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의문의 진경준 검사장

은밀하게 '대박' 시원하게 '쪽박'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지난해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고위공직자의 평균재산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검찰 고위직인 진경준 검사장. 그는 게임회사인 넥슨 주식이 비상장이던 시절 주식을 대거 매입해 지난해 모두 처분해 엄청난 시세차익을 얻었다. 처분한 주식 매각액은 총 126억원. 이는 국회의원을 제외한 행정부·사법부 재산공개 대상자 가운데 최고였다. 진 검사장은 비상장이었던 넥슨 주식을 매입한 배경에 대가 및 미공개 정보 이용 가능성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되자 최근 사의를 표명했다.

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 1년 간 청와대와 각 부처 1급 이상, 국립대 총장, 지방자치단체장, 시·도 교육감, 광역의원 등의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을 지난 25일 관보에 공개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증가한 공직자였던 진경준 검사장은 비상장 주식투자로 지난 한해 동안 38억원에 가까운 시세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검사 재산이…
1년새 38억 증가

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관보에 따르면, 진 검사장은 지난해 게임회사 넥슨 주식 80만1500주를 126억원에 처분해 37억9853만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진 검사장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156억5600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는 전년도 116억원에서 40억(33.9%)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그의 재산 증가액은 행정부·사법부 등 전체 재산공개 대상 공직자 2328명 가운데 최고였다.

진 검사장은 2005년 지인들과 함께 투자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2005년에는 넥슨이 주식시장에 상장되지 않아 일반인들은 쉽게 투자할 수 없었다. 넥슨은 2011년 12월 한국 대신 일본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2005년 당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카트라이더’ 등 여러 히트작을 보유하며, 이듬해 매출액 2400억원에 이르는 우량회사로 꼽혔다.

이때 당시 진 검사장은 금융거래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귬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의 심사기획팀장으로 근무했다. 이 때문에 진 검사장의 넥슨 주식 투자를 두고 부적절한 주식투자라며 도마 위에 올랐다. 확실한 내부정보가 없으면 한 종목에 거액을 투자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법조인이라는 신분을 이용해 기업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부당하게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초기 진 검사장은 이에 대해 “당시 외국계 컨설팅사에 다니는 대학 동기 박모씨의 지인이 주식을 팔겠다고 해 함께 투자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 간의 거래이고 주식을 판 일반인의 프라이버시 때문에 상세한 내역을 밝힐 수 없지만 당시 넥슨의 액면가(500원)보다 훨씬 비싼 주당 수만원에 매입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진 검사장이 밝힌 주식 매입 경위는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2005년 당시 넥슨 주식은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회사였다. 여러 히트 게임을 만들었고, 곧 주식시장에 상당돼 지분 보유자들이 상당한 수익을 올릴 거라는 얘기가 돌았기 때문이다.

2005년 투자해 38억원 시세차익 챙겨
가진 돈 주식 몰빵 “자신감 어디서?”

진 검사장에게 넥슨 주식을 넘긴 사람도 ‘일반인’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 사장을 위해 공개한 기업보고서에 따르면, 진 검사장과 똑같이 지분 0.23%를 보유한 주주들은 그를 포함해 4명이다. 이들 지분을 합하면 0.92%다.

이는 넥슨 주주 404명 가운데 11위 해당한다. 심지어 김 회장의 부인 유정현씨(0.68%)보다 지분이 많았다. 지분 10위 안에 드는 주주 가운데는 넥슨 핵심 경영진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넥슨 주식을 김 회장 부부가 많이 갖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맥락에서 내부정보를 이용한 거래일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진 검사장과 함께 이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진 검사장을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 검사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당시 컨설팅업체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인 박씨에게 넥슨 투자 권유를 받아, 넥슨홀딩스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원에 매입했다. 김 대표는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사장하기 전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진 검사장과 컨설팅 관계자 이모씨와 함께 0.23% 지분을 보유했다.

진 검사장이 김 대표를 김 회장에게 소개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김 대표가 진 검사장을 모른다는 것과 반대되는 증언이다. 2005년 당시 넥슨 주식은 김 회장이 승인한 사람에게만 팔 수 있었다. 그런데 넥슨과 별다른 관련이 없는 김 대표가 주식을 구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진 검사장과 김 회장과 친분 때문일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회장과 친분 관계
미공개 정보공유?

김상헌 네이버 대표가 진 검사장과 함께 이 주식을 매입한 투자자 가운데 한 명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진 검사장을 모르는 사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진 검사장의 해명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대표는 당시 컨설팅업체에서 일하고 있던 친구인 박씨에게 넥슨 투자 권유를 받아, 넥슨홀딩스 주식 1만주를 주당 4만원에 매입했다. 김 대표는 넥슨이 2011년 일본 증시에 사장하기 전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진 검사장과 컨설팅 관계자 이모씨와 함께 0.23% 지분을 보유했다.
 

진 검사장이 2005년 이전에 김 회장에게 서울대 법대 4년 선배인 김 대표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진 검사장은 김 회장 등 여럿과 함께 만난 자리에서 김 대표를 김 회장에게 소개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당시 김 대표는 LG에서 법무 업무를 맡고 있었다. 진 검사장과 김 대표는 부부끼리도 친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회장이 김 대표를 이해진 네이버 의장에게 소개했고, 그 인연으로 김 대표가 2007년 네이버로 이직했다.

