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4·13> ⑧후보자 파산 실태

“출마했다 길거리 나앉게 생겼다”

[일요시사 정치팀] 김명일 기자 = 치열했던 20대 총선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당선자들은 꽃다발을 목에 걸고 환하게 웃었지만 그 뒤에는 빚더미만 떠안은 채 울어야 하는 수많은 낙선자들이 있다. 우리나라에선 “패가망신하고 싶으면 선거에 나가라”라는 말이 있다. 후진적인 선거제도 때문이다. 선거 때마다 되풀이 되는 후보자들의 파산 실태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우리나라에서 선거에 출마하려면 엄청난 돈이 있어야 한다. 한때 잘 나가던 정치인도 한두 번 낙선하고 나면 빚쟁이에게 쫓겨 다니는 신세가 되기 십상이다. 어떤 출마자는 선거비용으로 집까지 날리고 가족과 떨어져 지방의 한 원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낙선 후 취업을 했지만 선거빚 때문에 월급을 대부분 차압당해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가 끝난 후에는 전직 군수인 A씨가 서울의 한 원룸에서 자살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A씨는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중견 건설회사를 키워낸 성공한 사업가였고 정치에 입문한 후에는 군수에 당선되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몇 차례 선거에서 낙선한 끝에 결국에는 원룸에서 초라한 최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문자비만 수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에는 정치후원금 제도가 활성화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대부분 출마자 자비로 선거비용을 해결해야 한다”며 “지지율이 15%를 넘는 경우에는 상당부분 선거비용을 보전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엔 순식간에 빚더미를 떠안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총선의 평균 법정선거비용은 1억7800만원이었다. 법정선거비용은 지역구마다 다른데 산출 방식은 ‘1억원+(인구수×200원)+(읍·면·동 수×200만원)’이다. 법정선거비용은 후보자가 15% 이상 득표하면 국가에서 100% 보전해주고, 10%이상 15%미만을 득표했을 땐 50%까지 보전을 해준다. 10%도 득표하지 못했을 땐 단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다.


문제는 일부 후보들이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것을 예상하고 무작정 선거에 뛰어들었다가 빚더미만 떠안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설마 지지율이 15%도 못 넘겠느냐는 안이한 생각으로 선거에 도전했다가 날벼락을 맞는 후보들이 많다”며 “선거비용 보전제도의 달콤한 유혹이 선거 폐인을 오히려 더 많이 양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 때 후보자들이 쓰는 돈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선거운동원 인건비, 공보물, 선거벽보, 각종 현수막, 유세차 대여 비용만 따져도 1억원은 훌쩍 넘는다. 선거사무소 임대료도 만만치 않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들은 보통 건물 외벽에 커다란 현수막을 설치하는데 일조권을 침해하고 다른 입주업체의 간판을 가리게 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상까지 해줘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통 선거 기간 건물 임대료만 수천만원을 사용한다.

후보등록을 하게 되면 기탁금 1500만원도 내야 한다. 게다가 이번 총선에서는 상향식 공천을 하겠다며 경선 과정에서 여러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바람에 여론조사 비용으로만 수천만을 낸 후보자들도 많았다.

일례로 새누리당은 지역구에 출마한 예비후보자들에게 N분의 1로 나눠 여론조사비용을 부담하게 했는데 예비후보가 2명일 경우에는 1인당 2154만원, 3명인 곳은 1인당 1436만원, 4명인 경우에는 1077만원 씩 돈을 냈다.

일부 지역에선 결선 투표까지 하는 바람에 여론조사 비용이 2배가 됐다. 예비후보 시절 사용한 돈은 대부분 보전조차 받지 못한다. 후보자들의 피를 말리는 의외의 비용은 바로 문자 발송비다. 선거구에 따라 수만명에게 문자를 발송해야 할 경우도 있는데 한 번 발송할 때마다 문자 발송비로만 수백만원이 깨진다.

법정선거 비용 못지켜 꼼수까지 동원
당선무효형 선고 수십억 빚 떠안기도


선거기간 후보자들은 보통 수십건의 문자를 발송하는데 단순 계산하면 문자 발송비로만 수천만원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료메신저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지만 카카오톡의 경우 광고로 의심되는 다량의 메시지를 보낼 경우 해당 계정을 아예 정지시켜버리는 정책을 쓰고 있어 무료메신저를 이용한 선거운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지역 언론 광고도 후보자들에게는 부담이다. 선거기간 후보자들은 언론에 광고를 낼 수 있는데 수많은 지역 언론들이 광고를 요구하며 출마자들에게 접근해오기 때문이다. 광고를 주지 않아 지역 언론을 서운하게 하면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당할 수 있어 후보자들로서는 골칫거리다. 광고를 주더라도 어떤 후보는 얼마짜리 광고를 했는데 어떤 후보는 고작 이런 적은 금액의 광고를 했다며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는 언론사도 있다.

