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인물> 영원한 골프여왕 박세리

국민들 힘들 때 웃게 해줬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골프여왕 박세리가 필드를 떠난다. ‘맨발 투혼’을 시작으로 20여년간 세계무대를 주름잡았던 그다. 최근 몇 년 동안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지만, 그는 최고의 현역 선수들과 겨룬 경기에서 유쾌한 승리로 국민을 기쁘게 했다.

박세리는 지난 17일 미국 애리조나주 와일드파이어 골프장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JTBC 파운더스컵 1라운드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은퇴를 발표했다. 공식 인터뷰에서 박세리는 “2016시즌이 내가 풀타임으로 투어 활동을 하는 마지막 해”라고 선언했다. 이어 “은퇴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지금이 그때라고 생각했다”며 “내 인생에서 또 다른 꿈을 이루고 싶다”고 밝혔다.

혹독한 훈련
두둑한 배짱

박세리는 은퇴 후 꿈이 후진 양성이라고 했다. 박세리는 “한국의 많은 유망주가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데 많은 도움을 주고 싶다”며 “그들이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내 모든 걸 가르쳐주겠다”고 다짐했다. 박세리는 2016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의 한국여자골프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는다.

박세리가 은퇴하기로 한 배경은 부상이다. 지난 몇 년간 왼쪽 어깨뼈의 습관성 탈구로 재활에 힘써왔지만 회복이 더뎌지며 결국 은퇴를 결심한 것이다. 박세리는 지난 수년 동안 왼쪽 어깨뼈 습관성 탈구 등으로 고생했다. 지난해 2개 대회에 출전했으나 모두 기권하고 재활에 힘써왔다. 파운더스컵은 박세리가 지난해 6월 이후 9개월 만에 나선 대회다. 박세리는 이날 1라운드에서 버디 3개로 3언더파를 기록, 공동 36위에 올랐다.

박세리는 1977년 대전에서 3녀 중 둘째로 출생했다. 1989년 초등학교 6학년 때 골프광인 아버지 박준철에 이끌려 골프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시절 어린 나이에 훈련장에서 새벽 2시까지 혼자 남아 훈련을 하는 등 엄격한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세리는 중3의 어린 나이에 이미 쟁쟁한 프로들을 제치고 우승했다. 아마추어 무대에서 30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린 최고의 기대주가 됐다.

1996년에 프로로 전향했고 1년간 세계 최고의 교습가로 알려진 데이비드 레드베터로에게 혹독한 훈련을 받는다. 그 결과는 1997년 10월 퀄리파잉스쿨에 수석합격했다. 박세리는 현재 통산 12승을 올리며 투어 정상급 선수로 활동 중인 크리스티 커(미국)와 함께 공동 1위로 퀄리파잉스쿨을 통과, 대망의 미LPGA투어에 화려하게 입성한다.

박세리의 투어 첫 대회는 1998년 1월에 열린 ‘헬스 사우스 이너그럴’이다. 이 대회서 공동 13위를 기록, 데뷔전을 무난히 치러냈다. 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했다. 5월 초까지 참가한 9개 대회에서 공동 11위가 최고였을 뿐 나머지는 30∼40위권을 맴돌았다. 하와이서 열렸던 컵 누들스 하와이여자오픈에서는 컷오프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나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일대 사건은 4개월, 10번째 대회 만에 터졌다.

1998년 5월1 LPGA투어의 메이저타이틀인 맥도널드LPGA챔피언십에서 11언더파 273타를 기록하며 투어 데뷔 첫 승을 올린 것이다. 자신의 생애 첫 우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렸고 그것도 대회 1라운드부터 한 번도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은 채 정상에 오르는 와이어 투 와이어(wire-to-wire) 우승이었다. 신인이 자신의 첫 승을 메이저대회에서 올린 것은 데뷔 해(88년)에 US여자오픈 정상에 오른 리셀로테 노이만(스웨덴) 이후 처음이었다.

올 시즌 마치고 선수생활 은퇴 발표
잦은 부상 시달리다 필드 떠날 결심

1998년 7월 박세리는 아직도 우리 국민의 뇌리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명장면을 연출하며 세계 정상에 우뚝 선다. LPGA US오픈에서 20개 홀을 도는 연장전 끝에 우승컵에 입을 맞췄다. 당시를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절대 잊혀지지 않은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 이 경기에서 나온다.

