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형래 <디워2> 투자유치 진실 혹은 거짓

“액수는 몰라도 입금 받은 것은 사실…”

[일요시사 취재1팀] 신상미 기자 =  영화감독 심형래(58)씨 측이 지난달 19일 베이징에서 중국의 영화제작사와 <디워2> 제작발표회를 갖고 “5억위안(약 900억원)을 지원받았다”고 밝히면서 배경에 뒷말이 무성하다. 심씨는 과연 900억원이란 거금을 지원받은 것일까. 약간의 ‘입금’을 받았다는 말도 들리고 영화제작의 특성상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심형래씨 측은 지난 19일, 베이징 탕라호텔에서 ‘화인글로벌영사그룹’과 손잡고 내년 여름 전 세계 개봉을 목표로 <디워2 (D-WAR 2, 龍之戰 2)> 제작에 들어간다는 내용의 제작발표회를 가졌다고 언론에 일제히 보도자료를 보냈다. 이에 따라 복수의 언론들이 보도자료 상의 내용과 사진으로 앞다퉈 속보를 냈다.

투자자 제작실적 전무

이후 심씨는 지난 3월 말 복수의 매체와 인터뷰를 갖고 “할리우드 제작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들겠다”면서 “화인그룹의 이신 회장이 <디워2>라면 40억위안(약 72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했다”고 발언했다.

이에 따라 한화 900억원이라는 ‘통 큰’ 지원을 결단한 화인글로벌영사그룹이라는 중국기업에 국내 영화계의 시선이 쏠렸다. 화인그룹 측은 스스로도 <디워2>가 전세계에 배급하는 자신들의 첫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일요시사> 취재 결과 화인그룹은 영화제작 실적이 전무한 실체가 불분명한 회사로 보인다. 국내 포털의 영화 카테고리에서 해당 기업으로 검색을 해보면 아무런 정보도 나오지 않는다. ‘바이두’ 등 중국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해도 TV, 미디어, 영화 등의 컨텐츠를 제작하는 그룹이라고만 간략한 소개가 나올 뿐 중국 내에서 제작한 콘텐츠가 전혀 없는 회사다.


여러 편의 히트 영화를 제작한 유명 영화제작자 A씨는 <일요시사>에 “중국 지인에게 물어봤는데 영화제작 실적이 전혀 없는 회사라고 하더라”며 “실체가 없는 회사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A씨는 “말이 900억이지 중국에 아무리 돈이 흘러넘친다고 해도 적은 돈도 아니고 심정적으론 과연 그 큰 돈을 투자했을까 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업에서 일을 하다보면 900억은커녕 9억도 투자 받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영화제작 경험이 전무한 회사가 중국 국내 개봉도 아닌 월드 와이드 릴리즈(World Wide Release) 개봉을 하는 영화를 제작·투자·배급할 수 있을지 의문이 가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화인그룹 측은 <디워2>의 제작·투자·배급에 직접 5억위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5억위안의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기로 한 것도 미심쩍다.

영화피디 B씨는 영화계의 좋지 않은 해묵은 관행을 언급했다. 그는 “또 다른 투자를 받기 위해 낚시를 던지는 것이 있다”라며 “말로 투자하겠다는 것과 실제로 투자가 들어오는 것은 다르다. 기사는 나오는데 실체는 모르겠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B씨가 언급한 관행은 투자를 받기 위해 영화 관계자가 이미 거액을 투자 받았다거나 유명 배우가 출연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내 영화계 내외에서 투자자를 끌어 모으는 행위를 일컫는다. 영화계 내의 거대 투자사들은 이러한 행위에 관심을 두지 않지만 영화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은 이것을 보고 영화에 투자할 수도 있다는 것. 막상 영화제작이 중단되면 초기에 문외한이 투자한 자금들은 고스란히 돌려받을 수 없게 되고 만다. 

영화평론가 C씨는 “현재는 심형래 감독이 준 자료만 갖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한 뒤 “중국에서 하는 걸 여기서 보도자료를 내는 등 이벤트 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감독이나 제작자들이 많지만 그 활동을 굳이 국내에서 떠들지 않는다. 한국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공개적으로 나오는 말은 아니지만 페이퍼 거래가 많아서 지금 상태에선 성과가 있다고 언급할 수 없을 거 같다. 앞으로 국내 영화제 정도는 가야 신빙성이 있을 거 같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지난 2011년 9월 영구아트무비 직원 4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디워>를 만든 직후인 2008년 때 외주를 쉽게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서 “투자하겠다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때 관리를 안하고 다른 데를 다녔기에 때를 놓친 거다. 그래서 (위기가) 야기됐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당시 직원들은 <디워>의 성공 이후 심씨가 강원도 정선카지노에서 도박으로 회사공금을 탕진했다고 주장했다. 20억원의 제작비를 150억원으로 부풀려 청구하기도 했다. 당시 심씨는 “이렇게 해야 직원들 월급을 줄 수 있다”고 직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정관계 로비설도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한번 카지노에 가면 회사에 전화해 최소 1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송금해 달라는 요구를 했다고도 했다. 가스총을 실탄을 쏠 수 있는 권총으로 개조해 성능실험까지 했다고 밝혀지기도 했다.
 

