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건 그렇구 저 꼬맹이는 어떻게 할 거요? 저렇게 또 찾아오는 걸 보니 앞으로도 계속 올 것 같은데 말요.” “그러게 말여. 잠이야 재워 준다고 했으니께 오는 거야 상관없지만…….” “꼬마야, 너 어디 살았는지 정말 기억이 안 나냐?” “예…….” 왕초네 식구들 “그럼 말이다, 네 발로 가까운 경찰서엘 한번 찾아가 봐라. 그래서 어디 고아원이라도 들어가야지, 무작정 이러면 어떡할 거야, 응?” 용운이 묵묵히 듣기만 하자 한참을 더 타이르던 텁석부리 사내는 피곤한지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텁석부리 사내가 돌아간 뒤 자리를 깔고 눕기 무섭게 노인이 주절주절 얘기를 시작했다. “나는 니가 어쩌다 이렇키 됐는지 자세히 모르겄다. 밑도 끝도 없는 니 말을 어디까지 믿어얄지도 모르겄구 말이야. 하지만 어차피 이렇게 된 거…… 고아원에 가기 싫거들랑 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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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노인은 지팡이를 질질 끌며 둑 위로 사라져 갔다. 어린 소년이 딱하게는 생각됐겠지만 그 역시 막막한 거지 입장으로 감상에 빠질 수만은 없었던 모양이었다. 허겁지겁 퍼먹기 용운은 자리를 털고 일어섰다. 순간 눈앞이 핑 돌며 다리가 휘청거렸다. 정신을 가다듬고 발걸음을 옮겨 보려니 자꾸 헛디뎌졌다. 기다시피 간신히 둑 위까지 올라갔다. 더 이상 기운도 없는데다 다리가 몹시 후들거리는 바람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진땀이 솟고 손까지 떨렸다. 하늘도 온통 노랗게 보였다. 혹시 이러다가 엄마도 만나기 전에 죽는 게 아닐까? 용운은 이를 악물고 다시 일어섰다. 느릿느릿 걸어도 숨이 찰 지경이었지만, 쓰러져도 사람 사는 동네로 들어가서 쓰러져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한 걸음 걷다 쉬고 두 걸음 걷다 쉬고 하면서 거의 반나절이나 걸려 어떤 동네 앞에 다다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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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고것밖에 아는 게 없단 말이여?” “예.” 노인은 알 만하다는 듯 혀를 끌끌 차며 도로 머리를 뉘었다. 용운은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쳐다보았다. 이제 사람이 옆에 있는 걸 안 이상 마음놓고 흐느낄 형편도 못 되었다. 뱃속에서 연방 꼬르륵 소리가 나고 있었다. 온몸에 맥이 빠져 그냥 자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다리 밑을 스치는 찬바람 때문에 그러기도 쉽지 않았다. 다리 밑 소굴 “너 언제까장 그러고 있을겨, 이놈아.” 굼벵이처럼 가만히 움츠리고 있으려니까 노인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용운은 말없이 그냥 있었다. “어여 이리로 와.” 노인이 지나가는 바람소리처럼 말했다. 용운이 쭈뼛거리며 그 교각 뒤로 가 보니 뜻밖에 그곳엔 바람막이 거적까지 쳐져 있었다. “얘, 이걸로 깔구 덮거라.” 노인은 둘둘 말아 베고 있던 푸대자루를 빼내 용운에게 주고는 대신 옆에 있던
“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숙사로 돌아가자 스라소니 눈이 인상부터 썼다. “이 자식들, 너희들 왜 이제 와?” “오다가 2반 얘들끼리 싸움이 붙었는데, 완전히 결투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요.” 피에로가 손짓 발짓을 섞어 넣으며 말했다. 콩고물 맛이… “새끼, 채플린 아니랄까봐 영화 얘기냐.” 스라소니가 피에로의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후려쳤다. “2반 새끼들 맛이 간 모양이군. 그건 그렇고 얼마나 얻어 왔냐?” 피에로가 용운의 것까지 합쳐서 건네었다. “에게, 겨우 요거야? 