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의 봄에는 ‘게미’가 있다

꽃따라 맛따라 ③전남 강진군

강진의 봄은 ‘게미’가 있다. 게미는 ‘씹을 수록 고소한 맛, 그 음식에 녹아 있는 독특한 맛’을 뜻하는 전라도 사투리. 산해진미가 올라오는 강진 한정식은 전라도 음식 중에 최고로 꼽힌다. 강진의 봄 풍경에도 게미가 있다. 들판에는 보리가 쑥쑥 자라고, 산에는 진달래와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다. 주작산(475m)과 덕룡산(433m)은 알려지지 않은 진달래 명소다. 설악산 공룡 능선 부럽지 않은 기암괴석 사이에 핀 연분홍 진달래가 화룡점정이다.

수려한 기암과 진달래꽃 어우러진 주작산
산행의 베이스캠프로 좋은 주작산자연휴양림

주작산과 덕룡산은 봉황이 강진만을 향해 날아오르는 형상이다. 주작산이 봉황의 머리, 덕룡산 능선이 왼쪽 날개, 오소재로 이어진 암릉이 오른쪽 날개다. 특히 양 날개 격인 능선에는 기암괴석 사이로 진달래가 붉게 타오른다.

진달래 산행은 주작산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다양한 코스가 있다. 휴양림을 중간 기착지로 삼으면 소석문~덕룡산~휴양림(숙박)~주작산~오소재 코스가 좋고, 휴양림에서 묵고 떠난다면 휴양림~오소재 암릉 코스가 제격이다. 부담 없이 즐기고 싶다면 휴양림 원점 회귀 코스를 추천한다. 주작산자연휴양림의 명소인 흔들바위를 지나 덕룡봉에 올랐다가 작천소령을 거쳐 휴양림으로 내려오면 2시간쯤(약 4.2km) 걸린다.

산행 들머리는 자연휴양관 건물 앞이다. 잔디밭을 지나면 ‘흔들바위 1.3km, 덕룡봉 1.5km’ 이정표가 있다. 산비탈을 둘러 가는 호젓한 숲길을 따르면 벼랑 위에 흔들바위가 보인다. 지름 4m가 넘는 바위는 금방이라도 굴러떨어질 것 같다. 바위 아래 수양리 주민은 둥글둥글하다고 ‘동구리바위’ 혹은 ‘장군바위’라 부른다. 가뭄과 재난이 닥쳤을 때 마을을 지켜준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기암괴석 사이
연분홍 화룡점정


바위 옆에 서면 휴양림이 속속 들여다보이고, 강진만도 손에 잡힐 듯 가깝다. 흔들바위에서 산길은 가파른 오르막이다. 등에 땀이 송송 맺힐 무렵, 덕룡봉 정상에 오르면 탄성이 나온다. 공룡 이빨 같은 기암괴석 사이로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어느 봄 풍경이 이처럼 화려할까. 암릉 너머로 푸른 들판과 강진만이 펼쳐진다. 오른쪽 멀리 해남 두륜산이 난공불락의 성채처럼 버티고 선 모습도 장관이다. 내려올 때는 두륜산을 바라보며 능선을 따른다. 군데군데 피어난 진달래를 쓰다듬으며 내려가면 임도를 만나고 작천소령에 닿는다. 여기에서 휴양림 방향으로 10분쯤 내려오면 산행이 마무리된다. 

산에서 내려오면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강진 한정식을 맛볼 시간. 유명한 식당이 많고, 어느 식당에 들어가도 수준 높은 한정식이 나온다. 강진 한정식이 맛깔난 것은 강진의 산과 바다, 기름진 들판에서 나는 재료와 양념, 손맛이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떡갈비와 육회, 홍어삼합, 게장, 표고탕수육, 낙지호롱과 낙지회, 피조개, 버섯과 새우부침 등 산해진미가 가득하다. 특이한 것은 어느 하나 맛이 빠지지 않고 수준이 높다는 점이다. 식당 사장님께 비결을 물으니, 어머니가 요리를 잘했다고 한다. 어머니 손맛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배 두드리며 백련사로 가는 길에는 휘파람이 절로 나온다. 백련사는 다산초당에서 걸어가는 게 좋다. 800m쯤 이어진 오솔길은 다산 정약용이 백련사 혜장스님을 만나러 가던 길이다. 다산초당 들머리는 다산수련원. 나무껍질이 눈부신 두충나무 군락지와 소나무 뿌리가 뒤엉킨 ‘뿌리의 길’을 지나면 다산초당을 만난다. 초당은 울창한 동백 숲으로 둘러싸여 그윽하다.

다산은 초당 옆에 작은 연못을 파고, 동암에서 기거했다. <목민심서> <경세유표> <흠흠신서> 등 다산의 대표작이 동암에서 탄생했다. 동암을 지나면 강진만이 내려다보이는 천일각이다. 다산은 답답할 때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봤다고 한다. 천일각에서 나오면 길은 부드럽게 이어진다. 삼나무를 비롯한 난대림이 가득한 숲길이다.

