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진(태광그룹회장)·임병석(C&그룹회장) 전격비교

‘정점에서 몰락까지~’ 철저히 다르거나 혹은 쏙 빼닮거나


한때 한 기업의 정점에서 검찰의 타깃으로 전락하게 된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과 임병석 C&그룹 회장. 성격부터 태생까지 닮은꼴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이지만 그 말년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의 칼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두 사람을 <일요시사>가 전격 비교해봤다.

이회장, 은둔형…임 회장, 꼼꼼하고 치밀
태생 좋은 이 회장…자수성가형 임 회장


태광그룹과 C&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사건의 중심에 서있는 두 그룹의 회장이 어떤 인물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이들의 성격부터 인생의 굴곡 고비고비를 낱낱이 들여다봤다.

#성격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은 재계에서 ‘은둔형 오너’로 불린다. 그는 평소 남 앞에 나서길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 동기 중에서도 그를 뚜렷이 기억하거나 활발히 교류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조용한 성격답게 술도 잘 마시지 않는다. 아침부터 밤까지 회사 일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들 중에도 이 회장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 회장은 전경련 회의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을 정도로 공식석상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언론보도엔 아직도 10여년전 사진이 쓰이고 있다. 현장경영 사진은 고사하고, 그 흔한 자원봉사활동 사진도 구하기 어렵다.
뿐만 아니라 그룹 내부에서조차 이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들을 수 없다. 태광그룹은 재계 서열 40위의 대규모 기업집단임에도 불구 대외 공식 창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일부 계열사에 홍보 부서가 있긴 하지만 이 회장 관련해서는 속 시원히 답해주는 이가 없다. 태광그룹 측 관계자는 “회장님 관련한 것은 말할 것도 없지만 잘 알지도 못한다”고 귀띔했다.

그의 이런 성향은 선친인 고 이임룡 창업주의 경영 방침과 깊은 관련이 있다. 고 이 창업주는 생전에 “기업은 (다른 일에 나서지 말고) 사업만 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태광그룹은 90년 일주학술문화재단을 만들어 지금까지 장학사업에 300억원이 넘는 돈을 썼다. 하지만 그룹 측은 이를 외부에 널리 알리려 하지 않는다.

이 회장이 이끄는 태광그룹의 분위기도 크게 다를 바 없다. 50여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40위권 기업이라는 것도 모르는 이가 많을 정도다. 외부와 소통을 꺼리는 사풍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1990년 창립 40주년 행사를 한 뒤로 20년간 별다른 행사를 하지 않았다. 60주년을 맞은 올해 들어서야 문화행사를 계획했을 정도다.

이런 사풍은 이 회장의 영향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회사의 역사와도 관련이 있다. 고 이 창업주의 처남이자 이 회장의 외삼촌인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가 야당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박정희·전두환 대통령 시절, 강도 높은 세무사찰을 받는 등 정권의 탄압이 만만치 않았다. 거의 매년 세무조사를 받았을 정도다. 1979년엔 6개월 동안 세무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자연히 ‘눈에 띌 일은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생겼다.

이 회장은 씀씀이가 알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장충동 그룹 사옥도 옛 동북고등학교 6층 건물을 개조한 것으로 벌써 40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다. 이 회장은 물론 계열사 사장들도 해외 출장 때는 이코노미석을 주로 탄다고 한다. 지인들은 그가 평소 검소한 생활을 해왔던 고 이 창업주의 엄한 교육을 받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

임병석 C&그룹 회장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가는 ‘꼼꼼하고 선이 굵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 임 회장은 치밀한 사람이었다. 급속히 계열사를 늘려가면서도 거의 모든 계열사의 자금 흐름을 꿰뚫을 정도였다. 때문에 계열사의 작은 사업이나 투자, 계열사 간 자금 이동 등에 대한 세세한 결정이 모두 임 회장에 의해 이뤄졌다. 각 계열사마다 대표들이 있었지만 사실상 임 회장이 모든 계열사의 대표였던 셈이다.