박씨도 김 회장 등과 투자한 세명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박씨는 2007∼2010년 김 회장이 소유한 위젯에서 감사를 지냈다. 2009년 넥슨과 공동 창업한 교육사업 관련 회사를 운영하고 있을 만큼 넥슨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또 넥슨 주식을 산 이들 세 명은 모두 ‘서울대-하버드’ 출신이란 점도 눈길을 끈다. 진 검사장과 박씨는 서울대 86학번 동기이고, 김 대표는 서울대 82학번이다. 박씨는 하버드대 생물물리학 박사 출신이고 진 검사장은 1998∼1999년, 김 대표는 1999∼2000년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공부했다. 이런 학연을 바탕으로 일반인은 사기 어려웠던 넥슨 주식의 공동 구매를 할 수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태가 커지자 진 검사장은 사의를 밝혔다. 지난 3일 진 검사장은 김현웅 법무부장관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진 검사장은 “지난 며칠 동안 거취에 관해 깊이 고민해 왔다. 장관님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법에 따라 숨김없이 재산을 등록하고 심사를 받아 왔지만 국민의 눈에 부족함이 있다는 점을 알지 못했다”며 “그 점을 깨닫고 더 이상 공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사의 표명 이유를 밝혔다.

김 회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넥슨도 공식 입장 발표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넥슨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 등의 내용이 담긴 입장 발표를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라며 “이미 알려진 진 검사장 등의 주식 구입 경로도 사실이 아닌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투자자들 누구?
대부분 학맥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지난 6일 진 검사장에게 소명요구서를 발송했다. 소명요구서에는 진 검사장이 2005년 넥슨의 비상장 주식을 매입한 경위 등 20여 개 질문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공직자윤리법은 직무와 관련해 부정하게 재산을 증식했다고 의심되거나, 재산상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당사자에게 소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돼 있다. 금융기관에 해당 인물의 금융거래 내역 자료도 요청할 수 있다.

공직자윤리법 시행령에 따르면 재산등록 의무자는 20일 내에 재산에 대한 보완신고서 또는 질의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필요시 공직자윤리위는 진 검사장에게 출석을 요구할 수 있고 불응시 형사처벌을 할 수 있다.

윤리위는 이날 “진 검사장의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 만큼 가장 먼저 처리하겠다”며 “소명 내용이 오더라도 신고한 재산과 관련 자료를 철저히 분석해 필요하다면 더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법무부나 검찰이 감찰 또는 수사를 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지만 법적으로 쉽지 않다. 우선 법무부의 자체 감찰은 시효가 지났다. 검사징계법 25조(징계 등 사유의 시효)는 ‘징계 등은 징계 등의 사유가 있는 날부터 3년이 경과하면 이를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을 취득한 게 2005년이었고 당시에는 징계 시효가 2년으로 더 짧았다.

비상장 회사 투자 어떻게 알고…
‘사전에 정보 들었나’ 의문 증폭

진 검사장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내부자 거래 혐의로 수사하라는 의견도 많지만 이 역시 마땅치 않다. 옛 증권거래법 188조의 2(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는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거래를 금지하고 있는데, 이는 상장법인이나 상장을 6개월 앞둔 법인의 주식만 규제대상이다.

2005년 넥슨 주식은 비상장주였다. 설사 상장주식으로 내부자 거래 범죄를 저질렀다 해도 이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는 7년이다. 수사를 할 수 있는 공소시효가 4년 전에 이미 지났다.

진 검사장은 검찰 내에서 정확하고 빠른 상황 판단력으로 문제 해결 능력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서울 출신으로 서울 환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33회 행정고시와 제30회 사법시험에 모두 합격해 검사로 입문했다.

1995년 서울지검 검사로 시작해 법무부 국제형사과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장,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장, 인천지검 2차장, 의정부지검 차장 등을 역임하며 주요 보직을 거쳤다. 지난해 검찰의 ‘별’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범죄라 해도
공소시효 지나

검찰 내부에서 손꼽히는 학구파로 1999년 하버드 로스쿨을 수료하고 미국 뉴욕주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유연하면서도 강한 추진력으로 리더십이 강하고 뛰어난 조직 장악력을 보유했다. 통찰력과 지휘통솔력 등 간부로서의 자질도 탁월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논문으로는 <한국헌법상 환경권의 보장과 그 실현을 위한 연구> <금융프라이버시권에 관한 연구-자금세탁방지제도를 중심으로> <환경오염규제의 국제법적 접근> 등이 있다.
 

<min1330@ilyosisa.co.kr>

 

[넥슨은?]

넥슨은 1994년 대한민국 서울에 설립된 이후 다수의 온라인게임을 개발 및 서비스하고 있는 글로벌 게임 기업이다. 넥슨에서 최초로 서비스한 MMORPG '바람의나라'는 전 세계 최장수 상용화 그래픽 MMORPG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바 있으며 ‘부분 유료화(Free to Play)’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의 선구자로, 현재 약 66여개의 게임을 아시아, 북미, 남미, 유럽을 포함한 110여개의 국가에 서비스하고 있다.

현 넥슨의 본사는 2002년 12월 18일에 설립하였던 넥슨 일본법인(과거 넥슨 재팬)으로, 넥슨 한국법인으로부터 본사의 지위를 승계 받고 사명을 ‘넥슨 재팬’에서 ‘넥슨’으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넥슨 한국법인의 사명은 ‘넥슨’에서 ‘넥슨 코리아’로 바뀌었으며, 이후 2011년 12월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했다.

현재 넥슨 일본법인이 넥슨 그룹의 본사 기능을 수행하며 넥슨코리아의 지분 100%를 보유함에 따라 넥슨코리아를 지배하고 있으며, 동시에 대한민국 제주특별자치도에 본사를 두고 있는 그룹의 지주사이자, 넥슨 일본법인의 최대 주주(61.77%/ 2013년 9월 말 기준)인 NXC의 지배를 받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지주회사인 NXC가 소유하고 있는 일본의 다국적기업이다. 대한민국에서 있는 법인은 넥슨 코리아이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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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