슬그머니 작은 고개를 넘으면 2층 누각인 해월루가 나온다. 누각에 오르면 강진만 일대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강진만 중간쯤에 있는 작은 섬이 가우도다. 육지와 섬을 연결하는 출렁다리가 아스라이 보인다. 해월루에서 내려오면 드넓은 녹차 밭이다. 녹차 밭 뒤로 만덕산의 수려한 암봉이 모습을 드러낸다.

빽빽이 들어찬
백련사 동백 숲

녹차 밭이 끝나면 백련사 동백 숲으로 들어간다. 빽빽이 들어찬 동백이 하늘을 가려 어둑어둑하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은 나무에 핀 꽃보다 붉게 빛난다. 옛사람들은 동백꽃이 나무에서, 땅에서, 마음 속에서 꽃을 피운다고 했다. 미로 같은 길을 걸으며 동백 숲에 있는 부도 몇 기를 찾아보자.


동백 숲에서 나오면 백련사 경내로 들어선다. 천불전 앞에는 홍매와 백매가 화사하게 피었고, 천리향이라 불리는 백서향이 진한 향기를 내뿜는다. 혜장스님은 만경루 앞 거대한 배롱나무 그늘에서 수시로 고개를 넘어온 다산을 기다렸다고 한다. 혜장은 다산보다 열 살 어렸지만, 두 사람은 친구이자 스승으로 허물없이 어울렸다. 

백련사에서 내려오면 길은 가우도로 이어진다. 가우도는 최근 떠오르는 핫 플레이스다. 입구는 망호리와 저두리가 있는데, 후자가 동선이 좋다. 저두리 주차장에 내리면 길게 이어진 출렁다리가 보인다. 길이 438m, 폭 2.6m로 사람만 건널 수 있다. 철골구조라서 흔들리지 않지만, 바다 위를 걷는 기분에 마음이 출렁거린다.

섬에 도착하면 왼쪽 데크 길을 따른다. 섬의 왼쪽 옆구리를 돌면 영랑나루 쉼터, 강진 출신 김영랑 시인의 동상이 반긴다. 웃음을 머금은 얼굴이 매력적이다. 여기에서 돌아가도 되고, 내처 섬을 한 바퀴 돌아도 좋다. 섬 둘레는 2.4km다. 가우도에는 올 7월쯤 청자 조형 전망 탑과 집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저두리 주차장에서 남쪽으로 내려오면 강진의 ‘땅끝’ 마량항에 닿는다. 마량항은 제주로 가는 배가 다니던 유서 깊은 포구다. 마량항에는 3월26일부터 마량놀토수산시장이 열린다. 토요 음악회, 마술 공연, 회 뜨기 쇼 등 흥겨운 행사가 펼쳐지고, 전복과 바지락, 갯벌 낙지, 참꼬막, 매생이, 반건조 생선 등 제철 수산물을 판매한다. 이곳 5대 먹거리로 선정된 오감행복회, 된장물회, 라면·전복·매생이가 어울린 삼합라면, 소고기·낙지비빔밥·해우국(김국)이 나오는 소낙비, 강진만 장어탕도 빼놓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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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 코스
맛 기행 코스: 강진 한정식→가우도→마량놀토수산시장
꽃 기행 코스: 주작산자연휴양림(진달래)→다산초당~백련사(동백꽃)
1박2일 코스
첫째 날: 강진 한정식→다산초당~백련사 걷기→주작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주작산 진달래 트레킹→가우도→마량놀토수산시장
관련 웹사이트
· 강진군청 문화관광 www.gangjin.go.kr/culture
· 주작산자연휴양림 www.jujaksan.com
문의 전화
· 강진군청 문화관광과 061-430-3114
· 주작산자연휴양림 061-430-3306
대중교통(버스)
서울-강진: 센트럴시티터미널에서 하루 6회(07:30~17:40) 운행, 4시간 30분 소요.
* 문의: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강진버스터미널 061-432-9666
           이지티켓 www.hticket.co.kr
자가운전
경부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 강진무위사 IC→강진 시내→백련사→다산초당→주작산자연휴양림→가우도→마량놀토수산시장
숙박
· 주작산자연휴양림: 신전면 주작산길, 061-430-3306, www.jujaksan.com
· 다산명가: 도암면 다산초당길, 061-434-5252
· 가우도한옥펜션: 도암면 월곶로 480, 010-9121-1422
식당
· 다강한정식: 한정식, 강진읍 오감길2, 061-433-3737
· 석천한정식: 한정식, 성전면 예향로 12-1, 061-432-5050
· 예향한정식: 한정식, 강진읍 보은로안길 32, 061-433-5777
주변 볼거리
한국민화뮤지엄, 고려청자박물관, 백운동 별서정원, 강진영랑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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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