임 회장의 꼼꼼한 성격은 검찰 조사에서도 드러났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임 회장에게 횡령혐의와 관련된 자료를 제시한 뒤 “C&중공업에서 인출한 90억원 가운데 70억원이 그룹 계열사인 C&라인으로 갔다고 돼 있는데 이 돈이 라인 쪽에 없다. 횡령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그리고 자료를 살펴본 임 회장은 “이 70억원은 우방 인수자금에 들어갔다. 증거자료도 낼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년 전의 자금 이동까지 모두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80억원의 연봉을 받던 임 회장이지만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아직도 전세방에 살고 있으며 돈이 많이 들어가는 취미에 빠진 적도 없다는 것이다.
또 임 회장은 그리 배짱이 두둑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때문에 그의 측근들은 임 회장이 직접 로비에 나서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 회장의 한 측근은 “임 회장은 유력 인사들을 잘 알지도 못했고 몇몇 소개를 받은 사람에게도 직접 청탁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 성격 탓에 자기 대신 로비를 할 ‘대리인’으로 정·관계와 금융계의 유력 인사를 대거 끌어들였다는 얘기다.

#자리에 오르기까지
이 회장은 대원고를 거쳐 서울대 경제학과(81학번)를 졸업했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코넬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땄고 뉴욕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1993년 흥국생명 이사로 그룹 경영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6년 선친이 세상을 뜬 뒤 35살의 나이에 그룹의 모기업인 태광산업 사장이 된데 이어 2004년 태광그룹 2대 회장에 올랐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단숨에 자리를 꿰찬 것.

이런 이 회장과 달리 임 회장은 자수성가형이다. 85년 한국해양대 해양학과를 졸업한 임 회장은 전공을 살려 5년 동안 마도로스(항해사)의 길을 걸었다. 항해사로 승선생활을 하던 중 세상이 너무 좁다고 느껴 창업을 꿈꾸게 됐다고 한다. 1990년 스물아홉의 나이에 자신의 돈 500만원에 4500만원을 빌려 칠산해운이라는 조그만 회사를 설립했다.

#절정기
이 회장은 그룹의 모태인 석유화학·섬유산업에서 탈피해 금융 및 방송 쪽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왔다. 쌍용화재와 예가람저축은행에 이어 투자자문사와 증권사까지 인수하면서, 기존의 흥국생명과 더불어 ‘생명보험-손해보험-증권-자산운용-저축은행’에 이르는 종합 금융그룹의 면모를 갖췄다.

특히 방송 분야에서는 워낙 빠른 속도로 외형을 팽창하면서 잡음이 많았다. 1998년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티브로드를 세워 케이블방송업계 1위에 올라섰으며, 2009년 큐릭스를 인수함으로써, 씨제이(CJ) 등 다른 재벌 계열 케이블방송사들을 제치고 업계 1위 자리를 굳혔다.
태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석유화학과 흥국생명 등 금융업이 주력이던 태광은 그후 유선방송 사업에 뛰어들어 공격적 확장을 계속했다. 결국 지난해 케이블방송사 큐릭스를 약 4000억원에 사들이면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업계에서 확고한 1위에 올랐다.

임 회장은 1995년 회사이름을 ‘쎄븐마운틴해운’으로 바꾸고 해운업에 본격 진출했다. 2002년 세양선박을 인수하며 해운업계의 ‘무서운 별’로 떠올랐다. 세양선박은 51년 설립돼 77년 주식시장에 상장된 유서 깊은 해운전문기업이다.

이후 임 회장은 자금력을 확보한 뒤 부실기업을 인수합병(M&A) 하는 방식으로 황해페리, 필그림해운, 세모유람선, 진도, 우방, 생활경제TV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승승장구했다. ‘마이다스의 손’으로 불리며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최평규 S&T그룹 회장에 비견될 만큼 ‘M&A의 귀재’라는 별명도 생겼다.

#몰락
‘잘나가던’ 태광그룹에 암운이 드리운 것은 이 회장의 아들 현준(16)군에게 주요 계열사 지분을 편법으로 증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검찰은 수사에 착수했고, 이내 비자금에 대한 수사로 번졌다.
이 회장은 고 이 창업주가 남긴 태광산업 주식 누락분을 차명계좌로 보유하다가, 일부를 태광산업이 자사주를 사들이는 형태로 현금화해 1600억원 가량의 비자금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흥국생명 차명보험 계좌를 통해서도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된 상태다.
이렇게 조성된 비자금 중 일부가 정관계 로비에 흘러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태광그룹이 쌍용화재와 케이블TV업체 큐릭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특혜를 누리며 거침없는 사업확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것이다.