한 선거캠프의 관계자는 “중앙 언론들이 지역까지 세세하게 살펴보지 않기 때문에 선거 때는 지역 언론의 영향력이 매우 커진다. 하지만 일일이 챙겨주기엔 지역 언론의 수가 너무 많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사무실 집기, 선거 어깨띠부터 유니폼, 휴지나 쓰레기봉투 등 회계에 잡히지 않는 지출내역까지 합치면 법정선거비용을 훌쩍 넘기는 경우가 상당수다. 오죽하면 지난 19대 총선에서 ‘3000만원으로 선거 뽀개기’ 공약을 내놓아 화제를 모았던 손수조 후보는 선거 중반 공약 파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손 후보는 “선거비용 3000만원 공약은 깨끗한 선거를 시작하겠다는 각오였지만 후보등록비(1500만원 기탁금)를 내면 더 이상 선거운동은 불가능하다”며 선거 도중 공약을 스스로 파기해 논란이 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불법적으로 선거비용을 축소 신고하는 후보자들도 상당수다. 현금으로 지출한 내역들을 축소 신고하면 선관위에서도 사실상 검증이 불가능하다. 사무실 임대료나 유세차량 등을 빌릴 때 계약서에는 실제 지급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을 써내는 편법도 자주 사용된다.

한 선거 출마자의 측근은 “법정선거비용은 지키기가 너무 힘들다”며 “(법정선거비용을) 제대로 지켜 선거를 치른 후보가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 돈을 많이 쓴 후보는 이번 총선에서 6억원을 넘게 썼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만약 법정선거비용을 초과 지출해 선거운동을 한 사실이 적발되면 당선 무효형이 선고될 수도 있다.

당선 무효형이 선고되면 후보자는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모두 반납해야 한다. 그나마 국회의원 선거는 유권자수가 적지만 유권자수가 많은 광역단체장 선거나 교육감 선거 등은 더 많은 돈이 들어간다. 그중에서도 특히 교육감 선거는 정당의 지원도 받을 수 없어 모든 비용을 자비로 처리해야 한다.

교육감 선거에서 허용되는 법정선거비용은 보통 30억 가량이다. 후보 매수죄로 지난 2012년 교육감직을 잃은 곽노현 전 서울교육감은 선거 비용 35억3749만원을 물어내게 됐다. 덕분에 곽 전 교육감은 집을 강제로 처분해야했고 현재도 추징금 납부를 독촉 받고 있는 신세다.

먹튀 후보까지?