너네들 몰래 처먹고 오리발 내미는 것 아냐?” 스라소니가 눈을 부라렸다. 말은 그러면서도 그는 반장 앞으로 다가앉으며 뭉치를 풀었다. 여러 개의 눈이 침을 삼키며 바라보았다. 스라소니는 반장 앞으로 음식물을 공손히 밀어 놓았다. “많이 드십시오, 백곰 형님.” “흐흐흐, 그래. 모처럼 이런 날도 있어야 살지.” 백곰은 인절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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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야 임마, 너 일루 좀 와!” “왜?” “이 간나새끼는 간뗑이가 부었나.” 부엉이와 짱돌 부엉이가 달려들면서 짱돌의 옆구리를 힘껏 찼다. “이 새끼야, 누군 입이 없어서 못 먹는 줄 알어? 선배도 가만 있는데 쫄따구 새끼가 어디서 겁도 없이…….” 그러면서 옆구리를 움켜쥔 짱돌의 따귀를 다시 세게 올려붙였다. “어디 더 잡숴 보시지, 응?” 부엉이가 좀체 손찌검을 멈추려 하지 않자 짱돌도 드디어 울화가 치민 모양이었다. 또다시 날아오는 부엉이의 팔을 짱돌이 척 잡았다. “야, 쓰벌. 이거 너무하는 거 아니냐?” 예기치 않은 짱돌의 반격에 부엉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어쭈, 이 새끼가 꼬장 죽이는 거 봐.” “야, 여기서는 니가 선밴지 모르지만 밖에 나가면 내가 더 선배야, 알어? 한두 대 때렸으면 됐지 이렇게 끝없이 잡치는 이유가 뭐냐? 쓰벌, 나중에 딴소리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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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잔칫집 앞에는 벌써 열 명도 넘는 원생들이 서성대고 있었다. 안에서 진행 중인 예식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모두가 자기 반 고참들의 특명을 띠고 모여들었을 것이었다. 섬에서 한 집의 경사는 부락 전체의 경사인 모양이었다. 바다에서 굴이나 바지락을 캐고 손바닥만한 농사로 생계를 꾸려가던 부락민들이 모처럼 틈을 내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모두가 밝은 표정들이었다. 고참의 특명 안에서 상을 치우는 북적임이 들려왔다. 모든 절차가 끝난 모양이었다. 염치불구하고 슬금슬금 몰려 들어가는 원생들의 뒤를 따라 용운도 안으로 들어갔다. 부엌 쪽에서 잔칫집 특유의 구수한 냄새가 물씬 날아들었다. 뱃속에서 꼬르륵 처절한 신음소리가 새어나왔다. 떡이며 과일이며 교자상 위에 풍성하게 차려진 기름진 음식들로 눈이 어지러울 지경이었지만, 우선은 그런 데까지 신경 쓸 처지가 아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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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누가 그런댔어?” “하긴 뭐, 중요한 건 해골이니까…….” 피에로가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다. “뭐?” 표정이 다소 굳어 있던 피에로가 한참 만에 입을 열었다. 귀신 들린 박씨 “너가 좋아하는 사람의 해골을 한번쯤 생각해 봐. 난 이따금 채플린의 해골을 생각한단다. 그나저나 참, 복도 담당도 못할 노릇이야.” “형, 참 이상하지? 복도에다 누가 똥을 싸놓는다는 게 정말일까?” “그렇잖아도 누가 얘기해 주더라. 지금은 별로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일이 많았대.” “아니 왜?” “귀신 소문 때문이래.” “뭐, 귀신?” “얼마 전부터 이 섬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는 거야. 그래서 밤에 변소 가기 무서워서 그냥 복도에다 싸고 토끼는 거래. 히히…….” “무서워. 어, 어떤 얘긴데?” “석 달 전, 바람이 무척 심한 날이었댄다. 