을 이용해 해외 IP로 접속했으며, 일부 접속은 데스크톱 환경에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됐다. 만약 이 분석이 사실이라면, 압수 과정에서 사용된 기기와 탈취에 사용된 기기가 동일하거나 밀접하게 연관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다만 이 같은 기술적 분석은 현재까지 법원에서 확정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메일 기록 역시 의문을 키운다. 탈취 과정에서 수백건에 달하는 출금이 발생했다면 이에 상응하는 알림 메일이 존재해야 정상이다. 그러나 일부 기록만 남아 있고 상당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온다. 만약 실제로 알림이 발송됐음에도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면, 이는 단순 오류가 아니라 의도적 삭제 가능성까지 의심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이 사건은 세 가지 축으로 압축된다. 첫째, 경찰이 압수한 가상자산이 왜 완전히 확보되지 못했는가. 둘째, 압수 이후 누가 해당 계정에 접근해 자산을 이동시켰는가. 셋째, 그 과정에서 수사기관 내부 혹은 외부 세력의 개입이 있었는가다. 상식적으로 국가가 압수한 자산은 그 어떤 개인소유보다도 안전하게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압수 직후 대규모 자산이 사라졌고, 책임 소재는 규명되지 않았으며, 의혹을 제기한 당사자는 오히려 피고인 신분이 됐다. 계정 변경 직후 사라져 이메일 변경 직후 작업 이 사건이 단순한 형사사건을 넘어서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압수된 자산조차 안전하게 관리되지 못한다면, 국가 형사사법 시스템에 대한 신뢰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특히 가상자산과 같이 추적과 관리가 기술적으로 가능한 자산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만 놓고 보면, 이 사건은 ‘탈취’가 아니라 ‘내부 유출’ 가능성을 강하게 의심케 한다. 한편, 지난달 15일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물은 범행 주체가 경찰이 아니라 탈취범으로 지목된 이씨와 그의 아버지일 가능성이 크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광주지방법원 형사10단독 유형웅 판사는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받고 있는 이씨 부녀에 대한 속행 공판기일 재판을 열었다. 이씨 부녀는 2021년 11월 경찰 압수수색이 진행되던 중 자신의 블록체인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76개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검사는 이날 A씨를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했다. A씨는 과거 이씨 측 부탁을 받고 비트코인 환전에 도움 준 인물이다. 현재는 코인 관련 별도 사기 혐의로 보석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이날 검사의 질문을 받고 “이씨 지갑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00여개의 행방을 쫓기 위해 거래 내역을 분석한 결과, 비트세븐 거래소와 연결된 지갑이 다수 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경찰은 일일 전송 제한량이 걸려 있어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을 여러 날에 걸쳐 경찰 지갑으로 옮겨 압수했는데, 같은 시기 탈취범은 순식간에 이씨 지갑에 있던 비트코인 1400여개를 빼간 것으로 나타났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경찰과 달리 이씨 지갑에서 순식간에 다량의 비트코인을 탈취해 간 점, 탈취된 비트코인 이동 경로에 비트세븐 거래소 지갑이 활용된 점을 고려할 때 탈취범은 비트세븐 거래소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며 사실상 이씨 부녀를 겨냥했다. 구속된 코인 주인 A씨가 언급한 비트세븐 거래소는 정상적인 가상자산 거래소가 아니라, 이씨 부녀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운영했던 도박사이트라는 주장이다. 비트세븐 거래소와 관련해 이씨는 도박공간 개설 혐의 등으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다만 해당 재판에서 사라진 비트코인 1476개에 관한 추징(현 시세 기준 약 1620억원) 책임은 인정되지 않아, 검찰은 범죄수익은닉 혐의를 적용해 이씨를 부친과 함께 추가 기소했다. A씨의 증언에 대해 이씨 부녀 측은 즉각 반박하는 대신 별도 의견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