선거가 끝나고 나면 일부 몰지각한 ‘먹튀 후보’들 때문에 피해를 입는 경우도 속출한다. 이들은 자신이 고용한 선거운동원들의 임금을 떼먹거나, 선거기간 사용한 각종 선거비용을 '나 몰라라'하는 식으로 서민들에게 피해를 준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제도의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과도한 선거 비용 때문에 후보자들이 당선된 후 각종 비리에 휘말리게 되는 것”이라며 “재력가가 아닌 사람도 선거에 출마할 수 있어야 정치가 발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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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변곡점’ 의정 갈등 엔드게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구성원의 압도적인 지지로 당선된 수장이 반년 만에 끌려 내려왔다. 막말에 가까운 강한 발언과 제멋대로인 행보가 탄핵을 불렀다. 강성 수장이 물러나면서 변화를 기대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대화의 문이 열릴 것인가, 더 높은 벽이 쌓일 것인가.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전 회장이 3년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당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6개월 만으로 의협 역사상 2번째, 최단기간 내 불명예 퇴진한 회장이 됐다. 첫 번째는 2014년 4월 임기 1년여를 앞두고 탄핵당한 노환규 전 회장이다. 두 번째 최단기간 의협은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회관서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임 전 회장의 불신임안을 처리했다. 참석 의원 224명 가운데 170명(75.9%)이 찬성했다. 반대는 50명, 기권 4명이다. 전체 대의원 249명 가운데 224명(91.1%)이 표결에 참여했다. 의협 정관에 따르면, 회장 불신임안은 제적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출석하고, 출석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3월 임 전 회장은 선거서 유효 투표수 3만3084표 중 2만1646표를 받아 당선됐다. 65.43%의 압도적인 지지다. 의협 회장 선거는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 발표로 의정 갈등 수위가 높아지고 있을 무렵에 치러졌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났고 정부가 ‘2000명’을 강조하던 시기였다. 의협 회원들은 강성 중의 강성으로 분류되는 임 전 회장에게 힘을 실었다. 임 전 회장의 어깨에 너무 힘이 들어갔던 것일까? 임 전 회장의 언행은 사사건건 도마 위에 올랐다. SNS에 올린 글, 공식 석상서 했던 발언 등이 막말 논란으로 번졌고, 단식투쟁 등의 행보는 ‘쇼’라는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으면서 의료계 내부 분열을 조장한다는 지적이 뼈아팠다. 임 전 회장이 8개월 동안 보여준 모습은 고스란히 탄핵 사유가 됐다. 의협 회원 사이에서는 임 전 회장이 SNS로 막말과 실언을 해 의사단체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또 ‘임 회장이 전공의 지원금을 빼돌렸다’는 허위 비방 글을 올린 시도의사회 임원에게 고소 취하 대가로 1억원을 요구한 사실이 녹취록을 통해 알려져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인물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은 여론의 역풍을 불렀다.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을 겨냥해 “정신분열증 환자 같은 개소리”라고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가 환자를 비하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임현택, 6개월 만에 탄핵당해 막말 논란·의대 증원 못 막아 또 2021년 한 의사가 80대 환자에게 ‘맥페란’ 주사제를 투여한 뒤 부작용이 나타나 기소된 재판에 대해서도 도 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른바 ‘맥페란 재판’ 항소심서 판사가 1심의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해당 의사의 항소를 기각하자 “이 여자 제정신입니까?”라는 글을 SNS에 올린 것이다. 임 전 회장의 발언에 법원은 이례적으로 “재판장의 인격에 대한 심각한 모욕일 뿐 아니라 국민의 신뢰를 크게 훼손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했다. 의대 정원 증원 집행정지와 관련해 기각·각하 결정을 내린 재판장이 ‘회유’받았을 것이라는 주장으로도 입길에 올랐다. 서울고등법원 재판부가 결정을 내린 다음 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재판장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지난 정권에서는 고법 판사들이 차후 승진으로 법원장으로 갈 수 있는 그런 길이 있었는데 제도가 바뀐 다음에는 그런 통로가 막혀서 이분이 아마 어느 정도 대법관에 대한 회유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다” 말했다. 서울고법은 법원 명의로 입장문을 내고 “해당 단체장의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추측성 발언은 재판장의 명예와 인격에 대한 심대한 모욕”이라면서 “사법부 독립에 관한 국민의 신뢰를 현저히 침해할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언사다.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을 막지 못한 점, 간호법 제정을 저지하지 못한 점이 탄핵 사유로 꼽혔다. 임 전 회장은 총회를 앞두고 의사 회원들에게 사과하고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하는 등 재신임을 호소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회장을 탄핵한 의협은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지난 13일 새로운 회장 선거 전까지 단체를 이끌 비대위원장을 뽑았다. 그 결과 박형욱 대한의학회 부회장이 1차 투표서 총 유효 투표수 233표 중 123표(52.8%)를 얻어 과반으로 당선이 확정됐다. 임기는 내년 1월 차기 회장이 선출될 때까지다. 뒤늦게 호소했지만…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의료 파탄이란 시한폭탄을 장착해놨다”며 “정말 대화를 원한다면 정부는 먼저 시한폭탄을 멈춰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원들의 합의에 기초해 입장과 행동을 결정할 것”이라며 “비대위 운영서 소외돼왔던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의 견해가 충분히 반영될 수 있게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이 물러나고 새로운 비대위원장이 등장하면서 의협의 투쟁 방향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이 커졌다. 