TV 공익광고에서도 활용된 당시 박세리가 US여자오픈에서 양말을 벗고 벙커샷을 날리던 모습은 많은 사람의 뇌리에 여전히 남아있다. 이 장면은 미국 스포츠 전문방송 <ESPN>이 US오픈 5대 명장면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의 블랙울프런 골프장에서 끝난 US여자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박세리는 태국의 아마추어 제니 추아시리폰과 나란히 6오버파 290타로 공동 선두를 기록, 다음날 18홀 연장 승부를 치른다.

다른 모든 대회가 곧바로 서든데스 플레이오프를 치러 우승자를 가리는 것과는 달리 US여자오픈은 남자들의 US오픈과 마찬가지로 이튿날 18홀 연장전을 치르며 거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서든데스를 치른다.

다음날 열린 승부에서 박세리는 추가 18홀마저 비긴 뒤 가진 서든데스 연장 2번째 홀에서 버디를 잡아 파에 그친 추아시리폰을 극적으로 누르고 메이저 대회 2연속 우승을 금자탑을 쌓는다.

무려 92홀 만에 우열이 가려진 이 대회는 LPGA투어 역사상 가장 긴 승부로 남아 있다. 신인 선수가 같은 시즌에 메이저 타이틀을 두 차례나 차지한 것은 84년 줄리 잉스터(미국) 이후 14년 만에 박세리와 잉스터 단 둘만이 이 기록을 가지고 있다.

또한 4대 메이저대회(LPGA챔피언십, US여자오픈, 브리티시여자오픈, 나비스코챔피언십) 중 양대 타이틀로 평가 받는 LPGA챔피언십과 US여자오픈을 같은 시즌에 연거푸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99년 줄리 잉스터, 2001년 캐리 웹(호주) 등 투어 역사를 통틀어 6차례에 불과한 대위업이다.

한국스포츠 영웅
골프 대중화 기여

다른 모든 대회가 곧바로 서든데스 플레이오프를 치러 우승자를 가리는 것과는 달리 US여자오픈은 남자들의 US오픈과 마찬가지로 이튿날 18홀 연장전을 치르며 거기서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서든데스를 치른다.

박세리의 활약은 IMF(외환위기)로 실의에 빠진 국민에게 악전고투 끝에 우승하는 모습이 생중계되면서 박찬호와 함께 국민적인 영웅으로 떠올랐다. 연일 매스컴은 대대적으로 지면을 할애해 박세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도했고 광복 후 대한민국이 수출한 최고의 히트상품이란 찬사가 이어졌다. 세계적인 시사 주간지 <타임>이나 <뉴스위크>, 그리고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 같은 스포츠 전문 잡지들도 박세리 특집을 다루기에 바빴다.
 

무명의 신인에서 두 달 사이 ‘골프여왕’으로 등극한 것이다. US여자오픈에 이어진 제이미 파 크로거클래식에서 또 다시 우승, 2주 연속 우승이자 시즌 3승째를 올렸다. 더욱이 이 대회 2라운드에서는 10언더파 61타를 쳤고 합계는 23언더파 261타였다.

지금은 깨졌지만 두 가지 스코어 모두 당시까지는 신기록으로 평가받았다. 2위를 무려 9타 차로 제친 완벽한 우승이었다. 이후 빅애플클래식에서 숨고르기를 했던 박세리는 한 주 뒤 자이언트 이글클래식에서 시즌 4승째를 올렸다.

LPGA투어에 불어 닥친 ‘세리 광풍’은 무서웠다. 신인왕 타이틀은 당연히 박세리의 것이었다. 이 부문 2위였던 제니스 무디(스코틀랜드)와는 무려 904점의 격차가 있었고 시즌 9개를 대회를 남긴 시점에서 신인왕 타이틀을 확정지었을 만큼 일방적인 독주였다. 박세리는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에 이어 단숨에 세계 랭킹 2위가 됐다. 그 때까지 소렌스탐-캐리 웹(호주) 양대 체제였던 미LPGA투어는 박세리를 포함한 ‘3강 체제’로 굳혀졌다.

신인왕 등 투어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던 박세리에게 2년차 징크스도 없었다. 시즌 중반까지 다소 주춤했지만, 6월 들어 숍 라이트 클래식에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했다. 7월 초에는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 투어 데뷔 후 처음으로 특정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페이지넷 투어챔피언십에서는 캐리 웹, 로라 데이비스(영국)를 상대 연장 승부를 펼친 끝에 우승,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시즌 4승(상금 랭킹 3위)을 기록했다.

