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2025.07.21 17:46
간혹 지인들이 필자에게 5·16이 혁명인지 쿠테타인지 묻고는 한다. 그러면 필자는 곧바로 답한다. “우리말로는 혁명이고 외래어로는 쿠테타”라고. 그러면 상대방은 의아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 이어서 이렇게 얘기한다. “혁명이든 쿠테타든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 그로 인해 나라와 국민에게 어떠한 변화가 찾아왔느냐가 중요하지 않겠느냐”고. 시간을 조선조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조선조 역사를 살피면 문재인정권의 시각에 비춰볼 때 두 건의 혁명과 두 건의 쿠테타가 있었다. 두 건의 혁명은 연산군을 몰아낸 중종반정과 광해군을 권좌서 밀어낸 인조반정이다. 또 문정권 시각으로 바라볼 때 두 건의 쿠테타는 고려 왕조를 멸망시키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역성 혁명과 자신의 조카인 단종을 보위서 밀어내고 죽음에 이르도록 만들었던 수양대군, 세조의 계유정난이다. 그런데 이 두 종류의 사건, 즉 혁명과 쿠테타의 결과는 흥미롭게도 상이하게 나타난다. 우리 역사에서 비합법적으로 권력을 잡아 쿠테타의 주역이 된 태조 이성계와 수양대군 세조에 대해 혹평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왜냐? 그들은 쿠테타를 통해 권력을 잡음으로
[Q] A씨는 지난해 3월 새벽 술에 취한 지인 B씨가 운전하는 승용차에 같이 탑승해 갔습니다. 그러던 중 B씨가 교통사고를 내 음주 측정을 받게 되자, A씨는 자신이 운전한 것처럼 거짓말을 하고 음주운전 측정까지 대신했습니다. 이에 A씨는 범인도피죄로 기소됐는데, A씨는 “B씨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에 해당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주장해 범인도피죄로 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을까요? [A] 범인도피죄 혹은 범인은닉죄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하면 성립하는 죄로써,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형법 제151조 제1항). 이때 ‘은닉’이란 발견·체포를 면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행위를 말하고, ‘도피’는 은닉 이외의 방법으로 발견·체포를 면하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합니다. 범인 또는 도피자 자신의 은닉행위는 죄가 되지 않지만, 타인을 교사·방조해 자기를 은닉·도피하게 한 경우에는 범인은닉·도피교사·방조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또 범인의 자수나 타인의 고소 또는 고발을 저지한다든지 진범인을 대신해 범인인 것처럼 신고하는 등의 행위도 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다만
갑질은 계약 관계 쌍방 중 우위에 있는 측을 주로 뜻하는 갑(甲)이라는 한자어에 ‘-질’이라는 접미사를 붙인 용어다. 우리 사회에 등장한 지 5년가량 된 신조어지만 국어사전에 등재돼도 좋을 만큼 널리 쓰이고 있다. 갑질은 상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사람이 상대에게 부당한 요구를 하거나 무례하게 행동하는 것 정도로 인식되며 대개 도덕적 문제로 여겨지곤 한다. 그러나 갑질의 상당수는 도덕이나 인성의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민형사 책임을 져야 하는 행동이다. 가령 계약에 따라 주기로 한 대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주지 않는다면 민사상 채무불이행 책임을 진다. 아파트 주민이 경비원을 폭행했다면 이는 형사상 책임이 발생하는 범죄가 된다. 물론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자에게 반말을 일삼는 소비자처럼 도덕적 문제로 다뤄야 하는 갑질 유형도 있다. 도덕과 품성의 문제부터 범죄에 이르는 다양한 언행들을 갑질이라 통칭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사회에 갑질이라는 용어가 처음 회자되기 시작했을 때는 그간 무관심했던 약자에 대한 횡포를 공론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갑질이라는 단어가 남용되기 시작하면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형사상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영빈관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질의응답 시간에 있었던 한 기자의 발언에 대해 찬사와 비난이 엇갈리고 있는데, 그 내용을 먼저 인용해본다. “신년사에서 성장을 지속시키겠다, 개천서 용 나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여론이 냉랭하다는 것을 알 것이다. 