일각에서는 의협의 이번 행보를 의정 갈등의 중요한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강성 회장을 필두로 정부와 강하게 대립했던 이전 모습서 벗어나 대화에 참여할 것이라는 의견과 이전보다 더 수위 높은 대정부 투쟁이 예상된다는 의견으로 갈리는 중이다. 후자의 배경에는 대전협이 있다. 앞서 박단 비대위원장 등 전공의 70여명은 전날 의협 대의원들에게 “비대위원장으로 박형욱 교수를 추천한다”는 메시지를 보내 공개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대의원회서도 박단 비대위원장의 공개 지지에 대해 경고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대전협의 지지를 등에 업은 박형욱 비대위원장이 당선되면서 전공의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의협과 대전협의 공조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문제는 양측의 교류가 정부와의 대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박형욱 비대위원장은 당선 소감부터 정부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윤석열 대통령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의정 갈등서 줄곧 선봉에 선 전공의들은 ‘의대 정원 증원 백지화’라는 요구사항서 앞으로도 뒤로도 움직인 적이 없다. 전공의의 행보는 의대생, 의대 교수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영향력 커진 전공의 단체 의료계가 전공의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는 셈이다. 실제 대전협은 지난 11일 출범했던 여야의정협의체(이하 협의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협의체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불참하고 의료계에서는 학술 단체인 대한의학회와 의대 학장 모임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만 참석하는 등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협의체의 운영 기한은 올해 말까지로, 다음 달 22~23일 전에 의미 있는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박단 비대위원장은 협의체에 대해 ‘무의미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의체가 첫발을 뗀 11일 SNS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밝히시길 바란다”고 일갈했다. 이어 “눈치만 보며 뭐라도 하는 척만 하겠다면 한동훈의 ‘여야의정 협의체’ 역시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와 결국 같은 결말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올특위는 의료계의 입장을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의협 주도로 구성한 범의료계 특별위원회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해당 위원회에 불참하면서 파행 운영되다 지난 7월 해체됐다. 정부는 협의체서 의료계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진정성 있게 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지난 11일 협의체서 의료계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자율성 보장, 추가 합격 제한 등을 통한 2025학년도 의대 선발 인원 축소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윤순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14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이하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면서 “마주 앉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만큼 활발한 대화와 소통을 통해 누적된 갈등을 해소하고 신뢰를 회복해 국민이 원하는 결과를 끌어낼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협과 전공의 등 다른 의료계 단체의 참여를 호소했다. 박단 공개 지지 새 비대위원장 강경 투쟁이냐 VS 노선 변화냐 의료계 내부 상황은 크게 바뀌었지만 향후 상황은 여전히 ‘시계 제로(0)’ 상태다. 임 전 회장과 박단 비대위원장 간 갈등의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공개적으로 요청하는 등 ‘(임 전 회장과)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실제 대전협은 임 전 회장의 탄핵을 요청하면서 “이해와 소통이 가능한 새로운 회장을 필두로 의협과 대전협 두 단체가 향후 상호 연대를 구축할 수 있길 기대한다”는 입장문까지 냈다. 임 전 회장의 탄핵안 가결 직후 박 비대위원장이 “결국 모든 길은 바른 길로”라는 내용의 SNS 글을 올리기도 했다. 문제는 임 전 회장이 박단 비대위원장을 상대로 반격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임 전 회장은 탄핵 사흘 만에 닫았던 페이스북 계정을 다시 열고 “박단과 그 뒤에서 박단을 배후 조종해 왔던 자들이 무슨 일을 해왔는지 전 의사 회원들에게 아주 상세히 밝히겠다”며 박단 비대위원장을 저격하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의협 대의원회 비대위원장과 의협 회장 선거가 더 이상 왜 필요한가”라면서 “박단이 의협 회장 겸 비대위원장을 맡아 모든 권한과 책임하에 의료 농단을 해결하면 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지해주셨던 모든 분에게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이유가 어떻든 회장 취임 전부터 탄핵하겠다고 마음먹고 있던 자들에게 빌미를 주어 넘어간 것 자체가 제 잘못”이라고 주장했다. 또 의협의 근본적인 개혁의 첫걸음으로 의협 대의원회 폐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의 사원총회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원총회는 민법에 규정된 사단법인의 최고의사결정 기관이다. 의협 최고의결기구로 알려진 대의원총회보다 상위에 있고 정관의 규정으로 폐지할 수 없다. 사원총회는 이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나 총 사원 5분의 1 이상이 회의의 목적 사항을 제시해 청구하는 경우 소집될 수 있다. 반격 시작 내부 갈등? 올해 2월 시작된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이 10개월째로 접어들었다. 온갖 말이 오갔지만 되짚어보면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평행선 상황이 계속되는 모양새다. 정부와 의료계의 대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의료 붕괴’는 가시화되고 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