마을 사람 박씨가 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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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해방 이후 ‘선감학원’으로 개칭하고 전쟁 고아들을 수용하는 사회복지 시설로 그 역할이 바뀌었는데, 말이 학원이지 사실은 강제노동수용소와 마찬가지였다. 수용소는 다섯 개의 사동과 여러 개의 부속 건물로 되어 있었다. 충심사를 비롯해 각심사, 세심사, 일심사, 정심사 등의 숙사와 사무실, 양호실, 식당, 창고, 축사, 목공실 따위였다. 염전 작업 총 원생 수는 1000여 명에 가까웠다. 전쟁고아 출신의 부랑아가 많았지만, 그중에는 가난하나마 단란하고 따스한 가족이 있는 아이들도 섞인 상태였다. 그들은 경찰의 실적 올리기 식 일제단속에 붙잡혀 억울하게 끌려온 피해자였다. 또한 소년원 등에서 이감시킨 범법자도 얼마쯤 섞여 있었다. 원장의 훈시가 끝나자 부원장이 올라서서 작업 지시를 내렸다. 작업 분담, 목표량, 주의사항 따위였다. 염전 작업에 나가는 인원을 제외한 원생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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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아 참, 여긴 수용소지. 그래, 난 지금 언제 나갈지도 모르는 감옥섬에 잡혀 와 있는 거야.’ 용운은 현실을 떠올리듯 중얼거렸다. “사장 오기 전에 빨리빨리 움직여! 찍혀서 얻어맞지 말고 모포 정돈들 잘해!” 반장 백곰이 소리질렀다. 용운은 급히 일어나 다른 원생들이 하는 것을 보며 담요를 개었다. 반장의 지시를 기다릴 것도 없이 옥사 안팎의 청소가 시작되었다. 감옥섬 호롱불 빛이 희미한 실내는 사물이 겨우 보일 만큼 어두웠지만 밖은 좀 나은 편이었다. 바다의 새벽은 육지와 달라 어떤 신선감마저 느끼게 했다. 밤새 내린 보슬비 탓에 땅의 감촉이 촉촉하게 느껴졌다. 아직 잠이 덜 깬 혼미한 기분 때문인지 원생들은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도 않고 묵묵히 청소만 했다. 1개 사동에 5개 반이 바글대는 가운데 제각기 습관적으로 담당구역을 쓸고 닦을 뿐이었다. 마침내 청소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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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가 자기들만의 장난은 아니어야지.” 김영권의 <선감도>를 꿰뚫는 말이다. 박정희 군사정권 시절 청춘을 빼앗긴 한 노인을 다뤘다. 군사정권에서 사회의 독초와 잡초를 뽑아낸다는 명분으로 강제로 한 노역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청춘을 뺏겨 늙지 못하는 ‘청춘노인’의 모습을 그려냈다. 분수대 앞에서는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어린 아이 둘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고운 옷을 차려 입은 그들은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비둘기에게 과자를 던져 주었다. 저쪽에서는 어떤 남자가 백발의 할머니를 등에 업고 둥개둥개를 하면서 노래하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배고픈 중생 “장난 삼아 엄마를 등에 업었는데…… 너무 가벼워서 눈물이 나 세 걸음도 못 가고…….” 용운은 울컥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그는 힘없는 모습으로 남산을 자꾸 뒤돌아보며 내려갔다. 기슭을 돌아 큰 길을 건너 내려가자 시장 초입이었다. 허름한 주막의 좌판 앞에 늙수그레한 서너 사람이 앉아 떠들고 있었다. 좌판 위엔 소주병과 막걸리 그리고 그릇에 담긴 달걀 따위가 놓여 있었다. 지켜보던 용운의 뱃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한 노인네가 소주를 한 잔 마시고 나서 달걀을 들고 까기 시작했다. 용운은 예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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