현실경제는 얼어붙어 있다. 국민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 희망을 버린 것은 아니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굉장하다. 대통령이 계속해서 이와 관련해서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현 정책에 대해 기조를 바꾸지 않고 변화를 갖지 않으려는 이유에 대해 알고 싶다. 그 자신감이 어디서 나오는지, 근거는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고 싶다.” 이에 대한 문 대통령의 답변 내용이다.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왜 필요한지 우리 사회의 양극화와 불평등 구조를 바꾸지 않고선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그에 대해 오늘 신년사를 통해 30분 내내 말씀드렸고 필요한 보완들을 얼마든지 해야 하겠지만, 정책기조는 유지될 필요가 있다는 말씀을 이미 충분히 드렸기 때문에 새로운 답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식후에 졸음을 쫓기 위해, 혹은 동료들과 담소를 나누며 무심코 뽑아드는 자판기 커피를 예로 들어보자. 식사 후 높아진 혈당을 더욱 높여 지방저장 호르몬인 인슐린을 치솟게 하는 몹시 나쁜 식습관이다. 중성지방과 설탕 덩어리인 커피 한 잔의 열량은 무려 70k㎈다. 목이 말라서 청량음료를 마셨다면 깨끗한 물로 대체해보라. 밥 반 공기 분량의 열량을 줄일 수 있다. 식사하며 캔맥주를 곁들이면 밥 반 공기를 더 먹는 셈이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고수하며 뱃살을 줄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체중감량으로 관절의 피로를 덜고 날씬해진 복부를 자랑하고 싶다면 기존의 달콤한 추억은 잊어야 한다. 굳이 나비효과를 예로 들지 않더라도 작은 습관이 쌓여 복부비만을 비롯한 대사증후군을 유발하고 각종 심혈관계 질환의 실마리가 되는 것이다. 절대 무엇을 먹지 않는 공복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이 아니다.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서 올바른 먹거리를 선택하지 못한 채 음식 문맹으로 살아온 그 고리를 이제는 끊자는 것이다. 필자가 강의 중 햄버거가 동물인지, 식물인지를 물어보면 대부분 우물쭈물 답을 내놓지 못한다. 소시지도 밀가루가 들어가므로 역시 구분이 모호하다. 그러나 고구마나 생선에 관해
2007년에 실시된 17대 대선 당시의 일이다. 당시 경제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출마한 허경영은 보통의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의 파격적인 공약들을 내놓았다. 그 중에서 몇 가지 실례를 들어보자. 처녀와 총각이 결혼하면 결혼수당으로 남녀 각 5000만원씩 지급, 만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월 70만원 지급, 출산수당으로 출산 때마다 3000만원씩 지급, UN 본부를 판문점으로 이전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2007년 당시 상황에 비춰볼 때 그가 내놓은 공약은 황당하게 비춰졌다. 그런데 현 시점서 오로지 생색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문재인정권의 실상을 감안하면 ‘UN 본부 판문점 이전’ 부분만 제외하고 전혀 설득력이 없는 공약도 아니다. 각설하고 최근 유홍준 광화문대통령시대위원회 자문위원이 “대통령 집무실을 현 단계서 광화문 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영빈관, 본관, 헬기장 등 집무실 이외 주요 기능 대체부지를 광화문 인근서 찾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 1호를 사실상 백지화하겠다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이던 2017년 1월 “대통령 집무 청사를
[Q] A씨는 2013년 6월22일 자정께 일행과 함께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을 이용하다 대리비 문제로 기사와 시비가 붙었습니다. 술에 취한 상태서 주먹다짐까지 벌어지자 대리기사는 화가 나 A씨 일행과 차량을 도로에 내버려두고 인근 파출소로 가버렸습니다. 이후 A씨는 자신의 차량을 직접 운전해 집에 주차한 뒤, 곧장 대리기사가 있는 파출소로 갔습니다. 경찰은 만취 상태의 A씨에게 음주측정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고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하면서 실랑이가 벌어졌다면, A씨를 음주측정을 거부한 혐의(도로교통법 위반)로 처벌할 수 있을까요? [A]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1항 제2호는 ‘술에 취한 상태에 있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으로서 같은 법 제44조 제2항에 따른 경찰공무원의 측정에 응하지 아니한 사람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위 처벌조항의 주된 목적은 음주측정을 간접적으로 강제함으로써 교통의 안전을 도모함과 동시에 음주운전에 대한 입증과 처벌을 용이하게 하려는 데 있는 것이지, 측정불응행위 그 자체의 불법성을 처벌하려는 데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 처벌조