태광그룹은 기관 경고를 받아 쌍용화재를 인수할 자격이 없는데도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인수승인을 받아냈다. 또 인수경쟁사에는 허가하지 않던 ‘3자 배정 유상증자’도 태광그룹에만 허용했으며, 보통 한 달이 걸리는 지분취득 심사도 불과 열흘 만에 해치워버렸다.
또 태광 계열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티브로드홀딩스는 2006년 방송법의 독점 규제 조항을 피하기 위해 경쟁사였던 큐릭스를 군인공제회를 통해 우회적으로 인수했고, 이후 방송법이 개정되자 큐릭스 인수합병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은 두 회장 공통점
속출하는 비리에 두 회장 운명 ‘풍전등화’


이외에 이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 동림관광개발이 춘천시 남산면에 개발 중인 골프장에서 회원권을 계열사들이 구입하는 식으로 건설자금을 ‘지원사격’ 받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여기에 이 회장이 차명 부동산을 대규모로 소유·관리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밖에도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불법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빙산의 일각 아래 시커먼 덩어리가 수면위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형국이다.

C&그룹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주력 조선산업의 침체와 무리한 M&A에 따른 후유증으로 그룹 전체가 급속히 무너졌다. 현재 영업활동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에 검찰의 수사까지 더해지면서 임 회장은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임 회장은 현재 자신을 둘러싼 대부분의 혐의를 부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가 진행됨에 따라 임 회장의 로비행태에 대한 고발과 증언들이 잇따르고 있다.
계열사인 C&진도가 생산한 모피코트를 명절 선물용 등으로 유력 인사들에게 로비했다거나, 정·관계나 금융권 인사들을 접대할 때를 대비해 승용차 트렁크에 고급 양주인 ‘발렌타인 30년’을 꽉 채우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또 로비에 활약한 임원에 대해선 충분한 대우를 해줬다는 설명이다. 비리가 드러나도 감싸줄 정도였다. 반대로 로비 실적이 떨어지는 임원들은 쫓아냈다는 주장도 있다. 또 자신의 뜻에 반대하는 임원들은 비록 전문경영인 영입 케이스로 그룹에 들였다고 해도 권한을 뺏고 따돌리거나 사표를 쓰게 만들었다고 한다.