동양인 최초
명예의 전당

2001년 투어 데뷔 3번째 시즌 박세리는 침체기를 맡게 된다. 단 1승도 올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별한 부상이나 나태함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준우승조차 하지 못했다. 3위가 최고 성적이었으며 상금 순위도 처음으로 10위권 밖(12위)으로 밀려났다.

하지만 박세리는 2001년부터 3년간 그야말로 전성기를 보낸다. 아니카 소렌스탐이 버티고 있어 상금왕이나 올해의 선수는 되지 못했으나 이 기간 무려 13승을 기록, 자신의 통산 승수(24승)의 절반 이상을 이때 몰아친다.

시즌 개막전인 유어라이프 비타민스클래식에 우승, 첫 단추를 잘 끼운 박세리는 제이미 파 크로거 클래식에서만 세 번째로 우승, 특별한 인연을 이어간 뒤 그 해부터 새로이 메이저대회로 편입된 위타빅스 브리티시여자오픈에서 우승, 자신의 세 번째 메이저타이틀을 획득하는 등 2001년 시즌에만 5승을 올리며 전성기의 서막을 연다.

박세리는 2004년 미켈럽 울트라오픈에서 통산 22승째를 기록하며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했다. 최고 선수의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 명예의 전당 헌액을 위해서는 총 27점이 필요하다. 일반 대회 우승 1점, 메이저 대회 우승 2점, 그리고 올해의 선수, 베어 트로피 등 타이틀 수상시 1점 등 점수가 부과되며 27점이 될 경우 투어 데뷔 10년을 마치는 해에 정식으로 헌액된다. 그런데 박세리는 자신의 투어 생활 7년 반 만에 조건을 구비했다.


US오픈 ‘맨발 투혼’ 명장면
IMF 당시 힘과 용기 북돋아

22승으로 22점, 이 중 4차례의 메이저 우승으로 추가 4점, 그리고 2003년 베어 트로피 수상으로 1점 등 27점을 모두 충족한 것이다. 이후 박세리는 투어 10시즌을 모두 채운 2007년 11월, 미LPGA투어 명예의 전당과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최연소로 헌액되는 영광을 안았다. 물론 동양인으로는 처음 있는 업적이다.

박세리가 길지 않은 기간에 많은 승수를 올리며 투어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 말처럼 ‘한 번 물면 절대 놓지 않는 사냥개 근성’에 있는 듯하다. 박세리는 일단 한 번 우승 기회를 잡으면 웬만해서는 실패하지 않는다.

리드를 잡으면 그대로 지키고 추격권 내에 있으며 반드시 뒤집는 그야말로 승부다.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과 역전승이 많고 역전패는 거의 없다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의 뛰어난 승부 근성을 숫자로 대변하는 것이 바로 연장전 결과다. 박세리는 지난 10년간 총 5차례에 걸쳐 연장전을 치렀다. 결과는 5승 무패. 통산 24승 중 5승이 100% 승률을 자랑하는 연장 승부 끝에 얻어진 것이다.

그의 라이벌인 캐리 웹과 아니카 소렌스탐과 비교하면 얼마다 박세리의 근성이 강한가를 알 수 있다. 웹은 총 10번의 연장전에서 4승 밖에 올리지 못했다. 여섯 번의 연장 패배 중에는 박세리에게 진 것이 세 번이나 된다. 소렌스탐은 16승6패로 매우 강한 면모를 보였지만 박세리의 그것과는 거리가 있으며 현재 당대 최강으로 불리는 로레나 오초아는 아이러니하게도 연장전서는 단 1승도 없이 3패만을 기록 중이다.

세계무대 주름
‘박키즈’들 활약

10년의 세월이 흘러 ‘박세리 키즈’들인 박인비(KB금융그룹), 신지애(스리본드), 최나연(SK텔레콤), 유소연(하나금융그룹) 등은 LPGA 무대에 본격적으로 등장해 막강한 실력을 자랑하며 한국의 이름을 드높였다.

이후에도 박세리의 영향을 받은 많은 한국 선수들이 미국 무대를 접수했다. 박세리의 영향력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난해 한국 낭자들은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인 15승을 합작하며 여자 골프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박세리가 외로이 LPGA 무대에서 뿌린 씨앗은 박세리 키즈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한국이 세계 여자 골프계에서 주도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됐다. 박세리는 떠나도 박세리 키즈는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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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