한국교육개발원의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은 14만여명이다. 통계가 처음 작성된 1999년에 3500명이었던 외국인 유학생 수는 20년도 채 지나지 않아 40배가량 증가했다. 특히 한류 열풍에 힘입어 최근 수년간 유학생 수는 급증하고 있다. 2018년 외국인 학생 수는 2017년보다 15% 정도 증가했다. 외국인 유학생을 출신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유학생이 가장 많다.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그 다음으로는 베트남, 몽골, 일본 순인데 상위 4개 국가를 모두 합하면 전체 유학생의 3/4 정도를 차지한다. 모두 고유 언어를 가진 국가로 우리말이나 영어가 능숙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학에선 한국어 강의와 일부 영어강의만 있을 뿐 그들의 모국어로 진행되는 강의를 찾아보기 어렵다. 국내로 학업을 하러 왔으면 한국어로 공부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한국어는 영어처럼 여러 나라서 널리 사용되는 언어가 아니다. 한류가 확산되고 있지만 자국서 한국어를 배울 기회는 흔하지 않다. 또 한글의 자음과 모음은 외국인이 보기에는 낯선 문자다. 우리가 키릴문자를 볼 때와 같은 느낌일지도 모른다. 게
지난 20일, 승차 공유(카풀)를 반대하는 택시업계의 대규모 집회가 있었다. 10만명 이상의 택시기사들이 파업을 하고 집회에 참석했다. 택시기사들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고자 하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서울특별시 택시운송업 매출액은 2008년 3조원가량서 2016년 2조8000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지하철 야간운행 확대, 지하철과 버스 간 환승 확대 등의 정책으로 지하철이나 버스 이용자가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여기에 승차 공유 서비스까지 가세한다고 하니 택시운송업 종사자들은 생계에 필요한 최소한의 소득마저 위협받을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된 것 같다. 택시기사들의 소득은 높지 않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해 법인 택시기사들의 월평균 수입은 세전 217만원 정도다. 실제 근로시간이 10시간을 넘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입을 올리고 있다. 승차 공유 앱까지 활성화된다면 택시업계는 고사상태가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시대의 큰 흐름을 언제까지고 막을 수 없다. 수십년 전에는 전화교환원이나 타자원이 인기있는 직업이었지만 지금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전화교환원이나 타자원들이 강하게 저항했다면 지금도 많은 이들이 그 직업을
[Q] A씨는 B씨 소유의 부동산을 매매대금 2억7000만원에 매수하기로 합의하고, 본계약을 맺기 전 ‘가계약금’ 명목으로 B씨에게 300만원을 송금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생각이 바뀌어 부동산을 매입하지 않기로 하고, B씨에게 가계약금을 되돌려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B씨가 이를 돌려주지 않자 A씨는 “가계약금은 단지 매매계약 체결 여부를 결정할 여유를 한 달 정도 달라는 뜻에 불과하다. 매매계약이 성립되지 않으면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A씨는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A] 부동산 매매에 있어 본격적인 계약 이전에 가계약이라는 것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가계약이란 매수인이 미리 부동산을 잡아두기 위해 매도인에게 계약금의 일부를 먼저 지급하는 것을 말합니다. 가계약은 법적으로 인정되는 개념이 아니지만, 실무상 매수인의 일방적인 계약 체결 요구권을 보장하는 성격을 가지므로 매도인이 갖는 법적 불안정성을 보상해 줄 필요가 있는데, 최근 이러한 취지가 반영된 1심 판례가 나왔습니다(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8가소21928). 질문의 사안서 재판부는 “우리 사회의 거래관행에 ‘가계약’이라는 법률행위가 광범위하게 형성돼있지만, 가계