전혀 다른 경로로 재계의 정점에 오르게 된 두 사람. 하지만 그 결말은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의 칼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된 두 회장과 두 기업.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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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간첩법 개정안’ 급물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정치권이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정보사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여야 모두 공감한 분위기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안이 진일보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강력한 처벌보다 더 많은 간첩을 잡으려면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이 부활해야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간첩법 개정안’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건 여당이다. 한 달여 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당론 추진’을 언급하면서부터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는 국가정보원장 출신인 박지원 의원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다만 두 당의 개정안에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과 관련해 차이가 있다. 국회 본회의 테이블 통과를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예상 못한 내부 세작 간첩법 개정안은 지난달 군검찰이 군 정보요원의 신상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국군정보사령부 소속 군무원 A씨를 구속 기소하면서 언급됐다. 앞서 국방부 검찰단은 정보사 요원 A씨를 기소하면서 ▲군형법상 일반이적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뇌물)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했다. 국군방첩사령부가 처음 A씨에게 간첩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으나 군검찰은 수사기록 검토 결과 적용하기 어렵다고 봤다. 군형법과 형법은 ‘적’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 간첩죄를 적용하는데, 여기서 적은 북한을 의미한다. 군검찰이 A씨에게 간첩죄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북한과 연계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씨에게 간첩죄가 적용되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연일 논란이 이어졌다. 먼저 한 대표가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적국’으로 한정했던 간첩죄 적용 범위를 ‘외국’으로 대폭 넓히는 간첩법 개정안도 당론으로 추진 중이다. 한 대표는 지난달 말 국회서 열린 간첩법 개정 입법토론회에 참석해 “이번 국회서 두 가지를 반드시 해내자”며 “간첩법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자. 그리고 그 법을 제대로 적용할 수 있도록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부활시키자”고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 스파이를 적국에 한정해 처벌한 나라가 있느냐”며 “형법 조항서 ‘적국’을 ‘외국’으로 바꾸면 된다. 그러면 모든 것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지난 1일 당 최고위원회의서도 “민주당이 찬성만 하면 ‘적국’서 ‘외국’으로 바꾸는 간첩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명 간첩법은 형법 98조다.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내용이다. 북한 연관성 없으면 관련법 적용 불가 적국 아닌 외국으로 조항 신설 추진 간첩죄 적용 대상을 적국인 북한으로 한정해 북한 외 다른 나라를 위해 간첩 행위를 하더라도 간첩죄로 처벌할 수 없는 실정이다. 이에 ‘적국’을 ‘외국 및 외국인 단체’로 고치는 개정안이 지난 2004년부터 끊임없이 발의됐으나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간첩법 개정안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국민의힘이다. 강승규 의원은 지난달 같은 당 의원 24명과 함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엔 허위·조작 정보를 유포해 사회 혼란을 초래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수행하다 적발된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담았다. ‘외국, 외국인 단체나 외국 등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자(안보위협인물)가 허위 사실과 왜곡된 정보를 유포할 경우 3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간첩 행위를 하거나 간첩을 방조한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안보위협인물이 인지전을 통해 정부 정책 결정 또는 외교관계에 부당한 영향력을 미쳐 국가안보를 위협한 경우 10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특히 정보기관 소속으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지난달 말 간첩죄의 적용 범위를 적국서 외국과 국내외 단체 및 비국가행위자로 확대하는 간첩법 개정안(형법·군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 법안은 외국이 국내에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할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고, 군사기밀뿐 아니라 국가의 핵심기술 및 방위산업기술에 대한 유출 행위에 대해서도 간첩죄를 적용토록 했다. 윤 의원 측은 “현행 간첩법인 형법 98조는 적국을 위해 간첩 행위를 하거나 적국의 간첩을 방조한 자를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 징역에 처하게 돼있다”며 “군형법 13조서도 비슷한 취지의 조항을 두고 있지만 실질적인 적국에 해당하는 북한 외에 어느 나라를 위해서든 간첩 행위를 하거나 방조할 경우나 외국이 국내 단체를 만들어 간첩 활동을 하게 되면 처벌을 할 수 없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신중한 민주당 민주당은 국정원장을 지낸 박 의원을 필두로 간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의 법안은 법망 미비를 보완하기 위해 ‘적국’은 물론 ‘외국 정부 또는 그에 준하는 단체 및 외국 정부 산하단체’를 이롭게 하기 위해 간첩 행위를 한 자도 7년 이상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간첩 행위는 ‘국가기밀을 수집·탐지·보관·누설·전달·중개하는 행위’로 명확히 규정했다. 허위·날조 정보를 온·오프라인상에서 가짜뉴스 형태로 퍼뜨려 사회 혼란을 일으키고 정부 정책과 외교관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영향력 공작’(인지전)을 처벌하는 조항도 담았다. 