당시 직원들의 임금이 1인당 수천 만원대로 체불됐던 것은 2010년 미국에서 개봉한 <라스트 갓파더>의 수익이 좋지 않았고 특수촬영과 관련해 수주가 거의 없었던 것도 원인으로 풀이된다.  

중국 영화제작사 5억 위안 투자설
실체도 없는 회사가 거금을 투자?

그후 심씨는 170억원에 이르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신청을 통해 빚을 탕감 받았다. 2014년 <디워2> 제작을 알리면서 당시 100억원을 투자받고 촬영에 들어간다고 했지만 후속은 전혀 없었다.

심씨는 지난해 11월 한 종편방송에 출연해 “임금체불사건 당시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다”며 “이혼소송을 비롯해 경매, 파산까지 들어오는 등 쓰나미처럼 일이 있었다”고 말했다. “<디워2>를 통해 재기한 뒤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겠다”고도 했다. 2011년께에 불거진 임금체불 문제가 당시까지도 해결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간의 구설과는 달리 <일요시사>가 접촉한 복수의 영화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심씨에 대한 평판은 박하지 않았다. 앞서의 제작자 A씨는 심씨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난 심씨와 일면식도 없다. <디워>를 만들 당시 CG제작사에 CG를 맡기면 되는데 자기가 직접 차려서 그동안 번 돈을 다 잃은 거다. 투자사가 붙어서 한 것도 아니고 오로지 무대포식 돈키호테 정신으로 쫓아다니면서 <용가리>도 만들고 <디워>도 만들고 한 것”이라며 “그렇게 만든 영화가 미국서 전국 개봉을 했는데 돈은 하나도 못 벌고 다 배급업자에게 빼앗겼을 거다. (심씨는) CG와 특수촬영 분야에서 큰 업적을 남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이 제작자에 의하면, 심씨가 ‘영구아트무비’라는 CG회사를 설립했을 당시 영화계 내에선 심씨만이 벌일 수 있는 무모한 일이라는 반응이 컸다. 대형 스튜디오를 차리고 수십 명의 직원을 고용해 매달 월급을 줄만큼 국내 영화계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무모한 시도 덕분에 한국의 특수효과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했다. 현재 미국과 중국 등 드라마·영화시장에서 한국영화계가 오더를 받거나 직접 현지에 업체를 차려 진출하고 있는데, 현재 특수효과 분야의 실력자들은 모두 영구아트무비 출신이라는 것이다.

A씨는 “심씨 덕분에 결과적으로 한국 스튜디오 특수촬영과 CG는 엄청난 기술향상을 이뤄냈다. 여러 해 동안 월급을 주고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한 뒤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이 향상되면서 전문가로 키운 거다. 선수들은 다 안다”고 강조했다.

앞서 영화피디 B씨는 “파이낸싱, 기획, 제작자로서는 재능이 있다. 이번에도 본인이 연출을 안하고 제작만 하는 걸로 알고 있다. 워낙 독특한 사람이고 영화피디로서 볼 땐 대단한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알아보니 얼마인지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지만 이번 영화와 관련해 실제로 입금이 됐다고 한다”고 조심스럽게 밝혔다. 

심씨는 국내 투자가 어려워지자 중국 및 베트남 해외 투자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심씨의 정재계 인맥이 다수 있지만 개그맨 출신이라 영화계 인사들 중에 심씨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중국에서 영화제작이 활발하고 심씨가 보유한 특수효과 콘텐츠와 그간의 영화제작 경험을 높게 평가하는 투자자가 있을 수 있다.  

앞서 영화평론가는 “중국은 예산이 움직이는 게 크다 보니 가능하다고 생각되면 투자가 크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가) 지분을 정확히 받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육영수나 이승만의 전기영화를 만든다고 떠들썩하게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등 이벤트를 하고 초기에 투자를 많이 받았지만 다 엎어졌다. 하지만 보수 쪽에서도 <크로싱>이나 몇몇 탈북인이 연출한 잘 만든 영화처럼 만듦새를 잘 다듬으면 보수파도 엄청나게 펀딩을 한다. 꼭 거액의 투자가 아니어도 소액 후원하는 사람이 많을 수 있다. 객관적 평가와 일반인의 심형래에 대한 인식은 다르다”며 심씨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화계 내부는 호평

앞서의 A씨는 “투자자를 모으려고 뭐라도 해보는 것이다. 중국서도 영화를 만들어서 미국에서 개봉한 걸 다 알지 않나. 심형래라는 인물 자체에 대해선 존재감이 있는 거다. 아무 것도 없는 상태서 재기하려고 하는 것을 보니 측은지심이 생긴다”면서 “스타는 대중 앞에 있을 때 스타다. 무대 뒤 사람으로 살고 싶지 않은 거다. 잊혀지기 두렵고 아직까지 자기가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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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