기해년(己亥年)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한 해에 대한 설렘과 기대를 가지고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 그러나 한 해의 시작과 동시에 10% 이상 인상된 최저임금의 부담을 안아야 하는 소상공인들은 2019년의 시작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다. 최근 2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30%에 육박한다. 그렇다고 해서 최저임금 인상이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다. 가파른 상승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액은 170여만원 정도다. 출퇴근에 소요되는 비용과 4대 보험 부담금을 제외하면 근로자가 실제로 수령하는 임금은 160만원가량이다. 근로자 입장서 볼 때는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 생활물가가 높은 대도시 거주자에게는 한두 사람이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액수다. 가정을 꾸리고 자녀를 키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라다. 최저임금 인상분을 부담해야 하는 사용자들과 그 수혜를 받는 근로자들은 상반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어느 한쪽의 삶이 나아지면 다른 한쪽은 삶은 팍팍해지기 십상이다.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이 문제는 두 집단 간의 손익을 조정해서는 좀처럼 해결하기 어렵다. 소비자가 소상공인을 배려해야 한다. 배려한다고 해도 자신의 이익을 내놓기는 어렵다. 필요하지
우리 헌법 제19조를 살피면 ‘모든 국민은 양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돼있다. 흘낏 살피면 그럴싸해 보이지만 참으로 애매하다. 양심 혹은 양심에 따른 행동 등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표준 국어대사전은 ‘양심은 사물의 가치를 변별하고 자기의 행위에 대해 옳고 그름과 선과 악의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의식’이라 정의내리고 있다. 역시 추상명사인 양심처럼 상당히 추상적이다. 그렇다면 양심은 구체적으로 어떤 마음을 지칭할까. 이를 살피기 위해 두 건을 실례로 들어보자. 먼저 라이프성경사전서 규정하고 있는 양심의 정의를 인용해본다. 『사물의 선악(善惡)을 구별하고 판단하는 마음의 기능이나 도덕적인 정서, 또는 하나님의 뜻을 통찰하고 죄를 책망하며 선을 추구하려는 선한 능력을 말한다. 헬라어 ‘쉬네이데시스’는 ‘쉰(함께)’과 ‘에이도(알다)’의 합성어로서 ‘같은 생각’ ‘공통의 깨달음’, 즉 민족·언어·신분·성별에 관계없이 누구나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이
조선왕조실록 태종 15년(1415) 7월10일 기록이다. 『수령이 흉년을 만나 백성을 굶주려 죽게 하는 자는 파출할 것을 이조에서 상소하다. “목민(牧民)의 직임은 구황(救荒)하는 것이 급한 것입니다. 이제부터 대소 수령이 매양 흉년을 만나면 여러 방법으로 백성들을 진휼해 굶주려 죽는 일이 없게 한 자는 감사(監司)가 포장(褒奬)해 상등으로 삼아 그 실적을 갖춰 계문해 서용하고, 임기가 차지 않은 자는 한 자급(資級)을 더하며, 구황하지 못해 경내 인민이 하나라도 굶주려 죽는 일이 있게 하면 비록 다른 일에 쓸 만한 것이 있더라도 곧 파출(罷黜)을 행하도록 하는 것으로써 길이 항식(恒式)을 삼으소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상기 글에서 ‘목민의 직임은 구황하는 것’이라는 대목을 살펴보자. 목민은 임금이나 고을의 수령이 백성을 다스림을 뜻하고, 구황은 흉년이 들어 기근이 심할 때 나라서 진제미(賑濟米, 진휼하는 데 쓰는 쌀)를 내어 구제하던 일을 의미한다. 일전에도 언급했지만 국가와 국민 간의 관계다. 국민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국가는 그에 대한 보답으로 국민의 안녕을 책임져야 한다. 조선 역사를 살피면 이