이런 행위를 외국 등으로부터 대가를 받고 저지르는 경우 5년 이상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신분을 위조한 외국 정보기관원(흑색요원)이 인지전을 하다 적발될 경우 가중처벌하도록 했다. 국가핵심기술 유출 행위도 간첩죄로 처벌하겠단 구상이다. 박 의원은 “지금도 사이버상으로 자생적 공산주의 친북 세력이 교류하고 있다”며 “우리나라서 접선을 하지 않고 중국, 동남아시아 쪽에서 접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특히 산업기술 보호를 위해서도 간첩법 개정이 필수라고 강조하며 “진보적인 민주당서 내가 주장해야 국민을 설득하고 법안이 통과돼 국가를 지탱하고 산업을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국민의힘 측 법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 있다면 국정원 대공수사권과 관련해 이견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정원 대공수사권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지난 2020년 12월 대공수사권을 경찰로 이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이 당시 여당이었던 민주당 주도로 통과돼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한 대표가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을 당론으로 추진했다고 해도 야권의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야권은 대공수사권 폐지는 불법사찰과 간첩 조작 사건 등 국정원의 공안 탄압을 없애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지금 정보전쟁 중 특히 여야는 최근까지도 대공수사·조사와 관련한 국정원 역할을 놓고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나아가 대공수사권을 넘어 조사권까지 대폭 축소하자면서 사실상 국정원의 대공수사 ‘완박(완전박탈)’을 추진 중이다. 실제로 민주당 이기헌·김현·박홍근·윤건영 의원 등은 지난달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과 관련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권을 폐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가정보원법은 ▲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에 관한 정보 ▲국가보안법 위반, 반국가단체와 연계가 의심되는 안보침해행위에 대한 정보 ▲사이버안보와 안보 관련 우주 정보 등에 대해 ‘조사권’을 보장하고 있다. 대공수사권이 없는 대신 현장 조사·문서 열람·시료 채취·자료 제출 요구와 진술 요청 등의 방식으로 조사를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정안에는 이 조사권이 오히려 수사권보다 광범위하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며, 이를 폐지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권의 경우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과 영장주의가 엄격하게 적용되지만, 조사권은 이런 견제는 받지 않으면서도 사실상 압수수색과 신문 조사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골자다. 다만 민주당 내부서도 국정원의 대공조사권까지 없애는 건 과도하다는 시각이 존재한다. 이에 따라 민주당 내에서 국정원 근무 경력이 있는 박지원·박선원·김병기 의원은 해당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았다. 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경찰의 대공수사가 제대로 자리 잡히지도 않은 상황서 과거로 회귀하면 경찰 내부의 불만이 폭발할 것”이라며 “국정원이 경찰 대공수사에 힘을 실어주는 협력관계로 가는 게 더 옳지 않겠냐”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 기능을 분리하는 게 글로벌 스탠다드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한 핵심요소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국정원 및 정보기관 출신 전문가들은 간첩법 개정이 10년 전부터 추진됐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외국 간첩과 스파이들이 국내서 활동하는 경우가 적었으나 경제 대국이 된 지금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여야 국정원 대조권 두고 기싸움 한국은 미·중·러·일 스파이 ‘천국’ 국정원 파견 업무를 수행했던 부장검사는 “국정원 대공수사권이 사라지면서 간첩과 산업스파이 등 국익에 해가 되는 조직과 인물의 범죄 행위를 포착해도 법률적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크게 축소된 건 사실”이라며 “중국과 북한 간첩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표면적으로 우리의 우방국도 간첩이 존재한다. 미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한 정보기관 출신 관계자는 “중국, 북한은 기본이고 일본, 미국, 러시아, 독일 등 해외 강국들은 국내 수도권서 정보활동을 벌인다. 이들은 외교관(회색), 언론사 특파원, 유학생 등으로 신분을 세탁해 블랙으로 살아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해외 각국 대사관에는 정보기관 담당 인사만 2명 이상 근무 중”이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대학가에서는 학생 신분으로 위장한 중국인 ‘산업스파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중국 산업스파이들이 유학생과 연구자로 위장해 국내 대학의 연구실, 연구기관 등에서 암약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은 대학의 연구실을 매개로 대기업 등의 첨단기술 연구소까지 입지를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들 역시 이 같은 현실을 알면서도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줄면서 중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고서는 정상적인 학교 운영이 불가능한 대학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산업스파이 문제를 공론화했다가 중국인 학생들의 집단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현재 국내 대학에 유학 중인 외국인 학생 수는 2022년 기준 16만6892명으로 2013년(8만 5923명) 대비 2배 가까이 늘었으며 이 중 중국인 비중은 통상 4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강대 등 일부 대학은 중국인 전용 강의까지 개설할 정도다. 본희의 통과 가능성은? 앞으로 한국을 향한 중국의 기술 탈취 시도가 더 강력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중 갈등이 심화함에 따라 중국이 기술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 비영리기구인 국제교육원(IIE)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인 유학생 수는 2022~2023학년 28만9526명으로 집계돼 37만2532명을 기록했던 2019~2020학년 대비 22% 급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