[Q] A씨는 6·13 지방선거 사전투표 날 서울 강남구의 한 사전 투표소서 투표용지 7장에 기표한 후 이를 자신의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했습니다. 이후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사전투표 완료∼ 비밀투표가 기본이지만 페친(페이스북 친구) 분들에게만 공유합니다. 제 정치성향은 큰 의미는 없겠지만, 진보·보수·중도보수 등 다양하게 정치판서 열심히 잘 싸워보시길 바라면서...”라고 쓰고 사진 7장을 올렸습니다. 이 사진은 A씨의 페이스북 친구들만 볼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A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처벌될까요? [A]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누구든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할 수 없으며, 자신이 기표한 투표지를 공개해선 안 됩니다. 이는 공직선거법 제166조의2에 근거한 것으로, 동조 제1항은 누구든지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제2항은 투표관리관 또는 사전투표관리관은 선거인이 기표소 안에서 투표지를 촬영한 경우 해당 선거인으로부터 그 촬영물을 회수하고 투표록에 그 사유를 기록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2년 이하의 징역
한 해가 저물어 가는 이맘때가 되면 회사동료나 친구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송년회를 한다. 기업서 공식적으로 행사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이색적인 연말 행사가 유행이라는 소식을 언론기사 등을 통해 접할 수 있지만 회식문화의 변화를 체감할 정도에 이르지는 못한 것 같다. 여전히 술자리를 마련해 음주를 하는 방식의 송년회가 대세다. 굳이 연말연시가 아니더라도 술은 이런저런 회식자리에 빠지지 않는다. 반대로 음주를 하지 않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자리는 많지 않다. ‘술 한 잔 하자’가 친근감의 표시로 통하는 사회다. 사회 전반에 술을 권하는 문화가 만연하다 보니 음주량도 많고 그 폐해도 크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민 1인당 연간 알코올 소비량은 8.7리터로 소주 기준으로 115병 정도 된다. 음주를 전혀 하지 않는 사람까지를 포함한 것이므로 음주를 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하면 3일에 한 병 꼴로 소주를 먹는 셈이다. 1회 음주량이 7잔을 넘고 주 2회 이상 음주를 하는 고위험 음주자가 전체 성인의 15%가량이다. 2015년 건겅보험정책연구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음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10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음주가
소싯적 젊은 처자들의 시선을 받던 떡 벌어진 가슴 근육은 어디로 갔을까? 활시위처럼 팽팽한 근육은 미끄러지듯 내려와 세월의 무게처럼 복부에 안착했다. 뉴턴의 사과만 중력의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다. 우리의 신체도 모두 쳐진다. 중력의 도움(?)을 받지 않는 부위는 없다. 여성의 봉긋한 젖가슴도, 삶에 지친 가장의 어깨도, 할아버지들의 눈초리며 귓불도 처진다. 귀 큰 이가 장수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살았으니 그만큼 귓불도 늘어진 것이다. 소변 줄기도 먼 곳을 지향하지 못하니 모든 것은 밑으로만 향한다. 결국 땅속으로 들어갈 운명을 예감하듯 키도 작아진다. 공원이나 산책로에 간혹 보이는 도립기에 거꾸로 매달려 보자. 피가 머리로 쏠린 탓에 혈압이 상승하고 척추가 이완되지만 오장육부는 쏟아져 내리지 않는다. 인체의 절묘함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장기 사이를 막아주는 장간막에 의해 우리의 내부 장기는 굳건히 제 자리를 고수한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었다면 아뿔싸 할 일이 여기에 있다. 장간막에 기름이 달라붙어 복부비만을 초래할 정도로 세상에 음식이 넘칠 것을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선을 다해 많이 먹고 움직임을 최대한 자제한 결과다. 소식다동(小食多動)을 부르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 늦은 시간까지 술잔을 기울이다가 자리서 일어났다. 대중교통 상황이 여의치 않아 택시를 타기로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앞에 멈춘 택시를 타기 위해 차문을 열었다가 황급히 문을 닫아버렸다. 70대 중반으로 보이는 운전자의 모습이 시선에 들어온 탓이다. 고령 운전자들에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필자가 곧바로 차문을 닫은 데는 이유가 있다. 일전에 고령 운전자가 운전하는 택시를 탔다가 겪었던 일 때문이다. 그날 역시 늦은 시간까지 친구들과 술좌석을 가지다 택시를 타게 됐다. 조수석에 앉자마자 운전자의 모습을 살폈는데 70대 후반 정도 되어 보였다. 나이가 있음에도 택시를 운전하는 모습에 '참으로 정력적으로 사시는 분이구나’ 하는 긍정적인 생각이 떠올랐다. 택시가 출발하자마자 그분에게 찬사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걸, 차가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아 슬그머니 입이 다물어졌다. 차가 술에 취한 듯 움직이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혹시 음주상태서 운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어 운전자의 모습을 자세하게 관찰하기 시작했다. 음주운전은 아닌 듯 보였다. 그런데 얼굴에 피로한 기색이 가득했고 힘줘 핸들을
2018년 7월1일부터 이른바 ‘주 52시간제’가 시행됐다. 과거 주 40시간의 기준 근로시간 외에 연장근로시간 12시간과 휴일근로시간 16시간을 허용했던 것에서 휴일근로시간을 제외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주당 최대 근로시간은 16시간이 단축됐다. 근로자들의 휴식권 보장이라는 측면에선 바람직한 것이지만 그 간의 고용관행을 변경해야 하는 기업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실제 근로시간이 단축된 만큼 직원을 채용하면 해결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인력수요가 일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 제품 생산이나 고객서비스 업무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의 인력수요에는 대응하기가 쉬운 편이다. 성수기가 정해져 있거나 미리 업무량을 예측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업무에 필요한 자격과 경력이 표준화돼있고 인력파견이 활성화돼있어 갑자기 인력수요에 변동이 생겨도 신속히 대응할 수 있다. 탄력적·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하기도 수월하다. 반면 사무직 근로자는 ‘주 52시간제’ 시행에 따른 대응이 쉽지 않다. 관리·감독업무를 하거나 숙련도가 높은 사무직 근로자를 대신할 수 있는 근로자를 적시에 찾아내기 어렵다. 사
[Q] 재래시장서 점포 없이 트럭으로 식료품을 판매하는 A씨는 장사를 마치고 오후 10시부터 30분간 시장 상인들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소주를 마셨습니다. A씨는 귀가하기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는데, 기다리던 중 잠시 차를 옮겨달라는 요구를 받고 20m가량 운전해 차를 이동시키다 다른 차량과 접촉사고를 냈습니다. A씨는 그날 밤 12시6분경 단속 경찰관에게 음주측정을 받았는데, 혈중알코올농도가 0.13%로 측정돼 운전면허가 취소됐습니다. 이때 A씨는 면허취소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해 운전면허를 회복할 수 있을까요? [A]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90분은 혈중알코올농도 상승기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이때 잰 음주측정 결과를 운전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로 단정해 면허를 취소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재판부는, 혈중알코올농도는 일반적으로 음주 후 30분~90분 사이에 최고치에 이르렀다가 이후 시간당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A씨는 최초 음주시각인 오후 10시부터 70분 후, 최종 음주시각인 10시30분부터 40분 후인 11시10분에 운전을 했고, 음주측정은 운전시점으로부터 56분 후인 오전 12시6분에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초 음주시간
최근 정치권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문제로 시끄럽다. 동 방식은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로 일견 합리적인 방식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치권이 그 일로 호들갑을 떨어대는 모습을 보면 가당치도 않다. 적폐 중의 적폐인 국회의원이 누리고 있는 특권 폐지가 선결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헌법 내용 일부를 살펴보자.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기록하여 국가와 국민의 관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어지는 11조 1항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했다. 그런데 헌법 44조는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먼저 1항이다.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 다음은 2항이다. ‘국회의원이 회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